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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31
작성일 : 20-09-23 23:5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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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을 다녀온 이후 학의 집에는 사진이 한 장 더 늘었다. 빛바랜 사진 옆 새로 뽑은 사진이 탁상 액자에 담겨 자리를 잡았다. 두 사진 모두 어여쁜 연인이 담겨있었다.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과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퇴원한 학이 집에서 지내며 서울로 독립해 나갔던 민석도 학의 집으로 들어왔다. 북을 다녀온 이후 사진 말고도 한가로운 학의 일상에 새로이 추가된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 나 왔어.”

  오늘도 어김없이 일을 갔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민석은 집안을 훑었다. 저녁임에도 집안은 깜깜했고 고요했다.

 “혼자 있어도 불 좀 키고 살라니까.”

  민석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불을 켜야 환해졌다. 학이 지내는 방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그 방에도 여전히 학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석은 방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학의 방 안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벽에는 얼마 전 북에서 덕희가 그려준 그림이 걸려있었다. 학이 북에서 돌아오자마자 멋들어진 액자를 사 끼워 둔 것이다. 민석은 침대에 가만히 앉아 그림을 바라봤다.

 “또 들어가 계시는구만.”

 덕희가 그린 그림엔 원래 앳된 여자만 있었는데 지금은 그 옆에 웬 남자가 하나 앉아 있다. 무어라 떠드는지 둘은 시내를 가리키고 있었다. 뒷모습인지라 둘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이진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둘이 앉아 있는 곳엔 바람이 부는지 풀밭이 좌우로 살랑살랑 춤을 췄다.

  날이 갈수록 그림 속에 있는 시간이 늘고 있는 학이었고, 민석은 그런 학을 알고 있었다. 학의 건강은 노환인지라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현상유지로도 감사한 수준이었다. 그것 또한 민석은 알고 있었다. 퇴원하는 날 민삭에게 의사가 그랬다. 남은 생 하고싶은거 드시고 싶은 거 다 해드리라고. 그게 학에게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부모 없는 티 안 나게 한다고 할아버지가 그렇게 노력했는데. 없어서 생긴 욕심은 어쩔 수가 없네. 조금만 이해해줘. 할아버지가.”

  민석도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이다. 사실 북에 갈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언제나 마음의 준비는 했어야 했고. 분명히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쳐오는 현실에 굳게 다짐한 마음도 부질없었다. 다 큰 어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집만 들어서면 어린 아이가 되고 마는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한 답시고 서울로 독립해 나간 것도 있었다. 자꾸만 칭얼거리고 싶어서 날, 두고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어서. 물론 독립해 나가고 혼자 지낸 날보단 학의 건강문제로 자주 내려 와야 했고 병원 보조침대에 누워 쪽잠을 자는 날이 많았지만 말이다. 학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고부터 민석은 말하자, 말하자 노력 했지만 목에서 턱턱 막히는 탓에 생각만큼 쉽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날은 그 쉽지 않은 다짐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할아버지”

 민석은 식사가 마쳐갈 즈음 마주앉아 있는 학을 불렀다. 학은 밥을 먹다말고 민석을 바라봤다.

 “나 이제 다 컸어. 나 할아버지 없이도 혼자 잘 살 수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고생 많이 한 양반이다. 태어나니 일제강점기였고 결혼하니 전쟁이 터졌다. 살아보겠다고 색시 손만 꼬옥 붙잡고 달렸는데 돌아보니 손에 쥔 건 허망함뿐이었다.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다짐하나로 버텼다. 살아만 있어 달라고 빌었다. 거기가 어디든 찾으러 갈 터이니. 곧 전쟁이 끝났지만 종전이 아닌 휴전이란다. 잃어버린 고향에 두고 온 아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같이 도망쳤던 혹자는 그랬다. 거기서 뒤쳐진 사람들은 싸그리 죽었다고. 쏟아지는 총알비에 사람들이 우수수 나가 죽었다고.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쳐 죽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강보에 싸인 채 꼬물거리는 아들이 눈에 밟혀 죽지도 못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북이든 남이든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죽지 못해 버텼다. 한창 국영방송에서 진행하던 남쪽 이산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나가봤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아들이 어느 덧 자라서 결혼도 했다. 이제 한숨 돌릴까 생각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린 손자를 두고 두 내외가 훌쩍 떠났다. 저 어린 아이가 부모를 찾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일터로 나갔다. 바지런히 살았다. 어린놈이 일찍이도 철이 들어 가슴이 아팠다. 금강산관광에 탈락했을 땐 피붙이라곤 본인 하나라 요건이 되는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교복입고 뛰어다니는데 이만하면 되었다 싶었다. 이게 다 무어냐 싶었다. 어린 손주 놈이랑 본인만 그냥 여기서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되었지 싶었다. 그리도 사랑했던 덕희도 흐릿해질 만큼 고단한 인생이었다.

  그렇게 십 여년도 더 지나서야 북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것도 어린 손주놈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음을 모를 리 없었다. 어린 놈이 언제 저리 커서. 기특한지고. 그래서 드디어 만났다. 사랑했던 시간보다 그리워했던 시간이 길었던 그의 사랑 덕희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70년을 돌아 겨우 만났는데 내 맘대로 보지도 못하는 구나 싶었다. 살아생전에 단 한번만 다시 보게 해 달라 그리도 빌었는데. 오히려 보고나니 물에 소금을 탄 듯 목이 탔다. 늘그막에 두 번 다시 쓸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도력을 다 썼다. 쓰고 나면 그리도 기력이 딸렸지만 그리움에 애가 닳고 닳아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주 갈 수도 없었다. 어린 저 손주 놈을 두고 어찌 홀로 훌쩍 떠나리오. 다 큰 민석도 학에겐 아직 부모를 잃었던 그 때, 그 어린 시절의 민석이었을 뿐이었다.

  민석과 학의 대화가 있고 며칠. 시간이 흘렀다. 그날따라 늦는 학에 민석이 방문을 두드렸다. 대답 없는 학에 민석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침햇살이 곱게 민석의 방안을 감싸고 있었다. 봄기운이 만연한 바람이 창문턱을 넘었다. 아마 그 때, 학의 방문을 두드렸을 때, 아니 아침에 눈을 뜨고 느꼈던 그날의 공기로 민석은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항상 걸려 있던 액자는 텅 비어 있었다. 학은 옷을 곱게 차려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림은 액자가 아닌 학의 옆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림 속엔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민석은 그런 학을 이해했다.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소낙비마냥 준비도 없이 맞이한 상실의 경험을 공유한 두 사람이었으니까.

 학의 장례식은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누군가는 저 정도면 호상이라 하였고 누군가는 고생만 하다간 양반이라 그랬다. 상주인 민석이 정신없이 손님을 맞았다. 도사청의 온갖 사람들이 다녀갔다. 고생한 1세대 도사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며 도사청장의 이름으로 근조화환도 왔다. 살다보니 도사청장한테 꽃다발도 다 받아보네 싶었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민석이 아닌 학의 것이지만. 이제 올 사람 다 왔다 싶은 삼일장의 마지막 날 새벽이었다. 벽에 기대 앉아 텅 빈 장례식장 내부를 둘러봤다. 아침이 오면 발인이었다. 헤어지면 못해준 것만 기억에 남는다더니.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후회로 남는 일들만 생각났다. 사진 속 학은 웃고 있었다. 항상 민석을 향해 웃어주던 그 모습 그대로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 사실 나. 할아버지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 할아버지 눈엔 내가 항상 8살 꼬맹이같다며. 그래서 그런가봐. 나 할아버지 없이 이제 어떻게 해.

 

 -

 

 학은 수현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결국 제 손으로 명단을 고쳤다. 이산가족상봉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 본인이 직접 갈 염치는 없어 비서를 통해 선물이라도 보낼 생각이었지만 그 조차 여의치 않았다. 본인이 휘두른 칼자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한 가득이었기 때문이다. 수현이 최종명단을 수정했을 때 예상은 했지만 여파는 컸다. 전화통이 불난 듯 했고 직접 찾아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찾아온 이들의 말을 수현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아니~ 전쟁도 싫다. 그래서 사고 위장하자고 기껏 해서 사람 심었더니 그것도 엎어. 어쩌자는 겁니까? 이제?”

 갖가지 비난이 수현을 향해 쏟아졌다. 수현의 뒤에서 일 키우자 종알거리는 이들을 잠재우고 선을 그었던 것도 수현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축소시킨 일을 결론적으로 엎은 것도 수현이 맞다. 하지만 수현은 당당했고 당당해야만 했다.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원초적 비난까지 쏟아졌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수현이 쫄았다 생각한 건지 그들의 수위는 한치 앞을 못보고 날뛰었다.

 “그 명단에 다시 들어간 자가 대표실을 뻔질나게 드나들던 놈이라면서요?”

 “기둥서방 뒤 봐주느라 대의는 잊으신 겁니까?”

 들어와 떠드는 이들에 눈길하나 주지 않던 수현이 결국 시선을 올렸다. 본인이 한 짓에 책임이 있으니 어느정도 들어주는 것도 본인의 몫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투정. 그 정도. 하지만 단 한 순간도 선을 넘으라 한 적은 없었거늘.

  수현을 찾아온 이들이 간과한 한 가지가 있다면 수현을 자신들과 평범한, 그리고 본인들보다 새파랗게 어린 여자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뭐 도사가 뿔이 달린 것도,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니 수현이 도술을 부리는 모습을 못 본 이들에겐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겠다만. 도사로 태어나 십년 넘게 도를 닦은 이는 일반인과 기본 기운부터 달랐다. 단지 수현이 본인의 기운을 언제나 최소한으로 갈무리하고 살아 몰랐을 뿐. 대대로 도사 혈통을 이어받고 거기에 본인 스스로도 죽자 사자 노력한 도사에게 있어 일반인 몇 명쯤이야 기로 내리 찍는 건 어린애 장난과 다를 게 없었다. 서슬퍼런 수현의 시선이 내부를 핥았다. 이미 그 안엔 함부로 입을 여는 자도 감히 수현과 눈을 마주치는 자도, 아무도 없었다. 자세를 고친 수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결정권은 나. 한수현에게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어져 서있던 김비서가 수현의 옆으로 붙어서며 어깨에 자켓을 올렸다. 한쪽 손으로 자켓 끝을 잡아 고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늙으신 양반들이라 잊으신 듯하여.”

 넓은 회의실 가장 끝, 상석에 자리했던 수현은 천천히 걸어 맞은 편 끝에 위치한 문을 향해 걸어갔다. 회의실을 가득 채운 이들은 수현이 지나가자 등 뒤로 느껴지는 위압감에 누가 목숨 줄을 잡고 흔드는 듯 숨이 턱턱 막혀왔다. 수현이 나간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겨우 막힌 숨통이 트였다.

  수현의 뒤를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온 김비서는 안 그런 척 했지만 가까이 붙어 있던 지라 벌렁이는 심장소리가 수현의 귀에도 들릴 것 같았다. 회의실을 나와선 수현이 기운을 갈무리한 덕에 좀 나았지만 여파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다리로 엘리베이터 향해 가는 수현의 곁에 바투 서 따랐다. 한걸음 먼저 나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 손을 뻗다 몸이 휘청였고 그런 김비서의 팔을 잡아챈 건 다름 아닌 수현이였다. 한쪽 손으로 김비서를 잡은 수현은 다른 한 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마침 도착해있던 엘리베이터는 바로 문을 열었다. 수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한 박자 늦게 김비서가 따라 탔다.

 “오늘 회의실 영상과 소리파일 확보해두고 보고 없이 바로 퇴근하세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수현은 대표실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답할 세도 없이 사라진 수현에 김비서는 멍하니 닫힌 문만 바라보다 이내 본인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회의실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채 열 걸음도 되지 않는 그 짧은 거리를 평소보다 천천히 걸은 수현이었음을.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화난 늙은이들 좀 달래주고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금방 지나갔다. 얼핏 듣기론 이산가족상봉도 잘 마쳤다 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온 나라가 이산가족상봉 이야기로 떠들썩했다.그제 서야 잘 다녀왔겠거니 싶었다. 늙은 여우들이 다시 손을 대지 못하도록 눈에 불을 키고 지켰으니까.

  그 사이 정부측으로부터 긴밀히 연락을 받았다. 그들도 불안불안했곘지. 그리고 알았을 거다. 정신빠진 늙은이들 막아내고 결국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든게 한수현대표의 힘이라는 걸. 그동안 손 붙잡고 이리 저리 훼방을 놓던이가 정신차린양 호의적으로 구니 이참에 자신네들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견도 있었을 것이다. 골칫거리는 하루빨리 치워버리는게 이득일테니.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 한 가지. 그가 결국 마음을 돌리게 된 결정적 이유.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쯤 남북관계는 손쓸틈도없이 악화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상황을 지켜본 김비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진짜 남이다. 그것조차 애저녁 명줄이 끊긴 인연을 민석에 의해 꾸역꾸역 이어진 것이었으니까.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 일지도. 그런 생각에 씁쓸해졌다. 수현은 민석이 찾아왔던 그 날을 떠올렸다. 기실 그동안 수많은 날, 민석은 연락도 없이 수현의 회사로 불쑥불쑥 찾아왔다. 어느 날은 햇살이 좋아서, 어느 날은 비가 와서. 갖은 이유를 대며 수현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침범한 건 단지 수현의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본인도 모질게 끊지 못했던 걸 수도 있겠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저 문을 여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아서. 본인은 내지 못하는 엄두조차 못낸 그런 것이니까.

  그날. 민석이 수현을 찾아왔던 그날. 평소 본인을 부르며 저 문을 열던 것과는 다른 그 목소리가 들렸을 때. 수현은 깨달았다. 드디어 우리의 인연도 끝인 거라고.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우리는 언제나 오해와 상처로 점철된 채 이렇게 끝날 거라고. 그래서 그랬다. 모든지 하겠단 민석에게 이제 이곳에 두 번 다시 발도 들이지 말라 했던 것이.

  생각에 잠시 잠겼던 수현은 깨질 듯한 머리를 붙잡고 견뎌내던 오후였다. 어느 새 생긴 편두통은 가끔씩 본인을 찾아와 이리도 못살게 쥐고 흔들었다. 약 기운이 돌길 바라며 책상에 팔을 올리고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똑똑, 다급함이 느껴지는 노크 뒤로 김비서가 대답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김학선생님께서,”

 날카로워진 신경에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김비서를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들려오는 학의 이름에.

 “오늘 아침 작고하셨다고...”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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