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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제가 요즘 여러가지 일이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닌데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이걸 글로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 앞에 내어놓기에 심히 부끄러운 글을 치기어린 고딩 때의 마음으로 낯짝에 철판을 깔고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본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 재미없더라도 크게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14-2화 : 촌놈들,난생 처음 서울 가다
작성일 : 20-09-20 13:35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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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버스는 서울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고, 다들 어제 밤늦게까지 서울 갈 생각에 들떠서 잠못 이룬 탓인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 하릴없어 문득 창문 밖을 바라보니 출발할 때부터 가늘게 내리던 비가 어느새 굵어져 있었습니다.

 

  그 탓인지 떠나기 전의 객기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이러다 서울 가서 비만 쫄딱 맞고 개고생만 하다 오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게다가 ‘저번에도 일을 저질렀는데 또 이러면 이번에는 그냥 안 넘어 갈 텐데, 학교에서 정학이라도 맞으면 울 아버지 성격에 책 다 불살라버리실 텐데...’

 ‘아니야! 괜찮을 거야. 방학 동안에 자율학습 좀 땡땡이 치고 바람 한 번 쐬고 왔다고 설마 정학이야 시키겠어. 아버지도 일 하느라 바쁘실 텐데 고함 한 번 지르고 마시겠지 뭐’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친구들도 하나 둘 깨어나고,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하는지 말없이 바깥 풍경만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버스기사의 “5분 후에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모두들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돌아가십시요” 라는 방송이 나오고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그토록 와 보고 싶던 서울에 첫 발을 내딛었는데...

 

  이럴 수가!!!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 플랫폼에서 떡하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분은 바로 ~~~~~~~~~ 제 아버지셨습니다. 그 순간 우리들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생각조차 못하고 아버지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데, 다가오시더니 “따라 오너라” 하십니다. 그리고는 앞장서서 가까운 고기집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버지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가고 모두들 자리에 앉자 한마디 하십니다. “이 놈들아! 뭐가 그리 급하노.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밥 먹고 아버지랑 같이 내려가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기만 구워 먹고 있는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 ‘여고 공공의 적 1호’ 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아버지! 기왕에 서울까지 왔는데 구경 좀 하다가 내려가면 안 되겠습니까?” 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아버지로부터 금일봉을 받아 남산, 명동, 이태원 등을 둘러본 후 “다음 날에는 학교에 꼭 나가겠다” 고 한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막차를 타고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한테 어떻게 해서 아버지께서 우리보다 먼저 서울에 오실 수 있었는지 여쭤보니 제가 남겨놓은 쪽지를 보신 후 바로 김해로 가셔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못난 아들이 탈선이라도 할까봐 염려되셔서...

 

  이 글을 쓰다 보니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 시절 어떻게 표현하실 지를 몰라 가슴으로만 사랑해 주셨던 아버지. 그런 그 시대의 아버지를 잘 표현한 시 한 수를 인용하며 이 일화를 마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곤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 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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