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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14화
작성일 : 20-09-17 18:0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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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잠시의 쉼조차 없는 뜀박질이 이어진다. 사각형으로 이어진 복도는 아무리 달려도 끝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보이고 있었다. 체력 문제였다.

 

  하랑은 전기탄을 만지작거렸다. 놈들을 돌아보니 빽빽한 군체를 이루어 그들을 향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너무 많다. 중심에서 터뜨리지 않는 한 효과는 미미할 테지. 전기탄은 아껴야 했다. 물론 아직 생명의 위협을 눈앞에서 직면하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계단으로 넘어갈까? 그런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지만 위층이나 아래층에서 놈들이 몰려들어 앞뒤로 막히는 상황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걸리는 게, 놈들의 수는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그렇다면 주변 층의 놈들마저 내려온 걸까? 그렇다면 다른 층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랑은 괜히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추측만으로 도박을 걸었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달리기만으로는 놈들을 해결할 수 없다.

 

  미처 닫지 못한 문에서는 놈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다. 계단에서 튀어나오는 몇몇 놈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그들은 온몸의 근육을 짜내야 했다.

 

  ‘몇 바퀴지?’

 

  세 번 돌았다.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하랑은 방패를 들고 제트 노즐을 가동했다. 벌써 세 바퀴째, 눈앞을 가로막은 세 놈과 뒤에서 쫓아오는 수많은 놈들이 그들을 향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하랑이 푸른 꼬리를 뒤에 늘어뜨린 채 돌진했다. 방패의 붉은 잔상이 공중을 수놓는 사이에 그는 놈들을 들이받았다. 투박한 충격과 함께 하랑의 몸이 덜컥 흔들렸다. 왼발이 욱신거렸다.

 

  달려야 한다. 가로막은 놈들을 무너뜨린 그는 삼단봉을 꺼내 옆에서 달려드는 놈의 어깨를 후려쳤다.

 

  그는 삐걱거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몇 번 두드렸다. 그 뒤로 나타난 모도리가 다른 놈의 팔을 꺾어 뒤로 넘겼다.

 

  그녀가 나머지 한 놈을 제치고 하랑을 툭 건드렸다. 달리라는 소리다. 하랑은 뒤를 돌아보면서 바닥을 박찼다. 거친 숨이 턱 바로 밑까지 차올랐다.

 

  계단 문을 사이에 두고 놈들을 막을 때부터, 그리고 하랑이 왼발을 붙잡혀 빠져나올 때부터 그들은 진이 빠져 있었다. 그 뒤로 긴 복도를 계속 달렸으니 몸이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모도리가 이마의 땀을 훔치고 코너를 돌았다. 시끄러운 비명이 다시 뒤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타격음이 얼핏 들렸다. 하랑은 코너를 돌자마자 쓰러져 있던 놈을 뛰어넘어 달렸다.

 

  새로운 놈이 달려들자 모도리가 놈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남은 하나는 하랑의 몫이었다. 그는 방패를 내밀어 놈을 밀쳤다.

 

  “왜, 처음에, 그놈은.”

 

  하랑은 처진 목소리를 흘렸다. 그 말을 용케 알아들은 모도리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거친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해커의 짓일 거야.”

 

  해커가 왜 그랬지? 놈이 의수의 기능을 쓴 것에 반해 놈들은 왜 아직까지도 별다른 기능을 쓰지 않는 거지? 하랑은 누군가에게라도 묻고 싶었지만 숨이 차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뜨거운 열기만이 눈앞을 가렸다.

 

  또다시 복도를 한 바퀴 돌았다. 벌써 네 바퀴인가? 아니, 그사이에 한 바퀴 더 돌았던가? 하랑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먹먹한 귀는 비명으로 가득했다.

 

  삼단봉을 휘둘러 놈의 팔뚝을 지졌다. 부르르 떨면서 쓰러진 놈은 이내 뒤따라오는 놈들에게 밟혀 사라져 갔다. 모도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해킹은…….”

 

  코너를 돌자 해킹하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홀로그램은 아직 일그러져 있다. 하랑은 고개를 가로젓고 놈들을 피해 달렸다. 모도리도 이제는 힘이 없는 듯 놈들을 쓰러뜨리지 않고 옆으로 제치고만 있었다.

 

  “언제.”

 

  “곧 될 거야.”

 

  모도리의 강화복에 새겨진 흰 선이 밝게 빛났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놈들은 한층 광기 어린 비명으로 그들을 압박해 왔다.

 

  “좀 더 빨리 뛰어!”

 

  그 말을 남기고 모도리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랑은 털털대는 왼발의 제트 노즐을 힐긋 내려다보고 이를 악물었다.

 

  제트 노즐을 가동하자 푸른빛이 점멸했다. 특히 왼발이 그랬다. 혹사한 종아리가 터질 듯 부풀었다.

 

  “으아아아아!”

 

  그는 길쭉한 고함을 내지르며 제트 노즐을 터뜨렸다. 푸른 꼬리를 끌고 전방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놈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빗발치지 않는 놈들의 특수 기능에 그는 안도하면서도 불편한 다리를 내딛었다. 점점 왼발의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제대로 잘못 걸린 모양이다. 놈들에게 잡혔을 때 뭘 잘못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 제트 노즐은 겉보기에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무서울 뿐이다.

 

  “모, 도리.”

 

  그는 아무래도 다리가 이상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끈적거리는 침만 입에 고일 뿐 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코너를 돌고 또 돌았다. 눈앞에서 달려드는 놈의 손길을 흘려내고, 모도리는 그새 몰려온 세 놈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달려가 해킹 툴을 툭 건드렸다. 홀로그램이 요동친다.

 

  한 놈의 옆구리를 삼단봉으로 지진 뒤 방패로 밀쳤다. 하랑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렸다. 그때 그의 눈으로 모도리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의 모습을 본 순간, 그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홀로그램이 돌아와 있다.

 

  희망이 있다면 저것인가? 하랑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모도리는 급한 손짓으로 해킹 툴을 두드렸다. 그리고 몇 초도 되지 않아 해킹 툴을 떼어낸 뒤 올라가는 버튼을 꾹 눌렀다.

 

  모도리는 다시 달렸다. 뒤에서 쫓아오는 놈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주지 않을 테니.

 

  하지만 희망이 있다! 한 바퀴만 돌면 엘리베이터가 와 있을 테니까!

 

  ‘……해늘이랑 나래는?’

 

  그제야 그의 눈에 의수 위로 반짝거리던 홀로그램이 들어왔다. 그는 의수를 흔들어 알림을 띄웠다. 텅 빈 창에 홀로 남은 문자가 있다.

 

  ‘계단에 있으니까 답장해 제발’

 

  나래가 보낸 문자였다. 계단? 어느 쪽이었지? 머리가 복잡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계속 달렸다.

 

  아직 그들은 살아 있다. 계단에 숨어 있다. 문제는 그 계단이 어딘지를 모른다.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랑은 눈을 질끈 감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직 쓰러지면 안 된다. 제트 노즐이 다시 한번 푸른빛을 터뜨렸다.

 

  “……음성 문자. 나래.”

 

  헐떡거리는 소리 탓에 제대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 여…… 얼려 있어.”

 

  하랑은 고개를 쳐들고 숨을 몰아쉬었다. 말 한 마디 꺼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코너를 한 번 돌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자에 대고 덧붙였다.

 

  “사, 살아, 살아 있…… 있어.”

 

  의수를 떨궜다. 말할 기력이 없다. 자세마저 흔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놈들이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운 금속음이 등 뒤를 찌를 듯 달려든다.

 

  얼마나 왔지? 놈들의 손가락이 옷자락에 닿고 있지는 않을까? 조금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제트 노즐이 푸르게 부푼다. 하랑은 이를 악물고 다리를 뻗었다.

 

  푸른빛이 터져 나오려는 찰나, 왼발이 바닥을 딛는다.

 

  퍼엉! 왼발의 제트 노즐이 푸른빛을 터뜨렸다. 그것은 말 그대로 폭발이었다. 거대한 크기는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재앙이었다.

 

  거구가 바닥을 구른다. 둔탁한 아픔이 온몸을 두들긴다. 하랑의 입에서는 작은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놈들의 파도가 다가온다. 하랑은 뒤를 돌아보았다. 도망치기에는 늦었다. 그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뚜껑을 덮듯 방패로 충격에 대비했다.

 

  놈들의 파도가 들이닥치기 전, 그는 고개를 들어 모도리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붉은색의 막 너머에서 모도리는 멈칫하고 있었다.

 

  “아…….”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작은 숨소리만이 비명에 파묻혀 사라져 간다. 그는 방패 아래에서 놈들의 군체에게 짓눌릴 뿐이었다.

 

  방패를 타고 전해지는 무게가 갈비뼈를 압박했다.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그는 거칠게 호흡하면서 방패 너머의 놈들을 바라보았다.

 

  꿈틀대는 괴생명체가 눈앞을 가로막은 듯했다. 그만큼 놈들은 많았고, 동시에 압도적이었다.

 

  “흡.”

 

  방패 아래로 기어든 손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대로 끌려나간다면 분명히 압사할 것이다.

 

  그는 가빠지는 호흡을 붙잡고 발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맥없이 다리는 점점 놈들의 손아귀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방법은! 제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방법은? 방법은! 그의 오른손이 허리춤을 더듬었다.

 

 

 -

 

 

  모도리는 자리를 떠나지도 못하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하랑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하지만 어떻게?

 

  그녀는 달려드는 놈이 머리를 제치고 주먹을 뻗었다. 명치에 날아가 꽂힌 주먹은 놈을 쓰러뜨렸지만, 아직 남은 머릿수가 너무 많았다.

 

  대부분은 하랑에게 달려들었다. 압사당하는 건 아닐까 싶어 모도리는 이를 악물고 놈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그때 놈들의 머리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 속에 파묻힌 그것은 잘 들리질 않았지만, 적어도 놈들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모도리는 놈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삐걱거리는 몸을 강화복으로 억지로 이끌고, 그녀의 주먹과 발이 놈들의 다리나 팔을 꺾었다. 힘없이 쓰러진 놈들을 뒤로하고, 앞을 가로막은 놈들을 향해 돌진했다.

 

  비명이 터져 나온다. 모도리는 강화복의 출력을 높인 뒤 놈들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놈들의 손이 뻗어져 온다.

 

  모도리의 발을 따라 그려진 흰 선이 반짝 빛났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공중을 향해 도약했다. 놈들의 비틀어진 팔이 허공을 가를 무렵, 그녀는 한 바퀴 돌아 바닥에 착지했다.

 

  놈들이 뒤돌기도 전에 그녀의 팔이 놈들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하랑을 바라보았다. 그의 주위로 푸른 전기가 움찔거렸다.

 

  전기탄이다.

 

  놈들은 하랑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면서 쓰러져 있었다. 모도리는 조심스레 발을 뻗었다. 걸을 때마다 따끔한 감각이 다리를 찔렀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재빨리 하랑을 업어 들었다.

 

  그의 몸 위로 푸른 전기가 계속해서 지직거렸다. 확인해 보니 숨은 제대로 쉬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탄의 여파로 의수나 의족이 정지한 듯했다. 방패로 막아서인지 조금 있으면 회복할 수 있겠지만.

 

  시끄러운 비명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직 멀쩡한 놈들이 쓰러진 놈들에 막혀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 놈들이 하랑에게 많이 달라붙어서였을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기회다. 그녀는 지친 몸으로 그의 무거운 몸뚱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놈들을 향해 휙 던져 주자 이상한 빛이 터져 나오면서 탁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녀는 하랑을 들쳐메고 비척비척 걸음을 옮겼다. 코너를 돌자 보이는 엘리베이터, 멀쩡한 홀로그램은 ‘16’을 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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