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어느날 전생에 도착했다.
작가 : Ju34
작품등록일 : 2020.9.15

전생의 삶을 다시 살게 된 하얀.
다시 돌아오게 된 그녀로 인해 남겨졌던 도윤과 준이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이 곳에 돌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2.도윤 작가님은 편집장님한테 어떤 존재 이신가요?
작성일 : 20-09-16 19:16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828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갑작스럽게 경쟁 출판사에서 개최하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근무를 부랴부랴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밀린 오후 업무들이 생각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상대 출판사에서 초대장이 발송되지 않았음을뒤늦게 확인이 되었다며 거듭 사과를 하기에 단순한 실수로 인한 일이라고 넘길 수 밖에 없어 그저 한숨만 계속 나왔다.

 “상대 쪽에서 실수였다고 사과했으니까, 편집장님 파티장가서까지 너무 노여워하지는 마세요.”

 계속되는 내 한숨에 앞 좌석에 있던 비서가 뒤를 돌아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실수인 게 맞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으로 초대장 누락시켰다가 오늘에서야 말한 거 같은데……”

 “뭐,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여러 번 사과를 했으니까, 믿는 척이라도 해야죠. 지금 편집장님 표정 엄청 안 좋은 거 아시죠? 파티장은 보는 눈도 많으니까, 회장님께 책잡히는 일은 만들지 않도록 해요. 저도 회장님께서 출판사 일 관여 하는 거 불편하니까.”

 너무나도 솔직하게 말한 비서의 말을 들으니 한숨만 쉬던 입에서 피식 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그래서 좋아요. 저희 출판사에서 유일하게 제 앞에서 저희 아버지 싫다고 말하시는 분이니까.”

 “출판사는 편집장님 지휘 아래 있는 곳인데 자꾸 회장님이 관여하시니까 그렇죠.”

 “그러게요. 제가 아직 어려서 그렇죠.”

 “편집장님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네. 알고말고요.”

 좋지 않았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 한숨만 쉬며 멍하니 바라봤던 차 밖의 풍경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신호에 정차 된 차 안에서 무심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도윤 선생님이 보였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는 얀이가 앉아 있었고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잘 못 봤나 싶어 눈을 한껏 찡그리며 봤는데 분명 도윤 선생님과 얀이가 맞았다. 그 모습이 내 뇌리에 사진이라도 찍힌 듯 선명하게 남았다.

 집에 가는 내내 그 선명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얀이에게서 오늘 도윤 선생님을 만난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정말로 내가 본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이 맞긴 하는 건지, 그렇다면 왜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건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계속 되었다.

 “오늘 일찍 오셨네요?”

 올 시간이 아닌데 집에 온 나를 보니 가사도우미가 흠칫하며 놀랬다.

 “다시 나갈 거에요. 옷만 좀 갈아입으려고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오늘 저녁은 집에서 안 드시겠네요?”

 “네. 얀이만 좀 챙겨주세요.”

 “아참! 제 정신 좀 봐. 아까 도윤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얀이 아가씨와 같이 있다고 도련님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달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요?”

 “얀이 아가씨가 급하게 만나야 할 사람 만나러 간다고 나가셔서 누굴 만나시나 했는데 그 분이 도윤선생님이셨네요.”

 “별 얘기는 없었고요?”

 “네. 방 안에서 통 나오시질 않았는데 갑자기 나와서는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셨는걸요.”

 마음이 복잡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집에서 얀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복잡해진 마음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연미복으로 갈아 입고 나왔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차에 올라타자마자 비서가 물었다.

 “아뇨. 별로…….”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아까와는 다르게…….”

 “좀… 피곤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러면 오늘 파티장 참석 불참으로 할까요?”

 “아니에요. 참석 안 하면 저 없는 자리에서 제 얘기 나올 거 같으니까.”

 “그럼 조금이라도 눈 붙이세요. 편집장님 안색 정말 안 좋아 보여요.”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아까의 모습이 떠올랐다.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그 전에도 그런 두 사람의 그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와 아까의 모습들이 겹쳐져 보이기 시작했다.

 

 

 ***

 “내가 지금 맞는 선택을 한 건지 모르겠어”

 얀이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얀이의 말에 준이가 복잡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미소 뒤에 가려진 그 마음을 알기에 얀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매한 마음으로 준이가 마련한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도윤이 들어왔다. 준이와 점심을 먹는 줄 알고 있었던 도윤은, 얀이가 그 자리에 있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도윤의 순간적인 놀란 모습을 알아 챈 준이가 바로 얀이를 도윤에게 다시 소개시켜 주었다.

 “한 번 만난 적 있으시죠? 얀이에요.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선생님.”

 “아니, 괜찮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될 줄 알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세 사람의 대화 속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저,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준이가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말을 꺼내자마자 얀이와 도윤이 동시에 준이의 손을 붙잡았다.

 일어남과 동시에 양손을 붙잡힌 준이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양쪽에서 준이의 손을 붙잡았던 얀이와 도윤은 서로 눈이 마주치고서야 소리 내어 웃었다.

 한동안 방안은 그 세 사람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선생님, 저 금방 올 거에요. 얀아, 나 금방 와.”

 계속해서 세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준이가 도윤과 얀이에게 번갈아 말을 하며 방 안을 나갔다.

 준이가 나간 방 안, 어색함을 견딜 수 없어 나가려는 준이를 붙잡았었는데 그 불안함이 무색하게 둘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선생님.”

 “네?”

 “그거요.”

 “뭐가요?”

 “저한테는 존댓말 쓰시는 거요.”

 “아!”

 “이제 그만 하실 때 되지 않았어요? 차차 말을 놓으시겠다고 분명 첫 만남 때 그러셨는데… 준이에게는 편하게 말하시면서 저한테만 꼬박꼬박 존댓말 쓰시니까 거리감 느껴져요.”

 얀이가 뾰로통 한 척 한 표정을 지으며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럼 이제 말, 놓을게요. 아, 아니 놓을…..게.”

 어색하게 말을 놓는 도윤을 얀이가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자기를 바라보는 얀이를 향해 도윤도 같이 바라보고는 왜 그러냐는 뜻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죄송해요. 제가 또 선생님 빤히 바라봤죠.”

 “처음 만났을 때는 당황했는데 두 번째가 되니까 나도 슬슬 적응이 되나 보구나.”

 도윤이 괜찮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시는데 도윤이 컵을 쥔 손에 화상 자국이 얀이의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 그 손…..”

 “손?”

 도윤이 컵을 내려놓고 자기 손을 바라봤다. 오래도록 남아있던 화상자국이라 자신의 눈에는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는데 얀이가 말을 하니 오랜만에 그 자국이 눈에 띄었다.

 “아! 이거.”

 “준이가 그랬다면서요?”

 “알고 있었니?”

 “그 날 준이가 엉엉 울면서 말하더라고요. 천사 같은 사람의 반짝이며 빛이 난 손을 자기가 망가트렸다고요.”

 “그러니?”

 “어릴 때 이지만 아직도 기억나요. 아, 그리고 이 말도요.”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는지 얀이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다시 그 사람이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면 자기가 빛이 되어서 한 평생을 책임 지겠다 했어요.”

 “뭐어?”

 생각지도 못했던 그 날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니 도윤은 어릴 때 처음 봤었던 꼬맹이의 준이가 떠올랐고 꼬맹이 입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귀여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그리고 준이가 커피 안 마시는 이유 아세요?”

 “그러고 보니 준이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구나.”

 “커피 때문에 선생님 손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새기게 했다고 그 이후로는 쳐다보지도 않는데요.”

 “녀석도 참.”

 “귀엽죠?”

 얀이와 도윤이 준이 얘기에 끊이지 않고 웃음 꽃을 피웠다. 문이 살짝 열린 틈으로 자신의 얘기에 그들이 웃는 줄 몰랐던 준이는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는 얀이와 도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다 이내 고개를 휘젓더니 억지로 입 꼬리를 올리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

 “편집장님, 도착했어요.”

 비서의 목소리에 준이가 잠들지 못하고 감고만 있었던 눈을 떴다. 그의 기분은 아까보다 더 안 좋아 보였다. 씁쓸함을 느꼈던 과거의 기억 속에 있다가 이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오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일의 연장이다.]

 준이가 차에서 내리기 전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비서의 말대로 아버지의 귀에 좋지 않은 말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애초부터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준이가 자심의 뺨을 양손으로 살며시 때리며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조금 늦게 도착한 파티장이었지만 시작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분위기는 조금은 어수선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 좀 있어가지고…”

 준이가 다른 출판사들의 편집장들이 있는 무리로 어색한 미소와 인사말과 함께 다가갔다.

 준이의 등장에 사람들이 준이를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자연스레 대화의 중심 역시 준이였다.

 출판업계 매출 1위의 출판사. 그리고 최연소 편집장.

 이 두 가지 수식어보다 더 알려져 있는 수식어는 ‘뛰어난 사업가이자 재력가의 아들’ 이었다.

 그 때문에 그의 주변은 항상 사람들 중심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아닌 자신의 이름 때문에 몰려드는 인간관계에 준이는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이것 또한 아버지와의 계약에 따라오는 일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인 지 오래였다.

 “편집장님, 축하 드립니다. 이번에 새로 출판하는 월간지 입 소문이 좋더라고요.”

 자기에게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걸 넘기기 위해 준이가 파티를 개최한 출판사의 편집장에게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하하, 감사합니다. 준 편집장님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요.”

 “아뇨, 저야말로 아직 멀었지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도중에 약간은 취기가 올라와있는 다른 편집장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준 편집장님만 하겠습니까?”

 “네?”

 그의 말에 약간 냉랭한 느낌을 받은 준이가 억지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잘나가는 작가들을 독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편집장들 다 생각은 하는데 말을 못하고 있는 거지 하준 편집장님께서 다 잡고 계시는데 저희 같은 출판사들이 무슨 수로 상대해보겠어요.”

 “하하.. 오해를 하시는 거 같은데 저희는 독점적으로 작가님들이랑 계약을 맺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도윤 작가의 큰 작품은 거의 독점적으로 하준 편집장의 출판사에서 맡고 있지 않나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계약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모르시나 봐요?”

 불쾌한 질문에 겨우 미소를 띄우며 대답을 했던 준이가 ‘도윤’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지요?”

 준이가 무표정으로 싸늘하게 그에게 물었고, 한 순간에 그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도윤 작가가 남색을 즐긴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래서 둘이서 모종의 계약으로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닌가요?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지만 암묵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는데 편집장님만 모르고 계셨나 봅니다?”

 자신과 도윤에게서 그런 소문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던 준이가 당황하여 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

 “대답이 없으신 거 보니 아주 없는 얘기는 아닌가 봐요?”

 준이가 대답 없이 있자 상대는 더더욱 준이를 쏘아 붙였고, 그 주위는 소문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해 그 둘을 긴장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전혀 사실이 아닌 얘기에 대답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도윤 선생님께서 저희 출판사에게 작품을 맡기시는 건 저희가 선생님의 작품을 더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그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은 없습니다.”

 “아니면 편집장님이 그러해서 도윤 작가가 자기 원고를 위해 계약을 맺은 건 아니고요?”

 “네?”

 “최근 발표한 도윤 작가의 책이 하준 편집장의 출판사가 아니었으면 발표라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 역겨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 같지도 않은 책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거 또한, 도윤 작가 능력이 아니라 편집장 힘의 영향이 컸다는 건 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인걸요?”

 도윤의 작품을 깔아 뭉기는 발언에 준이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애써 뚜껑을 닫아내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도윤 선생님의 몸을 대가로 책을 내주고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시고 계신 거 같은데 대답 할 가치도 못 느끼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이어도 그렇다고 말 할 수 없을 테니 그렇게 믿어 드리지요.”

 사실이 아님에도 이미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변하지 않는 믿음에 준이는 더 이상 반박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아니,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가다가는 소문이 더 수면위로 올라와 도윤에게도,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을 것임을 짐작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 불미스러운 일이 자신의 아버지에게까지 일이 커진 채 귀에 들어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 지 짐작 할 수 조차 없어 입술을 꽉 깨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계속해서 참아내었다.

 “아, 한마디만 더하자면, 도윤 작가가 가끔 도가 지나치는 내용을 글로 끄적이는데 편집장님이 잘 말해주시죠. 그딴 글을 쓰는 건 아까운 종이낭비 라는 걸요. 편집장 말이면 들을 거 아니겠습니까?”

 상대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이의 이성이 말릴 세도 없이 주먹이 먼저 뻗어버렸고 예상치 못한 일에 상대는 방어 할 겨를도 없이 멀리 나가 떨어져버렸다. 그제서야 지켜만 보던 사람들이 준이와 상대 편집장을 에워쌌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준이가 숨을 쌕쌕 몰아 쉬면서 사람들을 비켜내며 앞으로 나아가 그에게 쏘아 붙였다.

 “다시 한번만 더 도윤 선생님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얘기는 물론 선생님의 작품을 매도한다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편집장님이 더 이상 이 곳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할 테니 조심해주시죠.”

 준이의 경고가 그냥 단순히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느꼈기에 그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죄송합니다.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어서.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준이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빠져 나왔고 뒤 따라서 그의 비서도 파티장을 빠져 나왔다. 차에 몸을 실은 준이가 한 숨을 크게 쉬며 뒤로 털썩 기대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준이가 중얼거렸다.

 “사고 치셨죠.”

 뒷좌석에서 자책하던 준이를 향해 비서가 그를 향해 몸을 돌려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웃으면서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안 준이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 할 일은 아니지만요.”

 “…….”

 “저는 다시 출판사로 갈게요. 조금이라도 수습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더 이상 소문에 살을 붙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일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것 또한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니, 감사 할 일은 아니지만요.”

 비서의 선을 긋는 대답에 준이가 피식 싱겁게 웃었다.

 “왜요? 왜 웃으세요?”

 비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준이를 바라봤다.

 “멋있어서요. 그 똑 부러진 부분들이.”

 “그래요? 재수없다고는 많이 들어봤는데, 편집장님은 좋게 봐주시니 다행이네요.”

 “그런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부분도요.”

 “감사해요. 편집장님도 멋있어요. 자기 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거 옆에서 엄청 느끼고 있거든요. 너무 사랑하셔서 가끔 오늘 같은 실수도 하시긴 하지만.”

 “하하.. 죄송합니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이번 기회에 물어봐도 되나요?”

 “뭔데요?”

 “도윤 작가님은 편집장님한테 어떤 존재 이신가요?”

 “네?”

 “아! 소문과 관련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편집장님 지켜보면서 느낀 부분인데 도윤 작가님과 관련 된 부분이라면 편집장님이 제일 우선순위로 두시는 거 같아서요. 오늘 있었던 일도 그렇고요. 평소라면 앞에선 미소 지으면서 무시하고 뒤 돌아서 욕 하셨을 텐데……”

 진지하게 비서의 말을 듣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준이가 소리 내며 웃었다

 “제가 뒤 돌아서 욕하는 사람이었나요?”

 “아니에요? 옆에 계속 있다 보니까 알겠던데요. ‘아! 웃고는 있는데 눈으로는 지금 욕하고 있구나’ 하고.”

 “역시 나를 잘 아신다니까요.”

 “질문에 대답하기 싫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냥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니까.”

 “제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 정말 소중한 분이에요. 저한테는.”

 “좋네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거.”

 “그래요?”

 “네.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는 거니까. 살면서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건데 편집장님은 벌써 만나셨잖아요.”

 “그렇죠.””

 “그럼 오늘 있었던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럼 출판사로 들어가 열심히 수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가 어느새 출판사 앞에 도착해 있었다.

 “수고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아 참, 편집장님!

 차에서 내리려다가 비서가 멈칫하고서 뒤돌아 준이에게 말했다.

 “수습을 한다고 해도 회장님은 당연하고, 도윤 작가님에게도 오늘 일은 귀에 들어갈 거에요. 그러니까, 적어도 도윤 작가님에게는 다른 사람들한테 듣기 전에 편집장님께서 잘 말씀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저희 출판사 입장에서는 제일 잘 나가시는 작가님이신데 오늘 일로 소문만 더 크게 날지도 모르게 만들었으니 편집장님으로서는 미리 사과하시는 거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요.”

 “네. 그럴게요. 감사해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 하는… 2020 / 11 / 17 296 0 6509   
20 20. 서로에게 기대어 잠든 그들 사이로 금빛의… 2020 / 9 / 16 333 0 3113   
19 19.아직은 내가 그 뒷이야기를 알 때가 아닌 … 2020 / 9 / 16 328 0 4979   
18 18.마치 세상을 상대로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 … 2020 / 9 / 16 339 0 5534   
17 17.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 … 2020 / 9 / 16 315 0 5427   
16 16.당신 마음은 그래도 전했나요? 2020 / 9 / 16 317 0 4508   
15 15.선생님이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 예전에는… 2020 / 9 / 16 306 0 5991   
14 14.의심치 않고 믿어왔었던 내 감정에 대해 의… 2020 / 9 / 16 310 0 5961   
13 13.나에게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 2020 / 9 / 16 319 0 9034   
12 12.도윤 작가님은 편집장님한테 어떤 존재 이… 2020 / 9 / 16 305 0 8280   
11 11.조금은 제가 이 곳에 되돌아 온 이유를 알 … 2020 / 9 / 16 325 0 5889   
10 10.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대단한 게 … 2020 / 9 / 16 317 0 4991   
9 9.오늘 밤은, 복잡해진 생각들로 잠 못 이룰 … 2020 / 9 / 16 326 0 6176   
8 8.“사랑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이… 2020 / 9 / 16 575 0 6264   
7 7.너와 같은 마음을 가졌는데 나는 이걸 무엇… 2020 / 9 / 16 335 0 5090   
6 6.그녀의 존재로 선생님의 깊은 절망과 슬픔… 2020 / 9 / 16 303 0 4589   
5 5.내가 그를 생각하면 느껴지는 설렘과 떨림, … 2020 / 9 / 16 311 0 4038   
4 4.미래에서 보면 지금의 복잡한 것들이 아무… 2020 / 9 / 16 306 0 4718   
3 3.햇살이 그의 손을 비추어 그의 손만 유독 빛… 2020 / 9 / 16 315 0 5417   
2 2.너와 같은 마음을 가졌는데, 나는 이것을 무… 2020 / 9 / 16 311 0 3149   
1 1. 내리고 나니 느껴지는 낯선 공기와 낯선 냄… 2020 / 9 / 16 521 0 274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