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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월자들
작가 : 이루다
작품등록일 : 2020.9.24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1930년대 한반도. 혼란과 의심만이 가득한 조선. 경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 1900년 초 멕시코로 떠났다가 조국에 돌아온 이민자들. 복수의 끝에 서 있는 수상한 사내. 비밀을 감추고 있는 노신사. 그리고 미지의 물질 [The Seed].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도표에 기록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HAPTER 2] 그림자 섬 (4)
작성일 : 20-09-27 23:32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7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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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청춘의 샹하이인가~ 거리마다 오고가는 어여쁜 엔젤들의 윙크가 그리워라 샹하이 샹하이는 청춘의 낙원”

 

 대화정(大和町)거리에 위치한 평양 YMCA회관 건물에서 [꽃피는 상하이]가 연주되고 있었다.

 

 색소폰과 트럼펫 그리고 피아노 선율이 만들어내는 재즈 음악이 혼잡한 거리로 흘러나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곳에 손가락 스냅으로 소리를 내며, 재즈 음악에 몸을 맡긴 청년이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황세평, 평양의 대표적인 모던보이라 자칭하는 그는 지나가는 여인들마다 눈 인사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아! 이게 얼마 만에 오는 대화정 거리인가. 경성도 좋지만 아무래도 역시 평양시내에 사내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들이 많구나.”

 

 그는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오랜만에 온 이 거리의 활력을 만끽하였다.

 

 저기 양과자와 사탕을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그는 이연이라는 소년을 위한 사탕과 캐러멜 과자를 구입하고 근처 시장 통으로 갔다.

 

 세평은 오랜만에 평양의 시장 국수가 먹고 싶었다. 국수집이 원체 많은 이곳이지만, 어느 곳에나 들러도 그 맛은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시간 때였다. 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는 행인들로 인해 벌써 모든 음식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내는 주어진 빈자리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메뉴는 하나 밖에 없었다.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세평의 자리에는 이미 국수 한 그릇이 올려져 있었다.

 

 곧 가까운 자리의 사내들 대화소리가 자신에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여간 이집이고 저 집이고 아지노모또(MSG) 안 쓰는 데가 없단 말이여. 맛이 다 똑같여 암튼.”

 

 “그려도 그거 안 쓰면 맛이 밍밍해서 손님 떨어진다잖여. 내가 아는 형님은 몸은 비리비리 말라서 원체 잘 못 먹는 양반인디, 세상에! 앉은 그 자리에서 다섯 그릇이나 먹었디야.”

 

 국수를 한입 넣는 순간 입안에 자극적인 감칠맛이 돌았다. 세평은 이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긴 예전에 경성의 한 시장터에서 약장수들이 동동구리무(화이트닝 크림), 박가분(최초의 관허받은 국산 화장품), 그리고 치마분(치약)등 미용제품을 팔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하얀색의 설탕처럼 생긴 이 인공 조미료를 파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그는 갑작스레 마리 생각이 났다. 그녀는 약장수들을 보면서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저들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웃었다.

 

 그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궁창(穹蒼)에서 지냈던 날들도 생각났다.

 

 세평은 원래 조선에 돌아오면 희극작가를 하고 싶었다.

 

 “포기하면 편해.”

 

 미국 유학시절에 언젠가 자신의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 또한 같은 처지의 유학생이었다.

 

 그는 자신이 꿈꾸던 일은 이미 고이 접어 나비처럼 날려 보냈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유학을 마치고 조선에 돌아온 후, 고스란히 사업을 물려받겠거니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던 세평이었다.

 

 그때 아버님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경성에 가서 내 친구 이만이 하는 일을 도우면 어떻겠느냐’

 

 그리고 세평은 속으로 환호를 외쳤다.

 

 경성. 그곳에서 이루어질 젊은 문학인들과의 교류가 눈앞에 그려지자 아버님의 권유는 부탁이 아니라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는 국수 그릇의 밑바닥 국물까지 마셔버리고 자리를 일어선다.

 

 평양역으로 급하게 이동하던 사내는 저 멀리 전수동 교회에서 서양식 결혼식이 벌어지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포드 세단 자동차에서 내린 신부와 신랑 주변으로 많은 인파가 그 모습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세평은 자신도 꼭 결혼식을 서양식으로 하리라 마음먹는다.

 

 그는 교회 건축 양식의 웅장함에 한번 놀라고, 교회부지의 넓이에 한 번 더 놀랬다.

 

 일반 관광객들도 드나드는 듯 정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교회 안으로 통행하는 발길들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세평도 아직 제대로 구경을 못한 터라, 마리와 연이 도착하면 꼭 같이 구경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때 그의 눈에 한 묘령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모여들었던 인파들 사이에서 벗어나 교회의 본관 옆에 나있는 쪽문으로 들어갔다.

 

 평상시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임을. 그녀의 외모가 출중해서였을까? 아니면 멀리 떨어진 자신과 똑바로 눈이 마주쳤던 그녀가 싸한 느낌을 준 탓일까?

 

 세평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여인이 있었던 자리를 다시 살펴본다. 그럼 그렇지. 딱히 특별할 것은 없다. 사내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08

 다행히 세평은 시간에 맞추어 전차를 타고 평양역에 도착하였다.

 

 언제나 다른 목적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마리와 정오경에 역사 앞에 위치한 카페, [Nabi]로 약속을 정하였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전면을 통유리로 마감한 이곳에서, 그는 역사(驛舍)앞 광장의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재즈 음악과 함께 진한 커피한잔으로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커피 한잔이 웬일로 오늘 쉽게 넘어간다. 그는 연이어서 한잔을 더 시킨다.

 

 카페 여급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진한 원두커피에 올린다음 계피가루를 뿌려주었다. 그녀는 요새는 이런 것이 유행한다며 자신이 만든 커피를 권했다.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모카커피라고 해요.”

 

 원두의 쓴맛이 덜하다. 자신은 진한 원두향이 어울리는 사내인 것을. 세평이 한참 못마땅해 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어머...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뵙네요.”

 

 세평은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 또 어떤 여인이 자신의 매력에 빠졌나 하고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 안녕하세..?!”

 

 분명 아까 시내에서 마주친 여인이었다. 고운 외모 덕분에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이야.

 

 “어? 아까... 분명 시내에서 뵌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여기에?”

 

 “선생님이 맞나? 맞지 않나? 잠깐 고민했는데 역시 맞으시네요. 반가워요. 아까는 저를 너무 빤히 쳐다보시더니...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아.. 아!”

 

 세평은 급하게 자리를 일어나서 테이블 건너편의 의자를 빼어서 그녀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아까는 예배당에서 기도모임이 있어서 교회에 가던 길이었어요. 그리고, 오늘 경성에서 오시는 손님들이 있어서 이곳에 왔다가 선생님을 뵙고는...”

 

 한복 위에 입은 연보라색의 코트가 잘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쑥스럽지만 용기를 내보았다는 듯 말끝을 흐린다.

 

 “하하 이것도 인연인가 보오. 사실 저도 경성에서 아는 이들이 오고 있어서 이곳에 왔는데.”

 

 “어머 그러셔요? 후훗. 나중에 저희 교회 모임에 한번 들리셔요. 평양의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예배도 드리고 친목도 다지는 자리여요.”

 

 “내, 그쪽을 봐서라도 꼭 그리 하리다.”

 

 여인은 수줍게 웃더니 자신의 핸드백 속에서 명함을 꺼내어 세평에게 주었다. 그리곤 금속 재질의 둥그런 안경을 꺼내어 고쳐 쓰고는 다음에 보자는 인사와 함께 카페를 나섰다.

 

 “그나저나 굳이 서양식 옷을 갖춰 입지 않고 속에 한복을 배치해서 입어도 저렇게나 옷맵시가 잘 느껴질 수 있는군. 그나저나 종이에 뭐라고 적혀있나... 볼까?”

 

 종이의 중앙에는 再創造聖靈會(재창조성령회)라는 한자어가 있었고, 그 밑에는 亞(버금, 아)라는 한자가 적혀있었다.

 

 “버금 아..라? 무슨 뜻이지? 그럼 그 위에는 元(으뜸, 원)도 있다는 말인가? 어... 잠깐, 완전 그럴싸해. 어~어, 세평이 네 녀석 총명하기가 그지없구나. 아무튼 재창조성령회라.. 무슨 말이지? 모임의 이름인가? 요즘 개신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세평, 너 뭐하는 거야?”

 

 한참을 자아애찬을 하던 세평의 앞에는 어느새 [Nabi]카페 안으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와 연이 서있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조선의 신 남성에게는 필수 요소 아닌가. 언제 왔는가?”

 

 “웃겨 아주. 여기가 내가 전에 말했던 연이라는 아이야. 말했었지? 처음 만났을 때 내 도둑맞은 복주머니를 찾아준 아이가 있다고. ‘세평’, 너와는 다르게 아주 용감하고 착한 아이지.”

 

 “4년째.. 벌써 4년째 내가 한살 나이가 많다고 말하고 있네만. 오빠 소리는 언제나 그 입에서 나올는지.”

 

 “생각을 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세평 오.라.버.니. 아무튼 연아 인사하렴. 여기 계신 분이 황세평이라는 한량이란다.”

 

 연은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세평을 쳐다보았다. 호경 형님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부드러운 얼굴의 곡선 때문인지, 능글거림이 가득한 얼굴의 표정 때문인지 그에게서 뭔가 개운한 봄기운의 살랑거림이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이름은 이연이라고 해요. 이번에 새로 들어왔는데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래. 네가 연이로구나. 녀석 아주 기합이 바짝 들었네. 호경 형님께 제대로 교육을 받았나 보구나. 아주 좋아. 연아 너도 어서 앉으렴.”

 

 세평은 군것질거리가 든 종이봉투를 꺼내어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여기. 오다가 양 과자를 사왔어. 나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해.”

 세평은 인사를 하느라 서 있는 연이를 마리 옆에 앉혔다. 그리고 소년의 두 손을 꼭 잡아주며 또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친밀감을 표했다.

 

 “호경 형님과 전화로 이야기는 자세히 들었어. 그 형님이 그런 뜻을 가슴에 계속 품고 계실 줄이야.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야. 아버님이 호경 형님을 위해 따로 여비를 챙겨 주실 것이야. 또한 마리, 너와도 그동안 각별한 관계였을 텐데..”

 

 “나야 뭐... 우리 아랑이가 힘들지. 호경 오라버니를 그렇게 잘 따랐는데... 어제 식사에서도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억지로 참는 모습이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어제 식사에서의 아랑의 모습을 떠올리고 잠깐 울적하던 마리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오른손 끝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건드리며 세평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사이 카페 여급이 테이블로 다시 와서 새로 온 이들을 위한 커피와 음료 주문을 받아간다.

 

 “맞아. 세평, 내가 누굴 본 줄 알아?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노 신사 한 분이 많은 수의 일본 형사들과 함께 평양 역에서 나가더라고. 우리랑 경성에서부터 같이 온 것 같아. 아무튼 나는 어디서 대단한 일본인이 평양에 왔구나 생각을 했는데 마중 나온 여인에게 조선말을 사용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별일이냐면서 세평은 아직 남은 커피를 한 모금 더 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름을 들었는데... 박홍.. 맞어.. ‘박홍석’이라고 했어.”

 

 세평은 곱게 마시던 커피를 하마터면 앞으로 뿜을 뻔 했다.

 

 어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님의 큰 오빠 되시는 잘난 외삼촌.

 

 어떻게든 권력의 중심에 서보겠다고 자신의 사촌 동생까지 팔아넘긴 그였다. 평양의 사업가이신 아버님에게 와서는 신사 참배를 강요하고, 자신의 여동생이었던 어머님께 어린 나를 만주의 일본인 군관 학교에 보내라고 했던 양반.

 

 “내가 그 어르신 때문에 만주로 끌려 갈까봐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거 아닌가. 외삼촌이 형사들을 끌고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좋은 일로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마리, 자네 내가 그분 이야기를 꺼낸 지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은데... 아직까지 기억을 하는 것을 보면, 혹시 나를...?”

 

 “오늘 웃겨, 계속.”

 

 엉덩이 한방 차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라고 마리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혹시나 알려 준거야. 우리 일정이 알려져서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연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 도중 세평이 계속해서 손으로 만지던 명함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소년이 평창동을 다녀간 그날, 작업실 거처에서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에게서 흘러나왔던 불쾌한 기운을 오늘 그 노 신사에게서 똑같이 느꼈다.

 

 사람에게서 그렇게 어두운 감정을 느끼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에 들어온 연이는 계속해서 그 비슷한 기운이 가까이에서 느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가능성이 확신으로 바뀌어 갈 무렵 그 기운은 세평의 손에 쥐어진 명함에서 흘러나옴을 알게 되었다.

 

 “세평 형님? 손에 쥐고 계신 그 종이는 뭐예요?”

 

 “이것을 말하느냐? 이건 말이지... 음 그녀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랄까? 방금 나 말이야, 운명을 만난것 같아.”

 

 마리는 세평의 모습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본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궁금해서요. 히히.”

 

 사내는 기분 좋게 ‘그러렴.’ 하고 연이에게 그 명함을 넘겨준다. 그리고 세평은 자신의 자택으로 가기 전에 마리와 일정에 대해서 의논하며 남은 커피를 비웠다.

 

 [再創造聖靈會(재창조성령회)]

  [亞, 김연희]

 

 명함카드에는 위와 같이 적혀 있었다.

 

 어두운 기운은 명함 자체에 느껴지기보다, ‘亞’라고 적힌 한자에서 흘러 나왔다. 그것의 어둡고 불쾌한 기운은 연이에게 간질거리는 궁금증을 남겼다.

 

 그것은 확실히 아까 노 신사에게서 느꼈던 기운의 흐름과도 비슷했다. 이제 마리도 궁금한 모양이다. 그녀는 소년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가져간다.

 

 여인은 그 명함을 잠시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은 세평이 불쌍하다는 연민의 뜻도 담겨 있었다.

 

 “조금만 웃어도 되나요, 세평 오.라.버.니? 이거 그냥 전도카드 같은 거잖아. 再創造聖靈會(재창조성령회), 개신교 종파 중에 하나 같은데? 개화 초기에 들어온 외국계 기독교 교회들은 명함을 이렇게 만들어서 주더라. 글자만 이렇게 예쁘게 프린트해서 만드니까 젊은 조선인들도 거부감 없더라고. 나도 경성에서 몇 장 받았지. 볼래?”

 

 마리는 자신의 직사각형 핸드백 안을 한참 뒤지더니 비슷한 종류의 명함들을 꺼내 들었다.

 

 셋 다 한자어로 자신의 종파를 명함에 적어 놓았는데, 오른쪽 구석에는 주소가 작게 적혀있었다.

 

 [바울복음침례교], [영성교회], [감리교 제7의 교회].

 

 “예쁘지? 내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이 그러셨어. 꼭 조심하라고. 개신교가 본격적으로 전파되면서 개중에는 이단 종파도 같이 들어왔데. 하느님의 말씀이 아직 명확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 조선에, 이단들 때문에 그분의 뜻이 엉뚱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을까 염려하셨어.”

 

 마리가 그 명함을 다시 세평에게 전해줄 때였다. 그때 이연은 명함에서 수상함을 느꼈다. 소년의 눈동자가 커진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는 순간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그것은 방금 마리가 명함을 받고 다시 세평에게 전해지는 몇 분의 짧은 시간에 있었다.

 

 명함, 그것에게서 뿜어 나오던 불길한 기운이 마리에게 주어지자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명함이 세평에게 쥐어지는 순간 다시 그것은 살아났다.

 

 소년은 그 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사내에게 말했다.

 

 “세평이 형님, 우리 마리 누나가 교회 명함 모으시는 것 같은데 그냥 누나한테 넘기시는 게 어떨까요?”

 

 “그럴까? 마리, 네가 가지렴. 이 오라비 성의를 봐서 열심히 모아야 한다.”

 

 연이가 장난 조로 가볍게 던진 말이었기에 세평 역시 아무 의심 없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마리 또한 '자신한테 쓰레기를 버리려는 것 모르는 것 같으냐'며 상황을 가볍게 여기고 본인 손가방에 넣는다.

 

 역시 마리가 그 명함을 받아드는 순간, 그 기운이 아주 가볍게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1. 재창조성령회라는 개신교 종파에 대한 호기심

 2. 마리와 이번일의 상관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

 

 으로 인한 답답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말
 

 1.꽃피는 상하이: 1930년대 중반 발표된 선우일선의 재즈풍 음악.

 2. 아지노모또: 음식 조미료. 일제 시대에 유행한 MSG.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초월자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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