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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상아탑 : 신의 인형
작가 : 린비
작품등록일 : 2020.8.28

현대 주술사가 변방 지대에 세운 초인력자 교육 기관 '상아탑'. 소속 간 경쟁이 치열한 상아탑에 초인류의 존재조차 모른 한 아이가 중도 입학을 하는데, 이 아이가 세계의 유일 능력자임이 밝혀지며 마주하는 세계의 비밀과 감춰진 역사, 그리고 그와 함께 등장하는 베일에 쌓인 도적. xlxl0103@naver.com 미계약작입니다.

 
쟁탈의 서막 (2)
작성일 : 20-09-17 20:40     조회 : 298     추천 : 3     분량 : 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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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45 PM 학생 식당

 

 

 지붕이 반구형인 건물이었다.

 

 둥근 천장으로 네 빛깔의 융단이 걸려 나부끼고, 전교생을 수용하는 규모의 바닥으론 소속 상징 원석들이 빼곡히 깔려 빛났다.

 

 계단식 탁자가 내벽을 따라 둥글게 둘린 구조는 지구의 콜로세움을 연상케 했다.

 

 

 모든 자리로부터 내다보이는 중앙엔 낮은 단상이 하나 자리했는데, 그건 상아탑의 교육적인 목적에서였다.

 

 학생 식당은 학도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취하는 동시에 발표 역량을 키우는 장소였다.

 

 

 하루에 세 학도씩 개별 주제를 골라 단상에 올랐는데, 발표자는 집중을 받기보다 떠들썩한 소음에 묵살 되기 다반사였다.

 

 허나 끝내 그 시간을 버텨내는 것이 내면과 언변을 강하게 하노라고, 설립자는 믿었던 모양이다.

 

 

 오늘 첫 번째로 오른 학도는 고산지대에 사는 ‘안개의 부족’을, 두 번째 학도는 오래전 잃어버린 ‘대리석 국보’에 대해 낭송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 이는 학도 우경우.

 

 

 녀석은 제 몫의 시간 동안 조금도 입술을 달싹이지 않았다(3년째였다).

 

 그럼에도 가장 집중 받는 학도라는 것이 아이러니였달까.

 

 

 이목구비가 어찌나 절세인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녀석과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눈빛이었다.

 

 가히 천 년에 한 번 나올 상,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최상의 황홀경.

 

 

 예찬하는 시선들 속에서 오직 관할자 김준만이 경우를 인내의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발표자를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아, 업무량이 지옥에 가까운 학생회장직이여).

 

 

 경우는 제 몸처럼 지니고 다니는 필첩에 빼곡히도 조사를 해오면서 입은 단 한 번 떼지 않았다.

 

 당최 무엇에 대한 시위인지.

 

 녀석은 늘 침묵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또는 모든 시선과.

 

 

 발표에 강제적인 의무가 없다곤 하나, 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했다.

 

 준이 시간을 보려 내부의 거대 시계로 눈을 돌렸을 때, 그 아래 입구로 소녀가 들어섰다.

 

 그러면 열매가 꼭 세트처럼 딸려 들었다(교양 수업 지대에서부터 내리 따라왔다).

 

 

 - 와학, 우경이다! 우경이 발표자다!

 

 

 열매는 절친한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3척 높이를 펄쩍대었다.

 

 난입에 가까운 입장에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경우, 열매, 그리고 소녀에게로 양분되었다.

 

 

 준이 주의 섞인 시선을 보냈으나 열매는 ‘와학학!’하며 아우성을 높일 뿐이었다.

 

 

 “ 박열매, 정숙하도록. ”

 

 

 준이 친히 열매를 호명하여 가라앉기를 기다렸으나,

 

 

 “ 와학, 오늘도 눈씨름만 할 거야 우경? 1:300 맞짱의 사나이! ”

 

 

 녀석이 닥칠 기미가 없어 준은 단상을 내렸다(그것이 사실 이목을 혐오하는 제 절친을 위한 시선 따돌리기였다는 걸 알까).

 

 

 준이 뒷짐을 지고 다가갈 때까지도 열매는 ‘X발쟁이 우경’이라느니, ‘희대의 욕쟁이’라느니 외치며 인파를 휘어잡고 느악느악거렸다.

 

 마침내 준이 눈앞까지 왔을 때, 열매가 입을 귀까지 찢었다.

 

 

 “ 와학, 백 소속 가입증! ”

 

 

 문서를 아무리 윗옷 안 주머니에 두어도 그리 가까워지면 보인다는 사실을 준은 잠시 망각했다.

 

 색 바란 종이가 애당초 목적이었다는 듯이, 열매가 홀연히 문서를 앗아 들고 탁상 위로 올랐다.

 

 학도들의 탄성 속에서, 녀석은 식기와 수저 따위가 즐비한 탁자를 밟고 나아갔다.

 

 

 쾅쾅쾅쾅.

 

 

 “ 와학학! 적군의 문서! 없애버려야지. ”

 

 “ 박열매, 멈춰라. ”

 

 

 준의 음성은 아직 인자했다.

 

 

 열매는 그를 시험하듯 가입증을 단상 쪽으로 던졌다. 그를 얼떨결에 받아든 경우는 지구의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시켰다.

 

 학도들은 각자의 하던 일을 잊고 문서의 동선을 따라 고개를 휘휘, 꺾었다.

 

 

 - 저게 그 가입증인가 봐.

 - 은사들이 회장들 사인을 반강제로 새겼다지?

 

 

 준이 문서를 쫓아 발길을 돌렸으나 그러기 무섭게 그의 앞길로 금이 갔다. 튼실한 암석 바닥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바닥이 연달아 금을 세 번 그렸을 때서야 준은 그것이 어느 지각 변동자의 짓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 그만하지, 경우. ”

 

 

 준이 속을 삭이며 말했으나 녀석은 그를 보도 않았다.

 

 후로도 바닥은 준의 동선을 가로막는 쪽으로 계속 요동쳤다.

 

 

 “ 와학, 우경! 던져 던져! ”

 

 

 자애로움이 사라진 준의 손으로 물 수정이 피어나는 걸 몰랐는지, 아니면 그저 상관을 안 했는지, 열매가 돌려받은 문서에 불을 질러버렸다.

 

 

 온 관중이 뜨악했으나 열매는 화력을 줄이지 않고 <가입증>을 한 줌의 재로 만들었다.

 

 열매의 발길질에 날린 잿가루는 곧 환한 빛을 내며 문서로 원상 복귀되었다.

 

 

 - 헐, 저게 뭐야.

 - 베르제타의 인장?

 

 

 모두가 경악했다.

 

 인장은 이미 세계에 유명한 것이나 실제로 본 것은 학도들도 처음이었다.

 

 그렇게 발악은 실패로 끝이 나고, 학도 우경우와 박열매는 반나절 동안 나란히 물의 결계에 갇혀 있었다.

 

 

 소녀는 제 발치로 온 백의 가입증을 물끄러미 보다 집어 들고 식당을 나갔다.

 

 

 

 

 ***

 

 

 

 

 3:15 PM 마을 상단

 

 

 굶주린 배로 월교 위를 걷던 소녀는 황의 관할자로부터 ‘전보’라는 것을 받았다(소식 정령이 그를 품에 떨구고 사라지더랬다).

 

 학도복과 관련해 전할 것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마을 상단에서 저를 기다리던 이를 만났다.

 

 허리까지 닿은 민의 백색 머리는 언제 보아도 탐스럽고 신비로웠다.

 

 

 “ 안녕, 하루 잘 보내고 있니? ”

 

 

 반가이 인사한 민이 소녀의 차림을 보고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 가루안 보고 배우면 어쩌나 했는데 규정에 맞게 잘 입었어. 하나만 고쳐주자면 끈은 조금 더 위로 묶어야 돼. ”

 

 

 민이 소녀의 허리춤을 손보아준 뒤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 명찰이야. 네 이름자를 박은. ”

 

 “ 감사합니다. ”

 

 “ 다들 받는 거니 감사까지 할 건 없구, 음. ”

 

 

 소녀가 그를 건네받은 뒤로 민은 어쩐지 몸을 베베, 꼬았다.

 

 의아한 기색으로 봉투를 열었을 때야 소녀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 노란색이 사람 눈에 제일 잘 보이는 색이래. 네 이름 잘 보이라구…. ”

 

 

 봉투 속의 빛나는 황색은 마치 무언의 어필 같았다.

 

 무소속자의 명찰에 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지나가던 개도 알 터였다.

 

 

 “ 네가 어디를 택하든 황 소속은 응원할 거란다. 화,화이팅.”

 

 

 민이 쌍엄지를 치킬 쯤이었다.

 

 명찰이 갑작스레 스스로 떠올라 유유히 상단의 입구로 향하였다.

 

 그리곤 적 소속의 출입증이 유유히 들어왔다. 그것은 돌연히 가출한 명찰처럼 살포시 다가와 소녀의 목에 걸렸다.

 

 

 민이 미간을 험악하게 좁혔다.

 

 

 “ 루안, 이 새끼. ”

 

 

 그녀는 대혈투를 벌일 듯한 기세로 벽에 세워진 빗자루를 잡고 달려나갔다.

 

 이후로 들린 음성은 민의 예상을 배반하지 않았다.

 

 

 - 황 소속 명찰은 꼭 쥐 오줌 색깔 같아. 이딴 걸 객식구 목에 걸다니 제정신이야?

 

 - 개똥만도 못한 놈이 오줌오줌 거리고 있네. 그거 안 내놔?

 

 - 민네는 쥐 오줌이고, 김준네는 비둘기 똥색이야. 객식구도 그렇게 생각한다에 내 령을 건다. 누가 똥오줌 밭에 가고 싶겠어?

 

 - 애가 고맙다고 했거든, 멍청아!

 

 - 아니야. 내 텔레파시가 말해. 맘을 들여다볼 수 있는 팁을 줄게. 자기 전에 베개를 때리면서 무소속!!!!! 무소속!!!!!! 하고 자면 담날 그 애의 마음가짐으로 일어날 거야.

 

 - 독심술사한테 맘 읽는 법 가르치는 골빈머리 하곤. 개소리 좀 덜 정성스럽게 해!

 

 

 그리고 빗자루 타작 소리가 들렸다.

 

 루안이 상대의 성질을 머리끝까지 뻗치게 했는지 내부까지 드는 타격음이 장난 아니었다.

 

 그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루안은 궤변을 계속했다.

 

 

 - 객식구, 들려? 황은 온통 휴머니즘에 빠져 사는 놈들이야. 사람 지킨다고 이렇게 폭력을 불사한다고.

 

 - 하나같이 극단적인 개인주의 새끼들만 모인 주제에! 닥쳐!

 

 

 그쯤 작고도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다.

 

 딸랑.

 

 입구 반대편의 작은 문으로 은륜의 앞바퀴가 보였다.

 

 소녀는 그곳에 올려진 손을 보고 소리 죽인 걸음을 했다.

 

 

 공간을 벗어난 아이가 은륜의 뒷바퀴로 올랐을 때, 온조가 폐닯을 밟고 멀어졌다.

 

 

 

 

 ***

 

 

 

 

 마을의 해안만, 소녀는 은륜 바퀴에 숨다시피 앉아 온조가 사준 음식을 입으로 우겨넣었다.

 

 그래도 사람이 아예 힘 들라는 법은 없는지, 온조는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

 

 

 소녀가 온종일 시달린 일화들을 쥐구멍만 하게 쏟아내자 온조가 미약한 웃음을 지었다.

 

 

 “ 승부욕 강한 사람들이라 그래. 입학부터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와서 다들 승부욕 빼면 시체거든. ”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생긴 관습이라는 게 사실인 모양이었다.

 

 소녀는 아침녘 저의 학도복으로 접어 넣었던 기사를 꺼냈다. 그러자 온조의 낯이 살짝 겸연쩍어졌다.

 

 

 “ 읽었구나. 좀 못 쓴 글인데. 마감에 쫓기느라. ”

 

 

 소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덕분에 오늘 겪은 일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들이 자꾸 제게 달려드는 까닭이 무엇인지.

 

 

 어느덧 지평선이 해의 장례식처럼 붉게 물들고 있었다. 소녀가 황혼빛에 눈을 맡기며 읊조렸다.

 

 

 “ 능력이 없었으면 아무도 날 데리고 가지 않았겠지? ”

 

 

 월교 아래 홀로 숨었던 때를 기억했다. 그곳이 솔직한 저의 자리라고 여겼다.

 

 

 소녀의 처진 어깨를 가만히 보던 온조가 되물었다.

 

 

 “ 능력이 네 일부인데 왜 분리해서 생각해? ”

 

 “ …… ”

 

 “ 그것도 너야. 너가 너라서 선호 받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어. ”

 

 

 온조의 말투 상 질책을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느냐는 듯이 들렸다.

 

 온조가 홀로 까닭을 궁리하다 물었다.

 

 

 “ 혹시 너, 네 능력 안 좋아해? ”

 

 

 답이 없었다. 정곡을 건드려진 이의 반응이었다.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원망하는 거야?

 

 

 온조가 몸을 일으켰다.

 

 

 “ 가자. ”

 

 

 녀석의 머리가 석양빛을 받아 빛났다.

 

 

 “ 왜 우리가 능력과 분리될 수 없는지 알려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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