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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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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두더지고기 먹던 날
작성일 : 20-09-21 19:23     조회 : 275     추천 : 2     분량 : 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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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여름-두더지고기 먹던 날

 

 남부지방은 늦여름도 무덥다. 우리밭은 모래땅이라서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사과밭에 수시로 물을 대주어야 한다. 그래야 11월 말에 수확하는 국광, 부사가 자란다.

 뜨거운 햇볕아래 사과나무 이파리들은 시들시들, 아직 덜 큰 애기사과도 햇볕에 그을어 크지도 않은 채 익었다. 아침 일찍부터 경운기모터를 돌려서 지하수를 퍼올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사과밭에 물을 퍼는 날엔 새벽부터 따따따따 하루종일 경운기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깨야한다. 일요일이라 학교를 가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선 긴 밭 사이사이로 내 머리통만한 굵기에 긴 파란색 호스를 들고 아버지를 따라다녀야한다.

 사과나무들이 줄을 지어 선 밭에 기다란 호스들을 연결해서 사과나무에 물을 대준다.

 한 줄이 끝나기 전에 옆의 줄에 미리 호스를 깔아놔야한다. 그래서 연이어서 사과나무 밑에 물을 대줄 수 있다. 호스에서 물이 너무 세게 나와서 나무 밑의 흙이 패인다. 나는 사각형 모양의 넓은 파란 가파를 들고 다니다가 아버지가 물을 대줄 나무를 바꿀 때마다 호스와 직접 닿는 땅바닥에 파란 가파를 깔아주었다.

 호스 한 개가 어른 키 두 배 정도 되니까 호스 여러 개를 연결해서 물을 대주는데 그게 혼자서는 못하고 조수가 있어야한다. 엄마는 큰이모가 결혼을 하게 되어서 근처 대도시로 한복을 맞추러 갔다. 아침부터 오빠는 어디론가 자전거를 타고 사라지고, 막둥이는 어리고, 위선자는 자고, 내가 아버지 조수로 잡혔다. 늘 나만 잡힌다.

 학교 운동장보다 더 넓 과수원 나무들에 일일이 물을 대주려면 새벽부터 밤까지 물을 퍼도 모자란다.

  사과나무 밑에는 애기주먹만한 구멍들이 흔하다. 물이 세차게 나오는 호스를 사과나무 밑에 갖다대면 구멍들 속으로 물이 사정없이 들어간다. 그러면 잠시후 그 구멍 속에서 주둥이가 분홍색인 두더지가 톡 튀어나온다. 아버지는 긴 사과나무 가지로 두더지를 사정없이 팬다.

 “깨갱” 두더지는 몽둥이에 맞아 잠시 기절한다.

 여기 구멍에서도 톡! 저기 구멍에서도 톡!

 “앗! 저기 있다. 잡아라!”

 내 앞으로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보고 아버지가 소리를 질렀다.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으이구! 등신아, 그것도 못 잡나!”

 아버지는 나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자동반사로 두더지를 때려잡았다.

 두더지는 사과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사는데 사과나무 밑에 구멍을 뚫고 집을 만들어놓고 산다.

 사과나무 한 줄에 물을 다 대주기도 전에, 사과나무 아래 구멍에서 두더지가 튀어나오는 족족 몽둥이로 때려잡아 모으면 사과망태에 반이나 찬다. 두더지가 든 사과망태도 내가 들어야한다.

 난 기절한 두더지들이 담겨있는 망태를 들고 고개를 돌리고 아버지를 따라다녀야했다.

 난 두더지가 너무 무섭다. 두더지만 무서운게 아니라 사과나무에 허물을 벗어놓는 매미허물도 너무 무서웠다. 매미애벌레가 벗어놓고 달아난 매미허물만 보면 징그러워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두더지와 매미는 사과나무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걸까? 난 사과만 좋아하지 사과나무에 사는 곤충, 벌레는 다 싫어한다.

 점심때가 되자 아버지는 잠시 경운기를 끄고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한다.

 아버지가 두더지들이 기절한 상태로 담겨있는 사과망태와 식칼을 들고 마당 한구석에 있는 지하수펌프 옆으로 갔다. 두더지를 손질해서 지하수물을 퍼올려 헐렁헐렁 씻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후에 냄비에 뭔가를 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막둥이는 아버지가 뭐 맛있는 음식이나 주려나 생각하는지 부엌 앞 평상 위에서 기대에 들뜬 모습이다.

 부엌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 아버지가 다시 냄비를 들고 나왔다.

 “소고기 먹자.”

 아버지가 막둥이에게 말했다. 막둥이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아버지가 나에게도 오라고 손짓을 했다. 난 당장 마당 한가운데로 멀찍이 달아났다.

 “저...저기. 배가 불러서. 이기 얼마나 좋은긴데.”

 아버지는 나를 금방 포기하고, 평상 위에 냄비와 소금을 얹어놓고, 삶은 두더지고기의 거무튀튀한 껍질을 까서 분홍빛 살점을 막둥이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맛있제?”

 “응. 마시따.”

 막둥이는 좋아서 웃으면서 분홍빛 두더지고기를 꼭꼭 씹어먹는 것이다.

 아버지와 막둥이는 냄비에 든 국물도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사이좋게 나누어 마셨다.

 “다음에 물퍼면 또 잡아주께.”

 드디어 냄비에 든 고기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평상 위로 다가가 냄비 안을 들여다 보았다. 냄비안에 노란 기름이 동동 뜬 국물이 조금 남아있었다. 상 위에는 거무튀튀한 두더지껍질이 쌓여있었다. 아버지와 막둥이는 두더지고깃국을 다 먹고 목침을 베고 평상 위에 누워서 낮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걸 보고 밥맛이 뚝 떨어졌다.

 

 아부지 친구분 중에는 어릴 때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 손에 자란 분이 계셨다.

 그 친구분의 할머니가 맨날 암죽만 먹여서 키우는 손자가 몸이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비만 오면 진흙이 많은 논두렁이나 산으로 가서 지렁이를 잡아서 고아먹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분은 잔병치레 한 번 한 적이 없이 자랐다고 한다.

 난 엄마가 돼지고기를 삶아도 오로지 살코기만 먹는다. 기름은 입에서 느글거려서 먹을 수가 없다. 얼마전에 엄마가 사골국을 가마솥에 고았는데 너무 느끼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못먹겠다고 하자 아부지가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처먹어라! 남들은 없어서 못먹는다! 배때지가 불러서.”

 결국 나는 억지로 한 대접을 다 먹어야했다. 그리고 그날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속에 든 것을 이불 위에 모두 게워내고야 말았다. 그걸 본 엄마 억지로 뭔가를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비위가 무척 약했고 섬세한 아이였다. 오로지 먹는 것이라고 밥, 된장찌개, 김치, 과일을 먹고 가끔 간식으로는 사탕이나 뽀빠이(라면처럼 꼬불한 짤막한 과자)정도를 먹었다.

 파나 양파도 물컹거려서 못먹었다.

 

 여름에 제일 먼저 익는 사과는 ‘유와이’이다. 홍옥이랑 부사는 작고 새파랗다.

 복숭아는 연두색을 띄면서 털만 북슬북슬 달렸고, 얼마 전에 심은 천도복숭아도 진한 초록으로 끝만 발그레하고 땡글땡글한게 먹으려면 한여름이 지나야한다.

 무서운 두더지껍질을 보고 밥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배가 고파서 밭 끝에 있는 유와이나무 위로 올라가서 제일 잘 익은 놈을 골라서 따먹었다.

 유와이는 약간 덜 익었을 때가 아삭하고 맛있지만 완전히 익으면 달콤한 향기가 나고, 열과가 생긴다. 열과는 사과가 급하게 성장해서 껍질이 갈라지는 것을 말한다.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열과가 생긴 유와이는 과일 속이 바나나처럼 노란색이 된다.

 약간 퍼석한 느낌이 나지만 잘 익어서 부드럽고 무척 달콤했다. 꿀벌들이 열과 위를 윙윙 날아다니면서 꿀을 빨아먹을 사과를 찾는다. 꿀벌들도 맛있는 냄새를 잘 맡나보다.

 낮잠을 자다 깬 아버지가 다시 경운기를 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나도 유와이나무에서 내려갔다. 내가 사과나무 밑에 줄지어 깔 호스를 마주 잡아주어야 나머지 목마른 사과나무들에게 물을 대줄 수 있다. 사과농사를 잘 지어야 우리가 옷도 사고 쌀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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