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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6화> 모든 게 리셋!
작성일 : 16-10-25 15:58     조회 : 351     추천 : 1     분량 :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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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모든 게 리셋!

 

  “여보세요.”

  “유나야!”

  엄마였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성난 목소리.

  “너, 아무 말도 없이 학교를 안 가면 어떡해?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전화기도 꺼놓고! 아니다. 말은 이따 하고. 거기 있어. 내가 갈 테니까.”

  “오지 마.”

  유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뭐?”

  “오지 마!”

  유나는 주먹을 쥐었다. 침묵. 다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먹이는 듯 했다.

  “유나야, 너 이러면 안 돼. 그래 학교가 가기 싫으면 가지 마. 어차피 유학 갈 거니까…….”

  “유한 안 가!”

  “뭐?”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이제 곧 엄마의 레퍼토리가 새어나올 것이다. 유나는 수화기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예상대로 수화기에서는 젖은 엄마의 목소리가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유나야, 별 일 아니야. 오늘부터 새 날이야.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엄마가 너 유학을 가든 한국에서 살든 어디든 함께 할 거야. 대신 한국에서 살고 싶으면 진짜 아무도 모르게 살아야해. 전보다 정말 더 조심해서 그런 일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해야 한단 말이야... 아니다. 엄마가 미안.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죄가 많아서 그래. 유나야 엄마가 널 위해서라면…….”

  유나는 전화기를 끊었다. 그리고 책상에 얼굴을 묻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날 위해서. 엄마는 날 위해서 참 많은 일들을 한다. 택배 아저씨가 현관문을 쿵쿵 두드리기라도 하면 나보다도 더 벌벌 떨면서 현관을 연다. TV에서 혹시 성폭행 뉴스라도 나오면 서둘러 채널을 돌린다. 불안 장애 약도 먹고 수면제도 먹는다. 어쩔 때보면 나보다 더 연약해 보인다. 그래서 유나는 엄마 말을 따를 수도 없고 따르지 않을 수는 더 없었다.

  ‘유학... 정말 가야하나?’

  유학은 안 가더라도 아무도 몰라야 한다는 말.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는가. 아니다. 이미 TV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보란 듯이 해냈다. 유나는 멍하니 원장실에 턱하니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바보상자를 쳐다봤다.

  유나의 꿈은 저 속에서 손은영 기자처럼 되는 것이었다. 법조계나 정치인 하물며 경찰이나 범인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던 손 기자의 당당한 모습.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순간, 유나는 TV로부터 천리 밖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 유학 가지 뭐!'

  유나는 강율과 나눠 낀 우정 반지를 매만졌다. 강율과도 이별이다. 유학생활 또 얼마나 막막 하려나 그것도 엄마와 외국에서 단 둘이! 유나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흘렀다.

  원장실 밖에 있던 할은 유나가 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전화 내용도 다 들었다. 다가가 유나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한참을 멍하게 TV를 보고 있던 유나가 원장실을 나오려 하자 할은 잽싸게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아무것도 못보고 못들은 것처럼. 할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4B연필을 들었다.

  원장실에서 유나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계단을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 휴. 할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흰 도화지에 유나가 남긴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아까는 미안

 

  이번에는 할이 울 차례였다.

 

  마당에 푸른 잎들이 가득하고 물이 졸졸 흐르는 고급 한정식 집, 식탁에 놓인 오색의 요리들을 가운데 두고 오근찬과 양정태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상에는 갖가지 요리들이 가득했지만 오근찬의 마음은 어느 하나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오근찬에게 양정태가 얼마 전 학생에게서 받은 홍삼세트를 내밀었다.

  “우리 나이 땐 체력이 최고지!”

  오근찬은 고맙다며 받은 홍삼세트를 빈 좌석 의자에 두었다. 양정태는 오근찬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요즘 별 일 있는 거 아니지? 안색이 너 전보다 안 좋아 보여!”

  “아니야. 좋지 뭐. 너는?”

  오근찬은 애써 미소를 띠며 양정태의 안부를 물었다.

  양정태를 단 둘이 보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같은 대학 동창이지만 정태가 졸업한 후 유학 가 있는 7년 동안 볼 일이 없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도 각자의 생활이 바쁘다보니 친하게 지낼 수 없었다. 몇 년 전 동창회에서 얼굴을 보고 이 년 전 몇몇 친구들을 집으로 끌고 와 대접한 후로는 전화로 서로의 안부만 묻는 정도였다. 이렇게 아침부터 전화해 점심을 대접하는 걸 보면 분명 법적으로 해결할 일이 있는 것이리라.

  “나야 뭐. 이제 학교에 자리도 잡아가고! 아내랑 딸은 미국에 있으니 한없이 자유롭고 좋지 뭐!”

  양정태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근찬은 정태를 보면 실제 교포는 아니지만 왠지 교포 이세들에게서 나는 독특한 개성을 엿보았다. 다부진 몸에 누구에게나 거칠 것 없이 보이는 당당한 행동, 때에 맞는 적절한 매너 등. 하지만 정작 양정태는 겉모습만 그럴 뿐 한국의 유교식 문화와 유흥문화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남자였다. 지금도 대낮부터 독한 술로 반주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재수씨랑 딸도 잘 있고?”

  양정태의 물음에 오근찬은 부러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정말 괜찮아지기라도 하듯이.

 

  양정태가 ‘살려줘’ 영상 이야기를 꺼낸 건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양정태는 반주에 조금 취한 척 하며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살려줘 영상 봤나? 그거 요즘 이슈라며?”

  술을 아무리 마셔도 쓴맛이 나지 않았는데 양정태의 물음에 오근찬은 독한 술맛을 느꼈다. 오근찬이 물과 함께 입에 있는 걸 그냥 삼키는 사이 양정태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물었다.

  “근데 그 범인 말이야. 혹시라도 잡히면 형량이 어떻게 되나?”

  물을 든 오근찬의 손이 떨렸다. 그는 딸의 얘기가 누군가의 이슈가 되는 걸 결코 바라지 않았다.

  “글세.. 잡히기만 하면.. 사형이라도 떼려야 하겠지만.. 법이…….”

  오근찬의 긴 한숨. 양정태는 마른침을 삼키며 오근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근찬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법이 말이야. 증거를 내세우기가 쉽지가 않아. 초등수사가 미제로 남았다는 건 범인의 DNA검출이 안 됐다는 거고…….”

  “초등수사가 미제라니? 그런 보도도 있었나?”

  양정태의 달려드는 물음에 오근찬은 헛기침을 했다.

  "그래 그랬어. 나야 주위에서 듣는 말이 많지."

  오근찬은 얼버무린 뒤 다음 말을 이었다.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검사 친구가 그러는데 보아하니 목격자가 있었던 모양이야. 근데 뒤늦게 영상만 올린 걸 보면 그 녀석도 파렴치한이 분명하고 영상은 뭐 어두워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고, 무엇보다 이런저런 수모를 견디어야 하는 피해자가 굳이 수면 밖으로 나올 리도 없고!”

  오근찬은 말을 할수록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 오근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양정태의 마음은 조금씩 편해졌다.

  '그럼 그렇지. 행운의 여신도 여자인데 나를 안 따를 수 없지.'

  양정태가 얼굴에 다시 미소를 찾을 찰나 오근찬이 노기 띤 음성으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근데 혹시 또 모르지. 영상이 방송에 노출된 게 다가 아니고 더 있다면 말이야.”

  순간 양정태는 오근찬을 자기도 모르게 노려봤다.

  “그런게 있다던가?”

  오근찬은 피식 웃었다. 정말 그 영상 하나가 하루아침에 이다지도 온 국민의 관심을 끌다니! 이 친구가 그게 바로 유나의 이야기라는 걸 알면 과연 이런 표정으로 날 처다 볼 수 있을까?

  “나야 모르지. 하지만 요즘은 전 국민이 CSI인데 이 상태라면 없는 영상도 찾아내지 않겠나. 또 이렇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언론이야 허기진 국민을 상태로 경쟁하듯 먹잇감을 던져줄 테고, 혹시 아나? 그러다보면 곧 누군가가 잡힐지.”

  양정태의 손에는 땀이 배었다.

  ‘뒤이은 영상. 그래 그게 있을 수도 있는 거였어.’

  양정태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벌써 이 년 전 일이 왜 지금 와서 터져서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 어느새 두 달 전 일도 가물가물해질 나이에 이 년 전 일을 그것도 만취했을 때 일을 기억하는 건 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였다. 양정태는 쥐어짜듯 그때를 돌이켰다. 분명 술김에 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술이 깨고 나서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이렇다할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애인이 보여준 '살려줘' 영상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마지막 장면에 비쳤던 그 옷! 양정태는 그걸 보고서야 살려줘 영상이 그날의 사건 영상이란 걸 알아차렸다.

  ‘간신히 정교수 자리에 올라왔는데…….’

  양정태는 머릿속으로 이제껏 들인 돈과 많은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교수로서의 명예는 어쩌란 말인가! 양정태가 머리를 쥐고 있는 사이 오근찬의 전화기가 울렸다. 얼핏 보니 화면에는 오근찬 부인의 얼굴이 떴다.

  “여보세요.”

  “유나가 없어졌어!”

  서영은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튀어나왔다. 오근찬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학교에도 화실에도 없어. 어떡해!”

  서영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근찬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양정태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양정태는 오근찬이 두고 간 홍삼세트를 바라봤다. 그는 고작 자식 문제로 속을 썩는 오근찬이 한없이 부러웠다. 왜 신은 자신의 인생만 꼬이게 만드는지! 양정태는 앞에 놓인 소주잔을 벌컥 들이키고 술잔을 쾅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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