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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아이돌의 신부
작가 : 어진
작품등록일 : 2020.9.27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이돌 '연 봄'. 꽃샘추위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봄 햇살 같이 웃어주던 연봄이 어느 날 결혼소식을 밝혔다. 연봄의 신부와 나의 얽힌 이야기.

 
1장, 봄이 되었다.
작성일 : 20-09-27 21:01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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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봄, 따뜻한 빛 한줄기가

  결혼 소식을 알렸다.

 

  그는 이름도 '봄'이었다. 연봄. 성씨도, 이름도 매우 특이해서 너무 끌렸었다. 따뜻한 봄 날씨처럼, 따뜻한 미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알게 되어 나는 닥치는 대로 그를 만나러 갔다. 돈만 생기면 무조건 사게 되는 화장품이나 옷가지들도 전부 무시한 채 나는 봄이만 만나러 갔었다. 세 번째의 만남이 있는 날, 봄이는 나를 알아봐 주었다.

 

  "어? 가을이! 맞죠!"

 

  내 이름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나는 목이 부서질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가을'이다. 봄이랑 같은 계절 이름...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더 끌렸던 거일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 나는 매일매일 봄이에게 내 이름을 알렸었다. 그래서 봄이가 알아봐 줬던 걸지도 모른다.

  시간은 점점 빨라졌고, 나는 어느새 고삼, 수험생이 되어있었다. 봄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학교 말고는 아무 곳도 못 가게 하는 엄마 덕분에 나는 1년간 봄이를 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울고불고 엄마를 꼬드겼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인연을 끊을 수 없었다. 나는 고삼임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봄이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애정이 담긴 손 편지였다.

 

  1년은 생각보다 길었다. 봄이에게 타올랐던 마음이 식어버리기엔 충분했다. 봄이도 2년, 3년 차 아이돌이 되어갔고, 나는 조용히 멀리서 응원을 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적던 편지도 점점 사흘... 일주일... 많게는 한 달에 한 번 쓰게 되었다. 그러다,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봄이 이름에 나는 허겁지겁 기사를 클릭했다.

 

  '[단독] 인기 아이돌 그룹 포티나인, 연봄. 결혼 소식 알려...'

 

  처음에는 그저 멍했다. 사고뭉치였던 같은 그룹 누구누구씨도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왜 봄이가 일을 일으키지? 나는 손톱을 까득 깨물었다. 물론 봄이가 나이는 좀 있어도, 나랑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스물넷. 아직은 이십 대 중반인 청년이었다. 결혼을 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나? 열애설도 없었는데. 나는 조용히 기사들을 정독했다.

  결혼 상대는 일반인 A씨...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일반인인데, 어떻게 봄이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을까. 화가 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이 '일반인 A씨' 라는 베일에 싸여진 여성이 너무 부러웠다. 봄이가 정말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여자... 어떤 여자일까, 봄이를 사랑하는 건 나도 지지 않았는데.

 

 

  봄이의 결혼 소식이 있고, 나는 다시 내 인생을 묵묵히 걸어갔다. 굳이 아이돌 따위에 내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굳이 아이돌 따위...' 나는 정말 담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속은 그게 아니었는지 눈물이 뚝 뚝 흘렀다. 내가 정말 좋아했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예고도 없이. 열애설 하나 없었으면서...! 속으로 소리쳤다. 땅을 치며 울고 싶었다.

  나는 속으로 정말 좋아했던 봄이의 욕을 마구하며 사진 속 연봄을 노려보았다. 이래봤자 달라질 건 없지만 말이다.

 

  "됐어, 새 오빠 찾으면 그만이야."

 

  친구들이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들을 찾아보았다. 전부 다 그저 그런 아이돌일 뿐, 마음에 드는 아이돌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연봄을 정말 좋아했나 보다. 핸드폰을 끄고 일이나 하러 카페에 들렀다. 거래처에 보낼 글들을 정리해야 한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 앞에 서있는데, 내 앞에 있던 남자는 음료를 받고, 뒤돌아서서 가려다 나와 부딪혀버렸다. 나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박았으며, 그는 진심 어린 말투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했다. 마치 봄이가 나한테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말투였다.

  ...응? 봄이?

 

  나는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저만치 떨어진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 실물을 본지는 오래되었지만, 난 알 수 있다. 그게 봄이라는걸. 내가 봄이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봄이는 누군가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봄이의 앞에 있는 그 여자... 아마, 봄이의 아내일 것이다. 그 여자는 정말 예뻤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봄이에게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더 이상 궁금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나는 순간 온몸이 멍해졌다. 앞에서 주문을 도와주겠다는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아무거나 메뉴판에 보이는 걸로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 맞으시죠?"

  "네? 네... 그걸로 주세요."

 

  네, 음료 나오면 진동벨 울려드릴게요.

  직원이 내게 동그란 진동벨을 건네주었다. 커피를 못 먹는데 왜 아메리카노를 시켰지, 나는 조용히 내가 평소에 앉던 자리에 앉아 묵묵히 생각을 했다. 봄이의 결혼 상대... 정말 예쁜 여자... 그리고 봄이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 처음에 기사를 읽어보았을 때는 부러움만이 가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헛짓거리였던 것 같다. 나보다 오백만 배는 더 예쁘고 괜찮은 사람... 봄이가 좋아한다면 나는 행복하다. 봄이가 행복하다면 나는 행복하다. 옛날에도 그랬으니까. 내가 아무리 힘들고 차가운 꽃샘추위에 견디지 못할 때, 봄이가 내게 빛을 비춰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제 봄이를 잊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

 

 

  "가을씨, 가을씨는 요즘 아이돌 알아? 조카가 아이돌을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뭐 알 수가 있어야지."

  "아이돌이요? 저도 고등학생 이후로 잘..."

 

 

  연봄이 결혼한 지 4년, 이혼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아리따운 여자와 행복하게 잘 살 거라면서, 얼마 못 가 결국 끝을 맺었다. 왜 이혼했을까 궁금해 하다가 연예계를 잠정 은퇴한다는 기사에 이제 연봄에게 관심을 끄자고 다짐했다.

  나는 연봄의 신부를 본 그날, 내 기억 속에서 연봄을 지우기 까지 2년이 걸렸고, 내 일상에서 연봄의 흔적을 지우는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직장 상사가 갑자기 아이돌 얘기를 꺼내길래, 나도 모르게 연봄이 생각났다. 나에게 아이돌이란 연봄 밖에 없었으니까. 연봄은 지금쯤 스물아홉. 서른을 달려가고 있겠지. 딱 십 년 전이었다. 나랑 연봄이 처음 만났을 때가.

  엄마가 그렇게 가지 말라던 팬사인회를 어떻게든 해서 가게 된 그날, 나는 누구보다 예쁘게 옷을 입고 팬사인회장에 도착했다. 내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보다 예쁜 언니들이 많아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가 죽어있었다. 사고뭉치 멤버들은 팬의 얼굴이 조금만 예뻐도 태도가 달라졌다. 그렇지만 연봄만은 달랐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태도로 대해주었다.

  나를 처음 본 그때, 내가 연봄의 배우자가 되고싶다는 그런 망상에 빠졌을 그때. 연봄은 정말 예쁜 미소로 내게 인사했다. 마치,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미소였다.

 

  "이름이 뭐예요?"

  "가을... 손가을이요,"

  "가을? 나는 봄인데! 우리 운명인가 봐!"

 

  연봄은 능숙하게 내 손을 잡고 깍지를 껴주었다. 그때 그 따뜻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기에, 그 기억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다. 연봄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의 결혼 발표가 있었을 때 그를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나는 저편에 묻어둔 연봄과의 기억을 다시 하나하나 꺼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추억이니까.

 

  2년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나는 원래의 기억을 되찾았다. 꽁꽁 숨겨둔 기억을 내가 내 손으로 파헤치고 있었다. 연봄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오늘의 출근길도 연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며 앞도 못 보고 걸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와 부딪혀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어..., 가을이..."

 

  내 이름이 나와 놀란 나머지 나는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모자를 푹 눌러쓰긴 했지만 그 얼굴, 그 미소는 틀림없는 연봄이었다. 연봄이 날 기억해 주고 있다는 기쁨보다, 연봄의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세 살 남짓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보고 느낀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 연봄... 아이도 있어? 나는 그 아이와 연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 기억하지. 나는 너 기억하는데."

  "당연히... 당연히 기억하죠. 근데..."

 

  나는 그 남자아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생긴 게 참 곱상하게 생겨 커서 연예인이 될 상이었다. 연봄을 정말 많이 닮았다. 연봄이 아이돌일 때, 어린이날이라고 소속사에서 풀어주었던 연봄이 과거 사진과 진짜 똑같이 생겼다. 역시 유전은 무시할 수 없구나.

 

  "아, 내 아들이야..."

  "귀엽게 생겼다. 오빠랑 똑같이 생겼어요."

  "진짜? 닮았어?"

  "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요즘? 잘 지낸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렇다고 잘 못 지낸다고 하는 것도 좀 거짓말 같네."

  "저랑 비슷하네요."

 

  우린 항상 비슷했어. 이름도, 상황도, 성격도.

  연봄이 슬프게 웃어 보였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우린 언제나 이렇게 아슬아슬한 관계에서 끊겼지. 멀고 먼 관계에서 잠깐 가까웠을 그 경계선에서, 꼭 일이 생겼지.

 

  "가을이는 지금 어때? 요즘 말고, 지금. 잘 지내?"

  "저야 뭐..."

 

  너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나는 너 때문에 몇 년 간 수십 개의 기억을 지우려고 고생했는데. 몇 년 간 울면서 지냈는데.

  차마 못 한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럼, 잘 지내지. 연봄 앞에서 못 사는 척 할 수 없다. 쓴웃음을 지으며 연봄을

 쳐다보았다. 연봄은 내 속을 이해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만 갈게. 애기 등원 도와줘야 하거든."

  "애기는 몇 살이에요?"

  "여섯살."

 

  분명 연봄이 결혼한 지는 4년이 지났다. 연봄의 결혼한 날짜보다 저 애기 나이가 더 많다는 건, 분명 속도위반일 것이다. 그래도 아이를 책임지고 있는 모습이 멋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 아이가 연예계 은퇴의 근원이겠지, 아이의 잘못은 없지만.

 

  "오빠를 닮아서 그런지 너무 귀엽다. 잘 가요, 애기도 잘 가."

 

  나는 내색 없이 아이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연봄은 나를 지나쳐 유치원으로 향했다. 연봄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아쉬워했다. 1분가량 밖에 말을 하지 못하는 팬사인회보다 더 오래 눈을 마주치고 더 오래 얘기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 고등학생 손가을이었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나는 연봄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쳐다보며 다시 내 갈 길을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연봄임에도, 연봄이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해줬음에도.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벚꽃이 휘날렸다. 흩날리는 벚꽃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꽃잎들 사이에서 연봄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분명 나이를 먹었음에도 그 예쁜 미소는 여전했다. 나만 이렇게 됐나, 괜히 내가 달려왔던 길을 돌아보게 되었다.

 연봄에 죽고, 연봄에 살았던 그 나날들을. 나는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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