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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7화
작성일 : 20-09-13 13:09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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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계획은 이랬다. 하나, 16층이 비워지면 계단으로 가서 벽에 붙는다. 둘, 가만히 붙어서 광학위장을 펼치고. 셋, 17층의 놈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지막. 16층에 놈들이 돌아오고 17층이 비워지면 계단 문을 닫고 올라간다. 그리고 하랑의 방에 들어간다. 간단한 계획이었다.

 

  허기를 물로 채운다. 갈증은 사라졌지만 배는 허전한 묵직함만이 남아 있었다.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이고, 해늘은 놈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카메라 렌즈가 연신 돌아가면서 놈들을 살폈다. 잠시 후, 홀로그램 속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홀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던 해늘이 벌떡 일어났다.

 

  “갔다!”

 

  놈들은 파도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일제히 복도를 비웠다. 따각거리는 소리가 멀어져 가고, 빈 복도만 남았다. 하랑이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카메라 챙겨.”

 

  나래가 카메라를 챙기는 와중에 해늘은 텅 빈 복도를 둘러보았다. 침침한 그림자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일부러 한 번 소리가 나도록 걸음을 옮겼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제야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들은 세워둔 작전대로 움직였다. 각 층은 사각형 도넛처럼 생겼고, 그중 하랑과 나래의 방은 서로 맞은편 꼭짓점에 있었다. 먼저 그쪽으로 움직여야 했다.

 

  “가는 길에 문 닫아 두고 가자. 여차하면 돌아올 수 있게.”

 

  “괜찮겠네, 그거.”

 

  어차피 시간은 충분했다. 16층의 문을 하나하나 닫아준 뒤, 그들은 하랑의 방 쪽에 있는 계단으로 움직였다. 이곳은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었다. 혹시 막혀서 갈 곳이 없어진 놈들이 그들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이제 자리를 잡을 차례였다. 놈들은 질서 있게 내려오지만, 그 수는 계단을 꽉 채울 정도였다. 어중간한 위치에서 기다리다가는 놈들과 부딪칠 우려가 있었다.

 

  모서리는 안전하다. 벽 구석에 다닥다닥 붙어선 그들은 나래의 어깨를 짚었다.

 

  “움직이면 우리 다 황천길 건너는 거야. 알지?”

 

  둘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나래가 미리 장착한 의수를 흔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래의 팔, 몸통을 지나 그녀의 어깨를 쥔 나머지 둘의 손까지, 이어서 그들의 몸 전부가 투명해졌다.

 

  “온다.”

 

  하랑이 짧게 말했다. 다각, 다각, 다각……. 먼저 오는 것은 17층에서였다. 놈들은 난간을 스치고 벽면에 몸을 끌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놈들은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레 그들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비틀어진 기계가 눈앞에서 꿈틀거린다.

 

  셋은 숨조차 멈추고 눈에 힘을 주었다. 눈앞에서 지나가고 있다. 하나둘씩, 손가락 하나 뻗으면 닿는 거리를.

 

  마지막 놈이 지나가고, 이제 남은 건 한 차례.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16층의 놈들만 무사히 지나간다면 모든 것은 끝난다.

 

  하나둘씩 지나가고 있다. 그들은 숨을 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커다래진 심장의 고동만 듣고 있었다. 따각거리는 소리가 눈앞을 스친다.

 

  몇 명일까? 대략 일곱 명이다. 그들의 눈동자만이 놈들을 쫓았다. 하나둘씩 복도로 들어가고.

 

  ‘이제 곧 끝난다.’

 

  셋, 넷, 다섯. 마지막 둘마저 복도로 향한다. 마침내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귀로 날아와 꽂히는 비명. 이상함을 느낄 새도 없이 맨 마지막에 서 있던 놈이 달려들었다. 하랑이 튀어 나가 왼팔을 뻗었다. 날카롭게 비틀린 놈의 손끝이 그의 팔에 가로막힌다.

 

  “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이유는? 변수가 있었나? 움직임이 있었나? 아니, 없다. 그렇다면 해커의 술수인가?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일이 틀어졌다는 사실. 하랑은 놈의 팔을 옆으로 비틀며 뒤로 빠져나왔다. 그때 나래의 눈이 놈의 얼굴을 포착했다. 멀쩡한 눈코입 중 개조된 것이, 의안.

 

  “열화상 카메라!”

 

  나래가 소리쳤지만 놈들의 비명에 묻히고 만다. 하랑이 달려드는 놈 하나를 옆으로 흘린 다음 계단을 밟았다.

 

  “당장 올라와! 뭐 해!”

 

  그제야 둘은 계단을 급히 뛰어 올라갔다. 허약한 해늘을 맨 앞에, 뒤에는 하랑과 나래가 나란히.

 

  “그거, 당장 켜!”

 

  해늘이 소리치자마자 나래의 손바닥에서 노란빛이 번쩍였다. 마구잡이로 휘두른 그녀의 손바닥이 놈들 중 하나를 후려쳤다. 의족이었다.

 

  충격을 맞은 놈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놈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뒤따라오는 놈들을 방해했다. 이 틈에 앞으로! 셋은 필사적으로 달려 복도로 향했다.

 

  “여기야!”

 

  하랑이 문 앞으로 달려가 의수를 내밀었다. 손가락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도어락은 할 일을 했다. 삑, 인식되는 소리. 이번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 문이 쿵 소리를 내면서 닫히자마자 계단 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부딪치는 소리, 비틀리는 소리, 온갖 소리가 섞여 바닥을 타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나래가 웃음을 터뜨리며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해늘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그녀는 하랑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설픈 몸짓으로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작은 소리가 났다.

 

 

 -

 

 

  하랑의 방도 나래의 방과 다를 것은 그다지 없었다. 가구 배치나 잡다한 물건이 다를 뿐이지 수리 환경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다.

 

  다만 하랑의 방에는 기계팔에 맞는 예비 부품과 충분한 간식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래는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과 함께 기계팔의 뚜껑을 닫았다.

 

  “움직여?”

 

  하랑은 팔을 빙빙 돌렸다. 한동안 감각이 없었던 팔로부터 침대의 푹신함이나 건조한 공기의 느낌이 전해져 왔다. 입술이 큰 초승달을 그렸다.

 

  “고마워.”

 

  “너무 무리는 안 하는 게 좋을걸. 신경에 좀 흠집이 있어서 막 잡아당기면 또 고장 날지도 몰라.”

 

  “지르기 정도로도?”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저놈들이 네 팔을 잡아당기는 정도.”

 

  나래가 문을 가리키면서 공구를 정리했다. 혹시 모르니 예비 부품은 허벅지와 종아리의 수납함에 나누어 챙겼다. 정리를 마친 그녀는 침대에 털썩 앉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모처럼 햇빛도 들어오는 방인데 일단 낮잠부터 자고 시작할까? 배도 채웠으니까.”

 

  “그거 괜찮긴 하네.”

 

  “농담이었는데.”

 

  해늘이 베개를 집어 던졌다. 나래는 익숙한 몸짓으로 베개를 받아쳤다.

 

  “간식이 많지는 않아. 며칠 못 버틸 거야.”

 

  “챙겨 갈 수 있는 거니까, 그냥 바로 식당으로 갈까?”

 

  “딱히 여기 더 있어 봤자 메리트도 없긴 하고. 식당이 14층이지?”

 

  3층이라. 그들은 머릿속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 봤다.

 

  16층은 아마 비어 있을 것이다. 렌즈를 통해 확인해 보니 16층에서 봤던 얼굴이 몇몇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17층에는 놈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17층의 놈들이 내려갔을 때를 틈탄다면 15층까지는 단숨에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15층에서 놈들과의 충돌을 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근데 놈들이 식사를 하러 가는 거면.”

 

  하랑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의 말대로, 놈들이 정말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는 것이라면 14층에서 돌아다니는 놈들만 해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15층에서 따라오는 놈들과, 앞에서 가로막는 14층의 놈들. 수는 얼마나 될까?

 

  나래의 머릿속 계산기가 돌아갔다. 학생 수 대략 1500명. 층수는 총 40. 대충 나눠 보면 한 층당 40명 남짓이었다. 그중 1/4에서 다시 절반 정도가 그들을 따라온다면? 그리고 14층에 있는 놈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20명을 뒤에 달고 80명 정도 되는 놈들을 앞에서 맞이해야 했다. 뒤로 가자니 뚫기는 어려웠지만 앞으로 가자니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었다. 아니, 요새보다는 펄펄 끓는 용암 속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다른 층에서 어떻게, 뭐라도 챙겨 먹을 수는 없으려나?”

 

  “문을 못 열잖아.”

 

  “씨발, 그렇네.”

 

  “놈들의 주의를 돌릴 수는 없어?”

 

  “그러면 소리를 내야 하는데…….”

 

  나래가 앓는 소리를 냈다. 남은 둘은 계속해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검토해 보고 있었지만, 결국 그들의 생각은 한계가 있었다.

 

  건물의 설계자도 아니거니와 천재적인 두뇌도 없다. 단지 운이 좋아 살아남은 학생에 불과했다. 결국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일단 있는 방법이라도 다 말해 봐. 요약하게.”

 

  나래가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러자 하랑과 해늘이 몇 문장을 중얼거렸지만, 곧 그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하나, 그냥 뚫고 간다. 둘, 소리로 놈들의 주의를 끈다. 셋, 폭탄을 던진다. 이거 말고는 다 삭제해야겠네. 씨발, 근데 이것도 답이 없잖아!”

 

  “식당으로 못 가면 조만간 굶게 될 테고, 그렇다고 무작정 가면.”

 

  “아아아아. 그만. 분위기 처지니까 닥쳐.”

 

  나래가 해늘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분위기는 처져 있었다. 나래는 한참 이마를 문지르다가 홀로그램을 꺼뜨렸다. 요약할 것도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결국 소리로 놈들을 최대한 줄인 다음에 단숨에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

 

  “그게 결론이네.”

 

  나래가 이불에 고개를 박고 중얼거렸다. 하랑이 전용 장비를 꺼내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제대로 유인하지 못하면 뚫지 못하고, 그 유인할 방법은 영 마땅치가 않다는 것을.

 

  “15층 놈들만 좀 줄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그게 문제야. 소리를 어떻게 낼 건데? 사각에서 자명종을 던져? 그전에 발각될 거야. 사각이라는 게 영 애매하니까.”

 

  해늘이 반박했다. 하지만 하랑은 머릿속으로 수많은 그림을 그려 보았다. 자명종. 15층. 어디로 던져야 놈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

 

  그때, 하랑의 머릿속으로 한 줄기 실이 내려온다. 그는 그것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위로 비치는 광명이 있다. 그는 문의 렌즈를 통해 주변을 살폈다.

 

  엘리베이터. 자기장을 이용해 공중을 부유하는, 유리관 속의 통. 이 통을 사용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 통이 지나다니는 유리관은 어떤가?

 

  “나래. 저 엘리베이터의 유리관 말인데, 뚫을 수 있지?”

 

  “……이것만 있으면야?”

 

  나래가 무슨 생각이 났냐는 듯 하랑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가능할 거야. 방음이 되는 건 엘리베이터지 저 유리관이 아니니까.”

 

  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제야 나래의 얼굴이 밝아지고, 이어서 해늘이 알아챘다는 듯 쿡쿡 웃기 시작했다.

 

  “잘 했어! 진짜!”

 

  그는 하랑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 치면서 활짝 웃었다. 최첨단이나 기술적이라기보다는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그래도 뭐 어때, 지금의 학교는 그야말로 백 년도 전으로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인데.

 

  따스한 햇빛이 이제야 힘을 실어 방을 밝혔다. 하랑이 손을 들어올리자 나래와 해늘이 차례대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머지는 뚫고 나가면 돼.”

 

  그는 들고 있던 그것을 장비 가방 위로 툭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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