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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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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학교생활-변소청소 & 토끼고기
작성일 : 20-09-23 08:29     조회 : 257     추천 : 2     분량 : 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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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생활-변소청소

 

 음악시간이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배우는데 난 애국가에 별 흥미가 없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구름을 보면서 잠시 다른 상상을 하고 있는데 내 앞에 있던 반장 경식이가 내 뒤를 흘끔흘끔 보면서 해해 웃는 것이었다. 왠지 기분이 안좋아서 얼른 상상하던 것을 그만두고 입모양만 노래부르는 시늉을 했다.

 경식이는 선생님이 안 계실때에도 떠든 아이들 이름을 적어내는 역할을 한다. 내 짝은 박정찬이라는 남자애였는데 말라비틀어진 꼬챙이처럼 생기고 얼굴은 노랗고 창백한데 무척 신경질적인 아이였다. 손에는 사마귀가 여러 개 나 있었다. 신경질이 나면 손에 난 사마귀를 벅벅 긁어대는 것이 버릇이었다. 박정찬은 내가 무심코 옆에 닿기만 해도 짜증을 냈었다. 그리고 나에게 제멋대로 속삭였다.

 ”이제부터 책상 금을 넘어오면 넘어온 만큼 땅뺏기기다. 니가 한 뼘 넘어오면 그만큼 니책상 뺏긴다.“

 참 유치한 인간이었다. 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니가 뭔데 마음대로 그런 걸 정해?”

 그때 반장 경식이가 말했다.

 “어이! 나모개, 니 떠들었제? 이름 적는다.”

 내 이름은 칠판에 적혔고 나는 그 벌로 교실청소 당번도 아닌데 교실청소를 했다.

 “내가 일부러 떠든 게 아니고, 야가 먼저 괴롭혔다고.”

 내가 변명을 했다. 그래도 반장 경식이는 융통성 없이 막무가내였다.

 “니가 공부시간에 떠든거는 맞잖아!”

 그래서 나는 경식이를 싫어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조선시대 마름스타일의 반장이라고 할까? 경식이 엄마도 학교에 유난히 자주 들락거렸다. 엄마덕에 반장노릇하는 아이였다. 창밖을 쳐다보면서 딴생각을 하던 나는 애국가 2,3,4절 가사는 알 리가 없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자, 이제 노래를 다 배웠으니 누가 한 번 불러볼까?”

 그때 반장 경식이가 말했다.

 “선생님, 모개가 입만 벙긋벙긋하고 노래 안불렀어요.”

 반장 경식이는 그렇게 고자질을 하고는 나를 보면서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치사한 놈.’

 나는 반장 경식이를 째려보았다.

 선생님이 나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그래, 모개가 한 번 불러봐라. 애국가 4절...”

 나는 엉거주춤 일어나서 노래를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철갑을 두른 듯........”

 아이들이 킥킥킥 웃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정색을 하고 호통을 쳤다.

 “도대체 애국가 부를 때 뭐하고 가사도 모르니? 응. 넌 오늘 화장실청소다!”

 난 수업시간에 상상 한 번 한 죄로 푸세식 변소 청소를 해야했다.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천 오백명이었다. 시골학교치고는 꽤 큰 학교였다.

 전교생 천 오백 명의 똥오줌이 모이고, 수십 년 삭혀져서 쩔은 그 변소 안은 구더기가 버글버글했다.

 그리고 우리학교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는데 학교 변소는 따로 학교교실건물과 멀리 뚝 떨어져있었고 크기도 컸다. 학교 아이들의 말로는 6.25때 사람들도 많이 죽고 해서 학교에 비오는 밤이면 변소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 소문이 아니더라도 수십 년간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볼일을 본 곳이라 냄새때문에 변소건물 옆을 지나치려면 질식할 것 같아서 다들 코를 막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도 학교에서 푸세식 변소를 안가려고 소변을 참았고 혹시 갈증이 날까 봐서 물도 잘 안 마셨다.

 물뿌리개에 물을 떠서 나일론 빗자루를 들고 변소 위에 물을 약간 뿌리고 나일론 빗자루로 변기통과 바닥을 벅벅 문질렀다. 그리고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수십칸이 넘는 변소를 그렇게 청소하다보면 내 옷은 변소냄새로 쩔었다.

 수십 년이 넘은 학교의 낡은 화장실은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냈다.

 비 오는 날 저녁이면 귀신이 나온다는 그런 흔한 소문 말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우리학교는 오래된 건물이라 저녁만 되어도 기괴하게 보였다.

 

 학교도 들어오기 전 나도 우리 집 푸세식 변소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엄마가 붉그죽죽한 팥을 삶아서 고물을 만들고 멥쌀을 불리고 갈아 떡을 만들어서

 이웃에 나눠주었다. 변소에 빠지면 떡을 해 먹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옛날 사람들은 변소에도 신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옛날 고대에는 그리스 로마신화처럼 모든 사물에 정령이 들어있다고 믿은 그런 다신교였다.

 변소를 옛날에는 칙간이라고 했고 그 변소신을 칙신이라고 불렀다.

 할아버지 할머니 때는 칙신을 변소각시, 정낭각시, 변소장군, 뒷간신 등으로 불렀다.

 옛날사람들은 칙신이 대부분 젊은 여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이 여신은 머리카락이 길어 그것을 세는 것이 일인데, 사람이 변소에 올 때 갑자기 자기를 놀라게 하면 머리카락으로 뒤집어씌워 죽게 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는 어두운 밤 멀리 떨어져 있는 변소가 공포의 대상이 된 것에서 생겼을 것이다. 칙신이 놀라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재래식 화장실을 갈 때 뒷간에 먼저 온 사람이 볼일을 보고 있을 때 방해하거나, 갑자기 문을 벌컥 연다거나 하는 일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만든 이야기같다.

 옛날 시골에서는 뒷간을 새로 지으면 좋은 날을 받아서 밤에 변소에 불을 켜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뒷간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아이들이 신발을 빠뜨리거나, 사람이 빠졌을 때 떡을 해서 칙신(뒷간신)에게 빌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칙신이 노해서 탈이 생긴다고 믿었다고 한다. 옛날 뒷간은 무척 깊었기 때문에 혹여 아이가 빠지는 사고를 미리 막으려고 뒷간에 갈 때는 조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오빠별명은 오만상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빠와 순돌이, 나는 강 위의 기다란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우리 뒤에는 여자애들이 몇 명 걸어오고 있었다. 아랫마을에 사는 언니들이었다.

 그런데 오빠가 갑자기 그 언니들에게 돼지라고 놀리는 것이었다.

 그중 한 명이 조금 뚱뚱하기는 했다. 뚱뚱한 언니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만해라!”

 오빠와 순돌이는 더 큰 소리로 언니들에게 ‘돼지야’라고 부르면서 나에게도 시켰다.

 “니도 돼지라고 불러라.”

 나는 그 언니들과 거리가 멀기도 하고 좀 웃기기도 해서 장난삼아 같이 놀렸다.

 “돼지야~”

 언니들은 흥분해서 우리를 막 쫓아왔다.

 오빠와 순돌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날쌔게 달아났다. 나도 오빠를 따라 뛴다고 뛰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책가방을 휙 잡아당기는게 아닌가?

 뚱뚱한 언니는 내 가방을 잡고 나에게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어이구, 이걸 그냥 콱!”

 나는 졸지에 덩치 큰 언니 세 명에게 에워싸이고 말았다.

 “야, 너거 오빠가 우리보고 돼지라고 놀렸제? 니까지 그라마 안돼!”

 오빠와 순돌이는 벌써 다리를 건너 우리 동네 방향인 북쪽길까지 도망가 있었다.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몸둘바를 몰랐다.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둔다! 알겠나?”

 언니들이 나에게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알겠다.”

 나는 미안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오만상 저 새끼. 야비하제? 봐라 지동생은 버리고 지만 도망갔잖아.”

 “저런 게 무슨 부반장이고?”

 언니들은 오빠욕을 하면서 다리를 건너 아래쪽으로 난 길로 내려가버렸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물론 오빠가 시킨다고 같이 남을 놀린 것은 잘못이지만 어떻게 혼자 내빼버리고 만단말인가? 내가 상황분별을 잘 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절대로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나보고도 돼지라고 누가 놀린다면 짜증이 날 것이다.

 

 구원자네는 토끼도 키웠다. 귀여운 토끼를 보기 위해 나와 막둥이는 자주 구원자네 집으로 갔다. 포동포동한 토끼에게 냇가 풀밭에 난 클로버잎을 따다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구원자네 집에 가니 구원자아빠는 토끼 귀를 빨랫줄 집게로 꽂아놓고 칼로 토끼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토끼고기를 구워먹어야겠다. 사과나무로 불을 피워서 구워먹을꺼다. 너희들도 먹고 싶나?”

 구원자아빠가 칼을 들고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막둥이는 무서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토끼는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었다. 구원자아빠는 머리부터 토끼의 가죽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 마치 그 순간을 몹시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털가죽이 벗겨진 토끼의 몸에 토끼의 눈이 둥그렇게 보여서 무척 무서웠다. 나와 막둥이는 기절하다시피 집으로 도망쳐왔다.

 ‘더 이상은 토끼를 보러가지 않아야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막둥이는 토끼가 죽었다면서 울었다.

 “으아앙. 언니야. 토끼 죽었다.”

 소나 돼지를 먹는 것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토끼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죽이다니.

  내가 나중에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본 것이다. 우리학교는 산 옆이라서 학교 안에 다람쥐, 오소리같은 동물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학교직원아저씨가 오소리를 한 마리 잡은 일이 있었다. 그 아저씨는 오소리 목에 줄을 묶어서 물이 가득 찬 고무통에 오소리를 집어넣었다가 숨이 넘어갈 때쯤이면 또 물통 밖으로 꺼냈다.

 그런 일을 열 번 정도 반복을 하는데 오소리는 참 힘들어보였다.

 아이들 수십 명이 그 장면을 우루루 떼거지로 몰려들어서 구경하는 것이었다.

 지금같은 세상이면 동물학대라고 신고를 하겠지만 옛날에는 그냥 예사로 그런 일을 했다.

 오소리는 그러다가 나중에 죽었는데 나는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려서 교실로 돌아와야했다. 그 학교 직원아저씨가 오소리를 잡아먹었을 것 같았다.

 그 당시는 야생동물을 잡아서 먹는 것이 불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었고 야생동물이 몸보신이 된다는 이상한 믿음이 있어서 많이들 잡아먹었다.

 

 우리학교 남자아이들도 사실 개구리를 잡아서 연필깎는 칼로 생체분해를 하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은 개나 고양이가 있으면 눈알을 잡아빼기도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쳐다보지 못했는데 그런 남자아이들과 나는 뇌구조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우리오빠도 냇가에서 동네형들과 개구리를 잡아서 주변에 널린 땔감을 모아 불을 지펴서 개구리뒷다리를 구워먹었다고 집에 와서 자주 자랑을 했었다. 논가에 벼들 사이를 헤치고 메뚜기를 잡아 빈 콜라병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와서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은 일도 많긴 하니 그때 그 시절에는 빈번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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