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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대에게 죽음을 고합니다.
작가 : 카레샤워
작품등록일 : 2020.8.31

로이날슨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스는 누군가의 사주로 거리에서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어릴 때부터 행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던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을 빌고,
그 소원으로 인해 일곱 살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괴롭던 지난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어린 엘리자베스는 다시 한 번 불구덩이에 몸을 던진다.


#복수물 #황궁물 #회귀물 #후회물 #여주성장물 #남주성장물
#사이다여주 #똑똑여주 #불쌍한여주 #한방먹이는여주
#집착남주 #다정남주 #능글남주 #짝사랑남주

 
빛을 빼앗는 것(2)
작성일 : 20-09-15 22:09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7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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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암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어올렸다.

 

 겁에 질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블릿은 보이지도 않는 듯.

 

 내가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다면 그를 말릴 수 있었을까?

 

 달려가는 사이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리암이 오늘 훈련에 불참한 것은 오로지 내 탓이었다.

 블릿에게 빌미를 만들어 준 것은 나다.

 

 

 “리암, 제발! 제발 그만해요!”

 

 

 최고점에 도달한 손은 이미 하강하고 있었고, 내 외침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제발 누군가 리암을 도와주세요.

 그가 살인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내 간절한 외침이 닿기라도 한 듯 리암의 손이 우뚝 멈춰 섰다.

 

 리암 본인의 의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블릿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리암! 너 정신이 있는 거야?”

 

 

 리암의 가녀린 손목을 움켜쥔 이는 크리스였다.

 

 멀리서부터 급하게 뛰어온 걸까.

 크리스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손에 쥔 거 내려놔. 단장님의 이름에 먹칠을 할 셈이냐.”

 

 

 블릿의 절규에도 변함없던 그가‘단장님’이라는 말에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리암의 손에 들렸던 돌이 지면에 떨어지자 크리스도 손을 놓고,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잠시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아 리암의 곁으로 다시 뛰어갔다.

 

 

 “리암! 괜찮아요?”

 “아, 아가씨.”

 

 

 리암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 했던 것인지 실감한 것일까.

 

 나를 바라보는 리암의 눈이 슬퍼 보여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안아 등을 토닥여줬다.

 

 겉으로는 의젓한 척, 동요하지 않는 척 아슬아슬하게 연기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 혼자 힘으로 세상에 서기에는 너무도 어리다.

 

 

 “블릿, 그 때의 결투로 더 이상 리암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텐데.”

 “그렇지만 저 녀석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너도 저 녀석이 천민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테지. 천민이 귀족의 몸에 상처를 내다니,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야!”

 

 

 블릿의 반박에 크리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리암이 블릿의 몸에 상처를 낸 것은 사실이었고, 그는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고 여린 아이가 내게 줬던 용기를 나도 돌려줄 수 있다면, 내가 그의 편이 되어 준다면 상황은 조금이라도 역전될 수 있다.

 

 

 “경,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아, 아가씨.”

 

 

 나를 말리려는 리암을 조심스럽게 떼어놓고 천천히 블릿의 앞에 섰다.

 

 나보다 두 세배 정도 큰 기사.

 마치 성난 사자처럼 날이 선 건장한 성인 남성.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내가 여기서 물러난다면 리암의 얼굴을 볼 낯이 없다.

 

 

 “조금 전의 소동은 모두 지켜봤습니다. 이 일은…….”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저 천민이 제 머리를 돌로 내리쳤습니다. 지금 당장 단장님께 끌고…….”

 “경! 내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큰소리에 말이 막힌 블릿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여기서 약해지면 안 돼. 엘리자베스 쉘더 프리페리어.

 

 내 이름을 기억해. 그리고 절대 저 자에게 빈틈을 보이지 마.

 

 

 “경, 아직 소개를 듣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게 먼저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폴티아 남작가문의 차남 블릿 티블던입니다.”

 

 

 블릿은 차갑게 나를 내려 보던 눈빛을 거두고 지면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내게 복종하겠다는 뜻에서 나온 행동은 아닐 것이다.

 

 단장이라는 아버지의 지위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것뿐.

 

 그의 눈에 나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로만 비칠 것이다.

 

 하지만 이제 20대인 너보다는 내가 살아도 한참 더 오래 살았지.

 

 절대 네놈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테다.

 

 

 “블릿경. 조금 전의 소동을 만든 원인이 무엇입니까.”

 “원인이랄 것도 없습니다. 아가씨께서도 보셨겠지요? 저 천민의 간악함을.”

 

 

 날이 선 블릿의 한마디에 리암이 몸을 움찔 떨었다.

 

 

 “듣자하니 경께서 리암경을 이곳으로 불러냈다고 하던데요. 그 말이 사실입니까?”

 “네, 뭐.”

 “그럼 경이 고의적으로 리암경을 해치기 위해 이곳으로 유인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이 참을성 없는 기사 같으니라고. 힘겹게 무릎을 꿇렸더니 다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서서 나를 내려 보고 있다니…….

 

 블릿은 이제 내게도 적개심을 숨길 생각이 없어보였다.

 

 날이 선 눈빛이 차갑게 응시하고 있다.

 

 빈틈을 보인다면 저 사나운 맹수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물어뜯을 것이다.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예, 아주 잘못된 말씀을 하셨죠.”

 “블릿! 너 아가씨께 무슨!”

 “크리스경, 괜찮아요.”

 

 

 블릿의 무례에 이제껏 보고만 있던 크리스가 분개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끼어들어서는 곤란하다.

 

 이건 오로지 내가 끝내야 하는 일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기사들은 모두 무기고에 자신의 검을 넣어둔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이곳에 도착한 이후 기사들은 모두 자신의 검을 닦아 무기고에 넣었고, 무장이 해제된 상태로 뒷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경은 진검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이런 으슥한 곳으로 리암경을 불러 그를 해치려 한 것은 아닙니까?”

 

 

 허를 찔렀다고 생각한 내 말에 블릿은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아, 고작 그런 이유입니까? 아가씨는 훈련장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모르시겠지만 무기고의 열쇠를 관리하는 이는 매일 바뀌고, 오늘은 제가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기고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이는 가장 마지막에 무장을 해제하고 무기고의 문을 폐쇄합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까지 무장을 하고 있다 해도 저를 의심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뭐, 아직 이곳의 규율을 모르는 아가씨이니 어쩔 수 없지만요.”

 

 

 블릿은 품 안에 있던 열쇠를 꺼내들어 도발하듯 흔들었다.

 

 내가 화를 못 참고 소리를 지르거나 울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모욕은 이미 전생에서도 질리도록 맛봤다.

 

 나는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그래서요? 그 열쇠가 어쨌다는 겁니까.”

 “이게 있으니 제가 계획적으로 저 녀석을 헤치려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 아닙니까.”

 

 

 이미 승패가 갈렸다는 듯 오만한 그의 태도에 코웃음이 나왔다.

 

 블릿이 들고 있는 것이 무기고의 열쇠인가는 아직 판명나지 않았고, 블릿이 이런 상황을 대비해 다른 기사와 당번을 바꿨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저 열쇠 하나에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요. 겨우 그 정도로는 증명이 안 될 겁니다.”

 “아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시니, 단장님께 말씀드려 마차를 준비해야 되겠습니다. 애초에 연약한 아가씨께서 검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죠.”

 

 

 블릿은 일부러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이며 나를 조롱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크리스를 말려야 할 참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꽉 쥐고 있던 그의 주먹이 이제는 블릿의 웃고 있는 면상에 매다 박힐 지경이었다.

 

 이제 그만 이 생산성 없는 대화를 중지할 때가 온 것이다.

 

 

 “블릿경. 경은 리암이 천민이라는 이유로 싫어한다고 하셨나요? 신분 차이 때문에?”

 “네, 당연합니다. 아가씨도 저런 천민을 가까이에 두는 것은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다면 저도 오늘부터 저희 가문, 프리페리어 백작가보다 작위가 한참 낮은 폴티아 남작가를 일방적으로 적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얼이 빠져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는 블릿의 모습이 참 볼만했다.

 

 블릿이 리암을 노린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천민’이기 때문이다.

 

 무슨 짓을 해도 ‘귀족’과 ‘천민’이라는 관계 하에서는 그것이 모두 정당화 되는 이 나라의 부정한 법도를 이용한 악랄한 수법.

 그것이 지금까지 블릿이 해왔던 짓이다.

 

 이런 류의 사람은 질리도록 봐왔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구역질이 날 만큼 비열한 족속들.

 

 정의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막대한 힘뿐.

 

 블릿을 굴복시키기 위해 나는 오늘 내 가문의 이름을 팔 것이다.

 

 

 “블릿경, 프리페리어 백작가가 이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폴티아 남작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런 남작가의 차남이라니. 재판관이 당신의 말을 믿겠습니까, 아니면 프리페리어 백작가의 유일한 후계인 내 말을 믿겠습니까?”

 “........!”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블릿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간다.

 

 말문이 막혀 입만 뻐끔거리는 그에게 나는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아 넣었다.

 

 

 “뭐, 굳이 재판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려 싫어하는 블릿경을 쫓아내달라고 해도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블릿경, 이곳에서 쫓겨나면 당신은 앞으로 뭘 하며 살 건가요? 남작가의 차남? 물려받을 작위도, 토지도, 재산도 없는……. 그야말로 당신이 업신여기는 ‘천민’과 똑같은 것 아닙니까.”

 

 

 분노로 얼룩진 블릿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 말에 여유롭게 반박할 수 있었다면 저런 표정은 아니었겠지.

 

 

 “오늘 내로 이곳에서 스스로 나갈 건지 타인의 손에 끌려 나가고 싶은지 결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어린애는 인내심이 없거든요. 내일도 훈련장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건....!”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두죠.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고 ‘순진한’아가씨가 아닙니다. 명심하세요.”

 “.......”

 

 

 이미 결판은 난 것 같고.... 그러면 이 자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던 도중 뒤쪽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고, 이것을 끝으로 블릿과의 대화는 종결되었다.

 

 아버지와 기사단원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리지, 리암과 함께 먼저 저택으로 가 있거라. 너희 둘과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마.”

 “네, 아버지.”

 

 

 내가 없어도 거의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보고 들은 크리스가 있으니 걱정 없이 발길을 돌렸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아까의 소동 이후 리암이 단 한마디도 꺼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위로의 말이 듣고 싶은 건 아닌 모양이니 그에 따라 나도 입을 다물었다.

 

 마차는 덜컹거리며 백작저를 향해 나아갔고, 나는 그저 가끔씩 곁눈질로 리암의 상태를 살피며 무거운 침묵을 견뎌냈다.

 

 

 ***

 

 

 저택에 도착해 우리는 아버지의 집무실에 들어가 나란히 앉았다.

 리암은 마차에서보다 더 불안해 보였다.

 

 밝은 실내에서 보니 그의 왼쪽 뺨에 예리한 무언가로 베인 흔적이 있었다.

 

 블릿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 정갈한 얼굴에 흉이라고 생길까 걱정되어 방 안에 있는 치료용 연고를 가지고 와 리암이 앉은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리암경, 나 좀 봐요.”

 

 

 동공이 잔뜩 커져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이리도 연약한 아이가 이제껏 그 모든 수모를 홀로 견뎌왔다니…….

 

 대견한 마음과 함께 마음속에 안타까움이 응어리졌다.

 

 

 “볼에 상처가 났어요. 약 발라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아, 아니요. 어떻게 그렇게 귀한 약을 저에게…….”

 “리암경의 얼굴이 이 약보다 백배 천배 더 귀해요. 그러니 잠시만 가만히 있어요.”

 

 

 부드러운 제형의 연고를 스푼으로 조금 떠내어 그의 얼굴에 발라준다.

 

 리암은 내 얼굴조차 바라보지 못한 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주먹을 얹어놓고, 잘게 떨고 있었다.

 

 

 “죄 지었어요?”

 “......”

 “대답 해봐요. 리암이 무언가 잘못했어요?”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대답대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가여운 아이.

 그에게는 이런 식의 생활이 당연했던 거다.

 

 

 “자, 나를 봐요.”

 “.......!”

 

 

 얼굴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더니 그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낮에 나를 격려해주던 듬직한 리암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우리는 공평하지 못한 제도 아래에 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아요. 벌을 받을까 무서워 모두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리암경이 오늘 무슨 일을 한 줄 알아요?”

 “.........”

 “리암경은 당당히 불의에 맞서 싸웠어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것을 해낸 거예요.”

 “........?”

 

 

 리암은 어리둥절한 얼굴이다.

 내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리라.

 

 

 “누군가를 괴롭히고 시기하는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다른 이를 도우고 용기를 준 사람은 상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이 나라는 그런 당연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에 반해 리암경은 오늘 자신의 정의를 있는 힘껏 주장했잖아요.”

 “하지만 그건…….”

 “그래요. 오늘의 경우는 방법이 좋지 않았죠. 자, 그럼 리암 경은 앞으로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뭘 해야 할까요?”

 

 

 리암은 커진 눈동자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다음에 이어질 내 말이 궁금해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이다.

 

 

 “리암 경이 내게 검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처럼 나는 리암경에게 지혜롭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줄게요. 그래서 우리 둘이 지혜로운 방법으로 나쁜 사람을 벌주는 거예요. 어때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리암의 눈동자는 새로운 빛을 품은 채 반짝였다.

 

 큰 시련 뒤, 리암은 이제껏 살아오며 당연한 듯 잃어버렸던 것들과 마주했고, 이 날의 일은 그가 더욱 큰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계기가 될 것이다.

 

 

 리암은 내 말이 끝난 이후 참고 참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서러움에 들썩이는 등을 몇 번이고 쓸어주었다.

 

 이제야 나이다운 행동을 하는 리암이 안쓰럽고 기특하기도 했다.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리암은 내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곤히 잠이 들었다.

 

 울어서 붉어진 눈가와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가녀린 어린 아이 특유의 숨소리가 사랑스러웠다.

 

 잠든 그의 머리를 쓸어준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이 열렸고, 평소보다 지친 모습의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아버지, 오셨어요?”

 “리지! 이게 무슨....!”

 “쉬잇!”

 

 

 큰소리에 리암이 깰까 재빨리 검지를 입술 위에 올리자 아버지도 이해한 듯, 하던 말을 멈추고 가만히 우리를 응시하셨다.

 

 나와 리암의 모습을 보고 놀란 듯 아직도 눈은 커져있었지만, 리암에게 나가라고 소리치지 않으신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이미 깊게 잠이 들어버린 리암을 소파에 가지런히 눕히고 담요를 덮어준 뒤 아버지와 함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아버지, 오늘 일로 제게 실망하셨나요?”

 “.....”

 

 

 숨김없는 올곧은 말에 아버지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곧 부드러운 웃음으로 바뀌었다.

 

 

 “물론 놀라긴 했지만 네게 실망한 건 아니란다. 오히려 내 쪽에서 감사해야 하는 일이지.”

 “감사요?”

 “블릿은 이전부터 다른 기사들과 자주 다퉜단다. 최근 리암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것도 알았지만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지. 내가 조금 더 일찍 상황을 중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리지, 네게 그런 일을 겪게 해 미안하구나.”

 

 

 달빛 아래에 비춰 보이는 아버지의 푸른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린 딸이 걱정되어 참을 수 없는 듯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쓸어내리셨다.

 

 전생에서 맛본 굴욕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지만 단순한 7살의 어린아이가 오늘의 일을 겪었다면 아마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그 훈련장 안에 계셨고, 또 듬직한 크리스경이 함께 있어주어서 저는 별로 무섭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보다는 리암경이 더 큰 일을 겪었죠. 아버지, 리암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실래요?”

 “그래, 언제까지 모른척할 수는 없으니…….”

 

 

 조금의 침묵 끝에 아버지는 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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