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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XII 천국과 지옥은 눈꺼풀 하나 차이
작성일 : 20-09-21 23:17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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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II

  협회 건물을 다녀온 뒤로, 완전히 몰락해 더는 망가질 게 없다고 생각한 내 하찮은 일상에도 천천히 확실하게 흉터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광기 어린 편집증은 한층 더 악독해져 가만히 서 있는 전봇대 따위에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두르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 일쑤였다. 이미 나를 악몽으로부터 지켜주던 이성이 완전히 기능을 잃어, 한가득 고약한 알약을 퍼먹지 않으면 일상적인 생활이 붕괴할 만큼 지독한 환각과 미지의 위협에 대한 공포가 지치지도 않고 머리통을 잠식했다. 치킨에 숨겨진 폭력적인 비밀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치킨에 대한 괴악한 의존증과 끝모르는 집착은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져, 이제는 치킨 의외의 음식은 거의 입 근처에도 가져다 대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억지로 치킨 말고 다른 음식을 꾸역꾸역 목구멍에 쑤셔 박으면, 내장 속에 가득 들어찬 짐승의 육신이 발광하듯 날뛰어 내 몸뚱아리가 참지 못하고 발작적으로 구토를 쏟게 만들었다. 격렬한 토악질 끝에 터져 나온 토사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는 처량한 육신의 광경을 발견하자마자 먹이를 기다리던 굶주린 파리와 바퀴벌레가 새까맣게 몰려들어 나를 둘러싸고는, 피부 거죽 한 뼘도 남기지 않고 뒤덮어 지저분한 주둥이를 처박고 내 피부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박박 핥으며 광란의 포식을 만끽한다. 이윽고 내 몸에 묻은 토사물을 먹어치운 벌레들은 별안간 격렬한 굶주림에 휩싸여 자기들끼리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고 서로 물어뜯어 잡아먹기 시작했다. 푸르죽죽한 벌레의 체액과 고약하게 썩어가는 찌꺼기의 냄새가 가득해질 때쯤 벌레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반쯤 뜯겨나가 너덜거리는 몸뚱이를 이끌고 뽈뽈뽈 구석탱이 잠자리로 사라진다.

  정신적으로 아무리 피폐해지고 역겹더라도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면 치킨을 시켜 먹어야만 했다. 기괴하게 뒤틀린 닭다리를 집어 들 때마다 협회 건물에서 지켜본 신선한 송장의 최후가 눈깔에 처박혀 아프게 떠오르고, 영장류의 몸뚱아리와 똑 닮은 닭의 척추를 빨아 먹을 때마다 고약한 벌레의 촉수가 내 뱃속을 뚫고 튀어나와 몸통을 타고 기어올라 목을 조르는 환영에 휩싸인다. 이윽고 누렇게 기름때 낀 이빨에 갈기갈기 부서져 뱃속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치킨의 풍미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아름다워서, 역겨움에 몸서리치며 뱉어 보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뱃속에서 남김없이 치킨 살덩이 전부가 녹아내려 내장 속으로 파고들어 버린 후라 조그만 잔해도 토해낼 수 없다. 배부르게 치킨 조각을 삼키다 보면, 미친 듯이 날뛰던 내장의 움직임이 조금은 잠잠해졌기에 잠시나마 편안한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간혹 치킨을 먹지 않은 채 지쳐 잠이 들면, 어김없이 불길한 악몽이 찾아와 닳디 닳아 사그라들기 직전인 내 정신을 다시는 정상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만큼 무자비하게 찢어버린다. 항상 동일한 장소에서 시작되어 일정한 시간을 반복하는 악몽은 몇 번을 느껴도 생경한 공포가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기괴하고 끔찍한 내용투성이였다. 나는 온몸이 발가벗겨진 채 높게 솟아오른 제단에 묶여 있으며, 제단 아래에 피투성이의 사람들이 새하얀 나신을 부끄럽지도 않게 드러내며 기괴하게 멍한 표정만이 남아있는 얼굴을 연신 두리번거리며 기약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땅을 파고들고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한시도 쉬지 않고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썩은 나무 둥치에 파묻혀 꾸물거리고 있는 새하얀 애벌레의 모습이 연상되어 참을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웠다. 이윽고 끔찍하게 뒤틀린 비명을 내지르며 사람들의 머리통이 반으로 쩌억 갈라지더니, 그 속에서 축축한 체액이 뒤덮인 푸르딩딩한 벌레의 대가리가 튀어나와 격렬하게 펄떡거리며 숙주의 몸통을 차지한다. 완전히 벌레 대가리에 몸을 내준 사람들의 육신은 홀린 듯 난잡하게 서로를 탐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몸에 겹치고 지저분하게 살갗을 뭉대며 광기 어린 교성을 토해내길 수분, 여성의 몸체를 차지했던 벌레 대가리들이 주위의 수컷 벌레의 몸통을 기괴한 굶주림에 휩싸여 뜯어먹기 시작했다. 피와 체액, 푸들거리며 몸을 떠는 벌레 대가리와 인간의 사체가 주위를 가득 메울 무렵, 암컷 벌레 몸뚱아리가 격렬하게 부들부들 떨어대며 더러운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암컷의 다리 사이가 불길하게 출렁거리고, 시커먼 새끼벌레의 대가리가 새하얀 인간 아기의 몸통에 붙은 채 축축하게 주름진 어미의 생식기를 찢으며 기어 나와 한차례 거칠게 울부짖는다. 정신을 차린 새끼벌레들은 곧이어 내가 묶여 있는 제단의 위를 빤히 쳐다보고는, 괴악하게 입맛을 다시고 미친 듯이 손발을 놀리며 내가 있는 곳까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묶여 있는 내 몸뚱아리에 당도한 새끼벌레들은 굶주린 주둥이에서 역겨운 침을 뚝뚝 흘리며 찬찬히 내 사지를 물어뜯기 시작했고, 사지가 구속되어 꿈속에서 죽지도 못하는 나는 격렬한 고통과 미쳐 버릴듯한 광기에 울부짖으며 악몽에서 깨어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서서히 두뇌까지 파먹혀 꿈에서 깨어나고 싶다는 소원조차 잊어버릴 만큼 기나긴 시간 동안 나를 가두던 악몽에서 깨어나 번쩍 눈을 뜨면 언제 깨어나 걸어왔는지도 기억 못 한 채로 어느새 내 골방을 벗어나 치킨집 문 앞에 두 발이 당도해 있었고, 끌려 들어가듯 치킨집 안으로 들어가 언제나처럼 치킨 튀기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나날이 지옥과도 같이 반복되었다. 나를 둘러싼 악몽과 광기의 원인을 짐작조차 할 수 없고 서서히 미쳐가는 정신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지만,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는 끊임없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치킨을 퍼먹다 무기력하게 잠드는 것 단 하나밖에 없었다.

 

  치킨을 배불리 처먹고 골방에 누워 뒹굴거리던 어느 날,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살짝 찾아오려던 잠결이 깜짝 놀라 달아났다. 분명 치킨도 만족할 만큼 섭식했고 정신병약도 충분히 챙겨 먹었는데 묵직하게 문을 두드리는 존재할 리 없는 방문객의 소리가 들린다는 현실에 미친 듯이 당혹스러웠다. 잠시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으니 사장이 또다시 불경한 헛소리를 늘어놓으러 찾아왔나 보다 생각이 들어 찬찬히 문가로 향했다. 그러나 문 앞에 삼엄하게 서 있는 형상은, 내가 기대하던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노원 경찰서 OO경장입니다. 북한산 국립공원 살인사건에 중요 용의자로 서까지 동행 해주셔야겠습니다.’

  우악스럽게 어깨를 잡아채는 경찰의 손을 따라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지는 경찰차에 내던져지듯이 올라탄다. 무슨 영문인지 짐작도 할 수 없다. 형형한 눈빛을 비추고 억센 손아귀로 나를 끌어당기던 노인이 죽었다고? 살인사건, 그것도 용의자가 나라는 사실에 숨겨진 음모에 빠져들어 무력하게 남은 일상조차 약탈당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위기감이 급격하게 치솟아 오른다. 이윽고 도착한 위압적으로 널찍하게 아가리를 쩍 벌리고 누워있는 경찰서 입구로 끌려 들어가 사건의 진상을 설명받았다. 고약한 썩은 악취를 신고받고 출동한 북한산 국립공원 옆의 슈퍼에서 기이하게 부패한 노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손발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꺾인 채 온몸의 체액이 비정상적으로 말라붙어 있었고, 등 한복판에는 송곳으로 파낸 듯한 기이한 문양의 흉터가 조각되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노인의 유서로 추정되는 종이에 내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필체 역시 조작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노인의 글씨체, 남겨진 종이는 영락없는 다잉메시지라는 결론이다. 더욱이 근 한 달간 CCTV 상으로 확인했을 때 슈퍼 근처에 접근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고, 내가 가게를 떠난 직후부터 노인이 문밖으로 나오지 않아 이 시점에 살해되었다고 판단하여, 유력한 용의자로 나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설명해 주었다.

  찬찬히 사고 당일의 행선지와 만난 사람 따위를 묻는 경찰의 심문에 하나도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딱딱하게 굳은 머릿속으로 불길한 망상 있을 수 없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경찰이 제시한 사진 속 손발이 꺾인 채 빳빳하게 굳은 노인의 사체는 어색하게 닭의 모양을 따라 하고 있었다. 체액이 주욱 빨린 노인의 삐쩍 마른 몸뚱이가 번들번들하고 딱딱하게 굳어서 빛나는 모양새가 참으로 벌레의 꼬락서니. 결정적으로 등에 새겼다는 흉터의 형상은 협회 2층 실험실에서 명패에 보였던 글씨체와 극단적으로 유사하게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나를 조롱한다. 사진 속 노인의 허연 동공과 눈을 마주치고, 노인이 간신히 입을 벌려 불길한 울음소리로 내게 속삭인다. 거칠게 긁힌 공포에 파묻혀 힘겹게 짜내는 단말마는 ‘살려줘’ 세글자를 간신히 뱉어내고 있었고, 불길하게 내 귀를 맴도는 냉동 창고의 마지막 비명에 뒤섞여 먹음직스러운 식재료로 전락한 인간 육신의 형상을 눈앞에 상기시킨다. 현실과 기억, 눈앞에 들어오는 시야에 현실과 불길한 환각이 뒤섞여 자아내는 지옥도가 내 오감을 통째로 압도한다. 시야가 뒤틀리고 그 무엇도 명확히 인식할 수 없다. 고개를 드니 내 앞에 서 있는 경찰의 손에 날카로운 주사기가 들려 불길한 약물을 내 몸에 투여할 준비를 마쳤다. 주위를 둘러싼 피 칠갑 된 수술대에 잠들어 있는 곳곳이 절단된 살덩이들이 먹인감의 냄새를 포착하고 꿈틀대며 나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시끄러운 벌레의 소음이 귓속에 가득하고, 뱃속에서 날뛰던 짐승의 살덩이가 살거죽을 뚫고 나와 시커멓게 변색된 촉수를 늘어뜨려 내 눈을 찔러 뇌 속까지 파고들려 악착같이 꿈틀댄다.

 

  사지를 주체하지 못하며 미친 듯이 날뛰는 광기에 사로잡힌 내 안타까운 육신을 주위 경찰들이 가까스로 제압해, 사건을 미치광이의 엽기 살인으로 손쉽게 결론 내리고는 내 신병을 구속하여 정신병원으로 인계했다. 차갑게 폐쇄된 병동에 누워 진정제를 맞고 몽롱한 잠에 빠져 기이한 꿈의 세계를 탐사하는 나날이 예고도 없이 지루했던 내 일상을 대체했다. 아득하게 펼쳐진 꿈속에서 내 육신은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족히 12m 이상의 커다란 괴물이었다. 인간의 시선으로는 완벽히 묘사하지 못했으나,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 육신의 느낌은 커다란 가오리에 가까웠다. 납작하게 삼각형으로 펼쳐진 커다란 머리가 몸 대부분을 차지하고, 머리 한가운데에 돋아난 작은 낙타의 혹처럼 생긴 돌기는 단단한 외골격으로 둘러싸여 있어 순환계 대부분을 포함한 내장을 보호하고 있었다. 온몸을 축축한 비늘이 감싸 꿀렁거리며 반은 액체 반은 살덩이가 요동치는 불안정한 육신을 속박했다. 커다란 머리 모서리마다 연결된 군청색 촉수는 다리와 날개의 역할을 겸하여 아늑한 대기가 감싸는 꿈속의 세상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능력을 내 육신에 부여했다. 특히나 매력적인 내 육체의 새로운 특징은, 동시에 전방을 감시할 수 있게 넓은 각도로 벌려져 커다란 대가리 각 꼭짓점에 달린 3개의 눈으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괴물의 방식으로 공간을 인지해 내 머릿속으로 처박았기에 기존 인간 시야가 가진 3차원의 답답한 한계를 넘어 완벽히 새로운 차원에서 사물을 뜯어 관통해 파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평면처럼 생긴 사물의 깊이감을 한눈에 파악하여 시시각각으로 형태를 변환시키는 몽환적인 입체적 시야로 세상을 인식하는 현세를 초월한 감각이 너무나 황홀해서 다시는 현실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던 나를 향해 수없이 많은 동족의 무리가 황금빛 빛무리를 이루어 너울너울 춤추며 다가왔다. 무리 중앙에 한 쌍의 동족이 보드랍게 촉수를 내밀어 내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에서 눈물이 쏟아질 만큼 다정한 평온함과 그리움을 느꼈다. 촉수 주인이 지닌 얼굴 형태는 얼핏 보기에는 처음 보는 생명체였으나, 새로 얻은 3개의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니 평면의 정보를 뚫고 뇌를 통해 기묘한 익숙함이 직접적으로 그려지고, 머릿속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합쳐지고 비틀리며 재조합된 그리운 얼굴은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깊이 감춰져 있던 … 와 닮아 있었다. 분명히 현실에서 나를 낳고 길러준 …이지만 몽환적인 꿈속을 떠다니는 상태에서는 감히 인간 시절의 기억을 불러올 수 없었다.

  잠시 다정하게 몸을 섞은 후, …가 이끄는 동족의 무리를 따라 너풀너풀 날아갔다. 거꾸로 자라나는 붉은 나무와 땅을 기는 연녹색 구름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낮게 깔린 하늘을 넘어 익숙한 돌무더기가 가득한 거대한 산맥으로 도착했다. 검은색 돌무더기는 기억 속 북한산에 층층이 늘어서 있던 돌탑과 똑같이 생겼지만, 새로운 시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적 균형과 수학적인 완성미가 현실의 구속을 꿰뚫고 압도적인 감동을 자아냈다. 탑에 그려진 무늬가 머릿속에서 새로이 재조립돼 현실 차원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완성된 구조를 눈앞에 그려서 황홀하게 뇌 주름마다 차오른다. 이곳이 잊혀진 나의 고향, 내 동족의 천국, 내 …의 마지막이 잠들어 있는 꿈속의 구심점이라는 확신. 영원히 이 꿈속에 머물기 위해 그때는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육신과 영혼을 맺어주는 거대한 돌문으로 향해 동족의 배웅을 받으며 나아간다. 풍만한 영혼의 만족감과 갑갑한 육신에서의 해방이 선사하는 안락함이 현실에서 겪었던 수많은 광기와 고통을 어루만져 치유해준다. 더없이 찬란한 고양감과 행복,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어두운 정신병동의 불 꺼진 천장. 현실로 내동댕이쳐진 육신의 처량함에 잔뜩 고양감에 부푼 정신이 적응하지 못한다. 왜 내 눈이 좁다랗게 모여 있어서 평면으로만 세상을 인식하는지, 손과 발이 이상한 위치에 달려 몸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없는지, 인정할 수 없는 인체의 퇴행한 감각이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무기력하고 갑갑하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발악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간호사들이 달려와 진정제를 투여하려 한다. 가만히 보니 사람이 아니다. 흉측한 주둥이와 시커먼 겹눈을 빛내는 사마귀가 갈퀴 손에 커다란 주삿바늘을 들고 탁하게 빛나는 허여멀건 한 짐승의 체액을 내게 주입한다. 점차 사지를 거느릴 자유를 빼앗기고 힘을 잃어가는 처량한 내 육체. 이윽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나를 향해 사마귀가 커다란 톱날을 들이대며 괴악한 손질을 시작한다. 차례대로 발골되어 떨어져 나간 손가락을 향해 주위를 날아다니던 굶주린 날파리가 달려들어 갉아먹기 시작한다. 육체가 분리되며 고깃덩어리로 변해 벌레들에게 씹어 먹혀가는 황망한 감각에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광기를 깨고 눈을 뜨니 다량의 안정제를 투여받고 오래간만에 맑은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신병의 증세가 너무 심각하여 도저히 작은 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의사의 판단하에, 좀 더 전문적인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기로 결정되었다. 묵묵히 하얀 구급차에 갇혀 낯선 의사들에게 둘러싸인다. 왜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비웃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내 손발을 묶고 입마개를 씌우는 의사들. 처음에는 또 빌어먹을 편집증이 도사려 멀쩡한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보고 나를 구속하는 행동으로 착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 건, 몸을 옥죄는 구속복의 질감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내 움직임을 빼앗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부터. 이미 굳게 막힌 입으로 미친 듯이 신음을 내질렀으나 두꺼운 구급차 문을 넘어서까지 밖으로 소리가 퍼져나가진 못했다. 구급차 창밖으로 보이는 병원의 간판에 낯익은 치킨 로고가 샛노랗게 빛난다. 서울치킨협회의 후원을 받는 서울 최대 규모의 ‘서울 종합 정신병원’이 내 새로운 지옥의 이름이었다.

 
작가의 말
 

 2페이즈 시작, 주인공은 햄보칼 수 없어...

 

 저는 대한민국의 경찰 분들과 정신병원 의사들을 지지합니다.

 실제로 날치기로 사건을 종결 하는 경찰분들과 환자를 멋대로 구속하는 정신병원 의사들은 없다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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