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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XVI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작성일 : 20-09-26 19:3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7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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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VI

  스스로도 놀랄 만큼 내 정신은 생존에 대한 집착에 강경하게 사로잡혀 있었다. 이미 조각날 대로 무너져 몰락해버린 혐오스러운 인생 따위 버려도 그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광기에 찬 위협에 휩싸여 몸부림치며 고통받을 바에는 차라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편안한 마지막을 택할 만도 할 테지만, 나는 여전히 죽을 만큼 발악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3층 서고에서 모든 직원이 깊은 한숨을 쉬며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태연함을 가장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향한다. 중간에 협회 직원을 만나면 어떤 식으로 둘러대며 상황을 모면할지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사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만큼 심장이 날뛰기 시작해 버려서 필사적으로 두려움에 풍화된 속내를 잠재우려 노력했다. 다행스럽게도 협회의 직원들은 단지 벌레 놈들의 총애를 받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서로를 향해서는 무관심하게 적대하는 분위기라 로비를 가로지르며 몇몇 직원들과 마주쳤음에도 아무런 관심조차 사지 않고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허나 아무리 서로를 무시하는 놈들이라고 해도 멀쩡한 직원 하나가 사라진 사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 여유를 만끽할 이유도, 의지도 남아 있지 않다. 입구를 나서며 얼굴을 향해 쏟아지는 햇빛으로 내 몸에 무겁게 들러붙어 있던 고약한 죽음의 광기를 훌훌 씻어낸다.

  아무리 내 목숨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치킨으로 튀겨져 죽을 것이 뻔한 지옥 속으로 처 밀어버린 이 옷의 주인에게 이제는 듣지도 못할 위선적인 묵념을 보낸다. 동시에 아무런 죄악감 없이 나를 치킨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했던 직원 놈에게 증오를 느끼고, 어차피 나를 죽이려고 했던 놈의 돈 좀 가지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합리화하며 주머니 속의 지갑을 아무런 죄악감 없이 꺼내든다. 자기만족뿐인 용서를 멋대로 구하면서 나의 양심이 미처 사라지지 않았음에 안심하고, 필요할 때는 인간성이나 도덕 정도는 거리낌 없이 무시하며 망설이지 않고 죄를 범하는 내 모습은 두말할 것 없는 평범한 인간, 식재료로 스러질 운명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전전긍긍했지만 차마 택시를 타기에는 필사적으로 잊어버린 광기가 떠오를까 봐 너무나 무섭다. 익숙하게 눈에 들어오는 사장의 으리으리한 자동차. 반쯤 문이 열려있고 차 열쇠도 정갈히 꽂혀 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 일부러 열어놓은 것처럼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외제차. 홀린 듯이 차에 몸을 싣고 익숙하지 않은 페달을 밟아 부드럽게 앞으로 튀어나가는 차를 서둘러 밀어내며 협회 건물에서 도망쳐 나왔다. 내비게이션에 북한산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회색빛으로 텅 빈 아스팔트 도로 위를 말없이 달린다. 멍하니 핸들을 붙잡고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심적으로 절박하게 몰려있다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려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한다. 공연히 큰 소리로 라디오를 틀어 시끄러운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나무의 종류가 무엇인지 한참이나 고민하는 내 모습이 심히 애처롭다. 무언가 놓친 정보는 없을까, 살아남기 위한 다른 방도가 없나 잠시라도 고민하는 순간 괴악쩍인 가오리 괴물들을 찾으러 북한산으로 향하려는 굳은 결심이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망설임과 고뇌는 강직하고 여유로운 존재나 품을 수 있는 오만, 나약하게 피폐해진 내 정신머리 따위에 고민과 후회는 쉬이 허락되지 않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무심하게 나를 지나쳐 흘러가 버릴 수 있는 주위 풍경이 절절히 부럽다. 스스로가 나 자신을 버리고 지나쳐 사라지고 싶을 만큼,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오며 이성을 옥죄는 무시무시한 광기가 너무나 악독하다.

 

  최대한 빠르게 당도하고 싶은지, 영원히 도착하고 싶지 않은지 내 마음속 의중을 결론 내리지 못했으나, 아무런 고심도 없는 북한산은 차분하고 성실하게 나에게 다가오고 말았다. 눈앞에 보이는 북한산 국립공원이 피워내는 흉맹한 공기는 이전에 왔을 때 나를 반기던 평안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명백히 다른 느낌의 어둠이었다. 좀 더 끈적하고 은밀하게 질척거리는 피 냄새와 비슷한 질감으로 기분 나쁘게 내 몸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 불길한 예감. 형사가 일러주었던 슈퍼가 싯누런 폴리스라인으로 겹겹이 봉쇄된 모양새가 혐오스러운 비밀을 은폐하고 있는듯하여 꺼림칙한 불쾌감이 음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혹시 슈퍼 노인의 시체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싶어 슈퍼 입구로 다가갔으나, 기묘하게 이질적인 부패한 악취가 코를 때리는 턱에 정신만 혼미해질 뿐이었다. 신선하게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냄새를 가까이서 맡아본 바로는, 이 장소에서 죽었다는 생명체의 정체가 점점 더 의심스러워질 뿐이었다.

  별안간 사장의 차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전화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던 통에 전화가 끊기고, 자동으로 음성 메시지가 재생되었다. 사장의 목소리였다. ‘자네, 살아있나 보군! 참말로 다행이야. 앞뒤 사정은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고, 자네 지금 북한산으로 가 있더군. 자네의 선택이 그러하다면 나도 존중해 주겠네. 허나 내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충고를 하나 해 주자면, 그 무엇도 쉬이 믿지 않는 게 좋아. 차 조수석 서랍에 그때 택시기사를 통해 전달했던 묵주가 들어있으이. 만일 자네가 마주친 놈들이 자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면, 즉시 묵주를 팔에 차게. 단 한 번은 자네를 지켜줄 터이니. 행운을 비네, 꼭 다시 만나 안부를 나누기를.’ 사장의 말마따나 가오리 괴물들의 진의를 확신할 수는 없으니 보험 삼아 조수석 자리에서 묵주를 찾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매끈매끈 꿈틀거리는 듯한 묵주 알의 감촉이 섬찟했으나 동시에 기묘한 안정감을 불러와 준 것도 사실이다.

 

  황망히 북한산을 향해 오기는 했으나, 정확히 무슨 짓거리를 해야 벌레 놈들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무작정 산길을 따라 걸으며 그저 정신체 놈들이 내 머리 틈에 깃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몸뚱이가 예전부터 피폐하게 뒤룩뒤룩 살찐 상태보다 확연히 더 악화되어 있었기에 가벼운 오르막을 걷고 있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을 만큼 숨이 가빠오고 땀이 양말 끝까지 젖을 만큼 흘러내렸다. 이러다 공연히 등산로에서 탈수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신으로 바뀌기 직전, 이전에 겪어 보았던 생경한 감각이 몸을 차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오르막을 걷고 있지만 가파른 내리막을 미끄러져 빨려 들어가는 듯 가볍게 산꼭대기로 끌려 올라가는 두 발. 시야 끝에서부터 주위 풍광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며 방위를 분간할 수 없게 공간이 뒤틀리고, 기괴한 식생이 거짓된 시야를 마저 채워가 혼란과 광기를 듬뿍 내 눈깔에 파묻는다. 확연히 생생하게 왜곡된 주위 환경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로 내 이성을 몽환 속으로 던져넣는다. 익숙하게 뒤틀린 산책로에 낯익은 돌탑들이 속속들이 솟아오른다. 주머니 속의 묵주가 튀어나올 듯 꼼지락대는 것 같지만 아직은 사장의 호의에 의지할 때는 아니리라.

  완연히 연보랏빛과 주황빛으로 하늘이 물들고, 기다란 산책로 끝에 커다란 돌로 된 문, 고서에서 확인한 영혼의 관문이 또다시 눈앞에 당도했다. 허나 이번에는 문을 통해 기괴한 복식의 사람들이 꾸물꾸물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퇴폐적으로 몸을 대충 가리고만 있을 천 쪼가리를 대신해 악마적인 형상의 핏빛 문신이 사람들의 피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신체 곳곳을 뚫고 황홀하게 빛나는 황금빛 장신구가 박혀 있었으나, 아름답게 빛나는 광채와 현란한 구조에 눈을 뺏기면 몽롱하게 정신이 침식되는 것 같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고약하게 퇴행한 원시적인 몸놀림으로 내게 다가온 사람들은 짐승의 뼈와 꽃잎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내 목에 둘러주었다. 딴에는 환영의 의미였을지 모르겠지만, 놈들이 곧 반쯤 정신이 나간듯한 기묘하게 흐물거리는 입가로 내 볼에 입을 맞추려는 통에 진저리를 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익숙한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병으로 돌아가신 줄로 기억하고 있었던, 근래에는 북한산에서 실종되었다고 들었던 내 부모님. 부모님 역시 치렁치렁하게 귓불이나 볼 등을 뚫고 금으로 된 치장품을 괴악하게 장식하고 있었으며, 마지막 기억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기이할 정도로 온몸이 빼빼 말라붙어 완연히 다른 사람의 행색이었다. 다시 마주친 눈빛은 젊은 날의 애정과 실종되기 직전의 퀭한 망자의 눈빛, 치킨을 집어삼킬 때의 굶주린 광기 중 어느 것도 섞이지 않은 격렬한 광신으로 점철된 불타오르는듯한 반가움을 형형히 쏘아내고 있었다. 다분히 풍만하게 감정적으로 굶주린 반가움이 오랜만에 본 아들을 향한 그리움 때문이리라, 절대 다른 악독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느라 상당히 애를 먹을 만큼, 나를 처음 맞이하는 원시인들의 반응은 생소한 외지인임을 만난 것 임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격양된 환호와 불경한 광신투성이였다.

  관문을 향해 나를 이끌며, 부모님이 처음 들어보는 괴상망측하게 흥겨운 말투로 구구절절 북한산의 가오리 괴물에 대한 설명을 나에게 늘어놓았다.

  ‘영험하신 그분들을 찬미하라! 아들아, 그분들은 치킨의 괴악한 흉계로부터 우리 내외를 구원해 주셨단! 치킨 놈들의 괴악한 살점과 기름은 실로 무한하게 아름다운 인간의 정신까지는 잠식하지 못한게지. 육신의 구석에 구속되어 더럽게 썩어갈 뿐인 내 하찮은 영혼을 그들이 인도하셨다. 꿈속의 세상은 그 어떠한 고통도, 차별도, 번민도 존재하지 않았어. 언제나 그분들 곁에서 평안히 잠들 수 있었을 뿐.’ 말로는 구원받았다 떠들어대고 있지만, 내 부모의 눈깔을 메우고 있는 광기는 치킨을 처먹고 있을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단지 육신의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눈빛이냐, 정신적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발악하는 눈깔이냐 그 차이일 뿐, 벌레와 가오리 사이에서 영혼이 말라비틀어져 무너져내리고 있는 상태라는 건 다를 바 없다. 단지 아직까지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살아는 있기에, 최소한 치킨을 처먹다 튀겨지는 결말보다는 썩 괜찮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속에서 차올라오는 역겨움을 씹어 삼키며 잠자코 부모님의 광설을 마저 듣기로 마음먹었다. ‘치킨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를, 주위의 동지들이 구해주셨단다. 문드러진 육신을 이끌고 북한산에 찾아 올라와 정신을 수양하고 속세의 구속을 내던지다 보면, 너무나 황홀한 꿈속의 세상에서 그분들의 존안을 뵐 수 있었단다. 아아, 몸을 정화하고 사악한 짐승의 살점이 빨려 나가는 감각이란! 아가, 어서 너도 이곳에서 우리와 하나가 되자꾸나. 산 아래에서 짓밟힌 기억 따위는 버리고, 그분들의 은총을 마음속 깊이 채우는 기적을 맞이하는 게 인간에게 허락된 최후의 소명이란다.’ 기괴하게 광적인 포교를 끝마칠 무렵, 사람들의 원시적으로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은 어느새 거대한 관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영혼이 육체를 떠나가서 가오리로 변하나 기대도 했건만 의외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주위 원시인들이 엎어져 땅에 고개를 처박고 꼼작하지 않고 기도하는 당황스러운 광경을 뻘쭘하게 지켜보게 되었을 뿐. 잠시 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선홍색 안개가 피어오르는 생경한 현상이 시작되고, 곧이어 주변 하늘이 꿈속에서 봤던 몽환적인 색깔로 바뀌어갔다. 하늘 너머에서 달빛을 가릴만한 크기의 거대한 가오리가 넘실대며 날아왔고, 기도하듯 엎드린 사람들이 머리맡이 향하고 있는 공터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아무런 중력의 영향도 지장을 주지 못하는 하늘하늘한 움직임에서 경이로운 신비로움과 경멸적인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윽고 눈앞의 괴물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자마자,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이성이 빠르게 증발한다. 놈이 내게 건네는 언어가 애초에 머릿속에서 오래전에 기억하고 있던 사실처럼 순식간에 내 영혼에 새겨진다. 괴물의 의사인지 나의 생각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러이 뒤섞이는 기억과 정신.

  속세에서 힘들었느냐 아이야. 아마도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짐승에게 사육되어 썩어가는 육신으로 상처받았구나. 치킨으로 튀겨지기 직전에는 너무나 외롭고 무서웠다. 나는 몰락한 내 삶에 너무나도 지쳤다. 속세의 틈바구니에 치여서 앞으로 아무런 일도 해낼 자신이 없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폭력과 광기, 경멸 어린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다. 그래, 차라리, 우리와 하나가 되자꾸나. 나는 네가, 필요하단다 아이야.

 

  믿음이나 생각을 먹고 산다고? 꿈속에서 살기에 인간의 지성에 공생하며 살 수 있다고? 얼마나 허황된 믿음이었나. 지옥에서 탈출해 도착한 장소에 나를 지켜주는 안락한 낙원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편리한 망상이었는지! 사람들 앞에 내려선 놈의 대가리 꼭짓점에 매달린 촉수가 길게 늘어났다. 찬찬히 사람들의 몸통으로 꽂히는 꾸물거리는 괴악한 촉수. 날카롭게 돋아난 촉수의 첨단이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고 사람의 뱃속을 향해 깊숙이 파묻힌다. 움찔 떨리는 사람들의 육신, 주와압 하는 기이한 소리를 내뿜으며 꿀렁거리는 촉수는 사람들의 몸속에서 따뜻하게 흐르던 대량의 혈액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 부모님이 치킨이 내려준 비만에서 탈출해 삐쩍 말랐는지, 사람들의 광기 어린 행동이 퇴행한 원시인과 똑 닮았는지, 내 목에 감싸던 목걸이를 이루던 익숙한 뼈다귀의 출처, 왜 사람들이 이토록 새로운 외지인의 충원을 반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히 내가 필요하겠지, 나와 하나가 되고 싶겠지. 이놈들은 그저 자신들의 배를 불릴 새로운 혈액의 공급처가 필요했을 뿐이다. 인간을 지키고 치킨의 마수에서 사람들을 구해내자는 숭고한 목적 따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도 허망하고 간단하게, 인간의 형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가 산산이 무너진다. 괴악한 치킨과 벌레의 손아귀에서 탈출했나 싶더니 눈앞에 피를 탐하는 거대한 괴수가 기다리고 있었을 뿐. 애초에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안식처는 없었다. 희망의 탈을 쓰고 끝모르는 광기와 절망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금단의 비밀에 손을 댄 자의 최후가 그리 행복할 리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마지막에 와서야 눈치챘다.

  괴물의 촉수가 내 몸을 뒤덮어 정신을 잃기 직전, 사장이 선물로 준 묵주를 황급히 팔에 찬다. 가까스로 몽환이 뒤덮어버린 이성이 제자리를 찾아오고, 피에 굶주린 거대한 촉수의 서슬에서 빠져나왔다. 미친 듯이 산 아래로 달리다 멈칫, 제자리에 멈춰 선다. 산 아래에는 나를 쫓는 벌레의 굶주림, 산 위로는 피를 갈구하는 꿈속의 광기. 어디를 향해도 나에게 주어진 미래는 지옥, 비참하게 죽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최소한 벌레한테 잡아 먹혀 죽을지 가오리 괴물한테 피가 빨려 말라붙어 죽을지 선택을 할 수 있겠다.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나.

 
작가의 말
 

 주인공은 햄보칼 수 없어 222

 금기를 찾은 자의 최후는 죽음과 광기 뿐.

 애초에 주인공을 살려둘 생각은 없없습니다만 하하하...

 내일이면 완결 날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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