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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4화
작성일 : 20-09-13 13:05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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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맑은 푸른빛이 침대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둠 속 한 줄기 희미한 빛. 그들은 그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해늘은 현관문 렌즈를 바라보았다.

 

  그곳으로 그들은 놈들을 살필 수 있었다. 그렇게 공포에 떨며 지내 왔다. 그런 그들에게 현관문 렌즈란 놈들을 살필 기회를 주는 동시에 공포를 퍼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포를 이겨내고 놈들을 살필 때, 언젠가 놈들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공략법이 없는 게임이란 없었고, 그건 현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도 희망은 언제나 꺼지지 않고 불타고 있었다.

 

  그렇다면?

 

  “야, 너 카메라 있어? 의안에 집어넣는 거.”

 

  “예비용으로 하나 가지고 있지. 왜.”

 

  나래가 옆의 선반에서 작은 렌즈 하나를 꺼내 들었다. 가볍고 작다. 해늘은 현관문 렌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저거 뚫어서 그 카메라 집어넣을 수 있어?”

 

  “감시라도 하려고?”

 

  나래는 영 탐탁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 모습은 보기 싫은 모양이다. 해늘이나 하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잠시 고민한 뒤 대답을 내놓았다.

 

  “못할 건 없지.”

 

  “그럼 그걸로 놈들을 감시해 보자고. 그 전에 굶어 죽지만 않으면 약점이 하나라도 나오겠지.”

 

  “뭐, 비틀린 관절이라든지, 그런 거?”

 

  나래가 묻자 하랑이 대신 대답했다.

 

  “수가 많아서 그런 약점으로는 안 될걸. 아마 우리가 살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 다른 약점 아닐까. 인식 문제가 생긴다든지 하는…… 빈틈 정도로 표현하면 될까?”

 

  “맞아. 저거야.”

 

  “오, 리스트(Franz Liszt, 19세기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에 쩔어 있던 머리가 돌아가긴 했구나?”

 

  “그 악마 얘기는 꺼내지도 마. 손가락 아프니까.”

 

  “고치면 되는 의수 주제에 말이지?”

 

  나래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이불을 턱 끝까지 올려 덮고 베개를 툭툭 두들겨 정리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자고. 지금처럼 피곤해서야 아무것도 안 될 테니까.”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지금 하면 하루 종일, 자고 일어나면 몇 시간 정도. 렌즈 저거 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저녁까진 충분하지.”

 

  “오케이. 자는 걸 허락한다.”

 

  “지랄을 해라.”

 

  하랑은 그 둘의 말다툼 아닌 말다툼을 보고만 있었다. 해늘은 들떠서 나래의 말을 비꼬아 대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신랄한 언어의 조합으로 그에게 반격을 먹였다.

 

  셋의 공통점은 빛을 잃지 않은 눈동자였다. 다시 살아난 활기였다. 어느새 그들의 사이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

 

 

  상황을 요약해 보자. 학생들이 학교 서버에 접속하는 그 순간, 해킹이 일어났다.

 

  학교의 전기와 물은 모조리 끊겼고, 학생들은 이상하게 비틀린 몸짓으로 복도를 걷고 있다. 악성 바이러스나 이상한 알고리즘 같은 것을 집어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학교 사람들이 손을 놓고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당연히 그건 아니겠지. 적어도 기술 선생님이나 40층의 그 남학생은 해킹에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리고 패배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해커에 압도적으로 짓밟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40층의 남학생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기술 선생님만큼은 결코 누군가에게 짓밟힐 만한 실력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해킹으로 심어 놓은 바이러스나 알고리즘에 흠집이라도 하나 나지 않았을까?

 

  답은 분명하다. 탈국가급의 해커가 아닌 이상에야 기술 선생님은 손가락 하나라도 뻗어 손톱 자국이나마 새겨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일은 그 흠집을 찾아 살아남는 것이다.

 

  해늘은 나래가 조심스레 현관문 렌즈를 떼어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의수에서 뽑아낸 작은 레이저로 렌즈 주위를 둥글게 뚫고 있었다. 레이저의 위력이 약해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착실히 도려내고 있었다.

 

  “근데 진짜 빨리 만들었다.”

 

  하랑이 전선 끝자락에 달린 원통을 살피면서 말했다. 반대편 끝에는 연결 장치가 달려 있었고, 그것은 그들의 의수에 연결될 예정이었다. 세 명이 돌아가면서 놈들을 감시하는 홀로그램을 띄우는 것이다.

 

  해늘이 장난스레 나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쟨 의안에다가 달면 돼.”

 

  “닥쳐. 사람 의안 깨지는 소리 하지 말고.”

 

  나래가 중얼거렸다. 해늘은 나래가 작업 중에 저럴 때면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년간의 경험이란 이렇게 목숨을 부지할 때 쓰는 법이지, 암.

 

  “네 방 말인데, 17층 반대편이라고 했나?”

 

  “어. 반 바퀴만 돌아가면 바로 나와. 그게 좀 문제지.”

 

  해늘은 하랑의 종아리 부근을 바라보았다. 작게 튀어나온 제트 노즐은 지금이라도 충격을 터뜨리면서 그를 순식간에 쏘아 보낼 것 같았다. 하지만 놈들이 퍼져 있다면 그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뭐, 무기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거 막 부숴서.”

 

  해늘이 의자를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하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데다가 바퀴 달린 몽둥이를 어떻게 쓰라고.

 

  “쓰다가 부러질걸? 차라리 왼팔로 후려치는 게 나아.”

 

  “그래? 그럼 이건?”

 

  해늘은 책상 위에 널브러진 공구 중 적당한 것을 하나 집어들었다. 묵직한 몽키스패너였다. 기계팔의 힘을 빌린다면 철판이라도 한 대 맞는 순간 구겨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랑은 고개를 저었다.

 

  “왼팔로 뭔가를 휘두르는 건 아무래도 익숙하지가 않아. 방패라면 모를까. 그거라면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많은 놈들을?”

 

  “아니아니. 설마. 그 정도는 안 되지. 그리고 그 정도로 많이 몰리지는 않을 것 같고.”

 

  하랑은 그를 쫓아오던 기계의 파도를 떠올렸다. 분명 대부분은 그를 따라왔지만, 일부는 난데없이 아무 상관이 없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놈들은 목표가 없을 때, 어딘가로 계속 움직이는 게 아닐까? 아니면 움직여서 어느 층에 자리를 잡는 걸까?

 

  “적어도 놈들은 멀리 퍼지려고 할 거야. 그래도 역시 아래층에 수가 더 많겠지만. 적어도 지난번처럼 그렇게 쫓아오진 않겠지.”

 

  “우리 학교 학생 수가 몇 명이더라?”

 

  “천 오백 언저리.”

 

  “그럼 천 오백 명이 퍼져 있는 거네. 히야…….”

 

  해늘이 허탈한 감탄을 흘렸다. 확실히, 천 오백 명 정도 되는 놈들을 피해 살아남기란, 그것도 이 건물 안에서 살아남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해 봐야지.”

 

  하랑이 중얼거렸다. 그때 나래가 그들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드디어 현관문 렌즈가 뚫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카메라 주고. 렌즈가 없어서 소리가 다 나갈 테니까 이제부터 조용히 하자고.”

 

  하랑이 내민 카메라를 받아들고 현관문으로 향하면서 나래가 덧붙였다.

 

  “먼저 볼 사람?”

 

  “내가 볼게.”

 

  나선 것은 하랑이었다. 그녀는 연결 장치를 건넸고, 그는 해늘에게 연결 장치를 꽂아 달라고 부탁했다. 오른팔이 마비된 탓에 힘든 모양이었다.

 

  “불편한 게 꽤 많구만. 자.”

 

  연결 장치가 꽂히자마자 그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해늘은 연결 장치가 뇌에 연결되는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덩달아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따끔한 스파크가 머리에서 튀는 느낌과 함께 뭔가 이상한 게 몸에 자라난 기분. 익숙해지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러운 느낌이었다.

 

  “보여? 으에에에.”

 

  나래가 일부러 얼굴을 카메라에 확 들이댔다. 하랑은 화들짝 놀라 침대에 주저앉았다. 저 거구가 저렇게 놀라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해늘은 휴지를 뭉쳐서 타박하듯 나래에게 툭 던졌다.

 

  “난데없이 휴지? 어쨌든, 이거면 충분히 잘 보이겠지?”

 

  “어, 응. 잘 보이긴 하더라.”

 

  하랑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래는 그 얼굴을 보지도 않고 작은 구멍에 카메라를 집어넣었다.

 

  하랑이 흠칫 떨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 모습을 의수의 홀로그램으로 송출했다.

 

  복도는 살짝 먼지가 앉았을 뿐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텅 빈 채 렌즈 앞의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없는 건가?

 

  하지만 그 의문은 카메라가 돌아가자마자 착각으로 드러났다. 놈들은 우연히 정면에 없었을 뿐,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각거리면서 걷고 있었다.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자.”

 

  흠칫, 해늘이 말하자마자 하랑이 손가락을 떨었다. 홀로그램을 보니 가까이에 있던 한 놈이 그 대가리를 돌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리가 들린 걸까? 나래가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앞으로 홀로그램으로 말해.’

 

  나래는 홀로그램을 띄워 타이핑했다. 번거로운 듯 그녀의 미간에 골이 파였지만, 달리 이렇다 할 대안도 없었다.

 

  해늘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계를 띄웠다. 생각보다 작업이 빨리 끝난 덕에 시간은 정오를 조금 지나 있었다.

 

  물이 없으니, 남은 시간은 이틀에서 나흘 정도. 그는 현관문에 달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저게 곧 생명줄이다.

 

 

 -

 

 

  아침이 밝았다. 아침 햇살은커녕 전등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 해늘은 퀭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탈수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는 건지 머리가 빙빙 돌았다. 한동안 지속되는 정적 탓에 심장 소리마저 들릴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16시간이 넘도록 놈들을 살폈지만, 놈들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만 빼면 알아낸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해늘은 터져 나오려는 기침을 억누르고 교대를 위해 나래를 툭툭 발로 밀었다.

 

  “야, 일어나.”

 

  귀에 대고 속삭일 뿐이었지만 목이 쩍쩍 달라붙는 기분이었다. 나래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더니 마찬가지로 퀭한 눈을 슬며시 떴다.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에 각질이 일어나기 시작한 얼굴. 해늘은 무심코 한 마디를 보탰다.

 

  “못생겨지고 있는데, 너?”

 

  “이게 처맞을라고.”

 

  나래는 한참을 뒤척이더니 손을 내밀었다. 연결 장치를 달라는 뜻이었다. 해늘은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반색하며 연결 장치를 집었다.

 

  그때, 홀로그램에 새겨진 놈들의 모습이 그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어?”

 

  그는 무심코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나래가 기겁하며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해늘도 허둥대다가 눈을 부릅뜨고 문을 살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이거 왜 이래.’

 

  ‘몰라. 잠깐만, 얘네 멈췄는데?’

 

  ‘하랑 깨워 봐. 그건 나한테 주고.’

 

  홀로그램을 나래에게 옮기고 하랑을 깨웠다. 나래보다 깨우는 게 쉽긴 했지만, 역시 탈수 증세가 조금씩 나타나는 건지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뭔가 놈들이 이상해. 와 봐.’

 

  하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 나래의 옆에 풀썩 앉았다. 피곤함에 절어 반쯤 감겨 있던 눈이 크게 벌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항상 다각거리면서 움직이던 놈들이 어느샌가 죽은 듯이 자리에 멈춰 있었다. 비틀린 기계 부품으로 몸을 지탱할 뿐, 놈들의 얼굴은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 허공을 향해서 멈춘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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