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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26화 천 년의 대회 (8)
작성일 : 20-09-19 12:33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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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늘어가는 상처.

  시은이는 기력을 운용하여, 계속해서 방어막을 생성하려 했으나, 이미 한 번 깨진 방어막은 쉽게 다시 처음의 밀도를 찾아내지 못했다.

  순수식 연결을 이용해, 상처를 강제로 연결시키며 어떻게든 연명하고 있었지만, 점점 자신의 몸에 남는 검붉은 기력의 흔적으로 인해, 불발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고작 그 정도로는 안돼!"

  실운은 신이난듯, 쉬지않고 시은이를 몰아붙였다.

 '정말 그 때는, 힘을 많이 쓴 상태였구나.'

  시은이는 새삼 그 때 실운을 죽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다.

  실운이 그런 인간의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 때 죽었을 것이다.

 '후우..이런 녀석에겐 인간적인 대우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정보를 들은 뒤, 실운을 어떻게든 묶어뒀어야 했다.

  팔 다리를 다 잘라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만든 다음에 풀어주든지 했어야했다.

  차마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했던 자신이 지금에서야 후회가 되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인간적이지 못한 녀석에게까지 인간적인 대우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크읍!"

  연결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처가 늘면 늘수록, 시은이는 점차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결과로 시은이의 가슴팍에서 빛나던 무한대의 기력 구슬이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깜빡깜빡 거리며, 저번의 실운의 진기신이 보였던 현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 안에 기력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말그대로 그 안의 기력은 마르지 않는 샘같은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단지, 시은이가 그 기력을 운용할 수 있는 컨디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완전하게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실운의 눈이, 살육으로 인한 쾌락으로 번들거렸다.

  시은이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가 어떻게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는지.

  그는 복수라는 것에서 힘을 얻어, 믿기지 않는 삶을 지속해올 수 있던 것이다.

  집착을 넘어선 광기.

  그것이 아마도 지금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난 너처럼 허술하지 않아! 네가 그 때 나를 살리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다!"

  실운은 눈앞의 시은이에게 옛 김시은을 투영하고 있었다.

  이젠 그에게는, 눈앞의 시은이가 어떠한 사람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복수의 대상일뿐.

  잡다했던 생각이, 피조차 증발시켜버릴 정도의 격렬한 움직임끝에서 사라져갔고.

  오로지 한 가지만을 집중하게 만들어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집중의 영역으로 들어간 순간.

  실운은 초감각을 넘어선 새로운 감각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모든 것을 피해내고 흘려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은 자석처럼 한 가지만을 노려내며 빨려들어가듯 움직였다.

  조금씩 반격을 시도하던 시은이의 공격들이, 너무나도 허망하리만치 빗나갔다.

  닿을랑말랑한 순간에, 아주 찰나의 틈으로 허공으로 공격이 새어나간다.

 '..믿기지 않는다.'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실운이 시은이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은이가 아닌, 실운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마냥.

  지금의 시은이가 공공의 적인 것처럼.

  그는 성장하고, 시은이는 뒤쳐지고 있었다.

  푸욱.

 "쿠헉..!"

  이곳으로 온 뒤, 처음으로 시은이의 입에서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한 번도 당하지 않았던 치명상.

  실운의 진기신이 심장을 살짝 비껴나간 채로 시은이의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후우.. 그 잠깐 사이에 몸을 틀어낸다니.. 너도 참 대단한 년이구나."

  촤아악.

  실운은 가볍게 검을 뽑아냈다.

  지혈을 겸하고 있던 검이 빠져나가자, 그 틈으로 시은이의 붉은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털썩.

  지금껏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며, 서있던 시은이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일어서야 하는데..'

  시은이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실운의 눈에는 그저 달싹달싹 거리며,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었다.

 "이제 끝이군."

  실운은 시은이의 핏물이 적셔진 진기신을 질질 끌며, 시은이의 바로 앞에 다가섰다.

 "흐음..이걸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군."

  시은이는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자신의 바로 앞에 기력으로된 방어막을 쌓아올렸다.

  콰차차창!

 "이런 거 의미 없잖아 이제."

  실운이 가볍게 휘두른 검격에 무참하게 깨져나가는 방어막들.

  시은이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방어막을 다시 쌓았다.

 "뭐, 네가 마지막은 아니다만.. 네가 제일 문제이긴 했지. 다행이야. 내가 생각보다 강해서. 아니지, 네가 생각보다 약해서. 크크크..!"

  푸욱.

  시은이의 가슴을 찌를 것이라 생각했던, 진기신이 바닥에 살짝 박혔다.

  실운은 그대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김시은! 보고있나! 지금 이 순간, 내 복수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넌 결국 이번에도 실패했다!"

  악에 받쳐 지른 실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세상에 울렸다.

  실운은 그제야 좀 개운하다는 듯,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다시 진기신을 붙잡았다.

  실운의 몸을 따라 검붉은 기력이 쉬지않고 내달리며, 진기신에게 힘을 더해주었다.

  칠흑의 검신에서 끔찍한 기운이 솟아오르며 주변의 기운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었다.

  실운은 검을 역수로 고쳐쥐며, 자신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필사적으로 기력을 전개하는 시은이를 바라보았다.

  그가 노리는 곳은, 시은이의 정수리.

  그곳부터 시작해서 완벽하게 그의 몸 정중앙을 관통시킬 생각이었다.

 "잘가라. 김시은."

  쐐애애액!

  그의 검이 일말의 자비도 없이 김시은을 향해 떨어졌다.

 '..정말 끝이야..'

  진기신의 검끝이 김시은의 정수리에 닿기 1초 전.

  시은이는 실운이 느꼈던 초감각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미 초감각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실운의 움직임조차 느리게 보이는, 실운이 이룩한 경지와는 다른 수준의 경지.

  실운이 한 가지에 집중하는 감각으로의 발전을 이룩했다면, 시은이는 전체의 모든 것을 관조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시은이는 모든 것을 느끼고 볼 수 있었다.

  실운의 얼굴에서 솟아나오는 땀방울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그의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껏 그와 함께 해온 진기신이 베어낸 적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람에 흘려들어오는 기력의 움직임으로, 주변의 전황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이야. 시즌을 잘 지키고 있구나.'

  단보루와 시야카, 젠이 최선을 다해 시즌을 보호하고 있었다.

  실운의 말대로, 그저 시즌을 공격할랑말랑 할 정도의 견제만 이어나갈 뿐, 굳이 더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무조건 시즌 쪽을 파고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간 셈이었다.

 '내가 너무 밀려서 그랬던 걸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

  굳이 시즌을 미끼로 삼지 않아도 이길 수 있었다는 확신이 생겼기에, 더 전진시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로서도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진기신의 기운이 머리끝에서 서서히 느껴졌다.

  정말로 아차 하는 순간, 진기신은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뚫어낼 것이다.

  지금의 감각이 이어지는 것에 시은이는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가 부족했어.'

  조금만 더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저번의 힘이 빠졌을 때를 기준으로 잡지 말았어야 했다.

  시은이는 그 당시 실운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때의 실운을 기준으로, 멀쩡해진다면 이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겠거니 넘겨짚었던 것이었다.

  어떻게보면 허무하리만큼 사소한 실수였지만, 오히려 시은이였기에 저지를만한 실수였다.

  시은이는 오랜 수련을 통해 강해졌다기보다는, 짧은 시간내에 폭발적으로 강해진 케이스였다.

  그러다보니,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강함을 측정하는데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너무 자만했다는 이야기.

 '..미안해지는데.'

  이미 자신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기력을 운용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가슴팍에 박힌 무한대의 기력 구슬은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몸도 당연히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도 실운의 얼굴에 고정된 채였다.

  그저 갑작스레 높아진 경지에, 감각만이 날카로워졌을 뿐이었다.

  감각의 확장으로, 기회를 얻었다 생각했지만, 어찌보면 이건 기회가 아닌 저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검이 박힌다고 해서 바로 죽진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감각이 예민해진 상태라면, 그 과정이 더욱더 더딜 것이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죽음에 다가서는 느낌.

  아무래도 지금의 감각은, 스스로 깨우친 경지라기 보단, 실운에 의해서 의도된 성장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뭐든 상관 없으려나.'

  결국 실패했다는 것만이 남을뿐이다.

  실운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도 옛 여주인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여주인도 자신과 거의 똑같은 행보를 걸었으려니 생각하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나 움직임까지 똑같을까.

  그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결국 실패했잖아.'

  그렇다. 그렇게 생각해도, 결국 남는 건 실패뿐이었다.

  사사삭.

  그의 검이 정수리에 자라난 머리카락 몇 가닥을 서서히 잘라내고 있었다.

  이젠 감각이고 뭐고, 정말 끝이었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을 이곳으로 밀어넣어주며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시은씨에게 죄송함만이 남았다.

  그렇게 시은이는 모든 것을 놓아버림과 동시에, 눈을 서서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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