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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11화. 후유증.
작성일 : 20-09-24 21:25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6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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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갈게요. 오빠. 자요!"

 

 윤서가 서둘러 정민의 방에서 나간다. 정민이 그런 윤서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정말 정신없게 만드는 여자다. 항상 이성적인 정민이지만 윤서 앞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정민은 그런 윤서가 계속 신경이 쓰이고, 무엇보다 너무 좋다.

 

 

 ****

 

 

 방으로 돌아온 윤서는 침대에 앉는다.

 “하아....”

 

 방금 전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며 윤서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이러면 안 되는데.....”

 

 윤서는 가끔 정민과 이런 상황이 생길 때 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어느 순간부터 윤서도 정민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정민의 시선 끝에는 항상 윤서가 있다. 재하가 그랬다. 지금 정민의 눈빛은 윤서가 재하의 마음을 눈치 챘을 때와 같은 눈빛이다. 그래서 윤서는 정민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도 알고 정민이 윤서를 배려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다 알지만 누군가와 다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윤서는 불가능하기 하기에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다. 윤서는 깊은 한 숨을 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

 

 

 잠들어있던 윤서가 깬다. 가만히 누워 있다가 천천히 일어난다. 윤서의 뒤척임에 재하도 잠에서 깬다.

 “어디가?”

 

 윤서가 조용히 대답한다.

 “목말라서 물 마시러.”

 

 윤서는 조용히 침대에서 나와 거실로 나와 물 마신 뒤 다시 침대에 들어와 눕는다.

 재하가 팔베개를 해준다. 윤서가 재하의 손을 잡는다.

 “편하게 자.”

 

 재하가 잠긴 목소리로 눈을 감은 채로 대답한다.

 “난 이게 제일 편해.”

 “팔베개가 해주는 게 어떻게 편하냐. 팔 저리지.”

 

 재하가 눈을 감은 채로 피식 웃는다.

 “난 너 팔베개 해줄 때가 세상에서 제일 편해. 얼른 자.”

 

 윤서가 몸을 돌려 재하를 끌어안는다.

 “난 네가 팔베개 해줄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재하가 윤서의 이마에 뽀뽀하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 자자.”

 

 

 ****

 

 

 윤서가 눈을 뜬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아침 6시이다.

 “하아.... 또야. 강제 기상인가....”

 

 자다 깨보면 어느새 재하가 팔베개를 해주고 있을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베개였다. 자다 몇 번 씩 깨고 잠이 잘 들지 못하는 윤서였지만 재하의 방에서 그의 침대에 누우면 신기하게 금방 잠들 수 있었다. 그러다 깼을 때 뒤에서 윤서를 안고 잠이 든 재하를 보고 있자면 꿈같을 때가 있었다. 이렇게 재하가 마치 진짜인 듯, 그때로 다시 돌아간 듯한 꿈에서 깰때마다 얼마나 먹먹한지. 눈뜨면 항상 내 곁에 있던 그였는데 이젠 정말 꿈에서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윤서는 눈을 감고 더 잠을 자볼까 생각하다 다시 눈을 뜬다. 침대에서 일어난 윤서는 기지개를 편다. 커튼을 걷고 보니 밖은 비가 오고 있다.

 “하루 종일 오려나.”

 

 윤서가 창문 앞에 앉아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멍하니 앉아있던 윤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1층으로 내려간다. 윤서는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연다.

 “빵을 먹어야 하나, 밥을 먹어야 하나.”

 

 잠시 냉장고를 살펴보던 윤서가 이것저것 재료를 꺼낸다. 오믈렛을 만들던 윤서는 잠시 멈칫한다.

 

 “음... 뭐가 빠진 것 같은데....”

 

 재하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며 잠긴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유를 좀 넣어야지.”

 

 윤서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어후.... 깜짝이야.”

 “뭐해?”

 “배고파서요.”

 “몇 시에 일어났어?”

 

 윤서가 우유를 넣으며 대답한다.

 “얼마 안됐어요.”

 “오빠 깨우지.”

 “뭐 하러. 오빠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몰라. 그냥 눈이 떠졌어.”

 “씻고 와요. 다 되면 부를게요.”

 “도와줄게.”

 “괜찮아요!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요.”

 “너 요리 못하잖아.”

 “이건 요리가 아니죠. 그냥 다 잘라서 섞어서 넣으면 되는데 뭐.”

 

 요리에 집중하는 윤서를 보던 정민이 윤서의 뒤로 와서 윤서의 등에 머리를 기댄다.

 윤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오믈렛 재료들을 섞는다. 정민이 잠긴 목소리로 윤서를 부른다.

 “윤서야.”

 “네.”

 “밥 먹고 뭐하지?”

 “비와요. 집에 있어야죠.”

 “아. 애들 오기 전에 청소나 좀 할까.”

 “좋아요. 밥 먹고 청소해요.”

 

 정민이 말없이 윤서의 등에 계속 기대 있다.

 “오빠. 무거워요.”

 “안 무거워.”

 “무거워요.”

 

 정민이 눈을 감은채로 칭얼댄다.

 “싫어. 붙어있을거야.”

 

 윤서가 어깨를 흔든다.

 “떨어져요.”

 “싫어. 애들 없을 때나 이러지 있을 땐 이러지도 못해.”

 

 윤서가 말없이 피식 웃는다. 윤서의 등에 기대있던 정민이 다시 자세를 바르게 한다.

 “나 먼저 씻고 온다.”

 “네.”

 

 정민이 주방을 나오다 다시 돌아본다. 윤서의 요리하는 뒷모습을 보니 뒤에서 들쳐안아 그대로 침대로 가고 싶다. 정민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처음부터 키스를 말았어야 했어. 키스하고 나니까 더 미치겠네.'

 

 정민이 짧은 한 숨을 쉬더니 2층으로 다시 올라간다.

 

 

 ****

 

 

 정민과 윤서가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정민이 토스트를 먹으며 시계를 본다.

 “아침을 먹어도 8시밖에 안됐네.”

 “그러게요.”

 “안 피곤해? 어제밤에도 늦게 잤는데.”

 

 윤서가 어제밤이라는 말에 괜히 목소리를 더 크게 낸다.

 “밥 먹으니까 좀 졸리네.”

 “설거지는 오빠가 할게. 밥 다 먹음 너는 쉬어.”

 “괜찮아요. 오빠 오후에 회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애들 컨퍼런스 다녀온 거 자료 와있을거야. 그걸로 엔지니어 팀이랑 그래픽 팀이랑 회의 해야지.”

 “그럼 얼른 쉬었다가 가요.”

 

 정민이 다정하게 대답한다.

 “괜찮아. 밥 먹고 얼른 청소 해버리자.”

 “그냥 내가 해도 되는데.”

 “빨리 같이 하고 쉬자. 그럼 되지?”

 “알겠어요.”

 

 

 ****

 

 

 윤서가 설거지를 하고 정민이 음악을 틀고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설거지를 끝낸 윤서가 거실로 나와 정민이 청소기를 돌린 자리를 따라 물걸레 청소기로 바닥을 닦는다.

 “오빠가 청소기 돌리고 할게. 윤서는 먼지만 좀 털어줘.”

 “이거 먼저 하고.”

 

 정민이 청소기를 끄고 성큼성큼 걸어와 윤서의 물걸레를 뺏는다.

 “물걸레 힘들어. 얼른! 먼지 털어!”

 

 윤서가 피식 웃는다.

 “네. 알겠어요.”

 

 윤서가 먼지털이와 작은 손걸레로 테이블부터 먼지를 털기 시작한다. 서둘러 먼지 털이를 끝낸 윤서가 1층 화장실로 간다. 윤서가 왁스를 바닥에 뿌리고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솔을 잡고 바닥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윤서의 머리가 자꾸 흘러내린다. 윤서가 팔로 어설프게 흘러내린 머리를 계속 쓸어 넘긴다.

 

 그 때, 정민이 윤서가 청소하고 있는 화장실로 들어온다.

 “일어나봐.”

 

 윤서가 뒤돌아본다.

 “응?”

 

 정민이 윤서를 일으켜 세운다. 윤서의 등 뒤에서 정민이 윤서의 머리 고무줄을 푸르니 윤서의 긴 머리가 흘러내린다. 정민은 아주 조심스럽게 윤서의 머리를 다시 묶어준다.

 “조금만 더 높이 묶어줘요.”

 “더 높이?”

 “네. 머리가 자꾸 젖어요.”

 

 정민이 피식 웃더니 다시 고무줄을 빼고 윤서의 머리를 좀 더 높이 묶어준다. 윤서의 하얀 뒷목이 보이자 정민이 눈을 떼지 못한다.

 “다 됐어요, 오빠?”

 

 정민이 헛기침을 한다.

 “어? 어. 다 됐어.”

 “머리를 잘라버리던지 해야지. 귀찮아.”

 “오빠가 할게. 나가있어.”

 “다 했어요! 샤워기로 씻어 내리기만 하면 되요. 조심해요, 왁스 발라놔서 미끄러워요.”

 “대충해.”

 “거실은 다 된 거예요?”

 “응. 다했어. 아이스티 만들어 줄까?”

 “좋아요!”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다.

 “대충 하고 나와.”

 

 윤서가 청소를 끝내고 거실로 나오니 거실을 가득채운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정민이 한 손에는 자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른 한 손에는 윤서의 아이스티를 들고 거실로 나온다.

 “들고 소파에 가있어.”

 “또 뭐있어요?”

 

 정민이 예쁘게 놓인 쿠키 접시를 가지고 나온다.

 “생각해보니까 지난번에 쿠키 선물 받은 게 있더라고. 윤서 주려고 챙겨왔지.”

 “오빠는 여기저기서 선물을 많이 받네요. 부럽다.”

 “오빠가 인기가 많잖아.”

 “그래서 그 여자한테 미안하다고는 했어요?”

 “응?”

 “쿠키만 주진 않았을 거 아니야.”

 “작가라 그런가. 역시 스토리 전개를 완벽하게 알고 있어!”

 

 윤서가 피식 웃는다.

 “원래 쿠키도 안 받으려고 했는데 윤서가 좋아할 것 같아서 쿠키만 받았지.”

 “진짜 나쁜 남자네.”

 “남들한테 나쁜 남자인건 별로 신경 안 쓰여.”

 “그럼 뭐가 신경 쓰이는데요?”

 

 정민이 윤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윤서는 괜히 아이스티가 담긴 컵을 만지작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미워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만 아니면 괜찮아.

 

 윤서는 말없이 정민을 바라보다 미소 짓는다.

 

 정민은 윤서와 눈을 마주치며 혼자 생각한다.

 ‘그래. 지금은 저 미소만으로도 충분하다. 저렇게 예쁘게 웃는데 1년 걸렸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내 마음이 앞서서 윤서에게 부담 주지 말자.’

 

 윤서가 정민의 시선에 조금 어색해하며 창밖을 본다.

 “진짜 하루 종일 비가 오려나.”

 “왜? 나가고 싶어?”

 “뭐 그런 건 아니고. 비가 올 때 마다 쌀쌀해지는 것 같아요. 곧 겨울이네요.”

 

 정민도 윤서와 같이 비 내리는 창밖을 본다.

 “그러게. 올해는 겨울에 다같이 어디 놀러 갈까? 작년에는 게임 출시 때문에 너무 바빴잖아.”

 “맞네. 어디요?”

 “글쎄. 스키장도 좋고. 온천도 좋고.”

 “애들 오면 물어보고 한 번 가요! 재밌겠다.”

 

 마침 정민의 휴대폰이 울린다.

 “응. 성훈아.”

 “우리 공항 도착했어. 이제 집에 가.”

 “응. 밥은?”

 “집에 가서 먹으려고. 배고파.”

 “알았어. 고생했다.”

 “윤서는? 집에 있어?”

 “응. 청소하고 지금 잠깐 쉬는 중. 조심히 와.”

 “좀 있다 봐!”

 

 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밥 해야겠네. 희주는 언제 오는지 전화해봐야겠다.”

 “그러게. 희주도 올 때 된 것 같은데. 뭐 먹지? 냉장고에 뭐 있어?”

 “고기 있던데. 고기 굽고 찌개나 하나 끓이지 뭐.”

 “그러자. 조용하던 집이 또 시끄러워지겠네.”

 

 윤서가 부엌으로 가며 웃는다.

 “그러게요.”

 

 

 ****

 

 

 며칠 째 비가 오고 있다. 윤서가 창문을 열며 혼자 중얼거린다.

 “장마도 아닌데 무슨 비가 이렇게 며칠씩 내려.”

 

 집에 혼자 있던 윤서는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간다. 노래를 들으며 동네를 걷던 윤서는 재하를 다시 만난 횡단보도 앞에서 선다.

 “참...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

 

 윤서는 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반대편을 멍하니 보던 윤서는 재하를 발견하고 눈이 커진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마침, 신호가 바뀌자 건너편에서 재하가 성큼성큼 윤서에게 걸어온다. 윤서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는다.

 

 “또 보네.”

 윤서는 말을 잇지 못한다.

 

 “어디가?”

 “아.... 잠깐... 그냥 나왔어.”

 “진짜 이 동네 사나보네.”

 “아.... 어....”

 “동네 좋다. 조용하고. 너 이런 동네 살고 싶어 했잖아.”

 “어.....”

 “여기로 이사 온 지 얼마나 됐어?”

 

 윤서가 어색해하며 대답하려는 찰나 휴대폰이 울린다. 윤서가 휴대폰을 들어보니 정민이다.

 “전화 받아.”

 “어? 어......”

 

 윤서가 통화버튼을 누른다.

 “네. 오빠.”

 “어디야?”

 “저... 산책 나왔어요.”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윤서가 재하의 눈치를 본다.

 “네? 아뇨... 아니에요.”

 “왜 그래? 오빠가 갈까?”

 “아뇨. 이제 집에 들어가요.”

 “애들이 저녁은 나가서 먹자는데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뇨. 아무거나 좋아요.”

 

 정민이 잠시 침묵하다 입을 뗀다.

 “윤서야?”

 “네?”

 “진짜 괜찮은 거지?”

 “네. 지금 집에 와요?”

 “응. 성훈이랑 석훈이랑 같이 가려고.”

 

 윤서는 가지 않는 재하가 계속 신경 쓰인다.

 “아. 오늘 회의 있었구나.”

 “응. 다음 주에 작가 팀이랑 같이 다같이 회의하면 될 것 같아. 메일에 cc 달아놨어. 집에 가서 보고. 좀 있다 봐!”

 “네. 조심히 와요.”

 

 윤서가 전화를 끊는다. 재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다.

 “그 때 같이 있던 사람?"

 “어? 어....."

 “같이 살아?"

 “어..."

 

 재하가 놀란다.

 “둘이서?"

 “어? 아니..... 쉐어하우스야."

 

 재하가 괜히 안도한다.

 “아. 난 또."

 “왜?"

 “아냐. 집에 가? 데려다줄까?"

 

 윤서가 살짝 뒷걸음질 친다.

 “아니야."

 

 재하가 휴대폰을 꺼내 윤서에게 건넨다.

 “너한테 전화 건 적 있는데 휴대폰 번호 바꾼 것 같더라. 번호 알려줘."

 “왜?"

 “오며가며 보자."

 

 윤서가 이내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 우리 만나더라도 아는 척 하지 말자. 솔직히 아는 척하고 인사할 사이 아니잖아, 이제."

 

 재하가 타이르듯 윤서의 이름을 부른다.

 “윤서야."

 “갈게. 잘 가."

 

 윤서가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하고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재하는 휴대폰을 꼭 쥐고 윤서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

 

 

 1층에서 시끌시끌한 소리에 윤서가 잠에서 깬다. 휴대폰을 보니 아직 8시다.

 윤서가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가니 희주와 성훈이 거실 소파에 앉아 다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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