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초상날 & 삼청교육대
작성일 : 20-09-25 09:36     조회 : 273     추천 : 2     분량 : 393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호호할머니의 초상날>

 

 1월이라 겨울방학이 되었다. 겨울이라서 집에 일거리도 별로 없어서 강가 얼음 위에서 썰매도 타면서 신나게 놀았다. 우리가 타는 썰매는 아부지가 헌 사과궤짝을 뜯어서 만들어준 것이다.

 사과궤짝의 나무판을 두 개 붙여서 정사각형의 앉는 좌석을 만든다. 그리고 그 양쪽에 길쭉한 나무 막대기를 못으로 박고, 나무 막대기에 굵은 철사를 자잘한 못으로 고정시켜서 붙인다.

 굵은 철사가 얼음판과 맞닿아서 얼음 위를 미끄러져가는 구조이다. 그리고 얼음썰매를 지치는 송곳은 일단 양초굵기의 사과나뭇가지를 자른다. 사과나뭇가지에 약간 홈을 파서 대못대가리를 홈에 넣어서 망치로 퉁퉁 두드리면 완성된다. 오빠는 좀 커서 자기 썰매는 자기가 만들었다. 그래서 아부지는 얼음썰매를 세 개만 만들면 되었다.

 오빠는 요즘 얼음배를 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강가에 꽝꽝 얼어붙은 얼음을 동네형들과 함께 큰 톱으로 자른다. 방만한 크기의 얼음판을 분리해서 거기에 올라타고 대나무로 강바닥을 저으면서 마치 모험을 떠나는 해적인 것처럼 강을 따라 내려간다. 그러다보면 흘러가는 강물에 얼음이 조금씩 녹다가 짜자작 금이 가기도 한다. 1km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아랫마을 강가에 다다르는데 그때쯤이면 얼음배의 바닥에는 균열이 생겨서 금이 상당히 가있다.

 얼음배가 완전히 부서지기 일보직전에 강가 모래밭으로 뛰어내리는 스릴이 상당한 모양이었다. 그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 동네 남자아이들은 모두 집안의 톱을 꺼내와서 1시간 가까이 얼음을 잘랐다. 그리고 엄마가 위험하다고 아무리 말려도 그 얼음배로 즐기는 스릴에 중독된 오빠는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강바닥이 그리 깊지 않아서 어지간해도 빠져죽지는 않는다.

 

 우리가 실컷 놀고 지칠 무렵에 육지로 올라왔을 때였다.

 저녁에 파인애플집대문에 텔레비전 사극에서나 보던 푸른 등불이 하나 걸렸다. 사람들이 왔다갔다 분주했다. 며칠 전부터 엄마도 땅콩을 물에 불렸다가 곱게 쇠절구에 빻아서 땅콩죽을 끓였다. 어떨땐 깨죽을 끓이기도 했다. 끓인 죽을 작은 냄비에 담아서 파인애플집 호호할매에게 갖다주었다. 호호할매는 연세가 너무 많으셔서 바깥 출입을 안한지 꽤 되었다.

 엄마는 아부지에게 호호할매가 얼마 못사실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그럼 파인애플집할배는 고아가 되겠네? 파인애플집할배는 이제 누구랑 사노?”

 나는 무심코 말했다.

 “시끄럽다! 니는 니 할 일이나 해라. 꼭 어른들 말하는데 끼어들고. 버릇이 없다!”

 엄마가 타박하듯이 말했다.

 난 옳은 말을 하는데 엄마는 맨날 나에게 입을 다물라고 했다.

 ‘사람이 무슨 말도 못한다.’

 파인애플집호호할매는 돌아가셨다. 연세가 구십이 넘었다고들 했다.

 호호할머니 빈소에 할머니같은 딸과 할아버지같은 사위, 더 나이많아보이는 아들들이 있었다.

 우리 아부지를 비롯하여 닭집아지매, 순돌이할아버지, 순돌이할머니, 구원자네아빠, 봉씨아저씨.... 온 동네 어른들이 총출동해서 일을 도왔다. 엄마는 상갓집에서 설거지나 음식마련하는 일을 거들었다.

 아이들은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나는 멀찍이 보기만 했다.

 다음날 호호할매는 꽃상여를 타고 떠났다. 아부지는 다른 아저씨들과 상여를 들었다.

 호호할매는 이 근처 선산에 묻힌다고 했다. 꽃상여 앞에는 흰 무명천을 매단 대나무를 든 사람이 맨 앞에 서고 그 뒤를 어떤 아저씨가 종을 흔들면서 말인지 노래인지 중얼거리면서 갔다. 다른 사람들은 상여 뒤를 따라갔다.

 그날 저녁 돌아온 아부지는 피곤하다고 하면서 일찍 누웠다.

 안그래도 동네 사람도 몇 집 없는데 나는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파인애플집할배는 엄마가 죽어서 굉장히 쓸쓸할 것 같았다.

 맨날 구박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버지 삼청교육대 갈 뻔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큰아버지는 중학교를 마치고 대도시로 나갔다. 총각 때 가죽옷을 만드는 기술자였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가죽옷을 별로 알아주지 않아서 곧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좋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잔머리만 굴린다고 할까? 일을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자기 힘 안들이고, 쉽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하는 연구만 평생 한 사람이었다. 그건 농사일이나 직장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까지도 자신의 밭에 씨앗하나 뿌릴 때에조차 그러했다. 장가를 가서 부인에게도 그랬고 함께 사는 동생들에게도 그러했다. 농사일을 안거들어주면 마구 행패를 부렸다.

 맘이 쓸데없이 좋은 우리아부지는 봄이면 형님의 밭을 갈고나서야 우리집 밭을 갈았고, 형님의 추수에도 가서 거들었다. 큰아버지는 가족들의 등골을 빼먹으면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자기는 장남으로 대접만 받고 살았으니까. 그런데 큰아버지는 집안의 땅문서를 몽땅 들고 내뺐다가 다 탕진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도 전혀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건 고사하고 동생들이 취직을 하면 늘 돈을 빌려달라고 손을 벌였다.

 우리 아부지가 밭에 거름을 내라고 돈을 주면 술을 퍼마셨고, 며칠 후이면 또 달라고 했다.

 할머니와 중풍으로 쓰러진 할아버지에게도 수시로 뗀깡을 부렸다. 싸움이 난 후 할머니집에 가보면 한지로 만든 문이 다 부서져있었다. 할머니는 큰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팔이 빠져있었고, 중풍으로 누워있던 할아버지도 큰아버지가 떠밀어서 멍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다. 큰아버지는 우리엄마에게도 빚을 대신 갚아달라고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참다못한 우리 친척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가족회의를 한끝에 큰아버지를 삼청교육대에 보내기로 했다.

 그전부터 누군가가 삼청교육대에 보내자고 말했었지만 우리엄마와 작은엄마가 극구 말렸다고 한다.

 “거기 가면 사람 완전 반죽어서 나온다카던데.....차마 그래는 못하겠다.”

 하지만 삼촌들이나 남자친척분들은 큰아버지를 이젠 더 이상 봐줄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듯했다.

 

 삼청교육대는 대통령이 죽고 난 후 새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사회악을 청산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불순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정신교육을 시켜주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죄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끌려가기도 했다.

 경찰들이 큰아버지를 잡아갔다. 큰아버지는 붙잡으러 온 경찰들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그러다가 마당 한가운데에 있는 빨래삶는 솥단지를 뛰어넘다가 넘어졌다. 경찰들이 큰아버지를 붙잡고 차에 실었다.

 “안간다! 어느 놈이 나를 신고했노? 이 썩을 인간들아!”

 큰아버지는 경찰차에 안타려고 발악을 하다가 붙잡혀갔다.

 하지만 우리동네는 태반이 아는 사람이었고, 큰아버지는 전과가 없어서 그런지 며칠 후 훈방조치 되었다. 삼청교육대 가는 사람들을 등급을 매기는데 D등급을 받으면 훈계를 한 후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그래도 큰아버지는 며칠동안 마음고생을 했는지 몸에 살이 쭉 빠져서 돌아왔다. 단지 하나 달라진 것은 예전처럼 부모나 형제들을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술을 더 자주 마셨고, 술에만 취하면 자신을 삼청교육대에 보내려고 했던 친척들을 원망했다.

 원래 일을 안하고 놀기만 했는데, 이제는 자신을 삼청교육대에 보낸 부모형제 핑계를 대면서 일을 더 안하게 되었다.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길거리에 술을 마시고 쓰러져있는 큰아버지를 더 자주 보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큰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알아챌까봐 얼른 다른 길로 돌아서 다니곤 했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너무 부끄럽고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어떨 때, 큰아버지는 술이 떡이 되어서 택시를 타고 무작정 우리집에 올 때도 있었다. 엄마와 아부지가 집에 없고, 오빠도 자전거를 타고 놀러나가고 내가 동생들과 집에 있을 때 택시기사아저씨가 나에게 택시비를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우리엄마랑 아부지는 사과팔러 장에 가서 아직 안왔는데예....”

 그러자 택시기사는 큰아버지를 택시에서 끌어내리고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댔다.

 “아~~ 씨팔, 재수가 없어서. 돈도 없는 인간이 택시는 와탔노 말이다!”

 나중에 우리아부지는 택시사무실을 수소문하여 택시비를 갖다주었다.

 나는 학교도 걸어다니고 한번도 택시를 탄 적이 없다.

 '택시는 그냥 구경만 하는 거 아이가? 비행기처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7 2부 옆 과수원 덕칠이오빠 & 수상한 위씨아저… (2) 2020 / 11 / 19 320 1 7314   
46 미국에서 온 편지 2020 / 11 / 19 264 1 2728   
45 구식이삼촌과 민자언니2 2020 / 11 / 18 261 1 3590   
44 2부 산불 그 이후의 이야기 (6) 2020 / 11 / 12 345 1 3695   
43 2부 삼각관계 그리고 산불 2020 / 11 / 11 258 1 4376   
42 2부-꽃사슴농장사람들 2020 / 11 / 11 275 1 3115   
41 2부-큰이모와 큰이모부 2020 / 11 / 11 258 1 4842   
40 2부 천대포아저씨네 (1) 2020 / 11 / 4 318 1 4889   
39 2부-가을풍경들 & 잘생긴 준수아재 (2) 2020 / 11 / 3 343 1 6255   
38 복숭아서리 & 버스사이에 끼인날 (2) 2020 / 11 / 3 321 1 6160   
37 2부-도벽 (2) 2020 / 10 / 23 327 2 6945   
36 2부 여름편-과일서리 2020 / 10 / 18 272 2 4815   
35 <2부>봄-친척아저씨 도끼들다. 2020 / 10 / 12 275 2 2607   
34 <2부> 겨울편-사과나무 가지치기 2020 / 10 / 9 262 2 5204   
33 버들밭아이들 2부-가디건 2020 / 10 / 9 279 2 4139   
32 버들밭아이들 1부 종결 (2) 2020 / 9 / 28 352 2 619   
31 겨울 메주만들기 & 친할아버지 2020 / 9 / 28 283 2 4138   
30 막둥이 낳던 날 & 앵두네 살구밭 2020 / 9 / 28 278 2 5206   
29 초상날 & 삼청교육대 2020 / 9 / 25 274 2 3935   
28 겨울 사과포장하기 & 장날 사과팔던 날 2020 / 9 / 25 283 2 9267   
27 팥죽, 호박죽 그리고 귀신 (2) 2020 / 9 / 23 340 2 9514   
26 학교생활-변소청소 & 토끼고기 2020 / 9 / 23 267 2 4884   
25 80년 봄, 구식이삼촌 2020 / 9 / 21 279 2 3924   
24 강아지 키우기 & 개도둑 2020 / 9 / 21 274 2 5423   
23 두더지고기 먹던 날 2020 / 9 / 21 274 2 3433   
22 물귀신 2020 / 9 / 21 302 2 3317   
21 감자캐던 날.(굼벵이술) (3) 2020 / 9 / 21 340 2 6683   
20 일학년 입학 & 봄소풍 (1) 2020 / 9 / 20 332 2 7738   
19 외삼촌 2020 / 9 / 20 271 2 4643   
18 말자이모 (2) 2020 / 9 / 19 326 2 510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시나의 결혼기록
코리아구삼공일
반로국왕자 비름
코리아구삼공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