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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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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감자캐던 날.(굼벵이술)
작성일 : 20-09-21 09:17     조회 : 342     추천 : 2     분량 : 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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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편-감자캐는 날

 

 6월이다. 사과나무 밑에 긴 줄로 심어놓은 감자는 잎과 줄기가 크다못해 옆으로 쓰러지고 뜨거운 태양아래 그을려 누렇게 마른 부분도 생겼다. 감자를 캐야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감자를 캘때는 손이 많이 필요해서 작은엄마, 사촌들, 큰아버지, 외할머니까지 총출동을 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유난히 햇볕이 더 뜨겁게 느껴졌다.

 나도 끝이 뾰족한 호미를 들고 감자고랑을 깊게 팠다. 땅을 얕게 파면 감자가 호미 끝에 베이거나 호미 끝에 감자가 찍혀서 팔 수 없는 비품이 된다. 감자를 캐서 맛있는 감자전도 부쳐먹고 삶아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감자를 캘 때 딱 한 가지 안좋은 점은 징그러운 벌레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렁이는 많이 봐서 이제 익숙하지만 감자밭에는 굼벵이가 유난히 많다. 벌레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고 약간 누리끼리한 빛을 띄면서 온몸이 자글자글 주름이 잡힌 굼벵이는 호미질을 한 두 번만 해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식겁하게 만든다.

 그리고 징그러운 몸통에 대가리 앞부분에는 검은깨처럼 새까만 눈깔이 달려있다.

 밥맛이 뚝 떨어지는 외모를 가진 벌레이다.

 “악!”

 내가 비명을 지르면 엄마는 위로는커녕 구박만 한다.

 “시끄럽다. 머가 무섭노?” 하면서 맨손으로 내 앞 굼벵이 서너 마리를 잡아 멀리 집어던진다.

 “우리 사과밭에 소거름을 많이 뿌려서 벌레가 많다. 벌레가 많은 땅이 좋은 땅이다.”

 좋은 땅이고 뭐고 과수원집에서 태어난 나는 벌레를 아무리 보아도 친해지지가 않는다.

 밥맛이 뚝 떨어진다. 엄마가 집어던진 굼벵이는 이내 새들의 먹이가 된다.

 까치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와 굼벵이를 콕콕 쪼아먹었다.

 “형님, 이 굼벵이로 술을 담그면 중풍에 그래 좋다카데요. 술 담았다가 아주버니 드리지요?”

 작은엄마가 말한다.

 “그래. 맞다. 아버님도 드리고.”

 두 여자는 밭고랑에 던져버린 굼벵이를 주워담는다.

 “모개야~. 니 감자 안캐도 된다. 니는 어른들 따라다니면서 굼벵이 주워서 그릇에 따로 좀 모아라.”

  나는 순간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굼벵이나 매미허물만 봐도 기절초풍하는 나에게 굼벵이를 잡으라니! 싫다. 정말 싫다. 나는 왜 깨끗한 옷가게나 수퍼마켓집 딸로 태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왜 허구헌날 손에 흙 묻히고 벌레들이 버글거리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나는 모...못한다. 못하겠다. 무섭다.”

 “무섭기는 머가 무섭노? 약에 쓸라카니 대야 한가득 모아라!”

 엄마는 또 내 등짝을 철썩 친다. 오빠는 아침부터 자전거 타고 놀러갔고, 사촌동생 뽀얀이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막둥이를 보고 있었다. 작은아버지딸 뽀얀이는 이런 일을 해 본적도 없고 아무도 뽀얀이에게는 이런 일을 안시킨다. 뽀얀이네 집은 시내에 있다. 뽀얀이는 맨날 공주옷만 입고 예쁜 구두만 신고 다닌다. 나는 맨날 해 박힌 날에는 밭에서 산다.

 그래서 얼굴이 시커멓다. 주근깨도 많다.

 나는 엄마가 무서워서 사과나뭇가지 두 개를 꺾어서 나무젓가락처럼 만들고 굼벵이를 낡은 대야에 담으면서 어른들이 감자캐는 밭고랑 사이를 따라다녔다. 굼벵이들은 낡은 세숫대야 안에서 버글버글 저희들끼리 몸을 비비꼬면서 꿈틀거렸다.

 “감자 캔 것 박스에 바로 담아야지요?”

 엄마가 큰아버지에게 물었다.

 “감자 추진걸 우째 담노? 감자는 따글따글 좀 볕에 말려서 담아야하는구마.”

 큰아버지가 자신있게 말했다.

 굼벵이를 주워담으러 이리저리 다니던 나는 어디선가 감자굽는 냄새를 맡았다.

 아침 일찍 캔 감자들은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인지 껍질에 흙이 바싹 말라붙었고, 맨발로 다니던 내 발바닥에 닿은 감자들은 불에 익힌 것처럼 뜨거웠다. 오늘이 유난히 날이 더 더운 것 같았다.

 “엄마, 감자타는 냄새가 난다.”

 “먼 소리하노? 자다가 봉창뚜디리나? 감자가 타다니? 하여튼 저거 엉뚱한 소리하는데 머 있다카이. 부지런히 굼벵이 안잡고 머하노?”

 엄마가 멀리서 나를 보고 혀를 찼다. 작은엄마도 동조한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거기다 왠지 얼굴이 빨간 큰아버지가 한술 더 뜨는 것이 아닌가?

 “허허, 저것 참 저래가지고 학교가서 공부나 제대로 하나?”

 나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내 코에 분명히 감자타는 냄새가 나서 감자타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는데 모두가 나를 바보로 보는 눈치였다.

 점심때는 너무 더워서 잠시 쉬기로 한다. 엄마와 작은엄마가 사과밭에 드문드문 난 뿕으죽죽산 쇠비름과 초록색 참비름, 도토라지를 뜯어와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한약재인 쇠비름은 빨간 초고추장에 무친다. 암에도 좋고 온갖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초록색 참비름은 참기름과 집간장, 통깨를 넣어 살짝 굴린다.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도토라지는 명아주라고도 하는데 살짝 데쳐서 역시 참기름과 통깨, 간장으로 무친다.

 인근에 딸기농사를 짓는 고모부가 엊그제 트럭에 치였다고 하면서 우리 집에 노루고기를 가져왔다. 엄마는 노루고기를 프라이팬에 볶아서 온갖 나물과 함께 상을 차렸다.

 큰아버지는 내가 자는 방에 자꾸 들락거렸다. 아마 내 방에 무슨 보물을 숨겨놓았나보다.

 “아주버니, 이젠 술 안드시고도 잘 참으시네요.”

 작은 엄마가 큰아버지를 칭찬했다. 큰아버지는 일도 잘 안하면서 잔소리만 하는데 왜 칭찬을 받을까? 나는 과자도 못사먹고 맨날 동생도 업어주면서 온갖 심부름을 다하는데 아무도 나는 칭찬을 안하던데 말이다. 성질이 더러운 오만상은 공부를 잘한다고 맨날 칭찬을 받는다.

 뭔가를 잘해야지 칭찬을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체 모름(강한 결단력)이 있으시니까 금방 끊으시제.”

 엄마도 큰아버지를 칭찬한다. 나는 한번도 칭찬 안해주더니. 나는 엄마를 째려보았다.

 ‘참,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모두 둘러앉아 점심을 먹을 때 나는 뽀얀이와 막둥이랑 위선자에게 나누어주려고 아껴둔 돌사탕을 꺼내러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자개가 박힌 화려한 장롱이 있는 방이다.

 작년에 엄마가 염소를 몇 마리 키워서 어렵게 장만했다.

 할머니가 평소에 엄마가 시집올 때 혼수도 많이 못해왔다고 구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우리 집에도 이런 장롱 하나는 꼭 있어야된다. 너거들 여기 함부로 손대지마래이.”

 엄마가 신주단지 모시듯하는 장롱이다. 장롱 안에는 평소에 못 덮는 좋은 이불도 있고 시집올 때 갖고 온 엄마의 바바리코트도 있었다. 동생들 눈에 안띄게 뽀얀이가 오면 같이 먹으려고 아껴둔 돌사탕을 장롱 안 이불 안에 감춰두었었다.

 사탕을 찾으려고 뒤지는 순간 이불 사이 소주 한 병이 보였다. 이미 뚜껑은 딴 상태이고, 신문지를 뜯어 돌돌 말아서 입구를 막아놨는데 소주가 반쯤 남아있었다. 큰아버지가 숨겨놨을거다.

 “흥! 그럼 그렇지~~.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큰아버지가 몰래몰래 이 방에 들어와서 한 모금씩 마셨나보다. 나는 모르는 척 돌사탕만 꺼내고 방을 나왔다.

 점심을 먹고 어른들은 넓은 시멘트를 발라 만든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잤다. 나와 뽀얀이, 막둥이, 위선자는 과수원 끝자락 감나무 아래로 갔다. 감나무에 달린 감들은 새파랬다.

 밭둑에 작은 땡감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감꽃을 주워서 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었다.

 “언니야, 나도 모꼬리...”

 뽀얀이가 감꽃 목걸이를 만들어서 막둥이에게 걸어주었다.

 막둥이는 나와 모든 여자아이들에게 언니야라고 한다. 오만상은 동생들과 거의 놀아주지도 않고, 누나들하고만 노니까 무조건 ‘언니야’라고 부른다.

 한숨 자고 일어난 어른들은 다시 감자를 캐러갔다. 나도 세숫대야를 들고 따라갔다.

 날이 너무 뜨거웠는지 윗부분에 있던 감자 몇 개는 불에 그을린 것처럼 노리끼리하게 보였다.

 엄마와 큰아버지, 작은엄마, 외할머니. 어른들이 부산하게 감자를 감자박스에 담았다.

 아부지는 사과궤짝을 달던 저울을 가지고 나와서 한 박스에 20Kg씩 재어서 감자박스를 쌓았다.

 해 질 무렵 감자는 모두 캐서 종이박스에 담았다. 이웃집 아저씨가 트럭을 몰고 와서 우리감자를 싣고 갔다. 외할머니는 된장찌개랑 쌈을 싸먹는다면서 밭울타리에 심은 호박덩굴에서 호박잎을 따고 있었다. 엄마와 작은엄마는 중풍에 특효라는 굼벵이를 큰 고무다라이에 담고 지하수를 퍼올려서 깨끗이 씻고 있다. 쌀을 일을 때 쓰는 조리를 굼벵이가 담긴 물통에 넣어서 휘휘저어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나하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굼벵이를 건져올렸다.

 ‘밥맛 떨어진다. 굼벵이 일던 쌀조리로 어떻게 밥을 해먹노말이다.’

 난 굼벵이를 조리로 이는 엄마의 심각한 모습을 보고 토할 것 같았다.

 두 여자는 빈 꿀병을 씻어 말리고 물기를 뺀 굼벵이를 병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소주를 조심스럽게 붓는 것이었다. 소주가 좀 부족했다.

 우리아버지는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술은 특별한 날만 사온다.

 “술이 좀 모자라네.”

 엄마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 장롱 안에도 소주가 있던데 갖다주까?”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엄마는 내 머리통를 쥐어박았다.

 “참, 이거 맨날 무슨 헛소리고? 저리 못가나?”

 내가 하는 말을 어른들은 믿지를 않는다. 도와주려다가 괜히 한 대 맞기만 했다.

 “형님, 이걸 몇 달 가만히 삭히고 나서 드시면 되요.”

 그렇게 굼벵이술 여러 병이 만들어졌다.

 작은 엄마는 자기집에 가져갈 굼벵이술을 조심스럽게 보자기에 싸면서 말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굼벵이술병을 부엌 찬장 참기름병옆에 소중히 넣는 것이었다.

 그 찬장은 내가 엄마 심부름을 할 때마다 하루에 수십번은 보는 찬장이다.

 아버지가 목수아저씨를 불러 직접 산에서 베어온 나무를 말려서 선반식으로 만들었다.

 어디 안보이는데 감춰두는것도 아니고 매일 밥을 먹는 코앞에 두다니! 나는 밥맛이 뚝 떨어졌다. 난 무척 예민한 아이였다. 앞으로 몇 달간은 밥을 못 먹을 것 같았다.

 친척들은 모두 돌아가고 저녁이 되었다.

 풋고추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호박잎을 쪄서 외할머니가 저녁을 차렸다.

 나는 찬장에 넣어둔 굼벵이술병이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어서 스텐인리스 그릇에 담은 밥에 된장찌개를 대충 비벼서 혼자 마당에 나가서 먹었다. 모기가 앵앵 날아다녔다. 하지만 징그러운 굼벵이 옆에서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감자를 싣고 공판장에 갔던 동네 아저씨의 차가 우리집 앞에 섰다.

 “형수님, 감자가 많이 썩었십디다. 햇볕 뜨거운데 달궈진걸 박스에 담았지요?”

 “감자 축축한 채 담으면 안되다고 캐서 햇볕에 좀 두었더니마는....”

 엄마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서늘한데서 말리든지 해야지, 어제같이 더운날 땡볕에 놔뒀다가 종이박스에 담으니 열이 채여서 차에 실린 밤 사이 많이 썩었더라고요. 돈도 제대로 못 받았심다.”

 엄마는 감자를 팔아서 냉장고라도 사려고 했는데 영 계획이 빗나갔다면서 죽는소리를 했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그랬냔말이다. 내가 분명히 밭에서 감자타는 냄새가 난다고 하지않았는가? 온 식구가 무더운데 감자캔다고 고생만 하고. 내 말은 믿지도 않고.

 “너거 큰아부지가 말썽이다. 감자를 햇볕에 다글다글 말리야된다카디. 누가 감자가 폭삭 썩을줄 알았나! 당신 형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은 푸지게 하더라. 못살겠다참말로.”

 엄마는 아부지 뒤통수에다 대고 퍼부었다.

 “괜히 감자캐준다고 와가지고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오기만 하면 돈만 뜯어가고!”

 엄마는 이중인격자같았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과 다투거나 화가 나도 당사자한테는 말을 못하고 맨날 만만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 그리고 화를 돋군 사람에게는 착한 척 가만히 아무말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엄마가 굉장히 착한 줄 안다.

 내가 장롱안에서 먹다남은 소주병을 꺼내다 마루에 내놓았다.

 “이거는 또 뭐고? 어이?”

 “장롱 안에 있던데. 큰아부지가 들락거리던데.”

 “그놈의 술버릇 고쳤나했더니 방안에 술을 숨겨놓고 마셨구만.”

 엄마가 혀를 끌끌 찼다.

 엄마는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 소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술을 끊을 수가 없다.

 술꾼들은 술을 못마시면 손을 부들부들 떨고 눈빛이 초조해지면서 화가 난 표정으로 뭔가 두리번 두리번 찾는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불안할 정도이다. 그 소주라는 것을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또 갑자기 편안한 얼굴이 되는 것이다. 내가 엄마에게 괜히 야단을 맞고나서 돌사탕이나 뽀빠이 속의 별사탕을 하나 먹고 나면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엄마가 아부지에게 퍼붓는 동안 나는 어서 빨리 7월 중순이 되어서 후무샤가 익으면 따먹어야지 생각했다. 후무샤는 개량종 자두인데, 크기는 일반 자두의 두 세배 정도 되고 씨는 아주 작다. 그래서 먹을 게 많고 맛은 새콤하고 달콤하면서 물이 많다. 지금은 연두빛을 띠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과일 몸통 전체가 누르스름하고 과일끝 뾰족한 부분부터 붉그스레해지면서 맛이 든다. 아무리 엄마가 구박하고 잔소리를 해도 후무샤를 하나 먹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정도로 맛있냐하면 작년에 아부지가 사과박스를 큰 트럭에 가득 싣고 전라도 광주공판장에 갖다낸 적이 있었다.

 그때 돈을 많이 받아와서 기분이 좋았는지 읍내 통닭집에 전화해서 양념통닭을 시켜준 적이 있었다.

 통닭집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통닭을 배달하러 와서 사과밭 맨 앞에 심어놓은 후무샤나무를 보았었다. 아저씨는 나무에서 너무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양념통닭 2마리값 대신 후무샤 한 상자를 받아간 적이 있었다.

 처음보는 사람도 후무샤가 익는 냄새를 맡으면 황홀해서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큰아버지도 술을 마시면 이런 기분일까?’

 

 올해는 아부지가 가을에 홍옥을 많이 따도 전라도 광주공판장에 못갈거라고 했다.

 올봄에 아주 큰일이, 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계엄군이 광주에 들어가서 데모하던 학생들과 시민들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경상도차가 가마 기름도 안넣어준다고 하더라."

 아부지가 엄마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우짜는데? 그래도 전라도 가면 돈 제일 많이 받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그래서 남의 큰 병보다 내 손톱밑의 가시가 더 아프게 느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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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09-21 10:4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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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구삼공… 20-09-21 11:14
 
감사합니다. 나나작가님이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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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09-21 14:14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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