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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벼락맞고 인생역전
작가 : 각얼음
작품등록일 : 2020.9.26

벼락과 함께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일용직에나 전전하던 민준은 사고로 벼락을 맞고 후유증으로 특별한 힘이 생긴다.
그 이후로 말도 안되는 일의 연속에 휘말리는데.

 
001
작성일 : 20-09-26 13:30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6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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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귀가할 시간은 이미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밤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입으로는 연신 마감 직전에 주문을 받은 사장과 굳이 이 작은 가게에 주문을

 넣은 손님을 싸잡아 욕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서러운 건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서도

 한마디도 할 수 없는 내 신세였다.

 

 생각할수록 분이 쌓여서 스쿠터 위에서 몸을 파닥거렸다.

 

 "이 더러운 가게, 적당한 일자리 생기면 내가 바로 그만두고 만다!"

 

 나는 속에 쌓인 울분을 토해내듯 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액셀을 당겼다.

 낡은 스쿠터가 힘겹게 배기음을 토했다.

 

 * * *

 

 영수증에 찍힌 주소에 도착한 나는 총총걸음으로 봉투를 챙겨 건물 안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대로 손님을 찾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혹시 남겨놓은 말이 있나 싶어 영수증을 다시 살폈다.

 

 하지만 추가 요청사항엔 안으로 가져다 달라는 말밖엔 적혀있지 않았다.

 하긴 그런 세세한 걸 신경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애당초 마감 직전에 주문을 넣진 않았겠지.

 

 무책임하게 덜컹 찾아와 라고 말하는 듯한 내용이 오히려 그럴듯했지만,

 막상 그 역할을 부여받은 나는 죽을 맛이었다.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내 황금 같은 퇴근은 더더욱 늦춰지고 있었다.

 

 나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손님을 찾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럴듯한

 인물을 찾았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자유분방한 사람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었다.

 무리를 지은 인원들과 열띤 토론을 나누는 그들은 어떤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잡념을 털어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부지런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과는 달리 별다른 단서가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호통소리가 들렸다.

 

 "배달!"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 덕에 갈피를 잡은 내가 그쪽으로 향하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면서 마치 날 구경거리처럼 힐끗 쳐다보곤 했는데,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어쨌든 막막하던 상황보다는 낫다고 위안 삼으며 손님의 앞에 섰다.

 

 "주문한 지 얼마나 됐는데 이제 오는 거야?"

 

 잠깐 숨 고를 틈도 없이 항의하는 손님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오기는 일찍 왔는데, 손님을 찾는데 좀 지체됐습니다. 만 천원이에요."

 

 손님은 지갑 안에서 카드를 꺼내 건네는 그 과정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

 

 당장 마음 같아선 '그럼 이 시간에 시켜먹질 말던가.'하고 면전에 내뱉고 싶었지만

 이번 달에 생활비를 떠올리며 꾹 참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자본주의식 진심을 담아 사과한 뒤 단말기에 카드를 꽂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돌연 주변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호기심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로비 중앙쯤에 있는 단상에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손을 흔들며 올라가고 있었다.

 

 남자의 인사에 화답하듯 돌연 주변에서 손뼉을 쳤다.

 사람들의 반응에 저 사람이 누구길래 하고 궁금증이 생겼다.

 

 "아직도 멀었어?"

 

 그때 불쾌한 억양으로 보채는 손님의 물음에 잠시 잊고 있던 일이 떠올랐다.

 

 급하게 승인이 된 것부터 확인하고 카드를 돌려주자 손님은 빼앗듯이 받아들곤

 나를 한껏 째려보더니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눈앞에서 손님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한 후에야, 긴장이 풀고 단상을 돌아봤다.

 마침 전까지 잡다한 소리로 관객들과 소통하던 남자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모양이었다.

 

 "자, 그럼 여러분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우리 회사의 획기적인 발명품, 차세대 입자 가속기를 소개합니다."

 

 남자가 요란하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동시에 뒤편에 커튼이 내려갔다.

 그 뒤로 원형 기계가 드러났다.

 

 주변에 감화되어 같이 손뼉을 치긴 했지만 나는 환호하며 치켜세우는 사람들의 반응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외형은 꼭 쳇바퀴처럼 생겨서 사람이 안에 들어가 굴려도 될 것 같았다.

 마침 바깥에서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안에서 쳇바퀴를 굴리면

 꽤 우스꽝스러운 연출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럼 여러분과 함께 역사에 길이 남을 첫 기동을 선 보이기 전에 다 함께 카운트해볼까요?!"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 남자가 먼저 숫자를 외치자 뒤이어 다른 이들이 따라 불렀다.

 그렇게 대망의 마지막 숫자를 외치자 기계 안에 쳇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동한 지 얼마 안 돼 육안으로는 그 회전을 다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빨라졌다.

 하지만 남자가 요란 법석을 떤 것에 비해 그 이상 극적인 연출은 없었다.

 

 내심 뭔가 기대하고 있던 나는 실망했다.

 시간만 버렸다는 생각에 혀를 차며 돌아서자, 갑작스럽게 울리는 천둥소리에 움찔했다.

 

 평소 천둥소리를 무서워진 않았지만, 이번 건 꽤나 오금이 지릴 정도로 살벌했다.

 

 "거, 소리 한번 살벌하네."

 

 괜히 한순간 졸았던 게 민망해서 괜히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창밖을 확인했다.

 

 바깥은 이미 눈치채기 전부터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는지,

 하얗게 습기가 찬 창틀에 빗물이 타고 흘렀다.

 

 이 날씨에 스쿠터를 몰고 돌아가면 흠뻑 젖은 생쥐 꼴을 면치는 못할 듯 보였다.

 

 짐칸에 우비를 미리 챙겨놨기를 기도하며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에 부딪혔다.

 

 딴 생각에 빠져 앞을 제대로 안 보고 걸던 나는 상대를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사과를 했다.

 

 그러다 무심코 부딪친 상대를 확인한 나는 숨을 멈췄다.

 

 나와 부딪친 여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런 것조차 어울릴 정도로 눈이 번쩍이는 미인이었다.

 

 잠시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여자는 금세 눈을 피했다.

 뒤늦게 사과하려고 했을 땐 이미 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찝찝하긴 했지만, 상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으니 괜찮겠지 싶어

 돌아설 때 이제껏 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천둥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건물 안에 전등이 전부 꺼졌다.

 

 사방이 깜깜해지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여기에 번개 떨어진 거야?"

 "누가 손전등 좀 켜봐."

 

 누군가 스마트폰을 꺼내 주변을 밝히자 너도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도 주머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주변을 확인했다.

 

 정전에 놀랐던 사람들은 금방 긴장을 풀고 벼락이 가까이에서 떨어진 건 처음이라며

 신기하다는 정도로 넘어가고 있었다.

 

 확실히 벼락이 가까이 떨어지는 건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기에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정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밖에선 천둥소리가 계속 울렸다.

 

 "천둥 소리 조금 오싹하지 않아?"

 "그 나이 먹고도 아직 천둥이 무서워?"

 

 불안한듯 중얼거리는 여자의 물음에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가 키득거리며 대꾸했다.

 그 반응에 발끈한 여자가 살짝 높은 목소리를 냈다.

 

 "그게 아니고! 유독 천둥소리가 크잖아."

 "그냥 솔직하게 천둥이 무섭다고 그래."

 

 이 와중에도 연애질이냐.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구나 싶어 살짝 질렸다.

 

 정전이 끝날 때까진 이 지긋지긋한 천둥소리와 꽁냥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다.

 

 그때까지도 무심결에 천둥소리를 흘려듣던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확실히, 지금까지는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지만, 벼락은 유난히 가까이에서 떨어졌다.

 

 근처에 산이 있거나 고지대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 유독 벼락은 가까이에서만 치는 건

 이상했다.

 

 나는 유리로 된 천장을 올려다봤다.

 구름 너머에선 천둥이 칠 때마다 빛이 깜빡였다.

 

 그 장면에 몰입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섬광이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순간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강렬한 빛으로 인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타들어가는

 통증이 밀려왔다.

 

 막연히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을 마지막으로 나는 체감상 한참이나 어둠 속에 갇혀있었다.

 이런 나를 다시 세상을 붙든 건, 바람을 타고 닿은 빗물의 감촉이었다.

 

 뺨에서 느껴지는 그 촉감을 시작으로 잠들어있던 다른 감각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몽롱한 정신을 붙잡고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눈 주변에 아릿한 통증이 남아있어 제대로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흐릿한 시야에 의존하며 일어나자 강한 바람이 내 몸을 적셨다.

 

 순간 온기를 뺏긴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습관적으로 양쪽 팔뚝을 붙잡고 문질렀다.

 

 그러는 동안 완전히 정신을 차린 나는 실눈을 뜨며 주변을 살폈다.

 내가 잠깐 혼절한 사이 건물 내에 전등은 이미 들어온 상태였다.

 

 잠깐 주변을 둘러본 나는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나는 아직 로비에 남아있었다.

 정확히는 홀로 남아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조금만 움직여도 치일 것 같던 인파가 온 데 간대 사라져 있었다.

 

 나는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순간 발치에 무언가 걸렸다.

 

 내려보자 주인을 잃은 신발 한 짝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그들이 있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치 세기말의 아포칼립스에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심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돌렸다.

 

 자세히 보자 단상에 오르는 계단 쪽에 걸쳐 앉은 사람을 발견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번쩍 들고 이목을 끌었다.

 

 "저기요!"

 

 연달아 불렀지만, 상대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기가 생긴 나는 처음보다 더 힘껏 외쳤다.

 

 "저기요!!"

 

 상대는 여전히 조금도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더 간절한 사람이 움직여야지.

 

 단상 근처까지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든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 잠깐 움찔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그녀를 알아보고 당황했다.

 여전히 자기주장이 강한 미모와 표정이 거의 없는 인상이 인상적이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금 걸렸지만, 조금이라도 연이 있는

 사람을 마주친 건 행운이었다.

 

 나는 상황을 묻기 위해 입을 땠지만, 막상, 물어볼 상대가 생기자 생각의 정리가

 잘되지 않았다.

 

 내가 그러고 있는 사이 여자가 물었다.

 

 "당신은 왜 아직도 남아있는 거죠?"

 "사정이 있어서 잠시 기절해 있었거든요. 제가 정신을 잃고 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나를 유심히 살피던 여자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가동하고 있던 입자 가속기에 벼락이 떨어졌어요.

 지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나 다름없어졌죠. 위험하다는 걸 눈치챈 사람들은 도망쳤고요."

 

 여자의 설명을 듣고 입자 가속기를 확인했다.

 

 입자 가속기의 주변은 검게 그을려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입자 가속기 안에서 아주 잠깐 붉은빛이 반짝였다.

 나는 입자 가속기에서 시선을 떼고 여자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왜 이러고 있는거죠?"

 "전 할 일이 남아있거든요."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진지한 여자의 반응에 혼란스러웠다.

 

 "절 걱정할 여유가 있나요? 당신도 어서 대피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자의 말대로 이런 걱정을 할 여유는 없었다.

 

 혼자 남을 여자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출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렇게 몇 걸음 못 가 멈춰 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폭탄을 옆에 끼고

 미동도 하지 않는 여자를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여자를 설득해서 함께 나갈 생각으로 돌아섰다.

 

 그순간, 입자 가속기에 투명한 부분에 거미줄 같은 금이 쫙 갔다.

 

 동시에 입자 가속기에서부터 시작된 무형의 충격파가 주변의 것들을 밀어냈다.

 대비할 틈도 없이 밀려든 충격파에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바닥에 떨어질 때 팔꿈치를 찍혔는지 욱신거렸다.

 팔꿈치를 감싸며 일어난 나는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허공에 신발 한 짝이 둥둥 떠다녔다.

 그 장면을 넋 놓고 지켜보던 나는 무심코 손가락으로 툭 쳤다.

 

 신발은 내가 힘을 준 방향으로 느릿하게 나아갔다.

 이런 현상은 신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바닥을 나뒹굴던 잔해들이 저마다 허공에 떠다니고 있었다.

 중력을 잃어버린 물건들 사이에 서 있으니 무슨 우주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 현상에서 눈을 떼고 여자를 찾았다.

 여자는 입자 가속기 앞에 서 있었다.

 

 기현상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자 가속기는 한계가 왔는지 연신

 불길한 소리를 냈다.

 

 나는 입자 가속기의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레 여자를 불렀다.

 여자가 돌아보자, 균열이 가 있던 불안했던 부분이 와르르 떨여져 나갔다.

 

 나는 그 안에서 붉은빛이 세어나오는 걸 발견했다.

 

 불길함을 느끼고 급하게 여자를 향해 달려갔지만, 그보다 먼저 입자 가속기의 외피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붉은빛이 압도적인 연출을 자아내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때 빛의 기둥을 올려다보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발 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나는 여자의 위험천만한 행동에 경악했다.

 

 "멈춰요!"

 

 잠시 멈칫한 여자가 내 쪽을 돌아봤다.

 나를 확인한 여자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행동이 굼뜬 분이네요. 그게 아니면 또 기절했었나 보죠?"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여유가 느껴졌다.

 나는 애써 긴장하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엔 사정이 조금 달라요. 당신을 데려가려고 돌아왔거든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전 할 일이 있다고 했을 텐데요."

 "이 정신 나간 상황에서 할 일이 남았다고요?"

 "이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나는 여자의 말에 얼굴을 구겼다.

 

 잔해는 둥둥 떠다니고, 벼락 맞은 입자 가속기는 망가져서 이상한 빛을 내뿜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건 입자 가속기에 대해 설명하던 남자의 말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자는 입자 가속기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두 팔을 벌렸다.

 설득이 실패로 돌아가자 초조해진 나는 이렇게 된 이상 힘으로라도 여자를 끌고

 나갈 생각으로 달렸다.

 

 간신히 여자의 손목을 낚아채자 여자의 몸이 들썩거렸다.

 순간적으로 마주친 눈에는 마치 나에 대한 의문이 떠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여자는 내 팔을 뿌리치려 들었다.

 

 미리 여자의 다음 행동을 예상하고 단단히 붙들고 있었지만

 여자의 저항은 생각보다 거셌다.

 

 "그 일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러고 있다간 진짜 큰일 나요!"

 "당신이야말로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데, 이거 놔요!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

 

 나는 하려던 말을 끝까지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

 무언가에 직격한 나는 의식이 멀어지기 전,

 쓰러지는 나를 받아드는 여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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