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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15화
작성일 : 20-09-18 18:00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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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 왔다.”

 

  의수에서 진동이 울리자마자 나래가 홀로그램을 띄웠다. 하랑의 이름 옆에 작은 아이콘 하나가 떠 있었다. 음성 메시지였다.

 

  “뭐래?”

 

  “……잠시만 위에 보고 올게.”

 

  나래는 벌떡 일어나더니 광학위장을 가동했다. 한순간 해늘의 시야에서 나래가 사라졌지만, 공중에 드문드문 움직이는 팔다리가 보였다.

 

  이 정도로 말해도 위층이나 아래층의 놈들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음성 메시지를 튼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막상 음성 메시지를 열려고 하니 또 어딘가 켕기는 기분이겠지.

 

  해늘은 단지 나래의 뒤에 대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고개를 쭉 빼고 위층을 바라봤지만 보이는 것은 텅 빈 공간뿐이었다.

 

  혹시 모르지. 그녀는 손에 난 땀을 바지에 닦고 계단을 짚었다. 신중하게 계단을 기어 올라간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복도를 살폈다.

 

  정면, 없다. 조금 더 나아가서, 왼쪽, 없다. 오른쪽도 없다. 정말 전부 내려오기라도 한 건가?

 

  그녀는 조금 더 대담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계단 문 바로 앞까지 움직였다. 여전히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전부 내려가기라도 했단 거야?

 

  나래는 더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길고 가늘지언정 짧고 가는 인생은 사양이었다.

 

  그녀는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소리조차 없이 닫힌 문의 끝에서 찰칵,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이걸로 걸리지는 않겠지. 그녀는 광학위장을 해제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벽에 기대 앉아 있던 해늘이 눈에 들어왔다.

 

  “어때?”

 

  “위에 텅 빈 것 같아. 아니면 얼마 없거나.”

 

  “아래는. 같이 가?”

 

  “됐네요. 광학위장 하나면 충분해.”

 

  나래는 그 말을 남기고 해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벽에 가만히 앉아 공중에서 버둥거리는 나래의 조각을 바라보았다. 하물며 저 조각조차 제 역할이 있겠지.

 

  해늘은 씁쓸하게 웃으며 바닥에 몸을 누였다. 차갑고 딱딱했다.

 

  한편 나래는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얼마 내려가지 않아 난간 사이로 시선을 힐끔 보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없다. 차가운 바닥이 있을 뿐이었다.

 

  ‘아팠는데 이번엔 잘 됐네.’

 

  올라갈 때는 계단에서 기어 다니느라 무릎이나 정강이가 모서리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적당히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는 지금은 그럴 일이 없었다.

 

  그녀는 단숨에 계단 아래로 발을 디뎠다. 어차피 보일 테니 빠르게 끝내고 오는 게 좋을 테니. 공중에서 그녀의 조각난 모습이 흔들거렸다.

 

  문은 양쪽이 환히 열려 있었다. 하나를 잡고 조심스레 닫았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반대쪽으로 움직여 문고리를 잡았다. 아주 조용히, 소리 나지 않게끔. 그 말을 되새기며 그녀는 하나 남은 문을 닫았다.

 

  ‘됐다.’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나래는 광학위장을 해제하고 머리를 탈탈 털었다. 씻질 못해 떡진 머리에서 비듬이 떨어졌다. 수건이나 물티슈로 얼굴과 몸은 어찌저찌 처리할 수 있다 해도, 머리카락은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뒤돌아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끽해야 투명한 엘리베이터 유리관이나 건물 외벽일 뿐이었다. 비는 오는 걸까? 그 먹구름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비가 온다면 씻을 수 있을 텐데.

 

  실없는 생각이 머리를 돌아다니는 가운데, 그녀는 뭔가를 떠올리고 계단을 밟았다. 15층과 16층 사이, 계단 중간에는 커다란 창문이 나 있다. 원래라면 다른 홀로그램도 달려 있겠지만, 전기가 꺼진 지금 그런 게 있을 리가.

 

  하지만 그런 건 지금 필요한 게 아니지.

 

  나래는 창문에 손바닥을 대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유리관 뒤로 얼핏 무언가가 아른거렸다. 그녀는 의안의 보정 기능을 가동하고 반대쪽 눈을 감았다.

 

  “저거…….”

 

  나래가 중얼거리는 걸 들은 모양인지 해늘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뭐 해? 아. 그 방법이 있겠구나.”

 

  그는 금세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 유리창에 가까이 붙었다. 둘의 시야에 유리관 너머의 풍경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형상이 유리관 너머를 꽉 채운 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해늘이 당황해 외마디 소리를 흘렸지만 나래는 오히려 더 집중해 의안의 기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었다. 어디지? 어디에 있지?

 

  설마 잡힌 건?

 

  “아닌데…….”

 

  그녀는 의안을 몇 번 깜빡인 뒤 다시 16층을 살폈다. 놈들은 뛰고 있지 않다. 오히려 뭉쳐서 걷고 있을 뿐이다. 시선이 움직인다. 복도를 이리저리 훑는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나래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멍한 표정만이 얼굴을 가득 채운 채, 흔들리는 눈동자가 아직도 16층의 복도를 향하고 있었다.

 

  “없, 어. 왜 없지? 왜? 왜?”

 

  그녀는 다시 창문에 붙어 의안을 굴렸지만, 여전히 보이는 건 뭉쳐서 기어 다니는 놈들의 모습뿐이었다. 이번에는 주저앉지 않았다. 다만 유리창에 머리를 박을 뿐이었다.

 

  딱딱한 유리에 머리를 박은 채, 그녀는 눈이 아프도록 크게 뜨고 그림자 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옆에서 해늘이 그것을 눈치챈 듯 털썩 주저앉았다.

 

  없다.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시체가 머릿속에서 한층 선명해지자, 거칠어지는 숨을 틀어막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마냥 생각만 했던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와 선명한 비웃음을 보이고 있다. 그건 너무나도 큰 충격처럼 다가왔다.

 

  “……메시지.”

 

  나래가 허겁지겁 메시지를 열었다. 거친 소리가 의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해늘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나래의 얼굴에 일말의 빛이 스친다.

 

  그 소리는 아무래도 사람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친 감이 있었다. 시끄러운 놈들의 비명, 그 속에 섞인 하랑의 숨소리와 목소리로 추정되는 소리. 주변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을 텐데도 그만큼 급했다는 건가.

 

  “야, 야, 너, 귀 좋았지. 들어 봐.”

 

  나래가 망가진 얼굴로 그에게 의수를 들이밀었다. 원래라면 싫다고 밀어냈겠지만, 이번에는 잠자코 귀를 가져다 댔다. 하랑은 살아 있을까? 유언이 담긴 메시지가 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음질은 좋았지만 제대로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난잡했다. 해늘은 귀를 기울이고 하랑의 목소리를 찾아 헤맸다. 비명 속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가 그의 귀에 흘러든다.

 

  흔들리는 소리. 비명과 발소리, 숨소리가 섞인 잡탕 같은 오디오였다. 그 속에 작게 스며든 하랑의 목소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열려 있어. 살아 있어…… 몇 분 된 거야?”

 

  “잠깐만. 4분 됐어.”

 

  해늘은 손가락을 접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신발 속 발가락마저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다. 4분, 애매하다. 지친 그들이 4분이나 더 뛸 수 있을까.

 

  “4분밖에 안 지났는데, 죽진 않았겠지?”

 

  해늘이 억지로 목소리를 펴면서 이마를 문질렀다. 그는 현실보단 이상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 해봤자 4분이다. 그 정도는 도망칠 수 있겠지. 나래도 마른세수를 몇 번 하고는 옅은 빛이 감도는 얼굴로 물었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보낸 거야?”

 

  “엘리베이터 열려 있어. 살아 있어.”

 

  그리고 해늘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엘리베이터 중 하나에 꽂아 두었던 해킹 툴은 제 할 일을 마쳤을 것이다.

 

  “해킹 툴도 있으니까 충분히 살아 있을 거야.”

 

  “그렇겠지.”

 

  그들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4분이다. 설마 그 안에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게 오히려 더 맞지 않을까. 그들은 상상을 최대한 긍정적인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근데 17층은 어땠어?”

 

  “안 보이던데. 15층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17층이 좋으려나.”

 

  “상관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17층이 나을 것 같아. 가자.”

 

  나래는 먼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해늘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탁탁 털었다. 16층에 없다는 건 40층에 있다는 소리겠지? 성공했단 말이겠지. 그는 창문 너머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눈으로 무언가 이상한 것이 흘러들어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멀리 있는 계단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둡고 칙칙한 그림자 속에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놈들은 특별한 소리가 나지 않는 이상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놈들이 갑자기 다른 층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저 모습은 대체 뭐지? 그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다른 계단의 창문 너머를 살폈다. 투명한 창문 너머, 차갑게 드리운 그림자 속.

 

  그곳을 놈들이 오르고 있다.

 

  해늘은 입을 살짝 벌리고 창문 가까이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렇다고 그 거리가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의 눈은 방금보다도 훨씬 더 집중해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물의 코너마다 튀어나온 계단이 40층부터 1층까지 가시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그중 제대로 보이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증거였다.

 

  “야, 잠깐만.”

 

  해늘의 부름에 나래가 다가왔다. 그리고 해늘이 가리킨 계단을 바라보았다.

 

  “왜 쟤네들이 저기 있지?”

 

  계단에 난 창문마다 놈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고 있다. 어떤 것은 위로, 어떤 것은 아래로. 혹은 단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움직일 뿐인 놈도 있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층을 나누는 벽이나 다름없던 그곳이 어느새 놈들의 발을 들이고 말았다. 왜, 왜지?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고 있어.”

 

  “……해커 새끼가?”

 

  나래의 말에 대답하려는 찰나 해늘의 귀가 움찔거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나래가 숨을 헉 들이마셨지만 그는 난간 아래를 바라보면서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싸늘하다. 가을 장마가 다가오는 가운데 찾아온 싸늘한 축축함이 온몸을 타고 올라온다. 피부 위를 기어 다니는 이 기분. 척추를 찌르는 듯한 한기.

 

  해늘은 고개를 홱 돌려 난간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어두운 그림자에 휩싸여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한 번 빠지면 찌부러져 죽을 듯한 심연처럼.

 

  “소리가.”

 

  해늘의 한 마디에 나래가 의수를 꽉 쥐었다가 힘을 풀었다. 그제야 들려오는 작은 소리. 계단 아래에서, 그림자 속을 기어 다가오는 거미처럼, 따각.

 

  “올라가. 빨리!”

 

  “어디, 어디로?”

 

  나래는 해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한참 대답하지 않고 17층으로 올라가, 계단 문 바로 앞에서 입을 열었다.

 

  “엘리베이터. 40층으로.”

 

  나래는 그렇게 말하고선 문고리를 확 잡아당겼다. 그때, 해늘의 귀를 무언가 간지럽힌다. 그의 입이 벌어져 소리를 뱉으려는 찰나.

 

  열리는 문 사이로 보이는 검은 금속. 더러워진 티셔츠, 고약한 냄새에 이어 들려오는 발소리…… 따각.

 

  시선과 시선이 마주친다. 나래가 문을 닫으려는 찰나에 놈은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쫙 벌린 아가리에서 먹다 남은 쌀알과 침이 튀었다. 해늘이 개의치 않고 놈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끼, 아아, 아아아아!”

 

  해늘의 입이 놈의 입가를 쥐어도 비명까지 잡을 순 없었다. 단지 허망하게 그 비명을 흘려보낼 뿐. 그리고 그 결과는 순식간에 다가왔다.

 

  금속이 공명하듯, 비명이 터져 나온다. 계단 아래에서도, 복도 저 어딘가에서도. 나래가 놈의 배를 오른손으로 지지면서 소리쳤다.

 

  “당장 엘리베이터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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