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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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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소나기오던 날
작성일 : 20-09-14 15:27     조회 : 41     추천 : 2     분량 : 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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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소나기 오던 날>

 

 엄마와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누런 비누칠을 해서 비벼서 거품을 내며 빨래를 하는 동안 나는 얕은 물에서 돌을 뒤집어가면서 고디(다슬기)를 잡았다. 큰 돌을 뒤집으면 고디가 돌 밑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고디는 소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크기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이고 더 작은 것도 있다. 고디를 삶아서 이쑤시개로 빼먹기도 하고 국을 끓이기도 한다.

 고디탕은 맹물을 넣고 끓이면 초록빛을 띠는 푸른색 국물이 된다. 고디탕이 간에 좋다고 할머니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고디는 살이 쫀득하고 맛은 좋지만 너무 양이 적어서 아무리 먹어도 배는 절대로 부르지 않다. 가끔 민물조개도 잡힌다. 내가 물 속에 다리를 담그고 있으면 송사리떼가 내 살을 콕콕 물고 지나간다. 내 다리가 고기인줄 아나보다.

 갑자기 후드드득 빗방울이 떨어졌다. 여름 소나기는 갑자기 온다. 엄마가 집에 가자면서 빨래를 대충 헹구었다. 급하게 빨래통을 들고 집으로 뛰어갔다. 엄마와 내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뒤에서 누군가 따라 들어왔다. 엄마가 나에게 속삭였다.

 “빨리 대문 닫아라.”

 우리집 대문이란 아부지가 산에서 죽은 나무를 잘라와서 대충 네모모양을 만들고 그 사이에 가운데를 철조망으로 대충 칭칭 감은 긴 나무판대기였다.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에 기둥에 파묻고 그 긴 판대기를 옛날 초가집 문처럼 열었다 닫았다할 수 있게 만들놓았다. 별 일이 없으면 늘 열어놓고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닫는다. 내가 들기엔 그 대문이 무거워서 낑낑대고 있는 찰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뛰어들어왔다. “비 좀 피했다가입시더.”

 누추한 옷을 입은 머리 하얀 할머니였다. 커다란 비닐을 우산 대신 덮어쓰고 있었다.

 엄마는 순간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대놓고 거절하지는 못하였다.

 “아~ 예.”

 하지만 문을 빨리 닫지 못한 나를 못마땅한 듯 째려보았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더 세차게 왔다. 엄마는 이른 저녁으로 수제비를 끓였다.

 멸치국물을 우려내고, 사과나무 밑에 몇 줄 심은 덜 큰 감자를 몇 개 캐와서 껍질을 깎아 숭덩숭덩 잘라넣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치대어 끓는 멸치 국물 속으로 납작하게 밀반죽을 떼어넣었다. 밀가루는 익으면서 멸치국물 위로 떠오른다.

 머리 하얀 할머니는 마당 앞 마루 위에 걸터앉아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제비 좀 잡수이소.” 아버지가 말했다. 마루 위에 상을 펴고 다같이 뜨거운 수제비를 먹었다. 머리 하얀 할머니는 수제비가 맛있다면서 두 그릇을 드셨다.

 “어디 주무실데는 있습니꺼?”

 아버지가 묻자 머리 하얀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저녁을 다 먹고나자 동네에 이사간 빈 집이 있다면서 할머니에게 거기서 자고 가라고 했다. 머리 하얀 할머니는 달리 잘 곳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나는 헌 담요를 들고 아버지와 함께 작년에 이사간 산 밑에 있는 앵두언니네 집으로 갔다. 머리하얀 할머니도 함께 갔다. 빈 집이지만 얼마전까지 사람이 살던 집이라 깨끗했다.

 아버지와 내가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말했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거지같더라니까.”

  엄마말처럼 그 할머니는 집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집은 시골동네라서 그런 사람들이 가끔 왔다. 시골집은 대문이 없으니까.

 전에 엄마와 아부지가 사과를 팔러 장에 가고 하루종일 나와 동생들만 집에 있을 때가 있었다. 오빠는 동네 아이들과 칡을 캐러가고 없었다. 집에 어떤 떨어진 옷을 입은 아저씨가 힘없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얘, 밥 좀 주면 안돼?”

 나는 방문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밥이 없어요.”

 엄마가 집에 없고 점심때 남은 밥을 긁어먹은 후라서 집에는 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 아저씨는 힘없는 목소리로 털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진짜 배가 고파서 그래. 밥 조금만 줘.”

 나는 그 아저씨가 조금 불쌍해져서 사과궤짝을 쌓아놓는 창고로 가서 안을 둘러보았다.

 엄마가 팔아놓은 쌀 한 가마니가 있었다. 땅콩도 한 자루 있었다. 쌀자루의 끈을 풀고 쌀을 밥그릇에 가득 퍼서 마당으로 나갔다.

 “밥은 없고 쌀뿐이라예. 이것밖에는 없어예.”

 힘없어보이는 아저씨는 들고있던 자루에 쌀을 부어넣고는 힘없이 웃으면서 돌아서서 나갔다.

 ‘아! 저 아저씨는 왜 집이 없는걸까?’

 머리하얀 할머니도 집이 없나보다.

 다음날 날씨가 좋아서 아버지는 사과나무에 약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름에 탄자병약을 사과나무에 쳐야 사과가 병충해로 썩지 않는다.

 약탕고에 농약을 조금 붓고 물을 부어 몇 만배로 희석을 해야한다. 그리고 경운기모터를 돌리고 약치는 긴 줄을 연결해서 사과나무에 일일이 약을 뿌린다. 아버지가 약을 칠 때마다 엄마는 뒤를 따라다니면서 줄이 꼬이지 않게 잡아준다. 엄마가 바쁠때는 내가 약줄이 꼬이지 않게 아버지 뒤를 따라다닌다. 경운기모터 소리가 온 밭을 울리고 있을 때 머리하얀할머니가 우리집 앞을 지나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아버지한테 잘 먹고 잘 자고 간다고 전해도고.”

 아침도 못먹었을 것 같은데 머리하얀할머니는 우리 동네를 떠났다.

 아침밥을 주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무나 집에 들여서는 안된다고 혼낼 것이 뻔했기 때문에 줄 수 가 없었다. ‘아! 나도 늙어서 집이 없어서 떠돌아다니면 어떻하지?’

 나는 괜히 걱정이 되었다.

 “엄마, 저 할매는 집이 없는갑다. 참 안됐다. 그자?”

 “거지 안될라마 나중에 커서 공부 열심히 해야되는기다!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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