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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40. 오피스 남친의 페널티 킥!
작성일 : 20-09-16 23:57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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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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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가 회사 생활을 시작할 인프라지원실의 캡틴이란 자가 그녀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첫마디를 던진다.

 

 "오늘은 '입덧' 없이 편안하게 출근했나 보군."

 

 "네, 넹."

 

 양 볼에서 귀 밑까지 뻘겋게 달궈진 얼굴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설마에 혹시가 '역시나'로 변하는 순간..

 

 초면은 쥐뿔.

 

 명동 한복판을 가득 메운 인파에서 그를 콕 골라낼 수 있을 만큼 구면 중의 구면이었다.

 

 고급스러운 회전의자에 앉아 서늘하면서도 비웃는 듯한 실소를 내뿜는 자는 바로 하태오 실장이었다.

 

 "진심으로 환영해. 자네를 내 밑에 두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

 

 반듯하게 조각되어 균형 잡힌 그의 얼굴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으며 가까이 다가온다.

 

 그녀 앞에 우뚝 서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태오.

 

 푸른 힘줄이 불거진 그의 손을 붙잡자마자 꽈악 쥐어 잡는 악력이 아무래도 감정이 실린 듯하다.

 

 (이 자식이.. 손모가지 부러지는 줄 알았네.)

 

 이수는 악수를 마치고 뒷짐 지듯 등 뒤로 오른 손목을 감추고는 한 바퀴 돌려본다.

 

 다행히 바스러지지는 않았다.

 

 "오늘부터 정이수 씨는.. 내가 다이렉트로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요.

 

 궁금한 사항은 옆에 있는 유채아 대리가 도와줄 테니 바로바로 물어보고..

 

 유 대리님은 신입 사원 잘 챙겨주길 바랍니다."

 

 "네, 실장님."

 

 "저한테 더 할 말은 없나요?"

 

 "어, 없습니다."

 

 이수는 눈동자가 요동치듯 흔들리며 말을 더듬는다.

 

 태오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속삭인다.

 

 "언제든 포기하고 싶으면 내 방으로 들어와 '더러워서 못 해 먹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돼.

 

 그 정도 발언은 이해해 줄 테니..

 

 그리고 바로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면 깔끔하게 정리되는 거야. 알았지?"

 

 그녀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발끈하려 했지만,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승질 머리를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면접 때부터 이 자와 얽힌 이러쿵저러쿵한 오바이트 사건에 혼절하여 그의 품에 안기기까지 했건만,

 

 T 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건 어쨌든 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가 예고한 대로 첫날부터 빡세게 일을 하는 정이수.

 

 다른 입사 동기들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자리에 멀뚱멀뚱 앉아만 있다고,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고 사내 메신저로 하소연을 늘어놓지만,

 

 그녀는 메신저 창을 열고 잡담을 즐길 여유조차 없었다.

 

 메일로 내려오는 하태오 실장의 업무 지시는 거침이 없었다.

 

 [정이수 씨, 신규 서비스에 투입되는 서버 100 대 초기 세팅 바랍니다.]

 

 하루 종일 냉장고와 비슷한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는 서버룸에 갇혀

 

 쌀 한 가마니에 육박하는 묵직한 서버를 수도 없이 번쩍 들어 철제 랙에 설치했다.

 

 익숙지 않은 운영 체제를 설치하고, 기본 세팅을 하는 그녀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타다닥 소리는 갈수록 속도가 붙었지만

 

 거듭되는 야근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흐르고.. 시간은 점점 빠르게 그녀를 스쳐간다.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하 실장의 업무 전화에 그녀는 쉴 틈이 없었다.

 

 입천장이 까지고, 입술에 허물이 잡히더니 손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얘, 무슨 회사가 신입한테 그리 일을 많이 시키니? 집에도 맨날 늦게 들어오고.."

 

 "엄마, 누나가 능력이 있나 봐. 첫날부터 야근의 연속이잖아."

 

 박 여사의 걱정과 희재의 눈치 없는 칭찬에도 그녀는 묵묵부답, 이른 아침부터 출근 준비만 서둘렀다.

 

 [이번 주 내로 영문 설치 매뉴얼을 번역해서 부서 내 배포 바랍니다.]

 

 책상 위에 떡 하니 놓인 A4 용지로 프린트된 매뉴얼 분량은 300 페이지가 넘었다.

 

 이걸 언제 워드로 타이핑해서 옮기고, 한글 번역을 한다지.

 

 감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 굳게 닫힌 문을 박차고 들어가 더 이상 못 하겠다고, 그만두겠다고

 

 저 재수 없는 자식 면상에 찍찍대는 마우스라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이수 씨, 언제든 힘들거나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말해. 소처럼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는 건 미련한 짓이야."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사수, 유채아 대리가 곁을 지키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아울러 가까이 지내는 입사 동기, 차희경이 보낸 메시지도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힘을 주었다.

 

 [이수야, 나 희경.. TT 일 년 넘게 갖은 고생을 해서 들어온 이 회사에.. 남한테 커피 타 주러 온 건지..

 

 아니면 복사실에서 죽치다가 걸린 종이 빼내러 출근하는 건지..

 

 내가 다방 레지인지 복순이인지.. 헷갈린다. 헷갈려.]

 

 비록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빠질 듯하고, 몸은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천근만근 힘들지만,

 

 그토록 바라던 진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곤 노트북 키보드를 신나게 두드렸다.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오면 책상 위에 캔커피나 달달한 초콜릿 따위가 놓여 있곤 했다.

 

 [유 대리님..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

 

 당연히 유채아 대리가 놓아둔 거라 여기고 감사 메시지를 보냈지만, 번개 같이 날아온 답장은 뜻밖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거 하태오 실장님이 놔두고 간 거야. 무리하지 말라면서.. 또 쓰러질까 봐 걱정하시던데?]

 

 큰 병 안겨주고, 소소한 군것질 거리로 퉁치려 하다니.. 감사한 마음보다는 괘씸한 마음이 앞선다.

 

 점점 퇴근이 늦어지는 생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아예 이층 침대가 놓인 회사 휴게실에서 잠을 자는 날이 늘어났다.

 

 입사 한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째 접어들 즈음..

 

 이수는 일주일 넘게 집에 돌아가지 않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싱글 남자 직원들의 대열에 합류할 지경이 되었다.

 

 T 사의 출근 시간은 여타 회사와 다르게 한 시간 늦은 오전 10시.

 

 그녀는 오전 9시가 훌쩍 지나면 여기저기서 울리는 알람 소리를 견디다 못해 매트리스 위에서 기지개를 한껏 켜고는

 

 칫솔을 입에 물고 샤워실로 향한다.

 

 헝클어져 떡진 머리를 아무렇게나 늘어뜨리고,

 

 밑창이 닳아 반질반질한 삼선 슬리퍼에 무르팍이 불룩 튀어나온 츄리닝을 걸친 그녀는,

 

 눈자위 아래 길게 늘어진 다크 서클을 지워버릴 것처럼 연신 비비며 삼면의 파티션이 견고한 성벽처럼 둘러싼 자리에 앉는다.

 

 연청 빛 감도는 시폰 원피스를 휘날리며 뭇 남자 직원들의 달뜬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출근한 유 대리가

 

 좀비처럼 멍하니 앉아 꼬질꼬질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를 보고 놀라 묻는다.

 

 "이수 씨? 괘, 괜찮은 거야?"

 

 대답 대신 뜬금없는 질문이 날아오고..

 

 "대리님,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오, 오늘?, 월요일이지."

 

 "전 왜 항상.. 금. 금. 금요일이 쭈욱 이어지는 거 같을까요?

 

 저 탁상 캘린더의 점점이 찍힌 빨간 날들은.. 전 아예 누릴 수 없는 날인가요?"

 

 채 마르지 않아 젖은 머리칼을 질끈 매어 올린 응가 머리를 내려다보다 안쓰러워,

 

 손때가 잔뜩 낀 마우스를 감싸 쥔 이수의 손등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는 유 대리.

 

 "집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됐어? 실장님이 지시한 업무들은 거의 해결했으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도록 해."

 

 "대리님, 고마워요."

 

 초점이 흐려진 눈빛으로 노트북의 로그인 화면을 응시한다.

 

 이제 끝이 보이는 걸까? 끝도 없이 밀려드는 업무 요청 메일과 메시지들이 뜸해진 것도 같다.

 

 그녀의 폰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수야, 대체 언제 집에 들어오는 거니?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무슨 회사가 신입을 하숙생처럼 굴린다니..]

 

 이건 박 여사의 메시지.

 

 [누나, 솔직히 말해. 그 회사에 납치된 거지? 노예 계약이라도 맺은 거야? 숨이라도 붙어 있으면 답장이라도 보내라고!]

 

 이건 철없는 남동생 희재의 카톡.

 

 쾡한 눈으로 폰을 터치하던 이수의 눈동자가 순간 동그래진다.

 

 [이수야. 이럴 거면 우리 헤어져. 회사 들어갔다고 그렇게 심해로 잠수 타 버리면 난 어떻게 살라고 그래.]

 

 이런 류의 메시지가 수십 개가 넘어간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후배 민지가 나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엊그제 고백했어. 지금 받아들일까 말까 심각히 고민 중이야.

 

 이수 너가 이렇게 나오면..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바쁜 업무로 인해 최근 사이가 멀어진 남친 인우가 며칠 사이 보낸 메시지들이다.

 

 이수는 잠시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그에게 답장을 보내는데..

 

 [그럼 민지랑 사귀면 되겠네. 나 지금 회사에서 야근하는 것도 모자라서 일주일 넘게 집에도 못 들어갔어.

 

 한가롭게 전화질하고, 달달한 메시지 주고받고, 주말에도 데이트할 여유 없으니까 네 맘대로 해.]

 

 날선 답장을 보내자마자 그의 전화가 득달같이 울렸지만 망설임 없이 비행기 모드로 바꿔 버린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뭐하러 이러고 사는지..)

 

 새로 지급받은 노트북이건만 손때가 묻어 꺼메진 키보드 위로 쓰러지듯 머리를 파묻는다.

 

 그 바람에 새하얀 워드 페이지에 테트리스 퍼즐이 빠르게 내려오듯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봐. 정이수 씨!"

 

 자신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는 이수.

 

 "어, 엄마. 일요일엔 일찍 깨우지 말라고.. 좀!"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차는 소리와 함께.. 주위 사람들의 웃음이 터진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세워 뒤에 선 185 cm는 넘을 듯한 사내를 올려다본다.

 

 키보드의 스페이스바와 그녀의 입가를 잇는 끈적한 침 줄기는 거미줄처럼 끊어질 줄 모르고..

 

 "회사에 자러 온 건가? 사무실이 무슨 수면방이야?"

 

 하 실장의 엄포에 당황한 데다, 가뜩이나 모자란 잠이 덜 깨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이수.

 

 "5분 줄게. 집에 갈 준비해서 엘베 룸으로 나와."

 

 "드, 드디어.. 절 자르시는 건 건가요?"

 

 "아니.. 일을 끝냈으면 퇴근해야지. 전에도 말했지만.. 난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류의 직원은 별로라서 말이야.

 

 괜히 갓 들어온 신입, 과로로 쓰러지게 했다는 오명은 남기고 싶지 않아."

 

 잠시 후, 이수는 하태오 실장이 운전하는 세단 조수석에 앉아 조심스레 말문을 여는데..

 

 "저 갑갑한데.. 창문 좀 열어도 될까요?"

 

 "안 돼."

 

 "넹."

 

 얌전히 무릎을 끌어모은 채 정자세로 집에 도착한 이수는 조심스레 도어 레버를 당긴다.

 

 "정이수 씨, 내일부턴 유 대리가 사수로서 당신 케어하고, 업무 지시 내릴 거야.

 

 "네?"

 

 반쯤 밖으로 나갔던 그녀의 몸이 끊어진 고무줄처럼 차 안으로 당겨진다.

 

 "앞으로 다른 신입들처럼 정시 퇴근하도록 해. 쓸데없이 야근하면 다음 날 경위서 쓸 거 각오하고.."

 

 "그럼 전 노예 신분에서 풀려나는 건가요?"

 

 "노, 노예는 무슨.. 내가 채찍이라도 휘둘렀나?"

 

 그럼요. 캡틴이 갑판 위에서 휘두르는 채찍은 매서웠어요.

 

 매일 쇠사슬에 묶여 노를 젓는 제 온몸을 사정없이 내리쳤지요.

 

 마음속 깊이.. 지워지지 않는 피멍이 내려 앉았답니다.

 

 "그럼 푹 쉬고.. 내일 보자고."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실장님."

 

 광택이 도는 세단은 그녀 곁을 스쳐 멀어져 가고.. 집으로 들어갈 찰나 누군가 그녀의 팔꿈치를 붙잡는다.

 

 "이수야!, 왜 전화 안 받아? 그리고 저 남자는 누구야?"

 

 "인우야. 여기서 기다린 거야?"

 

 인우와 멀어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 탓에 유난히 집착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입사 축하 회식 때도 2차로 간 노래방 근처까지 자신을 따라와 곤란하게 한 적이 있었으니까..

 

 "내가 스토커도 아니고.. 꼭 이렇게까지 집 앞을 지켜야 하니?"

 

 그거 맞거든. 너 하는 짓이 영락없는 스토커야.

 

 울그락불그락 성난 표정으로 바짝 다가서는 그의 입김이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다.

 

 "인우야. 우리 내일 얘기하자. 나 지금 정말 피곤해."

 

 "그건 니 사정이고.. 내 입장은 생각도 안 해?"

 

 "무슨 입장? 민지랑 사귈까 말까 고민 중이라는 거?

 

 난 둘 사이에서 얌전히 빠져줄 테니 더 이상 나한테 매달리지 마!"

 

 "누가 사귄대? 회사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연락도 뜸하고 소홀하니까 그런 거지.

 

 아까 벤츠 모는 사내는 누구야?"

 

 "우리 회사 캡틴이야."

 

 자신도 모르게 캡틴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캡틴? 요즘엔 오피스 남친을 캡틴이라 부르나 보지? 이게 그냥 보자 보자 하니까.."

 

 인우의 평소엔 얌전하다가 욱하면 터지는 분노 조절 장애적인 성격도 그녀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데 한몫했다.

 

 그는 한 손을 높이 들어 이수의 목덜미를 내리치려 하는데..

 

 그 순간..

 

 위험에 처한 고담 시티의 구원을 바라며 밤하늘을 밝힌 박쥐 모양의 서치라이트처럼..

 

 저 앞에서 눈부신 두 줄기 하이빔이 번쩍 켜지고, 동시에 클랙슨이 빵빵 울린다.

 

 곧이어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리더니 보이지 않는 시꺼먼 망토를 휘날리며 장신의 사내가 성큼 다가오더니..

 

 망설임 없이 인우의 조인트를 페널티 킥을 날리듯 사정없이 까버린다.

 

 <빠악~!>

 

 "으억, 으허걱!!"

 

 그는 양 손으로 정강이를 감싸 쥐고는 어쩔 줄 몰라 방방 뛰어다닌다.

 

 인정사정없이 구둣발로 상대의 조인트를 날려버린 그 사내는 길길이 날뛰는 인우를 신경 쓰지도 않고

 

 이수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요, 이수 씨?"

 

 그는 인프라지원실의 명실상부한 캡틴이자, 그날만큼은 위기에 처한 정이수의 배트맨이었다.

 

 

 

 

 - 40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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