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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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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구원자네 & 순돌이할머니네
작성일 : 20-09-14 08:38     조회 : 45     추천 : 2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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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자네>

 

  구원자는 나와 동갑인 동네 친구이다. 구원자의 언니, 오빠는 우리 삼촌과 비슷한 나이라서 이미 대도시로 취직하거나 공부하러 나가고 없었다. 구원자는 늦둥이로 집에서 굉장한 귀여움을 받았다. 생긴건 감자처럼 뚱글뚱글한 얼굴에 가늘게 찢어진 눈, 작은 키인데 집에서 대접을 잘 받아서인지 자존감 하나는 하늘을 찔렀다. 옷도 예쁘게 입었고 공주처럼 굴었다.

 나이가 비슷한 오빠, 동생들과 복닥거리면서 먹을 것 하나에도 경쟁해야하는 피곤한 나와는 달리 집안의 모든 간식과 좋은 옷은 구원자의 차지였다. 그리고 구원자는 일요일만 되면 자기아빠의 오토바이 꽁무니에 매달려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이 아주 부러웠다. 우리아부지는 나를 데리고 어디를 가는 법도 없었고, 늘 바빠서 나에게 그런 관심을 기울일만한 시간도 없었다.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구원자가 무척 부러웠다.

 아주 어렸을 때는 나와 구원자는 매일 같이 놀곤 했는데, 어느 순간 교회에 나가게 되면서 구원자는 아는 것도 많아지고 친구도 많이 생기 것 같았다. 교회를 갔다오면 나에게 이것저것 가르치곤 했다. 유치원도 못가고 사람도 별로 없는 시골동네에서 또래친구가 많지 않은 나는 은근히 기가 죽었다.

 구원자네는 조그만 사과밭을 하면서 돼지농장도 한다. 몸이 대나무꼬챙이처럼 바싹 마른 구원자네아빠는 일제강점기때 중학교까지 나온 나름 동네의 엘리트에 속했다. 그러나 구원자네아빠의 성격이 농사일이나 축산일에 잘 맞지 않아보이기도 했고, 일을 그다지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었다. 구원자네아빠는 일하는 족족 잘 되지 않아서 까먹기 일쑤였다.

 구원자네 돼지축사에는 돼지가 몇 마리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면 구원자네 아빠는 늘 술을 자주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해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동네어른들은 이야기했다.

 “저렇게 일 안하고도 먹고 사는 것 보면 신기하네.”

 구원자네아빠는 늘 돈이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 빌리러 다녔다. 대도시에 나가있는 다 큰 아들딸의 학비며 생활비를 보태주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빌리곤 제때 잘 갚지 않았다.

 구원자아빠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데 같은 교회사람들은 집사님이라고 불렀다.

 내가 본 크리스찬 중에서 그 사람의 언행과 불리는 호칭이 그렇게 달라보이는 사람은 구원자아빠가 처음이었다. 구원자아빠는 잠깐 동네 이장일을 맡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하는 것이 투명하지 않아서 동네사람들의 신뢰를 사지 못해서 이장일도 그만두었다. 동네 맨 앞 교회집 아저씨가 공무원이었는데 자주 말다툼이 있었다.

 “그건 왜 그런데요?”

 아무래도 일자무식인 동네할배들이나 소학교만 나온 우리아부지보다 교회집 아저씨가 뭔가를 잘 알아서 이것저것 잘 따져물었다. 그러면 구원자아빠는 좀 싫어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구원자네가 다니는 교회랑 교회집아저씨가 다니는 교회는 다른 종류의 교회인가보았다.

 똑같이 교회라고 다니는데 서로 친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에게 자기네 교회가 더 낫다고 말했다. 고상한 교회집아저씨는 어디 먼 타지에서 이사를 왔는지 근처에 친척이 없었다.

 구원자네 아빠는 남동생이 셋 있는데 모두 인근 다른 동네에 살면서 자주 왕래했다. 모두들 한덩치해서 구원자아빠는 왠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집아저씨는 구원자네 친척들을 보면 기가 좀 죽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원자네 친척이 많다고는 해도 우리집 친척들에 비하겠는가?

 숫자로는 우리집이 온 동네를 통틀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많았다. 우리 할아버지는 본인 형제도 많은데, 자식을 열이나 낳아서 동네 어느 싸움을 말리려고 끼어들어도 아무도 우리아부지에게는 그리 큰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만 났다하면 도와달라고 우리집으로 뛰어오곤 했다.

 우리아부지는 나름 정의파라서 총각시절부터 온 동네 싸움은 다 말리고 다니는 성격이었다. 자기가 판검사도 아니면서 남의 싸움에는 꼭 끼어들어서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와야 직성이 풀렸다.

 옛날에 우리엄마랑 선을 보는 날도 두 시간이나 늦어서 왜 늦게 왔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우리아버지 말이 가관이었다.

 “응, 내가 길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싸우고 있어서 그거 말려주고 오느라 늦었다.”

 우리엄마는 우리가 다 큰 다음에도 항상 혀를 차면서 후회를 했다.

 “저노무인간! 내가 그때 딱 알아보고 그만 뒀어야했는데... ”

 

 구원자의 엄마는 읍내에서 화장품가게를 했는데, 항상 화장을 요란하게 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다녔다. 구원자네엄마는 화장품가게를 하면서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교통이 불편한 동네사람들에게 방문해서 직접 물건을 팔기도 했다. 구원자네 가게는 다른 가게보다 가격이 좀 비쌌는데 구원자네엄마의 수완이 하도 좋아서 장사는 꽤 잘 되었다.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같은 교인들이 서로 팔아주었기 때문이다.

 구원자의 엄마는 좀 거만한 성격이라서 우리엄마와는 그다지 잘 맞지 않아보였다.

 그래도 우리엄마는 가게도 멀고 해서 가끔 구원자네엄마에게 샴푸나 화장품을 샀다.

 구원자네 엄마는 장사를 하면서 교인들, 지인들과 계를 하기도 했다.

 하여간 구원자네 가족들은 같은 동네사람들 보다는 읍내 같은 교인들과 더 친했다.

 

  <순돌이할머니>

 

 우리식구들이 밤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귀가 밝은 나는 어둠속에서 풀숲을 헤치면서 뭔가가 후닥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노루인가?’

 하지만 노루나 멧돼지의 발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뭔가 갑자기 후닥닥 우리 마루 위로 우당탕 뛰어들었다.

 “모개야, 모개야, 나 좀 숨겨도고.”

 우리엄마는 부스스 일어나서 불을 켰다.

 “이 밤중에 우짠 일이십니꺼?”

 순돌이네 할머니였다.

 “저놈의 영감이 술만 처먹으면 사람을 쥐잡듯 안하나?”

 순돌이네 할머니는 이미 많이 맞았는지 눈이 부어있고, 얼굴에 피가 흘러있었다.

 저 멀리에서 어떤 남자가 소리를 고래고래지르면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옷을 입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마 술이 취해서 쫓아오는 순돌이할배를 달래려고 그러는 것일 거다. 밖으로 나간 아부지가 순돌이할배를 붙잡고 뭐라고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살아생전 저 영감탱이한테 벗어나보는게 소원이다.”

 순돌이할머니가 남편의 행패를 피해서 우리집으로 피신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순돌이할머니는 손자의 이름이 순돌이라서 동네사람들이 순돌이할머니라고 불렀다. 사실 나는 아직 순돌이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 다만 내 또래라고 말만 들었을뿐이다.

 순돌이할머니는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만하면 젊었을적 인물도 좋았을 것 같은 얼굴에, 일도 잘하고, 인심도 좋았다. 순돌이할머니의 아들은 우리 큰아버지뻘이었고, 우리 구식이삼촌만한 손자, 손녀도 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도시에 나가서 살아서 싸움이 나도 말려줄 사람이 없었다.

 순돌이할머니는 예전에 천병을 앓으셨다. 지금은 그것을 간질이라고 부르던데, 멀쩡해보이지만 가끔 경련이 일어나면 정신을 잃는 병이다. 아마 순돌이할머니가 시집을 올 때 병명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시집을 온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기를 낳은 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하다가도 혹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다가도 경련이 일어나면 뒤로 거품을 물고 쓰러지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아주 가끔 있는 일이었다. 순돌이할머니의 시어머니는 늘 순돌이할머니를 구박했다고한다. 어이가 없는 것은 순돌이할배도 자기 어머니 따라서 부인을 마구 구박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혼인을 하고 난 이후에 심각한 결함이 있으면 부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이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순돌이할배는 부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지도 않으면서 자식을 내리 넷이나 낳았고, 구박도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순돌이할머니는 인심도 좋아서 맛있는 음식이나 과일이 있으면 아이가 많은 우리집에 잘 갖다주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는 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먹고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 되었다.

 “세상 참 좋다. 약 한 알만 먹으면 병이 금방 나으니까.”

 그 후 젊은 시절 부인을 구박했던 순돌이할배는 자식들이 다 크고 나서는 부인에게 엄청난 구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술을 한잔하면 그동안 부인에게 받았던 구박에 대한 보복으로 집안 살림을 때려부수고, 부인을 패고 하는 것이다.

 순돌이할머니는 사람좋고 성격좋은 사람이었다. 순돌이할머니에게는 우리엄마랑 나이가 비슷한 딸이 있는데 서울로 시집을 갔다고 한다. 서울 사는 딸이 먹으라고 보내주는 외국 과일이나 과자가 소포로 오면 아이가 많은 우리집에 잘 갖다주었다.

 그리고 늘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개는 나중에 공부 많이 해서 좋은데로 시집가거라.”

 순돌이할머니는 아마 자신의 희망을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렸던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공부를 많이 하면 좋은데로 시집을 가나보다 생각했다.

 

 순돌이할배네 집에는 일을 돕는 스무살쯤 먹은 벙어리일꾼이 있었다.

 귀가 잘 안들린다는 것 빼고는 일도 잘하고, 굉장히 착했다.

 과수원은 일년내내 일이 많았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에는 대부분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일꾼이 있었다. 가난한 우리집에는 식구들이 직접 농사일을 거들었지만.

 그 벙어리오빠는 우리 구식이삼촌과 비슷한 나이였는데 항상 아침 일찍 우리집을 지나서 순돌이할배네 집으로 일을 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 이른 봄에는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곡괭이로 밭의 흙을 뒤집고 씨앗을 뿌리느라 찬바람에 손이 빨갛게 텄었다. 그러면서도 나와 동네아이들이 근처에서 놀고 있으면 해맑게 웃어주었다.

 순돌이할배는 늘 그 벙어리일꾼에게 일을 잘못한다고 구박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우리엄마는 뒤에서 궁시렁거렸다.

 “그 집일은 그 아아가 다 하더만. 무슨 일을 못한다고 그래쌌노. 그 아아가 뭘 몰라서 그 집에 그 돈 받고 있지. 알면 안 있을낀데...”

 “엄마, 저 오빠야는 집에 엄마아부지가 없나?”

 “어휴, 엄마아부지는 돌아가셨다카고 삼촌이 있는데 일 좀 배우라고 순돌이할배네집에 보냈다아이가?”

 나는 엄마, 아부지가 둘 다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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