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4
작성일 : 16-10-24 01:17     조회 : 362     추천 : 3     분량 : 53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말락이 수도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필립의 서한을 보여주자, 경비병이 그를 쪽문으로 안내했다. 피난민들을 보며 말락은 혀를 찼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군. 처지야 어쨌든 필립 상단의 일원이라는 건가.

 

  말락은 필립 상단의 수도 지부로 향했다. 비렁뱅이와 소매치기가 말락의 주위를 서성였다. 말락은 안장 뒤에 매단 봇짐을 흘깃거리며 긴장했다.

 

  지저분한 외곽지역을 벗어나자 잘 닦인 도로가 나타났다. 평소보다 많은 수의 귀족들이 도로를 차지하고 있었다. 말락은 귀족이 탄 마차를 피해 가장자리를 따라 말을 몰았다.

 

  필립 상단의 수도 지부는 어디서든 눈에 띄었다. 크기 때문은 아니었다. 성안에는 그보다 큰 건물도 여러 채였다. 지부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이유는, 수도 내 유일한 황금 지붕을 가진 탓이었다. 금을 칠한 지붕. 그런 사치는 누구도 부릴 수 없었다. 비와 안개에 부식되고 벗겨진 금을 새로 칠 할 때마다, 사람들은 질투심에 몸살을 앓았다. 수도 지부는 평민에게도 귀족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금 지붕을 고수하는 이유는, 상단을 이용하는 고객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황금 지붕 밑을 통과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앙금이 삽시간에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명예로 충만했다. ‘황금 지붕을 통과하다.’ 그것은 수도 내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격언이었다. 진짜 귀족, 진짜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었다.

 

  그런 건물을 통과하며 말락은 점점 더 우울해졌다. 짐만 풀고 집창촌으로 가야지. 세 명! 세 명과 자야겠어. 죽기 전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러나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 말락을 알아본 것이었다.

 

  “말락 씨 맞소?”

 

  건장한 체격에 안경을 쓴 남자가 말락에게 다가왔다. 말락이 몸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렇소만.”

  “필립님의 전언이오. 따라오시지요.”

 

  남자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말락의 손이 땀으로 젖었다.

 

 ***

 

  “차 한 잔?”

  “좋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말락은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는 자신의 다리를 꾹 눌러 멈췄다. 남자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랐다.

 

  “필립 님은 당신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소. 그래서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주신 것이지.”

 

  말락은 속으로 부르짖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누가 봐도 버리는 패잖아! 그러나 그는 차를 마시며 감사를 표했다. 잠시나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사들과 약속을 잡았소. 내 말이 끝나면 바로 협상에 임할 거요.”

  “바로?” 놀란 말락이 남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렇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소.”

  “주, 준비가 필요하오.”

 

  말락이 허둥거리자 남자가 실소했다.

 

  “무슨 준비?”

  “협상을 좋게 이끌어갈 작전이라던가, 그런 것 말이오.”

  “말락 씨.” 남자가 타이르듯 말했다. “필립 님이 필요로 하는 건, 명분이오.”

  “며, 명분?”

  “그렇소, 확고한 명분. 그러니까…… 결과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 그 말이지.”

 

  말락은 비로소 이해했다. 자신은 협상을 이끌어갈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제물이었다.

 

  “못하겠소. 이건 말도 안 돼.”

  “진정하시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고?” 말락이 소리쳤다. “아들 죽인 마법사를 찾기 위해 다른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거 아니었소? 근데 협상안도 없고, 결과도 어찌 되든 상관없다니. 필요로 하는 게 명분뿐이라니!”

  “그러게 처음부터 잘 했으면 됐잖소.”

 

  말락은 남자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처음부터 잘 했으면.” 남자가 자신의 찻잔을 뒤집었다. 차 쏟아지는 소리가 말락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을.”

  “그게 무슨…….”

 

  그 순간, 말락은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만 나가면 되나?” 남자가 말하자 어디선가 다른 이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네, 이든님.”

  “필립 님도 참 대단하시지. 이건 접촉이 아니잖아.”

 

  말락은 온 힘을 다해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죽을 순 없었다.

 

  "이번 일은, 발설하지마."

  "예."

  "필립 님 작전과는 좀 달라졌지만…… 뭐, 괜찮겠지. 내 생각엔 이 놈, 쓸모 없거든." 이든이 품에서 천조각을 꺼냈다. "그나저나 형은 이번 작전 알고 있나?”

  “이안 님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그렇겠지.” 이든이 천으로 안경을 닦으며 피식 웃었다. “형은 이런 방식 싫어하니까.”

  “얼른 대피하셔야 합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든은 나가며 말릭을 곁눈질했다. 그리곤 한마디 했다.

 

  “죽으러 간다니. 죽음은 찾아오는 거요.”

 

  이든이 지부를 나가자, 건물 안에 남은 사람은 오직 말락 뿐이었다. 말락은 눈을 감은 채, 폭발음을 들었다. 폭발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곧 사라졌다.

 

 ***

 

  엘라는 커다란 폭발음에 벌떡 일어섰다. 책상 위에 있던 지도와 펜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멀리서 불길과 자욱한 연기가 보였다. 엘라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그리고 하이젤과 마주쳤다.

 

  “마님!”

  “엘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모르겠어요. 남작님은요?”

  “잠깐 밖에 나갔는데. 괜찮을까?” 하이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괜찮으실 거예요.”

  “아무래도 나가봐야겠어.”

 

  엘라는 하이젤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놀라 뛰쳐나온 인파들로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대부분은 공작의 부름을 받고 찾아온 귀족들이었다. 귀족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루더!”

 

  하이젤이 외쳤다. 루더가 사람들을 뚫고 있었다. 하이젤이 달려가 루더를 잡았다. 루더가 하이젤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테러야.”

  “네?” 엘라가 물었다.

  “마법사 짓이야. 황금 지붕이 폭발했어.”

  “황금 지붕?” 하이젤이 울먹였다.

  “수도 안까지 침입해 있었다니. 우리가 너무 늦은 거야.”

 

  그때, 병사 한 명이 루더에게 다가왔다. 병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칸 남작님. 급히 왕을 알현하라는 어명입니다.”

  “왕? 공작님이 아니고?”

  “예. 어명입니다.”

  “알겠네. 바로 가겠네.”

 

  말을 마친 병사는 다른 곳으로 급히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왕명을 전하는 병사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루더가 하이젤과 엘라에게 외쳤다.

 

  “숙소에서 꼼짝 말고 있어!”

 

  하이젤과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로 돌아가며 하이젤은 연신 기도문을 외웠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본 엘라가 하이젤의 등을 어루만졌다.

 

  “마님, 괜찮을 거예요.”

 

  그러자 하이젤이 미소 지었다. 하지만 곧 수심이 드리웠다. 엘라가 하이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마님, 혹시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어떤 부탁?”

  “아까 시장에서 염색용액을 사 왔는데, 혼자 하기 어려워서요.”

 

  그러자 하이젤이 놀라며 말했다.

 

  “어머, 그 예쁜 머리를 왜?”

  “부탁이에요, 마님.”

 

  하이젤은 한참 동안 엘라와 눈을 마주치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정이 있겠지. 좋아. 나 걱정하지 말라고 배려해주는 거라 생각해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죠.” 엘라가 싱긋 웃었다.

 

  엘라는 하이젤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엘라는 하이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느라 애썼다. 먼저 들켜선 안 돼. 혹시 그 마법사라면…… 지금은 숨어야 할 때야.

 

 ***

 

  루더는 왕의 알현실 앞에 서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왕이라니. 루더에겐 공작도 버거운 상대였다. 하물며 왕, 게다가 갑작스러운 알현은 생각지도 못한 비상사태였다.

 

  “뭐 하고 있나, 칸 경.”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루더는 뒤를 돌아봤다. 같은 날 작위를 받은 타이론 베스 남작이었다.

 

  “베스 경. 자네도 불려왔나.”

  “자네도?”

  “음.” 루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론이 자신의 콧수염을 배배 꼬며 말했다.

  “남작인 우리가 공작님께 불려 온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는데, 이제 왕이라니.”

  “좋은 일로 온 게 아니니 문제야.” 루더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어쨌든 배짱 좋은 칸 경도 알현실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 나만 겁쟁이인 건 아닌 모양이야.” 타이론이 껄껄 웃었다.

 

  그때, 누군가 루더와 타이론 곁에 나타났다.

 

  “자네들, 지금 뭐하는가?”

 

  갑작스러운 부름에 루더와 타이론은 얼어붙었다. 루더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송곳 같은 말투와 냉랭한 표정으로 유명한 ‘빙룡’ 린 포트 백작이었다.

 

  “배, 백작님.”

 

  타이론이 말을 더듬자, 린 백작이 차갑게 말했다.

 

  “왕을 알현하러 온 자들 치곤 애송이 티를 못 벗었군. 정말 이런 자들까지 다 불렀어야 했나.”

 

  그러자 린 백작 뒤에서 보통 사람의 두 배 가까운 신장을 가진 거인이 나타났다. 제2차 마법사 토벌 작전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평가받는 빌론드 아랄 백작이었다. 터질 듯한 근육이 시종일관 꿈틀댔다. 빌론드 백작이 허리까지 내려온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초유의 사태니 그렇지. 수도가 뚫리다니.” 빌론드 백작이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 망조가 든 건가.”

  “말을 조심하게, 아랄 경.” 린 백작이 빌론드 백작을 노려보며 말했다.

  “할망구가 되니 조심성만 늘었군.” 빌론드 백작이 비꼬자 린 백작은 코웃음 쳤다. 그리곤 루더와 타이론을 향해 말했다.

  “안 들어갈 텐가?”

  “예! 드, 들어가겠습니다!” 루더와 타이론이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린 백작의 명을 받은 경비병이 문을 열자,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긴장감이 루더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듣도 보도 못한 낮은 지위의 귀족들부터,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통해 전설이 된 이들까지, 나라의 권력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것이 왕의 힘인가. 루더는 상상을 아득히 넘어선 상황에 정신이 아찔했다. 무능하다고 비난받아도, 유약하다고 웃음거리가 돼도, 왕은 왕이었다. 루더는 타이론과 함께 자리 잡았다. 린 백작과 빌론드 백작은 보다 왕좌와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왕좌와 가장 가까운 곳에는 다리아 솔헤인 공작이 있었다. 붉은 망토를 두른, 결코 갑옷을 벗지 않는 기사. 그의 명성은 이미 역사의 일부였다. 루더는 린 백작과 빌로드 백작이 다리아 공작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저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그러자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자신의 영지, 트루소를 떠난 영지민의 얼굴이 떠오른 탓이었다. 난 아직 멀었어.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만 생각하자. 그래도 늦지 않아.

 

  그 순간, 모두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루더는 왕좌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루더는 고개를 돌려 알현실 입구를 바라봤다.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필립 대럴?”

 

  빌로드 백작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던 모두가 확신했다. 그 자는 필립 상단의 단장, 필립 대럴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소제목 수정 안내 2016 / 10 / 31 899 0 -
20 작전-끝 2016 / 10 / 31 395 1 5261   
19 작전-7 2016 / 10 / 27 432 1 5103   
18 작전-6 2016 / 10 / 26 526 1 5199   
17 작전-5 2016 / 10 / 25 431 1 5363   
16 작전-4 2016 / 10 / 24 363 3 5312   
15 작전-3 2016 / 10 / 23 341 3 5183   
14 작전-2 2016 / 10 / 22 380 2 5084   
13 작전-1 2016 / 10 / 21 343 2 6023   
12 인형-끝 2016 / 10 / 15 336 3 6633   
11 인형-3 2016 / 10 / 12 344 3 5000   
10 인형-2 2016 / 10 / 8 351 3 5212   
9 인형-1 2016 / 10 / 6 535 3 6066   
8 태동-끝 2016 / 9 / 28 418 4 4555   
7 태동-1 2016 / 9 / 24 393 3 5250   
6 기적-끝 2016 / 9 / 13 421 3 5421   
5 기적-4 2016 / 9 / 8 445 4 5168   
4 기적-3 2016 / 9 / 3 369 4 5692   
3 기적-2 2016 / 9 / 2 416 4 5298   
2 기적-1 2016 / 8 / 31 376 6 5536   
1 서장 2016 / 8 / 30 670 6 40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