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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46. 하룻밤 불장난을 침대 위에서?
작성일 : 20-09-26 21:17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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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무슨 일 있어?"

 

 아빠 방에서 그 난리가 났는데도 이제야 잠에서 깬 듯, 졸린 눈을 비비는 하늘찬이 방문을 스르륵 연다.

 

 흐릿한 아이의 눈동자에

 

 어둑한 방 안을 가득 채운 매캐한 연기 사이로, 아빠와 어떤 여자 그리고 침대 위에 냐옹이가 보였는데..

 

 '딱'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삽시간에 하나의 그림자만 남았다.

 

 "집에 타는 냄새 천지야, 아빠."

 

 자신의 방에서 밤을 지새운 이수와 루시가 귀신처럼 사라지자, 어안이 벙벙해진 태오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멍 때리고 서 있다.

 

 "아빠, 침대 위에 불났는데?"

 

 "으, 응, 아차!"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든 태오는 침대 아래 떨어진 이불을 펼쳐 불티를 보이며 사그라지는 베갯잇 위로 덮어 잔불을 끈다.

 

 불이 다 꺼진 듯싶어 이불을 걷어내니 까만 재만 남은 이빨 달린 베개의 시신.

 

 열린 베란다 창 밖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나 싶더니, 한 줌 남은 재를 어디론가 실어가 버린다.

 

 "아빠, 침대에서 불장난한 건 아니지?"

 

 "아, 아니. 다 큰 어른이 그럴리는 없지. (마지막으로 불장난한 지가 언제더라?)"

 

 "그럼 침대가 고장 났어? 바닥에 떨어진 그 톱은 뭐야?"

 

 "아, 이거. 날 밝으면 베란다에 손 볼 데가 있어서 미리 꺼내놓은 거야."

 

 사실, 이수와 밤새도록 침대 위에서 화끈한 불장난을 벌이긴 했다.

 

 그들의 농염한 정사를 못 견뎌 한 나머지 질투심에 휩싸인 베개가 그 난리를 피운 걸까?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꿈속에 숨은 새끼 꿈도 아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즌제 꿈도 아닐 텐데..

 

 이건 분명히 현실이고, 늘찬과 살고 있는 자신의 집인데 어째서 이런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잠이 안 와. 아빠랑 같이 자면 안 돼?"

 

 "그래. 오늘은 네 방에서 같이 자자."

 

 미친개처럼 날뛰는 베개가 자신의 뒤통수를 물어뜯으려 한 이 방에서 다시 잠을 청하기엔 너무나 꺼림칙하고 찝찝하다.

 

 태오는 이수의 온기가 남아있는 베개를 가지고, 아이의 방으로 건너간다.

 

 "근데 나. 아까 시아 엄마 얼핏 본 거 같아."

 

 "자, 잘못 본 거 아닐까? 시아 엄마가 오밤중에 아빠 방에 들어올 리는 없잖아."

 

 "그치, 아빠. 시아 엄마가 밤도둑도 아니고. 처음엔 귀신인 줄 알고 깜짝 놀랐지 뭐야."

 

 "다음에 만나면 물어보자. 우리 집에 밤 중에 몰래 들어온 적 있느냐고."

 

 "그럴까, 아빠?"

 

 자신의 팔을 베고 누운 늘찬의 머리가 고꾸러지고, 이내 얕은 숨을 색색 뱉으며 잠에 빠진다.

 

 (분명히 봤어. 늘찬이 방문을 열자 당황한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튕기는 것을..)

 

 그 후엔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흩어지는 연기처럼 이수와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말 밖에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순간 이동이 자신의 방에서 일어났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요즘 왜 이리 기묘한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걸까?

 

 얼마 전, 이수의 집 발코니를 물바다로 만든 우수관에서 그 냥이를 꺼내 준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 정도면 세상에 저런 일이 TV 프로나 인기 유튜브에 제보해야 되는 거 아닌가?)

 

 유명 PD나 유튜버들이 충분히 흥미를 보일 사건들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그는 한가롭게 미디어에 나올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곤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바보, 이수한테 바로 연락해서 무사한지 확인해야 될 거 아니야. 둔치에 멍충이 같으니."

 

 자책하면서 자신의 정수리를 콩콩 주먹으로 때린다.

 

 감쪽같이 사라진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진 태오는 식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누르는데..

 

 

 ***

 (허걱, 늘찬이다!)

 

 이수는 방문을 열고 선 늘찬의 멍한 시선과 마주치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비록 태오의 악몽에서 그의 방 침대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불같은 정사를 벌였지만,

 

 그런 적나라한 모습을 늘찬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으니까.

 

 (이판사판, 어디든 여기가 아닌 곳으로 날 보내줘! 지옥만 빼고..)

 

 급한 대로 그녀는 꿈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 사인을 보냈는데,

 

 곁에 다가온 루시의 입 안에 광채가 어리더니,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 앞의 시야가 급격히 흐려진다.

 

 <스타워즈>에서 위기에 처한 한 솔로의 '밀레니엄 팔콘'이 워프를 하는 것처럼

 

 주위 풍경이 긴 사선을 그리며 자신의 앞으로 당겨지는가 싶더니

 

 그녀의 방 침대 위에 축 늘어져 미동도 않는 자신의 몸이 보인다.

 

 목걸이에 매달린 핀볼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침대 위에서 유령처럼 헤매는 이수를 쑤욱 빨아들인다.

 

 스마일맨의 입이 반쯤 열리며 그녀를 삼키더니 굳게 닫히고,

 

 핀볼에서 시작된 초록색 빛이 이수의 온몸을 스캔하는 것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더니 사그라진다.

 

 혼이 빠져나간 육신처럼 꼼짝도 않고 미라처럼 굳어있던 그녀의 입가가 달싹이더니 긴 숨을 내뱉고 눈을 번쩍 뜨는데..

 

 바로 위 천장이 소용돌이를 그리며 곤죽이 되어 질척대더니, 루시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거꾸로 떨어진다.

 

 "이크, 냐옹이다냥!"

 

 그녀의 배 위로 나동그라지는 루시.

 

 "으윽. 하필이면 아픈 데를 골라서.."

 

 아직도 옆구리가 욱신거리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쥔님. 지송하다뇽."

 

 후다닥 몸을 일으켜 침대 아래로 내려가는 루시.

 

 기나긴 심야 꿈 여행을 마치고, 요란스레 귀환한 탓에 출렁대는 매트리스 한쪽에 곤히 잠든 시아가 뒤척거린다.

 

 "쉿! 잠깐 나가자. 잠도 안 올 거 같아."

 

 아이가 깰라, 그녀는 인중에 손가락을 세워 루시에게 조용하라 경고하고는 까치발을 들고 거실로 나간다.

 

 "쥔님, 다치신 데는 없다냥?"

 

 목이 마른 지 냉수 한 잔을 벌컥 들이켜는 이수의 곁으로 다가온 루시가 꼬리를 살랑거린다.

 

 "너도 목 좀 축일래?"

 

 양은 대접에 물을 가득 따라 바닥에 놓아주니 쉬지 않고 혀를 내밀어 할짝거린다.

 

 "넌 어디 다친 데 없니, 루시?"

 

 그릇에 코를 박고 떨어질 줄 모르는 냥이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준다.

 

 무시무시한 뻐드렁니가 돋은 베개 괴물을 상대하느라 루시의 몸은 이곳저곳이 생채기 투성이다.

 

 구급약 상자를 가져와 항생 연고를 꺼내 긁히고 베인 상처에 고루 발라준다.

 

 "깊은 상처는 보이지 않아 다행이구나."

 

 "갸르르랑!"

 

 루시는 기분이 좋은 듯 허연 배를 드러내며, 솜뭉치 발바닥을 위로 향한 채 거실 매트 위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네 덕분에 이사님 꿈을 헤매기도 하고, 무한 추락하는 와중에 무사히 탈출도 하고..

 

 신세 져서 고맙다고 해야 되는 건지 통 모르겠다."

 

 모로 누워 동그란 머리를 가누고는 그녀를 올려다보는 미묘하게 다른 빛깔의 두 눈동자.

 

 "이런 꿈 여행을 종종 할 수 있는 거니?"

 

 "쥔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냥!"

 

 "내가 원하면, 어떤 이의 꿈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오늘처럼?"

 

 루시는 대답 대신 속눈썹이 길게 휘어진 눈꺼풀을 깜박이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녀는 이사님의 꿈나라에 다시 한번 들어가고픈 호기심이 생겼다.

 

 아빠의 손을 잡고 난생처음 극장을 찾은 아이가 스크린을 활보하는 살아 있는 장난감,

 

 우디와 버즈의 모험에 눈이 동그래져서는 평생 영화와 친구가 되리라 맹세하는 것처럼..

 

 "다음엔 악몽 말고 핑크빛 야한 꿈이면 좋겠다만.."

 

 "그건 꿈의 주인이 정하는 거라냥. 우린 게스트일 뿐이닝."

 

 설령 꿈의 주인이라도 마음대로 연출할 수는 없겠지.

 

 그의 마음속에 가라앉은 달달하고 쌉싸름한 온갖 기억과 경험의 앙금들이 뒤엉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꿈일 테니까.

 

 그나저나 이수와 태오의 단잠을 깨운 금니가 박힌 베개 괴물은 뭘까?

 

 "그 베개의 목소리와 금니는 이전 꿈에서 만난 사신과 닮았어. 대체 정체가 뭐지?"

 

 자세를 고쳐 바로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앞발을 핥는 야옹이.

 

 "사신이 직접 현생의 베개에 빙의한 듯 싶다냥. 키르릉."

 

 "지, 직접 빙의한 거라고?"

 

 "몇백 년을 산 나도, 그리 날뛰는 베갯니는 처음 봤다농. 크릉크릉!"

 

 "네가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깜놀인데."

 

 "저 세상과 이승을 오가며 산 세월만 억겁이라능."

 

 기다랗게 포물선을 그린 자신의 수염을 발톱을 세워 가지런히 정리한다.

 

 정녕 요물이 아닌 영물이렷다.

 

 신묘한 천상의 짐승이 제 발로 자신의 집 우수관으로 떨어져 찾아왔으니 보통 인연이 아닐 듯싶다.

 

 "깜놀할 거리가 더 있다냥~!"

 

 "나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거들랑."

 

 더 이상 심장이 놀라 갈비뼈를 뚫고 나올 만한 써프라이즈한 사건은 없었으면 하는데..

 

 "하악, 켁, 커억, 크으억."

 

 루시는 입을 쩍 벌리더니, 허리를 굽히곤 목구멍 깊이 잠긴 탁한 가래를 뱉는 것처럼 무언가를 게워 올린다.

 

 헛구역질을 하는 냥이의 입 안에서 미끄러지듯 흘러나와 매트 위에 떨어지는 끈적이는 물체.

 

 "이, 이건 뭐야? 슬라임도 아니고."

 

 희뿌연 점액질 피막에 싸여 있길래 싱크대 수전으로 가져가 씻어본다.

 

 "꺄아! 완전 득템인데."

 

 이수는 그야말로 깜놀한 나머지 새된 비명을 지른다.

 

 어스레한 어둠을 뚫고 동그랗게 빛나는 그건 놀랍게도..

 

 방긋 웃는 스마일맨이 양각으로 새겨진 '금화'였으니까.

 

 "너 이거 어디서 났어? 혹시 네 뱃속에 금화가 가득한 거야?"

 

 골드 코인을 한 손에 들고, 흑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루시에게 다가간다.

 

 키친 수납장 아래 번득이는 식칼이 서넛 꼽힌 나무 받침대가 보이고..

 

 "하, 항상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냥. 갸르릉."

 

 "그럼 이건, 어디서 삼킨 거야?"

 

 요즘 이수네 집 기둥뿌리가 흔들흔들한가 보다. 금화 한 닢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걸 보니.

 

 살벌한 눈빛으로 루시에게 바짝 다가가 한 손으로 목덜미를 움켜쥐고 흔든다.

 

 "똑바로 말해. 거짓으로 둘러댈 생각 일도 하지 마."

 

 "컥컥, 알았다냥. 숨은 쉬게 해 줭!"

 

 중국 어딘가, 운하의 물고기를 삼킨 가마우지의 목을 움켜쥐어 도로 뱉어내게 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 꼴을 여기서 볼 줄이야.

 

 이수는 루시의 목 구녕 깊이 손가락을 넣어 혓뿌리를 누르고 휘저어 본다.

 

 "오, 오바이트 쏠린다냥. 웨엑!"

 

 "더 이상 없나 보군. 차근차근 말해봐. 이게 어디서 났는지?"

 

 실망한 눈초리로 루시를 노려보곤 손아귀의 힘을 풀어놔 준다.

 

 "꿈에서 만나는 몬스터, 그러니까 '드리몬(Dreamon)'을 잡으면 깜짝 선물로 골드를 받을 수 있다냥."

 

 "드리몬? 몬스터라면 아까 그 광견병 걸린 베갯놈을 말하는 거야?"

 

 "그렇다뇽."

 

 "그럼 나중에 더 센 놈을 잡으면 이따만한 금괴도 받을 수 있는 건가?"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된 듯 정이수의 눈빛이 적도 아래 남십자성처럼 유난히 반짝인다.

 

 "예전에 인연이 닿은 쥔장 한 놈은 10 키로 골드바도 챙긴 적 있다냥. 캬라랑!"

 

 "좋았어. 대책 없는 청상과부 가시밭길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보이는구나."

 

 "꾸엑~"

 

 그녀는 가랑이 사이에 꼬리를 숨기고, 기가 죽은 루시를 품에 꼬옥 껴안고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한쪽 뺨에 대고 부비부비 한다.

 

 "넌 오늘부터 나랑 동거 동락하는 거다. 평생토록!"

 

 "펴, 평생 말이냥? 꾸르륵."

 

 

 [RRRrr~]

 

 그때, 식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부르르 떨며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이수는 루시를 바닥에 내려놓고 잽싸게 전화를 받는다.

 

 "네, 이사님."

 

 "흠흠, 대체 어디 간 거야? 그렇게 사라져서는.."

 

 "집에 들어왔어요.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설명하기 힘들 거 같아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전 괜찮아요. 이사님은요?"

 

 욕실 거울에 자신의 뒷덜미를 비춰보는 태오의 미간이 좁혀진다.

 

 "잠든 중에.. 빌어먹을 그놈에게 살짝 물렸는지 뒷목에 이빨 자욱이 남았지 뭐야."

 

 "헉, 피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좀비로 변하든가.)"

 

 "그 정도는 아닌데, 워낙에 미쳐 날뛰던 놈이라.."

 

 "아침에 시간 되면 병원 다녀와요."

 

 "당신도 같이 갈래? 무슨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니."

 

 "괜찮을 거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 내일 아이들 학교 보내고, 가까운 요람 병원 가면 되겠네요."

 

 "그래, 당신도 똑같은 상태일 거 같은데.. 솔직히 지금 난..

 

 몸이 힘들고 아프다기보다는, 내 머릿속 회로가 복잡하게 엉켰다고나 할까.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끔찍한 괴물로 변해서는 진짜 나를 덮칠 것만 같아. 간밤의 그 꿈처럼."

 

 투명한 거울을 마주 보고 힘들어하는 태오가 염려되어 잠시 말을 끊는 이수.

 

 "이사님, 이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많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운 좋게 (아니면 재수 없게)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그런 미지의 영토에 한 발을 들여놓은 것뿐이에요."

 

 "어릴 적에 <엑스파일>이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즐겨 보긴 했는데.. 실제로 눈 앞에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

 

 "간밤에 그건 꿈이었어요. 이사님. 한마디로 '개꿈'이라구요."

 

 "꿈이라기엔 실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

 

 "그럼요. 운이 나쁘면 말끔히 지워지진 않겠지만, 점점 닳고 닳아서 제 목걸이에 달린 구슬처럼 작아질 수는 있겠죠."

 

 "당신이 옆에 있어 힘이 되는 거 같아.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편해지는군."

 

 "저도요. 아까 그놈을 톱으로 썰어버린 용감무쌍한 모습. 전 영원히 기억할 거예요."

 

 "를 보는 거 같았어.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전화기 너머로 피식 웃는 소리가 전해진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불을 쏘는 러블 고양이는 잘 돌아간 거야?"

 

 "네, 루시는 제 옆에 잘 붙어 있어요."

 

 루시는 졸음이 밀려오는 듯, 보풀이 일어난 회색 매트에 누워 하품을 한다.

 

 "우리 쪽 피해는 없는 거로군. 다행이야."

 

 "네."

 

 "근데 아까 미치광이 베개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당신과는 구면인 듯 하던데."

 

 태오는 궁금증이 덜 풀린 듯하다. 이것도 역시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꿈에서 마주친 (그리고 지옥에서 내려온) 스토커라는 거 밖에는.."

 

 "당신과 루시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은 그 자 덕분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그런거 같아요."

 

 "세상에는 우리가 명확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거군. 결론은?"

 

 "넹."

 

 폰을 쥐지 않은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 태오. 거울 속 자신도 똑같이 따라 한다. 당연한 건가.

 

 오늘은 왠지 다르게 행동할 것만 같다. 눈을 흘기고 혀를 내밀어 메롱을 한다든지.

 

 아니면 뻐드렁니 아래 박힌 금니를 번득이며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다든지..

 

 태오는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어 오목한 손바닥에 물을 받아 거울을 씻어낸다.

 

 일그러졌다가 점점 맑아지는 그의 말끔한 얼굴.

 

 "정이수,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지. 난 늘찬 옆에서 한숨 자야할 거 같아."

 

 "네, 이사님도 잘 자요. 마음 편하게 가지구요."

 

 "그래, 우리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받아들이고, 살아남고, 덤덤하게 넘겨야죠. 어쩔 수 있나요."

 

 "혹시 내 꿈에 당신이 다시 나타난다면, 간밤의 악몽보다는.. 가능하면 로맨틱한 무대로 당신을 초대할게."

 

 "핑크색 초콜릿 가루를 솔솔 뿌린, 달달한 캐러멜 푸딩 같은 꿈.. 기대할게요."

 

 "머릿속 한켠에 새겨 놓도록 하지."

 

 [쪽!]

 

 이수는 폰 스피커에 대고 키스를 날린다.

 

 부끄러운 듯 잠시 망설였는지, 허공을 울리는 메아리처럼 아득하게..

 

 스타카토처럼 또렷하게 돌아오는 태오의 입키스 답장.

 

 "잘 자요, 내 사랑."

 

 "네, 이사님."

 

 그녀는 여운이 남은 듯 무릎을 꿇은 채 움켜쥔 폰을 가슴에 안고, 새근새근 잠든 루시를 쓰다듬는다.

 

 옆에 떨어져 반짝이는 금화 한 냥은 더 이상 안중에 두지도 않고,

 

 희미하게 밝아오는 창밖을 애타게 바라만 보고 있다.

 

 

 

 

 - 46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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