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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32
작성일 : 20-09-25 17:2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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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상봉과 동시에 진행된 초소철거 및 유해발굴도 한창 진행중이었다. 발굴된 유해는 동반 발굴된 유품에 따라 각각 남과 북으로 이송되어 추가 검식이 진행되었다. 드넓은 들판에도 가파른 산등성이에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수많은 전사자가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게 언젠데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편히 누워 눈을 감지도 못한 잔인한 전쟁에 내몰렸던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말이다.

  올해 처음으로 대외협력부서로 정식 발령받은 신입은 발령받자마자 현장으로 돌려졌다. 이번 굿 특기자 신입은 그 하나인지라 사수들은 우리 신입, 우리 신입 입에 달고 살았다. 그는 며칠 전부터 사수 여럿과 함께 수산시장부터 청과물 시장까지 서울 시내에 유명하다는 시장을 싹 돌았다. 역시 수산물은 노량진 청과물은 청량리지. 고개를 끄덕이며 최상품으로 쓸어 담은 그들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도사청 서울 분관으로 돌아왔다.

 “저희 천도재는 그럼 어디서 지내는 거에요? 분관에서 지내요?”

 “아니 절에서 지낼 거야. 조계종에서 장소 빌려주신다고 하셨어.”

  수많은 고지에서 돌아온 이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다행히도 말이다. 이제와 돌아갔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들은 발견된 유품으로 1차 확인이 가능했으니까. 고국으로 돌아와 검식을 마쳤음에도 무연고로 남은 이들이 있으니까. 이들에 비하면 다행이다. 어쩌면 불행 중 다행. 국가는 1차로 무연고자를 위한 천도재를 진행했다. 그리고 2차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들 중 원하는 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내기로 했다.

 “이번 주가 1차고 다음 주에 바로 2차 진행할거야. 힘들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자.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잖니.”

 팀장의 말에 다른 모든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천주교 신부님도 오신다고 하셨다. 장소는 법당이요 신부 배석 천도재라. 종교 통합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우리 신입! 굿하면 빙의가 잘된다며. 조심하고. 알았지?”

 “네!”

 “그래. 좋다. 이제 준비하자. 모든 제사는 정성에서 시작하는 거 알지? 정성!”

  이번 천도재는 인터넷으로 생방송 되었다. 종교 문제로 공중파 진행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우리나라 위해서 돌아가신 분들 편히 쉬시라고 하는 거지 종교가 먼저 나와야 하는 문제인가. 신입은 꿍얼거렸지만 사수는 그런 신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천도재는 초기 진행단계부터 삐걱거렸다. 왜 특정종교의 행사를 국가에서 진행하는가가 첫 번째였으며 전사자 중에 다른 종교를 믿는 이도 있을 것이라는 문제도 대두되었다. 그래서 이름도 위령식으로 바뀌었다.

 “아쉬워요. 이름이 바뀌고 문제가 아니라.. 어쨌든, 마음은 다 똑같잖아요. 저희가 돌아가신 분들 잘못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신부님도 와주셨잖니. 천도재는 특히 더 좋은 마음으로 진행해야 해.”

 사수는 여전히 인자한 웃음으로 신입을 바라보다 절 내로 들어오는 신부님을 발견하곤 인사하러 자리를 옮겼다.

 위령식이 진행됐다. 먼저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호국위령의 유해가 절 내로 옮겨졌다. 간단한 식순이 이어지고 천주교의 순서가 되었다. 신부님의 기도와 함께 성가대의 노래가 이어졌다. 장엄했다. 행사에 배석한 시민 중 벌써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이어 천도재가 시작되었다. 국가 행사 중 중요하지 않은 행사가 어딨겠냐만 이번 천도재는 팀장이 직접 나섰다. 학당 졸업 후 무형문화재로 한평생을 살아온 이가 정성을 담은 천도재였다. 정부기관으로부터 특별히 부탁받았다 들었다. 하지만 팀장님은 애초부터 본인이 하겠다 하셨다. 얼핏 듣기론 팀장님의 외조모도 이북에 계시다 들었다. 아마 어느 정도 이입이 되었겠지. 신입은 생각했다. 깔아놓은 자리 한켠에 앉아 천도재를 거들었다.

  천도재가 진행될수록 신입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직접 빙의는 되지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이 무연고 전사자들의 사연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무리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흔들어도 눈앞의 이야기 퍼레이드는 멈출 줄 몰랐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심장이 무거웠다 쥐어짜는 듯했다. 결국 엎어져 펑펑 울었다. 카메라가 자신을 잡는지도 모르고.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여기도 그랬다. 자신이 아는 여느 어린 학생의 모습이 눈에 비쳐졌다. 곧이어 그대로 마을에서 차출되어 가족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개중엔 채 가족과 인사도 못하고 코만 훌쩍이다 온 이도 있었다. 옮겨간 곳에선 여기저기서 총이 비처럼 내렸고 폭탄이 여기저기서 반짝였다. 살고 싶어 총을 쏘고 살고 싶어 가파른 산을 네발로 달렸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폭탄이 반짝였다. 귀가 멍멍해졌고 세상이 소리와 멀어졌다. 눈 감았다 뜨면 바로 옆의 전우가 숨을 거뒀다. 몇 달간 동거 동락한 전우의 시체를 채 수습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잘가라고 인사할 시간조차 사치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땐 모든 게 암전이었다. 여기가 무간지옥이었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이 전쟁에 내몰렸다. 한창 연필을 쥐고 교실에 앉아 풀리지 않은 수학문제가 최대 난제여야 할 아이들이 총을 쥐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장소에 떨어져 오고가는 생사를 걱정해야했다.

  그렇게 우리 신입이 모든 것을 토해낼 것 마냥 울고 또 울고 나서야 쓰러졌고 천도재도 막을 내렸다.

 

 

  편히 쉬시오. 이승에서 못 다한 것 저승에서 다 이루며 편히 쉬시오.

 

 

 

 -

 

  전사자 유해송환 이외에도 또 한 가지. 아니 어쩌면 팍팍한 사람들의 인생에 재미있는 MSG정도 뿌려줄 수 있는 이벤트가 생겼다. 이번 이벤트는 남쪽 유해 발굴 중 생긴 일이라 다행히도 북한과 합의할 일이 없어 그나마 편했다. 만약 남북 공동구역의 일이었다면 아휴. 벌써 귀찮아.

  유해발굴현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문화재청 발굴팀은 얼른 짐을 싸 북쪽으로 향했다. 막내야 차키 챙겨라 차키. 아니 대체 뭐가 발굴 됐길래. 가봐야 알죠 뭐. 누가 팠대? 군인들 지원받잖아요. 고고학과나 뭐 인류학과 애들이 팠겠죠. 뭐 금관이라도 나왔나.

  나오긴 나왔다. 금동거울. 엥? 금동거울? 웬 금동거울? 이건 뭐 거울이라기도 애매하고 금동판이긴 금동판인데... 원형은 둥근 모양이었을 것같은데요? 금동거울 맞지 뭐. 안 그래요 김쌤? 금동거울 외에도 구슬 등 몇몇 부속품들이 함께 발굴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아니 근데 이거 부셔졌네. 거의 반 정도 떨어져 나간 거 아닌가요? 와 근데 무늬 한번 수려하다. 이게 앞판인가 봐요. 뭐야 삼존불인가? 여기 옆으로는 주악천녀같죠? 이거 양식이 나말여초 정도? 올리면 신라 말까지도 올리겠는데요? 잠깐만 여기 뭐 적혀있는 것 같지 않아? 적혀있긴 뭐, 헐? 이거 무슨 자에요? 야 막내야. 저기 세필 붓 가지고 와봐!

  흙먼지 탈탈 턴 금동거울엔 굳이 약품처리 거치지 않아도 선명한 글씨가 보였다. 완전 명필이네.

 

  ‘千年之天子 吹笛’

 

  천년의 천자가 피리를 분다고? 뒤에가 잘려서 뭐 알 수가 있어야지. 여기 지금 발굴이 어떻게 된 거지? 서류 좀 가져와봐. 여기서 여기까지 치고 발굴하자. 이거 반절 찾아야해!

 

  그게 같이 온 문화부 기자들 의해 고대로 기사 실렸다. 현장갔던 사람들은 고대로 사무실로 불려와 잔소리 들었다. 야야 내가 입입입! 어딜 가든 입 조심하라고 했냐? 안했냐! 아무리 어? 들떠도 그렇지 인간들아. 기사 봤냐? 기사 봤어? 너네들 발굴 하루 이틀 하냐?

  기사는 벌써 통일신라 말로 땅땅 단정 지었다. 그리고 이 수려한 장식의 금동거울은 적어도 왕실의 물건일 것이라 추정하며 ‘千年之天子 吹笛’ 명문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 천년의 천자가 누구이며 그 천자가 부는 피리는 무엇인가. 아마 통일신라시대로 올라가니 천존고에 소장중인 만파식적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 피리를 부는 주인인 천년의 천자는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바이다. 이야. 벌써 드라마 한편 뚝딱이다 그지요? 인터넷에는 뭐라는 줄 아냐? 오천만 국민이 돌아가면서 만파식적 불어보재. 서바이벌 슈퍼천자란다. 아주 재밌다 스지? 너네 저 반절 못 찾으면 청사 복귀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

  그래서 그들이 다시 발굴현장으로 돌아갔냐? 아니. 일부만 돌아갔다. 소식을 들은 천존고에서 인터셉트했다. 핫라인 전화 걸어서 저희도 같이 하는 게 어떠신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신지? 웃으며 물었다. 아 진짜 저 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껴들어. 좋은 게 대체 누구 좋은 건데 팍씨. 어떡할까요? 오케이 해. 쟤네 깡패처럼 치고 들어오는 거 한 두 번이냐? 안 해주면 더 골치 아파. 근데 그 상황을 둘만 봤냐? 아니? 언론들 다 소문 듣고 기사 썼다. 아무리 유물 수준이 높고 명문이 써 있어봤자 어? 신라시대 유물인데. 문화재청이 발굴 해 와서 협력 연구하면 될 일을 천존고가 끼어들어? 굳이? 야 근데 천존고 어디 산하야? 문체부? 그럼 지금 문체부랑 문화재청이랑 붙은 거야? 야 저기 재밌는 냄새 난다. 팝콘 튀겨봐.

  결국 금동거울은 천존고로 옮겨져 보존처리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정부와 합의하에 범위를 넓혀가며 발굴을 시작했다. 뒤늦게 온 천존고 발굴팀은 발굴하다가 문득 의문점이 생겼다. 근데 여기 유해 발굴하다가 나왔다며. 네. 유해 발굴을 하는데 갑자기 신라시대 유물이 나왔다고? 같은 층에서? 네? 네. 그렇다던데요. 야. 네? 보고서 가져와. 문화재청 측에서 뭐 숨기는 거 아니야? 막내가 들고 온 보고서를 펄럭펄럭 넘겼다. 같은 토층에서 나온 건 맞는데... 누구 소지품으로 나온 건 또 아니래요. 가장 가까운 유해는 여기. 여성으로 추정한다는데요? 그에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번쩍 생각이 스쳤다. 여성..? 야! 다른 소지품은 없어? 어.. 소지품으로 나온 건 목걸이 정도? 여기 이 사진이에요. 미친...신녀 아녀?

 “야야 나 사무실 들어가야 하니까. 마저 잘들 파고 있어! 알았지?”

 “어? 보고서는 주고 가셔야죠!”

  헐레벌떡 천존고로 돌아온 그는 바로 관장실로 직행했다. 관장님 안에 계시나요? 예?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형식상 똑똑 노크를 한 그는 바로 밀고 들어갔다. 아따, 자네가 그냥 관장 하지 그려.. 관장실 문도 그냥 이렇게 벌컥벌컥 열고 말이여. 하극상 나쁘지 않어~ 관장이 그러든 말든 그는 챙겨온 파일을 관장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발 물러섰다.

 “아무래도 마지막 신녀는 죽은 것 같고.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천자.”

  능글맞게 웃던 관장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설마 했던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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