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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월자들
작가 : 이루다
작품등록일 : 2020.9.24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1930년대 한반도. 혼란과 의심만이 가득한 조선. 경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 1900년 초 멕시코로 떠났다가 조국에 돌아온 이민자들. 복수의 끝에 서 있는 수상한 사내. 비밀을 감추고 있는 노신사. 그리고 미지의 물질 [The Seed].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도표에 기록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HAPTER 1] 조우(5)
작성일 : 20-09-25 13:27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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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뎌지는 상황에서도

 삶은 잠이 들 때까지 향기를 놓지 않았다.

 

 #09

 오늘 이연은 평소보다 빨리 일어났다.

 

 보통 하루를 마태오 신부의 발걸음 소리로 시작하는 소년, 영감님이라 부르는 그의 새벽 미사와 함께 연이도 잠에서 깨곤 했다.

 

 눈이 반쯤 잠에 잠겨있지만, 낯선 설렘 때문에 소년은 더 이상 잠을 청할수 없었다. 오늘 첫 출근이 그를 기다리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소년은 짧게 기지개를 펴고 화장실로 향한다.

 

 궁창(穹蒼) 고서점. 연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고서점이라는 명칭에 생각에 잠긴다.

 

 '그 누나가 그랬지. 오래된 서류나, 현재의 문서... 그리고 미래에 필요하게 될 책에 관련된 일을 한다고.'

 

 소년은 사실 책이라고는 성경책과 보통학교에 다닐 때 본 것이 전부다. 진짜 세상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것 같다.

 

 사실 그녀가 한 말보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그 장면이 더 생각나는 이연이었다. 갑자기 소년의 볼이 빨개진다. 열이 오른 볼을 식히려 손을 갖다댄다.

 

 "아 대박. 누가 보진 않았겠지? 왜 갑자기 볼은 뜨거운거야?"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마태오 신부와 눈이 마주친다.

 

 “흠흠. 우리 연이 일어났구나. 어찌, 간밤에 잠은 잘 이루었느냐?”

 

 평양에서 태어난 이 마태오 신부, 선진 문물을 일찍, 그리고 빠르게 받아들인 도시에서 자란 덕분에 기독교를 어릴 때부터 접하게 된다.

 

 마카오에 위치한 [파리 외방전교회 동양 경리부].

 

 그는 그곳에서 사제로서 정식 교육을 받은 후,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랜 유학 생활때문이었을까? 어느새 경성으로 이름을 바꾼 한성, 급격한 시대의 변화는 젊은 사내의 마음을 울렸다.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은 젊은 사제의 방황을 오히려 종식시켰다.

 

 그는 결심한다. 이 시대적 상황은 하느님에 자신에게 준 사명 같은 것이다. 남은 일생동안, 길을 잃은 어린 양들을 내안에 품으면서 살자.

 

 미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선교사와 함께 조선으로 돌아온 후, 사내는 자신이 몸담은 성당 안 시설에서 고아들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런 그가 경성에 처음 도착하여 거둔 아이가 바로 연이었다. 소년은 그의 바람대로 올바르게 성장했다. 항상 밝게 행동하려 노력하는 연이의 모습은 마태오 신부를 웃게 만들었다.

 

 ‘주의 뜻대로 하소서... 아멘.’

 

 성당의 시설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한지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은 마태오 신부에게 또 다른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또한 하느님을 영접하는 기쁨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태오 신부는 조금이라도 늦기 전, 연이에게 신부가 되는 정식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이 많은 소년이었다.

 

 “연아 저번에 말했던 유학은 생각해 보았느냐? 이번에 만주에서 오시는 스테파노(Stephanus) 신부님 따라서 가면 될 것 같은데. 이번에 소학교도 잘 마무리 되었고... 내가 고서점에서 사람을 구한다길래 추천을 한것은 맞다만... 난 요새 네가 물질적인 것에 너무 연연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단다.”

 

 “영감님. 이제 저를 잘 아시잖아요. 히히. 저한테 신부님이라는 직업은 어울리지 않아요. 대신 이번에 은총이랑 경철이를 보내시는 것이 어떠세요?. 저보다 훨씬 똑똑한 아이들이라 잘 할 거라고 믿어요. 저는 계속 영감님 옆에 있으면서 성당의 살림을 맡겠습니다.”

 

 마태오 신부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오래된 신부복 소매 끝이 낡아 있다. 그곳에 있는 이름 석자 [이영하]. 마카오를 떠날 때 존경하던 교수 신부님이 한자 한자 금색 실로 수놓아 주셨던 자신의 이름이다.

 

 그는 아련한 추억과 함께 우둘투둘하게 앞으로 나온 자신의 이름을 되새긴다.

 

 “너의 생각이 그렇다면 잘 알았다. 이문제는 다음에 다시 얘기 하자꾸나. 이만 새벽 미사가 있어서 성당 안에 초를 켜러 가야겠다. 하지만 이번 생일이 지나면 세례는 꼭 받겠다고 꼭 약속하렴.”

 

 “알았어요. 그나저나 영감님 알고 계시죠? 오늘 처음 고서점에 나가는 날 이예요. 조금 있다가 날이 밝으면 다녀올게요.”

 

 소년은 손을 모아 천주교식 인사를 한 후에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아직 시간이 남은 터, 조금 있다 출발하려는 것이다.

 

 성당 안 시설에는 연을 포함한 열 명의 아이들이 같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세 개의 방을 공유해서 썼다. 하지만 연이는 다른 지방의 교구로 떠난 신부님의 방을 잠시 혼자 쓰고 있었다. 아마 시설에 가장 먼저 들어오고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년은 신부님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한번 다시 되뇌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소년은 이제 성당을 나섰다.

 

 가나안 성당은 본정 2정목(충무로 2가)에 위치해 있다. 일본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악기상이 유독 많아졌다. 그 때문인지 아침부터 악기를 손보려는 사람들로 분주한 이곳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다른 날과 다르다는 것을 연이는 느낄 수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성당에서 멀지 않은 최씨 아저씨네 음악다방이었다.

 

 세 명의 사내 중 한 명은 높은 톤의 조선말을 썼다. 무리의 인솔자인 듯 보이는 뉴스보이모자(빵모자)를 쓴 사내가 다가오는 연이를 향해 눈을 한번 흘겼다. 그리고 이내 수첩을 덮고 인솔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들은 종로 경찰서에서 나온 형사들이었다. 고등계 형사들이 요새 조선인들을 못살게 군다더니 최씨 아저씨는 이번이 몇 번째 오는 건지 모르겠다며 넋두리를 했다.

 

 그는 연이에게도 조심하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소문의 짐승을 조심하라기보다, 경찰들을 조심하라는 말로 들리는 것은 연이의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연이의 감(感),

 

 그것은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얻은 외부에 대한 판단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의 지각에 의해 느껴지는 내적 감각이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1. 내가 이 모퉁이를 돌면 어떠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겠는데.(X)

 2. 이쪽이 더 느낌이 좋아. (O)

 

 즉 직접적인 결론 도출이라기보다, 그러한 느낌이 들도록 뇌에서 명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년에게 그의 '감'은 항상 옳았다. 여기에 반응기제나 보호기제 라는 말을 참고 하여, 연이는 이것을 [선택기제]라고 부르기로 했다.

 

 능력은 상황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우선 여기에 A라는 살인자가 있다.

 

 1.이연은 A가 살인자인지는 파악 할 수 없다.

 2.이연은 A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파악 할 수는 있다.

 3.이연은 그 다음부터 일정 영역 안에서 A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할 수 있다.

 

 소년은 이미 소문의 짐승에 대한 위험성을 예전에 알아냈다. 그후, 온몸의 촉각을 세워 그의 존재여부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다.

 

 문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그것의 기운에 있었다.

 

 낮에는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반복되었고, 밤에는 유난히 강해졌다.

 

 소년도 당연히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지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 자신의 한계라기보다, 대상자의 심적변화가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연이는 그 변화에 좀 더 집중해보기로 다짐핬다.

 

 마침, 소문의 용의자가 근처에 있는 것처럼, 짐승의 채취가 강하게 느껴졌다.

 

 연이는 그 느낌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소년의 걸음거리라면 멀지 않은 골목이었다.

 

 #10

 “이게 누구야! 대박 손님 아니신가?”

 

 골목을 들어선 연이 앞에 네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의 남자가 연이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소년 또한 그자의 정체를 금방 깨닫는다. 전에 봤던 야바위꾼 아저씨다. 불안한 느낌을 믿고 여기로 오는 게 아니었는데...

 

 “안녕하세요. 아이고 우리 사장님! 어떻게 그때 이후로 잘 지내셨어요?”

 

 소년은 상황을 능청스럽게 넘기려고 했지만, 이미 야바위꾼의 입에는 ‘너 오늘 잘 걸렸다’는 말'이 걸려 있었다.

 

 “저 녀석이야. 내가 전에 말한 '꼬마' 손님이. 그때 전 재산을 태워서 일곱 배를 드시고 나를 사기꾼으로 만들었지. 저 녀석 때문에 요새 종로 거리에 발도 못 붙이고 있다고.”

 

 헛 웃음밖에 안나오는 상황, 연이의 어이가 가출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하! 그거야... 아저씨가 대놓고 사기를 치시려고 하니까 제가 그런 거죠!”

 

 “다 자업자득이라는 건가? 그래서 늙은이들은 안 된다?”

 

 “아니 사기 치면 안 된다고 그랬지, 언제 제가...”

 

 그의 동료로 보이는 사내들도 어차피 소년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기 할 말에 바쁜 사내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내가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선에서 도박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왕십리 아다리라고 한다.”

 

 그리고 왕십리 아다리는 이제 자신의 동료를 소개한다.

 

 “이쪽은 압구정 투전, 저쪽은 마포 한끗이라고 부르지. 감히 내 친구 종로 무지개를 농락하다니. 나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은 용서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친구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은 용서 할 수 없다!”

 

 사내들은 연이 주변으로 포위망을 형성해서 다가왔다. 소년은 더 이상 이 아저씨들이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다고 느낀다. 일단 도망가보기로 결정한다. 눈을 감아도 안전한 곳으로 달릴 수 있는 연이에게, 이정도 쯤은 별것 아닌 일이었다.

 

 소년은 그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마포 한끗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 몸을 던졌다. 반대쪽으로 빠져나간 연이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기 위해 본정 번화가 거리로 나선다.

 

 사내들은 그래도 다 큰 성인이라 그런지 빠르게 연이를 쫒아왔다. 그 중 압구정 투전이 뛰어난 추격 솜씨를 보여주었다. 집 나간 노예를 쫓는 추노처럼 목표물에 대한 집착이 그의 얼굴에 담겨 있었다.

 

 "요놈! 잡히면 어떻게 해줄까?"

 

 방금 압구정 투전의 손이 소년의 등에 거의 닿을 뻔했다. 연이는 다행히 눈 앞에 바로 보이는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갑작스러운 소년의 움직임 변화에 사내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통행량이 줄어 사람이 없는 번화가 거리는 저들에게 목표물만 명확히 보여줄 뿐이야.'

 

 소년은 골목과 골목을 통해 종로까지 뛰어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연이는 가야할 길을 미리 아는 것처럼 골목길 사이를 누볐다. 소년에게는 어느 쪽으로 가면 안전한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한참을 뛰었다. 어느 덧 그의 눈에 수표교가 나왔다.

 

 이곳 주변에는 집 없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움막과 돈 없는 어른들의 판잣집들이 있었다. 그리고 움막에는 연이와 친분이 있는 또래들이 살고 있었다. 소년은 단숨에 수표교 움막촌으로 달려간다.

 

 “야, 왕발! 오랜만이야. 성춘이 형은?”

 

 연이는 겨우 자신의 숨을 다스린다. 수표교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것은 자신과 동갑인 왕발이다.

 

 “어? 성춘이형 지금 없다. 나만 빼고 거북이형하고 잡초랑 같이 나갔는데. 에이띠... 생각해보니까, 그형은 항상 나만 안 데리고 나가.”

 

 코 먹는 소리에 안쓰러워진 연이는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어 왕발에게 준다. 뒤에서는 연이 왔냐고 배를 긁으며 움막에서 나오는 땅달보의 모습이 보였다.

 

 “요즘 형들 정신없어. 일본인 살인 사건 용의자한테 현상금 크게 걸린 것 알지? 용의자가 수표교 주변에서 나왔다고 그래서 요새 형들 시간만 되면 청계천 돌아다니면서 흔적 찾으러 다녀.”

 

 땅달보는 왕발의 머리 뒤통수를 때리면서 사탕껍질도 못 벗기냐고 말한다. 그는 사탕껍질을 까주더니 오히려 자신의 입에 넣고 도망갔다.

 

 연이는 왕발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자신이 먹으려고 남겨두었던 사탕을 꺼내서 그에게 건넨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나도 지금 주변 움막들이랑 판잣집들 돌면서 숙박비 걷으러 다녀야 한다.”

 

 왕발은 연이가 준 사탕을 먹고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참 단순한 친구다. 소년은 그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숙박비? 요새 성춘이 형 사업 한다더니 이거 말한 거였어? 어쩐지 움막이랑 판잣집이 더 많아진 것 같더라니.”

 

 “성춘이 형 똑똑하다. 이걸 성춘이 형이 뭐라고 한댔지? 아 숙박업. 움막은 2전이고 판잣집은 4전이다. 나가서 앵벌이 하는 것 보다 잘 벌린다. 지금 장기 투숙 손님이 와서 성춘이형 기분 좋다.”

 

 “아 맞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왕발, 나 잠깐만 숨겨줘. 어떤 이상한 아저씨들한테 쫓기고 있는데, 혹시 누가 나에 대해서 물어보거든 없다고 해야 돼.”

 

 연이는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아무 움막이나 들어가서 숨을 죽였다.

 

 "우리 대박 소오오온님! 어디 가셨을까?"

 

 이내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수표교 전역에 퍼진다.

 

 사내들은 청계천의 흐르는 물에 빨래를 하러 나온 아낙네들한테 소년에 대해 묻는다. 그 후, 주변 한약방에도 물어보더니 이내 움막 촌까지 들어왔다.

 

 “혹시 키가 이만한 꼬마 한명이 이리로 들어오지 않았니?”

 

 누구더러 키 작은 꼬마래? 연이는 화가 나서 움막을 박차고 나갈 뻔하는 것을 겨우 참는다.

 

 “나 못 봤다. 아저씨들 누구냐? 나 일하러 가야된다. 빨리 나가라.”

 

 왕발의 행동이 오히려 의심스러 보이는 사내들이었다. 야바위꾼 패거리들은 자신들이 찾아봐야겠다며 움막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 이쪽으로 온 것을 본 것 같아. 하나씩 살펴보자고 친구들.”

 

 이 불안한 와중에 연이의 마음은 오히려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그들의 수색은 금방 숨어 있던 소년의 발견으로 이어 질수도 있는 일이건만... 하지만 연이는 생각한다.

 

 '자신의 감은 틀린 적이 없다. 분명 자신은 안전할 것이다.'

 

 오히려 그와 동시에 다른 불안감이 커져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 느끼지 못했던 거지?'

 

 그들 뒤에 있던 왕발 또한 안절부절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불안함의 이유 역시 소년이 아니었다.

 

 지금 머물고 있는 [무서운 손님],

 

 저들이 '그 남자'를 깨운다면 저자들은 뼈도 못 추릴 텐데. 왕발은 불안감에 손톱만 물어뜯었다.

 

 "휘익."

 

 그때였다. 뭔가 공중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와 왕발의 앞에 떨어졌다. 압구정 투전이었다.

 

 “뭐꼬? 한참 자고 있는데?”

 

 사내는 그 옆에 있던 종로 무지개의 목덜미도 가볍게 들어올렸다. 마침, 아침 햇살이 그의 깔끔한 민머리를 따사롭게 감싸주었다. 사내는 야바위꾼도 별것 아니라는 듯 공중으로 던져버린다.

 

 “또 날아가다니...!”

 

 야바위꾼의 눈꼬리 끝에 맺히는 진한 감성, 사내는 저번에도 소년때문에 날아간 일이 생각나 갑작스럽게 울컥했다.

 

 그 사이, 연이는 움막 안에 있어서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리로만 들을 수 있었다. 설마 목소리의 정체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다면? 왜 여기 있지? 근데 왜 사람의 목소리지? 그 짐승과 비슷한 기운의 사람인가?

 

 ‘이 수표교 움막 바보들아. 청계천 수색 할 필요가 어디 있어! 바로 너희가 데리고 있잖아!’

 

 소년은 잠시 쓸데없는 생각에 빠진다.

 

 밖에선 야바위꾼 일행들과 의문의 사내가 한바탕 하는 소리, 아니 야바위꾼 일행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그들이 도망가는 소리로 이어졌다.

 

 "아따 마, 아침에 식전 운동 잘했네."

 

 의문의 사내는 청계천을 향해 함성을 발사한다. 그리고 그는 왕발에게 숙박비와 함께 국밥을 먹으러 나갔다 온다며 사라졌다. 연이도 그와 동시에 사내의 수상한 기운이 빠르게 사라짐을 느꼈다.

 

 연이는 그제야 움막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왕발은 소년에게 다가와서 이제 안심해도 된다며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왕발의 사탕을 뺏어먹고 도망갔던 땅달보도 어느새 돌아와 연이에게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다.

 

 괜히 그에게 서운한 연이다.

 

 “형은 얘 먹을 것 좀 뺏어먹지 마요. 그리고 성춘이 형한테는 다음에 들른다고 안부 전해주시고요.”

 

 의문의 사내에 대해서는 이들이 모르는 것이 약일 것 같다. 움막의 사람들이 알면 위험해 질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연이는 처음부터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짐승이 목적을 갖고, 경성 안에서 살인을 할 일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 감정은 위험하다기 보다 슬픔과 더 나아가서는 연민에 가까웠다. 소년의 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에게 절대적으로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그 존재는 무엇인가?

 

 설마 다른 자가 있다는 말인가?

 

 그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수표교 밑을 유심히 쳐 다 보았다. 하천이 흐르는 길을 따라 아무렇게 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연은 애써 눈을 감고, 숨을 멈추어 모든 상황의 가능성을 찾는다. 이제 허무함과 깊은 상실감까지 느껴진다.

 

 소년은 눈을 뜨고, 다시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바라본다.

 

 “누구냐... 넌?”

 

 
작가의 말
 

 1.궁창(穹蒼): 땅 위에 세워진 기둥 위에 걸쳐져 있는 단단하고 평평하며 넓게 펼쳐진 공간.(잠 8:27; 겔 1:22)

 2. 파리 외방전교회 동양 경리부: 김대건 신부님의 전기에서 참고하였습니다.

 3. 본정 2정목: 충무로 2가의 일제 강점기 명칭. 다른 예로 황금정(을지로)2정목은 을지로 2가의 일제 강점기 명칭이다. (을지로는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서 만들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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