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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39. 제발 초면이었으면..
작성일 : 20-09-14 22:11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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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오 실장이 쓰러진 이수를 안고 간 곳은 회사의 보건실 겸 휴식처로 쓰이는 공간이었다.

 

 양쪽에 늘어선 하얀 침대 중 가까운 하나를 골라 보따리 내동댕이치듯 그녀를 내려놓는다.

 

 (아얏!)

 

 그는 침대에 엎어진 채 시체처럼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귓가로 다가가 툭 던지듯 한마디 한다.

 

 "이래저래 속 썩이는군. 깨어 있는 거 아니까 그만 눈 뜨지?"

 

 주위엔 아무도 없는 듯하다. 일렬로 뻗은 형광등 불빛만이 이수의 창백한 얼굴을 비춘다.

 

 온몸의 맥을 못 추리게 한 긴장이 다소 풀린 걸까?

 

 까만 스타킹을 신은 발가락이 갑갑한 지 꼼지락거리고, 굳어진 안면 근육을 실룩이며 실눈을 살짝 뜨다가

 

 유심히 바라보는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눈꺼풀을 닫는다.

 

 "정이수 씨, 당신은 T 사 면접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최초의 응시자로 역사에 남을 거야."

 

 "아까 그 기백은 어디 간 거야? 관종도 아니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없으니 겁쟁이가 된 건가?"

 

 갑자기 겁이 났다기보다는.. 이 남자와 단 둘이 있으니 미치도록 창피한 것 뿐이다.

 

 갈증이 나는지 마른 입을 오물거리는 이수를 위해 하 실장이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가져온다.

 

 "이거라도 마시지?"

 

 무거운 몸을 반쯤 일으키곤 한두 모금 물을 마시고 마다한다.

 

 "아직 면접 끝난 거 아니니.. 착각하지 마."

 

 그의 말에 하마터면 식도를 따라 잘 내려가던 물이 도로 솟구쳐 입 밖으로 뿜어낼 뻔했다.

 

 "네?"

 

 "다른 응시자들은 계속 면접 진행 중이야. 도저히 드러워서 못 해 먹겠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다. 그러면 간단해.

 

 저 문을 열고 똑바로 나가서 엘리베이터 타고 집에 가면 돼. 뭐하러 힘든 몸 이끌고 이 고생을 해?"

 

 비아냥거리는 그의 말에 희붐해지던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려고 몇 년을 준비하고 개고생 했는지 알아?

 

 간신히 정상이 보이는 중턱까지 올랐는데 중도 포기하고 내려가는 시나리오는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어.)

 

 가슴을 가리는 긴 생머리를 관능적인 하얀 목덜미 뒤로 천천히 쓸어 넘기며 그를 응시한다.

 

 "준비됐어요. 궁금한 건 뭐든지.. 질문 주세요."

 

 하 실장의 번득이는 눈빛이 그녀의 이마, 콧날을 통과해 입가에 머물더니 쇄골 언저리에서 멈춘다.

 

 그의 입술 사이로 비죽이 실소가 흐르더니 의자에 떡 벌어진 상체를 기대고..

 

 "아까 입덧은 뭐야? 정말 임신?"

 

 짧게 끊어진 첫 질문부터 압박이 장난 아니다.

 

 아침부터 자신의 오바이트를 홀라당 뒤집어쓴 면접관과 일대일로 프라이빗한 면접이라니..

 

 어쩌면 궁지에 몰린 유력한 용의자를 '취조'하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정이수는 극악 난이도의 이번 면접이 인생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시작될까 말까 하는 결정적인 순간임을 직감했다.

 

 (더 이상 이 자를 속이려 하면 안 돼. 만약 어설픈 거짓말로 또 한 번 농간을 부린다면..

 

 이 사내는 날 붙잡고 있던 보이지 않는 끈을 놔 버릴지도 몰라.)

 

 "아, 아니에요. 아침부터 과식했는지 속이 안 좋아서 그만..

 

 아까는 제가 죄송했어요."

 

 "임신은 아니란 말이군. 원래 거짓말을 그리 능청스럽게 잘하나?"

 

 "아뇨. 며, 면접 시간에 늦지 않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길길이 날뛰는 당신의 화난 표정도 한 몫 했지요.)

 

 긴장된 나머지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손바닥에 축축한 땀이 맺히고, 눈 앞이 다시 하얘진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이 자를 뛰어넘고, 돌파해야만 해.

 

 "끝까지 시치미를 뗄 정도로 뻔뻔하진 않군. 그래도 이 회사에 미련은 있나 봐.

 

 만약 한번 더 내 뒤통수를 때렸다면 나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났을 거야."

 

 그녀는 마음 속으로 '휴우' 긴 한숨을 내쉰다.

 

 "참고로 난, 회사에 목숨 걸고 뼈를 묻겠다는 류의 인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출근길에 토악질을 하고, 피를 토할 정도면 집에 가서 쉬든지 아니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몸 바쳐 희생한다고 회사가 알아주고 특별 대우하는 건 아니거든.

 

 그 지경인데 기어서라도 회사에 오겠다는 말, 솔직히 이해가 안 가."

 

 불현듯 매일 아침 출근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지병으로 간이 좋지 않아 황달기 도는 싯누런 얼굴에 차오르는 복수로 불룩해진 배를 감싸 쥐고

 

 주말마저 내리 반납하고 편도 두 시간 걸리는 먼 회사로 지친 발걸음을 옮기던 아버지.

 

 그는 왜 회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을까?

 

 이수는 입을 다물려다가, 작정한 듯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뗀다.

 

 "회사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정말 쓰러질 것처럼 몸이 아프면 쉬고 싶고, 발길을 돌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을 위해, 토끼 같은 처자식들 때문에.. 이를 악물고 회사로 향하는 거 아닐까요?

 

 회사에 뼈를 묻는다? 자아실현? 언제 주인이 바뀔지 모르는 회사 책상에 바짝 엎드려

 

 하루하루 버티는 월급쟁이한테 그런 거 쥐뿔도 없어요.

 

 단지, 꼬박꼬박 통장에 꽂히는 빌어먹을 돈이 제 목구녕과 발목을 움켜쥐고 놔주지 않을 뿐이죠."

 

 자신의 입에서 이런 진지한 자기 고백이 흘러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이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양 볼이 잘 익은 홍시처럼 발개진다.

 

 다이아몬드 링 코너에 몰린 상대에게 살벌한 킥과 연타를 날리다 불의의 왼손 카운터를 얻어맞아 휘청대는 격투기 선수처럼..

 

 할 말을 잃은 하 실장은 살짝 벌어진 입가를 이내 빈틈없이 다물고는, 그녀의 투명한 눈동자를 응시한다.

 

 "더 이상 할 말 없나?"

 

 "네? 어, 없어요."

 

 "정이수 씨, 내가 챙겨주고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나머지 채용 절차는 당신 능력으로 극복해.

 

 마음이 바뀌어 중도에 포기한다면, 능력이 못 미친다면 나와는 더 이상 볼 일 없겠지.

 

 혹시나, 천운이 따라서 이 회사에 몸 담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러니까 나, '하.태.오'와 인연이 이어진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될 거야. 그때는 당신 회사 생활이 시작부터 꼬였다는 의미니까."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눈 앞에 두고 돌아서는 수사자처럼 매서운 눈길을 뿌리며 멀어지는 하태오 실장.

 

 (이거 원.. 첫 면접부터 이리 살 떨리게 만드나. 심약한 사람은 이 회사 문턱도 밟지 못하겠어?)

 

 콩닥대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침대에서 내려서 T 사를 떠날 준비를 하는 정이수.

 

 1층으로 내려오는 고속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는 지하철 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처음엔 구두 밑창에 질긴 껌이라도 붙은 것처럼 무겁고 바닥에 쩍 달라붙는 듯한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한 발레 스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 T 사 명함에 내 이름 새길 수 있을 거 같다고..)

 

 오전부터 겪었던 어이없는 오바이트와 그 사내와의 깜짝 만남 그리고 면접장에서 쓰러져 터프한 일대일 면접을 치르기까지..

 

 1차 면접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최종 면접 따위는 오히려 쉽게 패스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보다 더한 최악의 면접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건..

 

 무간지옥에 들어가기 전, 저승사자가 죽은 자를 심사하는 최후의 면접이리라.)

 

 이수의 마냥 긍정적인 예상대로.. 하태오 실장이 말한 대로 하늘이 도왔는지..

 

 그녀는 1차 면접에 떡하니 합격하더니, 최종 면접을 무난히 돌파해 꿈에 그리던 T 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흘러간 연수원에서의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 후, 첫 출근 날을 며칠 앞두고..

 

 HR 부서에서 퍼진 그녀에 대한 소문은 알음알음 회사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는데..

 

 사내 카페 옆에 마련된 파우더룸을 겸한 여자 휴게실에서는 이런저런 뒷소문이 무성했다.

 

 "어떤 신입 사원이 잠자는 하태오 실장의 기다란 수염을 잡아당겼다며?"

 

 "면접 날, 지하철로 출근하는 하 실장 셔츠에 구토를 했는데.. 글쎄, 입덧이라고 둘러댔다지 뭐야?"

 

 "어머, 어머.. 그러고도 최종 합격했다니.. 든든한 누군가가 뒤에서 봐주는 거 아닌가."

 

 "이력 사항 살짝 봤는데.. 그럴만한 여자로 안 보이던데?

 

 유 대리 얘기로는 하 실장님이 밤마다 칼을 갈면서 벼르고 있다 하더라구."

 

 "칼을 갈아? 웃기다. 웃겨."

 

 "얘.. 하태오 실장, 우습게 보면 안 돼. 그 사람 밑으로 들어온 어리바리 신입들.

 

 죄다 3개월도 못 버티고 팀 옮기거나 퇴사했으니까.."

 

 "그래? 이번에 들어온 그 신입. 어느 팀이 데려갈 지 기대되네. 후훗."

 

 "뭐, 뻔한 거 아니겠어? 훤칠하게 잘 생긴 하태오 실장님이 콕 찍어서 몸소 챙겨 주시겠지?"

 

 "그 신입 누군지 모르지만 부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과연 며칠이나 버틸지 궁금하네."

 

 "길어야 한 달 아닐까?"

 

 "난 출근 첫날 줄행랑친다는 데 한 표!"

 

 "아, 나도 그 사람 밑에서 일해 봤으면 좋겠다. 저번에 엘리베이터에서 단둘이 마주쳤는데..

 

 날 쓰윽 훑어 내리더니.. 눈웃음을 싸악 날리는 거야. 바로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더라.

 

 땡볕에 헐벗은 아이스크림처럼 말이야. 호호홍."

 

 "언니도 참.. 은근히 야한 말을 맛깔스럽게 잘해."

 

 비좁은 휴게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와 간드러진 여자들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T 사 직원들의 입방아에 자신이 오른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이수는 첫 출근 전날 밤

 

 들뜬 마음으로 침대 가장자리에서 입을 옷을 정하고 있다.

 

 찢어진 청바지나 반바지, 샌들 등 캐주얼한 복장이 허용되는 T 사의 파격적인 드레스 코드는

 

 많은 고민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하늘하늘한 시폰 원피스는 첫날부터 너무 튀는 거 아닐까?"

 

 "연한 청바지에 셔츠는 학생 티를 벗지 못한 듯 하고.."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처럼 가볍지 않고,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세요 하는 느낌을 풍겨야 할텐데.."

 

 침대 위에 널브러진 각양각색의 패턴을 지닌 옷들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그때, 방 안으로 들어온 박 여사가 기겁하며 한 마디 한다.

 

 "얘가.. 정신 사납게 옷가지를 늘어놓고 뭐하니?"

 

 "엄마, 나 결정 장애 도졌어. 내일 뭐 입지?"

 

 박 여사는 말없이 옷장 안을 휘적휘적 깊이 헤젓더니 상, 하의 몇 벌을 꺼내 침대 위에 척척 올려놓는다.

 

 "어때, 엄마의 센스가?"

 

 통통 가볍게 튀지도 않고.. 너무 올드해 보이지 않는 첫 출근 컬렉션이다.

 

 "엄마, 고마워!"

 

 이수는 그제야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그녀는 박 여사가 식탁 다리 휘어지게 차려준 아침을 먹는 중 마는 둥,

 

 숟가락을 대충 걸치고는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한다.

 

 "밥을 든든히 먹고 가야지? 뱃속이 뜨뜻해야 일머리가 쉬이 돌아가는 법이야."

 

 (지난 번과 같은 오바이트 대참사를 또 다시 겪을 수는 없지.)

 

 "나중에 먹을게. 간다, 엄마!"

 

 "그, 그래. 찬찬히 잘하고.. 상사 말 잘 듣고.."

 

 박 여사의 걱정 어린 잔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현관 문이 쿵 닫힌다.

 

 "누나, 출근했어?"

 

 뒤늦게 방에서 나온 이수의 남동생 '희재'가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옆구리를 긁적이며 묻는다.

 

 "아유, 술 냄새. 넌 어제 몇 시에 기어들어온 거야?"

 

 [찰싹~!]

 

 등어리에 큼지막한 엄마의 손바닥 자국이 남은 희재는 자기 방으로 쫓겨 들어간다.

 

 "아야, 왜 나만 갖고 그래?"

 

 한편, 덜컹이는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흡족해하는 이수.

 

 가녀린 발목이 드러나는 진청색 슬랙스, 상의는 연한 핑크빛이 감도는 실크 블라우스 위에 얇은 카디건을 걸쳤다.

 

 (엄마 도움이 없었다면 어제 밤새 고민했을 거야.)

 

 사당역에 다다르자 자신의 오른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한 남자.

 

 (설마..)

 

 했지만.. 첫 면접 날 마주친 그 남자는 아니다.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던 그는 아마도.. 전날 술을 마신 탓에 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으리라.

 

 회사에서도 그 인간과 가능한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다.

 

 T 사에 최종 합격하고 나서도 마음 한 구석이 꺼림칙했던 건 다름 아닌..

 

 바로 '하 실장'이란 남자 때문이었다.

 

 (정이수, 흉칙한 거 말고.. 이쁜 거만 생각하자. 넌 이제부터 꽃길에 돈다발길만 걸을 거야.)

 

 생각만으로도 흥에 겨웠는지 흔들리는 까만 유리창에 비친 그녀가 실실 웃는다.

 

 옆에 서 있던 밉상인 사내가 정신 나간 년 보듯 비죽거리더니 한 발짝 옆으로 멀어진다.

 

 잠시 후, T 사 휴게실에 도착한 이수는 자신의 소속 부서로 에스코트해 줄 담당자를 기다리는데..

 

 사근사근하게 웃는 인상의 여직원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인프라지원실 유채아 대리예요."

 

 "네, 잘 부탁드려요. 정이수입니다."

 

 그녀의 뒤를 따라 긴 복도를 걸어가는 이수.

 

 높이가 일정한 진회색 파티션이 겹겹이 쳐 있고, 말없이 노트북을 바라보는 직원들이 흘깃 쳐다보는 가운데..

 

 블라인드가 쳐진 유리벽이 사면을 감싼 사무실의 문 앞에 선다.

 

 유 대리는 노크를 하기 전, 뒤에 선 이수를 돌아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속삭인다.

 

 "여기가 저희 인프라지원실의 '캡틴'이 머무는 곳입니다."

 

 "아마 면접 때 뵈었을 거예요."

 

 (캐, 캡틴? 설마하니.. 혹시나.. 제발 '초면'이었으면..)

 

 묵직한 나무 문이 활짝 열리고, 우아한 곡선을 지닌 허먼 밀러 의자에 앉은 캡틴이라는 사내가 그들을 바라본다.

 

 설마에 혹시나가 '역시나'인 걸까?

 

 초면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닳아빠진 구면으로 변하는 걸까?

 

 정이수의 창창한 앞길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술술 풀리느냐,

 

 아니면 촘촘한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복잡하게 엉키느냐의 기로에 선

 

 극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 39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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