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9화
작성일 : 20-09-13 13:10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53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친 데는 없어?”

 

  여자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 왔다. 해늘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주 고개를 흔들었다. 그제야 그들에게 여자아이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여자아이는 검은 비니를 쓰고 있었다. 키는 꽤 작은 데다 얼굴까지 귀여운 인상이라 아무래도 나이가 어려 보였다.

 

  하지만 마냥 어리다고도 생각되지 않는 것이, 방금 여자아이의 발차기에 놈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하랑은 살짝 시선을 내려 놈을 바라보았다. 기절한 모양이다.

 

  “강화복이야.”

 

  여자아이의 말에 뒤에 있던 두 사람이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랑은 아니었다. 분명히 그녀의 발차기는 정확한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적어도 강화복을 입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름은 뭐야?”

 

  “모도리.”

 

  그 이름을 듣고 나서야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의 유명인사였다. 40층에 사는 자연계 1등 여학생.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 은근히 떠다니는 인식은 소위 말하는 또라이였다. 모든 것을 잘하는 또라이.

 

  “모도리?”

 

  나래가 눈을 깜빡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교 1등 걔?”

 

  “응.”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수업이 끝나면 바로 방으로 뛰어간다고 하는데, 공부에 집중하기라도 하는 건지. 해늘은 하랑의 옆으로 가 그녀를 마주보았다.

 

  “넌 어떻게 온 거야?”

 

  “오다가 너희를 봐서. 주의가 끌린 사이에 여기로 왔어.”

 

  하랑이 미심쩍은 어조로 물었다.

 

  “40층에서 한 번에?”

 

  그러자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작은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해늘이 그것을 유심히 살피더니 나래에게 손짓했다.

 

  “네가 한 번 봐봐.”

 

  “……해킹 툴이네. 불법 아닌가?”

 

  “네 의수는?”

 

  모도리가 쪼그려 앉아 그녀의 의수를 살폈다. 나래는 손을 뒤로 빼면서 말을 이었다.

 

  “꽤 좋은 컴퓨터 칩이 들어갔어. 이걸로 문을 따기라도 한 건가?”

 

  “응.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오는 길에 광학위장도 썼고. 근데 오면서 망가지는 바람에.”

 

  그리고 덧붙이길, 광학위장 장치가 워낙 비싼 물건이라 움직여도 아예 안 보일 수준이라고 했다. 그녀는 해킹 툴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뭔가 비싼 걸 많이 가지고 있나 보네.”

 

  “장학금이야.”

 

  그녀는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창고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식량을 챙길 거야. 돌아갈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너는 어떻게 할래?”

 

  “나도 챙기려고.”

 

  모도리는 등에 맨 가방을 앞으로 당겨 손바닥으로 툭 쳤다. 그리고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너희들을 따라가고 싶어.”

 

 

 -

 

 

  선반은 천장에 닿을 것처럼 높이 서 있었다. 그런 것들이 양쪽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보니 그림자가 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속에서 음식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의 생각은 절반 정도가 모도리에게 쏠려 있었다.

 

  따라가고 싶다고? 40층으로 가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무렵 그녀의 광학위장 장치가 고장 났다는 게 떠올랐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그들을 따라오는 걸까, 그런 생각으로 이어지자마자 셋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사달이 난 학교에서 혼자 버틴다는 건 역시 불가능할 것 같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대강 이유는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새로운 문제가 고개를 든다.

 

  모도리를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해늘은 미간을 짚고 인상을 찌푸렸다. 물은 얼마나 남았을까? 사실상 거의 두 통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걸로 오래 버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무래도 아니겠지.

 

  “야. 구조대는 언제 올 것 같아?”

 

  “왔으면 진작에 왔겠지. 우리가 저런 놈들이랑 싸우고 도망칠 일도 없었을 거고.”

 

  “그렇지.”

 

  구조대가 아직도 안 온다는 건 둘 중 하나를 뜻할 것이다. 구조대의 전자뇌가 해킹됐거나, 해커가 구조대를 속이고 있다거나. 아마 후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구조대는 포기하고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할 텐데. 세 명이 버티는 것과 네 명이 버티는 것. 그 차이는 얼마나 클까? 해늘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려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뭔가 내가 쓰레기가 되는 기분이야.”

 

  “갑자기?”

 

  나래가 반문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묵묵히 압축 식품이나 캡슐 따위를 찾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지금은 생존 상황이다. 탈수 증세에 놈들에게 쫓기는 일도 있었다. 충분히 죽을 위기였고, 그걸 넘어서도 지금처럼 말하고 웃을 수 있는 게 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걸로 모도리를 배척한다는 건 괜찮은 걸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듯이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의 삶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녀를 배척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될까? 이곳은 식당이고, 식당에는 다른 층처럼 빈틈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광학위장 장치는 망가져 있다.

 

  강화복은 나름대로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사방에서 몰려들 놈을 막아낼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식당에 남을 수밖에 없다. 조리실에 남아 있어야겠지. 그들은 방금 보았던 조리실의 풍경을 떠올렸다.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밀실, 환풍기 하나 돌아가는 와중 기계들 움직이는 소리만 요란했다.

 

  더욱이 코앞에 놈들이 가득하다. 방금 보았듯이 가끔은 놈이 들어오기도 한다. 잠에 든 사이 놈들에게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들은 창고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럴수록 냉기는 강해졌고, 급기야 의수의 온도 체크 기능이 ‘영하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챙길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들은 빠르게 선반 안쪽을 살핀 뒤 바깥으로 나왔다.

 

  모도리가 창고 입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활짝 열린 문에 기대앉아 자기 얼굴보다도 큰 과자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다람쥐 같은 모습으로 한동안 앉아 있더니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생각해 봤어?”

 

  “……아직.”

 

  그들은 그대로 발을 돌려 선반 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상황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고, 그만큼 위험했고, 그리고 윤리를 따지기에 가혹했다. 바깥의 놈들에게 윤리를 설파해 본들 귀 기울여 들을 놈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생존권을 우선해야 할까? 그렇게 해서 살아남으면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구조대가 왔을 때 환히 웃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어쩌지?”

 

  “몰라. 데려가고는 싶은데, 조건이 조건이야. 물은 한정되어 있어.”

 

  “두고 가자니 기분이 더럽고, 같이 가자니 애매하네.”

 

  나래는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면서 뒤통수를 탈탈 털었다. 잠시 침음이 지나갔다. 나래는 모도리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림자 진 입가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말이지.”

 

  나래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손가락을 뻗어 모도리를 가리켰다.

 

  “쟤가 있으면 더 쉽게 물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잠깐의 망설임에 이어서 해늘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하자면?”

 

  “나랑 하랑이랑 모도리 셋이서 아침마다 다녀오는 거지. 너는 쓸모가 없으니까.”

 

  해늘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 보았다. 맞는 말이었다.

 

  “방어 같은 것도…… 쉬워지겠지? 방금 한 번에 후려치는 거 보면.”

 

  해늘이 중얼거리자 하랑도 얼굴을 펴고 말을 보탰다.

 

  “해킹 툴로 다른 방으로 옮길 수도 있을 거고. 그러면 간식 같은 거라도 나오지 않을까?”

 

  “그렇지?”

 

  “그렇겠지.”

 

  “그럴 거야.”

 

  그들은 애써 얼굴을 펴고 손바닥을 들었다. 선명한 그림자 속에서 세 손바닥이 바닥을 향해 축 늘어졌다.

 

  “그럼 같이 가는 걸로, 괜찮지?”

 

  나래의 물음에 그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해늘이 고개를 돌려 모도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랑이 의수를 흔들어 홀로그램을 띄웠다. 붉은 창에 그려진 사각형과 숫자는 자명종의 설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학교 내부의 소통이 단절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3분 뒤면 울릴 거야. 준비하자고.”

 

  “다시 봐도 참신해.”

 

  모도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체육복 바지의 밑단을 걷어 올렸다. 새까만 타이즈가 드러났다. 군데군데 새하얀 선이 빛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네가 더 참신한데. 외골격도 없는 거야?”

 

  나래가 손을 뻗어 팔을 만지려 했지만 모도리는 화들짝 몸을 움츠렸다. 나래의 표정이 애매하게 일그러졌다가, 무안함으로 축 늘어졌다.

 

  “미안.”

 

  모도리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은 후 다시 바짓단을 접기 시작했다. 역시 발목에는 장갑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 발목에 외골격이 없다면 대부분 나노 입자 소재의 바디 슈트 형식의 강화복이었다.

 

  역시나, 목 부근을 보니 초커가 있다. 저걸로 해제했다가 장착했다가 하는 거겠지.

 

  ‘비싼 게 많네.’

 

  문득 공부를 더 열심히 했으면 지금쯤 더 좋은 장비로 보호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나래는 고개를 젓고 의수를 흔들었다. 노란빛이 손바닥 위에서 파직거렸다.

 

  “내 광학위장 장치가 워낙 싸구려라 네 명이서 움직이면 꽤 위험할 거야. 해봤자 탁자 사이에서밖에 못 쓸 것 같고. 나머지는 죽어라 뛰어야 할 거야.”

 

  “16층은 비었으니까 위에서 내려올 걱정은 아마 없을 거야.”

 

  하랑이 덧붙였고, 나머지는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도리만 제외하면 모두의 눈에 긴장이 서려 있었다.

 

  “1분 남았다. 다시 말하지만, 장비 전부 꺼내. 혹시 몰라.”

 

  하랑의 의수에서 삼단봉과 방패의 골격이 튀어나왔다.

 

  “넌?”

 

  “강화복?”

 

  모도리는 새까만 장갑을 쓴 손을 들어 보였다. 하긴, 강화복 하나면 충분히 달릴 수 있겠지.

 

  “10초. 준비해. 해늘, 너는 가운데로 오고.”

 

  그들은 조리실 문 앞에 일렬로 섰다. 하랑, 그 뒤에 해늘, 나래, 그리고 마지막이 모도리. 그들은 손을 뻗어 서로의 어깨를 잡았다.

 

  ‘기차놀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탈선 직전의 기차일 것이다. 해늘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의수의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사각형 상자 안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째깍, 째깍, 환청이라도 남기면서 하나씩…….

 

  “지금!”

 

  조리실 안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바깥의 광경은 눈에 선하다. 놈들은 그곳에 몰려 있겠지. 그것으로 그들은 살아남으리라.

 

  나래의 손에서 시작해 그들의 몸이 투명하게 변해 간다. 마침내 긴장 어린 하랑의 눈마저 가려지고.

 

  그는 문을 살며시 열었다. 소리조차 없이 멈췄다. 그리고 그들은 자세를 낮췄다. 투명한 풍경 사이로 드문드문 팔다리가 보였다. 이제 탁자의 숲을 지나 계단을 향해 달리리라. 그리 생각하던 하랑이 멈칫했다.

 

  정적이 그곳에 있었다. 따각거리는 소리만이 어질러진 바닥을 타고 흐른다. 왜? 무수한 의문이 떠오르는 순간.

 

  그들을 향해 밀어닥치는 비명의 파도. 하랑은 급히 일어나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탁자를 넘어 달려든 놈 하나가 방패에 맞고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놈들의 비명은 도미노처럼 점차 커져 갔다.

 

  이윽고 비명이 식당을 가득 채우는 그때. 하랑은 비명에 파묻혀 들리지도 않을 말을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알아들었다. 이 상황에 달리 할 말이 또 무엇 있으리.

 

  뛰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 중단 안내 (1) 2020 / 9 / 22 504 0 -
16 16화 2020 / 9 / 21 315 0 5857   
15 15화 2020 / 9 / 18 281 0 5454   
14 14화 2020 / 9 / 17 286 0 5214   
13 13화 2020 / 9 / 16 272 0 5384   
12 12화 2020 / 9 / 15 277 0 5259   
11 11화 2020 / 9 / 14 266 0 6809   
10 10화 2020 / 9 / 13 288 0 6518   
9 9화 2020 / 9 / 13 278 0 5352   
8 8화 2020 / 9 / 13 280 0 5883   
7 7화 2020 / 9 / 13 260 0 5182   
6 6화 2020 / 9 / 13 263 0 5103   
5 5화 2020 / 9 / 13 271 0 5063   
4 4화 2020 / 9 / 13 287 0 5198   
3 3화 2020 / 9 / 13 291 0 6621   
2 2화 2020 / 9 / 13 292 0 5244   
1 1화 (1) 2020 / 9 / 13 577 1 596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