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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3화
작성일 : 20-09-13 13:04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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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령조가 아닌 경고의 어조였다.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저것은 환각도 홀로그램도 아닌 실체를 가진 재앙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학교가 이 사달이 난 것도 어느 멍청한 학생의 짓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으아아아아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남학생이 그들을 따랐다. 식당의 수많은 탁자와 의자가 진로를 방해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나래는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는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남학생은 오른팔을 늘어뜨린 채 복도를 탁자로 막고 있었다. 순식간에 말끔한 식당이 험악한 바리케이드가 되어버렸다. 그는 둘에게 소리쳤다.

 

  “방으로 가! 당장! 위로!”

 

  남학생은 어느 정도 바리케이드를 쌓은 뒤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큰 키에 붉은색 기계로 팔다리를 개조한 남학생이었다. 그는 다급히 뒤를 돌아보면서 빨리 가라며 손짓했다.

 

  “대체 뭐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그들의 귀에 꽂혀 들어온다. 해늘과 나래가 화들짝 놀랐지만 남학생은 그들에게 계속 뛰라고만 할 뿐이었다.

 

  상황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거친 비명 하나만으로 지금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들은 남학생의 말대로 계단을 향해 뛰었다.

 

  뒤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비현실적인 광경이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눈에 들어왔다.

 

  십 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바리케이드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렸다. 붕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많은 눈, 그리고 기계였다.

 

  “저, 저저저저게 뭐야!”

 

  나래가 놀라 소리치면서 달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코너를 돌자마자 나온 계단을 타고 뛰어 올라갔다. 해늘은 헉헉대면서 뒤를 바라보았다.

 

  “해킹으로 저런 것까지 할 수 있어? 갑자기 이상한 로봇들이……!”

 

  “로봇 아니야, 저건.”

 

  남학생은 숨을 몰아쉬면서 그들을 잡아끌었다. 계단 아래에서 성대가 터질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둘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잔뜩 움츠러들어 계단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했다.

 

  “방, 너네 방 몇 층이야?”

 

  “십, 십육 층.”

 

  “그럼 거기로 가!”

 

  남학생이 둘을 앞으로 밀었다. 비명을 뚫고 수많은 기계가 비틀리는 소리를 끌고 달려온다. 계단 아래에서 지옥의 악마처럼 올라오고 있다. 뒤에서 남학생이 재촉했다.

 

  “가, 가!”

 

  그들은 단숨에 복도로 뛰쳐나왔다. 그 뒤로 이상한 모습으로 비틀린 기계들이 쏟아져 나왔다.

 

  따각, 딱, 따각, 이상한 소리가 겹치면서 벌레 떼 같은 소리를 냈다. 시끄럽고 둔탁한 소리가 뒤에서 그들을 쫓고 있다.

 

  놈들은 기괴한 팔다리로도 바닥을 박차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럴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그것은 그들에게 낫을 들이대는 사신이 되어 있었다. 달릴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코너를 돌아 복도를 질주하는 세 명과 그 뒤를 따르는 그림자. 점점 간격이 좁혀지는 가운데, 나래와 해늘이 비명을 질렀다. 남학생은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소리쳤다.

 

  “어디야!”

 

  “저기 돌아서 보이는 맨 끝 방!”

 

  나래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남학생이 팔을 내밀었다.

 

  “잡아!”

 

  그들은 군말 없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발이 느려지면서 따각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한 걸음? 두 걸음? 놈들의 손가락은 옷자락을 붙잡고 있지는 않을까?

 

  “놓치지 마!”

 

  두 사람은 남학생이 소리치는 것도 모르고 그의 팔을 꽉 붙들 뿐이었다.

 

  남학생의 의족에 장비된 제트 노즐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울리는 소리가 나기를 잠깐, 놈들의 손이 그들의 옷자락을 움켜쥐려는 찰나.

 

  콰아아아! 제트 노즐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남학생을 앞으로 쏘아 보냈다. 한 줄기 섬광이 복도를 타고 길게 늘어진다. 남학생은 그들을 팔에 매달고 그들의 방을 향해 질주했다.

 

  “어…… 꺄아아아아아!”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려던 나래의 목소리가 비명에 묻혀 사라진다. 그녀는 듣기 힘든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해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남학생의 팔을 붙잡고 있는 것뿐이었다.

 

  남학생의 발이 복도 바닥을 타고 쭉 미끄러진다.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뒤흔든다. 푸른 잔광이 공중을 수놓는 가운데 남학생이 코너 앞에서 발을 멈췄다.

 

  나래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의수를 문 앞에 가져다 댔다. 초점이 맞지 않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벌써 놈들이 거리를 좁히고 있다.

 

  파도가 몰려들고 있다. 수많은 눈과 팔과 다리, 기계의 향연.

 

  나래는 손목을 붙잡고 눈을 찡그렸다. 놈들이 가까이에 있다. 손가락을 그들을 향해 뻗고 있다. 빨리, 빨리, 빨리!

 

  삑.

 

  구원의 소리였다. 그녀는 급히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따각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름 냄새 가득한 문이 벌컥 열렸다.

 

  “안으로!”

 

  문지방을 넘자마자 문을 쿵 닫았다. 동시에 셋이 털썩 주저앉았다. 식은땀이 마구 흘러내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떨리는 손으로 땀을 닦으려던 그때.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불안하게 계속 흔들렸다.

 

  그들은 숨을 멈추고 뒤로 기어서 도망쳤다. 해늘의 손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볼트를 꾹 누르고 지나갔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공포요 고통이다. 달리 형용할 것이 있겠는가!

 

  문 너머에서 놈들이 계속 두들겨 대고 있다. 그들은 상상을 멈추고 기도를 시작했다. 이 공포가 멈추기를, 이 고통이 끊기기를. 저들이 부디 돌아가기를!

 

  “…….”

 

  기도가 통한 걸까, 곧 소리가 멈췄다. 정적만이 햇살조차 없는 이 방에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동안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박제된 동물처럼 굳어 있었다. 정적이 공포와 고통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의 몫이었다.

 

  마침내 충분한 시간이 흘러, 그들은 각자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나래가 중얼거리듯 남학생을 불렀다.

 

  “너, 그러니까.”

 

  “하랑.”

 

  “그래. 하랑.”

 

  나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덜덜 떨면서 문 바깥을 가리킨다.

 

  “……저거, 뭐야.”

 

  하랑은 곧바로 대답했다.

 

  “몰라.”

 

  “로봇이야? 해킹당한?”

 

  나래에 이어서 해늘이 추궁하듯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구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유 모를 공포가 해늘을 뒤에서 덮쳐 오는 것 같다. 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입을 꾹 다물고 하랑을 바라보았다.

 

  결국 하랑의 입이 열렸다. 그들은 잠자코 귀를 열 수밖에 없었다.

 

  “학생이야. ……해킹당한.”

 

  우직. 문득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해늘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펼쳐진 방의 모습은 오늘 아침에 보았던 나래의 방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변하지 않은 나래의 방. 변하지 않는 현실.

 

  모든 것이 망가져 간다. 아름다운 꽃이 일그러져 가시투성이 짐승이 되고 푸르른 하늘이 일그러져 무너져 내릴 듯 조각난 천장을 만들었다.

 

  꿈인가, 현실인가?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은 그 경계에 걸친 채 현실을 향해 기울어져 간다.

 

  그날 아침, 그들의 현실은 일그러졌다.

 

 

 -

 

 

  한참 동안 기계팔을 붙들고 고전하던 나래의 대답은 이랬다.

 

  “이거, 지금 못 고쳐.”

 

  하랑의 안색이 푹 죽는 가운데 빗소리만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쏴아아아,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나래는 침대에 앉아 공구를 허벅지의 수납함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입은 쉬지 않고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리를 위해서는 어느 부품이 필요한데, 그 부품이 이 방에 없고 하랑의 방에 있다는 것. 추가로 인공 신경에 살짝 흠집이 나서 연고가 필요한데 그건 양호실에나 있다는 것. 애당초 정비 환경부터가 후지다는 것 등등.

 

  “요약하자면, 고쳐 봤자 오른팔 혹사하다가는 한 번에 훅 갈 수도 있다는 거지.”

 

  나래가 허벅지의 수납함을 탕 닫았다. 해늘은 하랑의 양쪽 기계팔을 빤히 바라보았다. 붉고 단단한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위압감은 지금까지 보아온 의수 중에서 단연 상위권이었지만, 그중 하나는 무력하게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저 상태로 싸울 수 있을까? 아니.

 

  그렇다면 기계팔을 고치러 놈들을 뚫고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

 

  기계팔을 고치지 않고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 아사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며칠 동안 그들이 갇혀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외진 산속의 빌딩에, 그 주위를 둘러친 둥근 울타리에, 그 울타리 위로 겹쳐진 반구형의 역장.

 

  나래는 역장의 투명한 막을 건드리는 순간 충격이 터지는 기능이 있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역장의 막은 학교와 외부의 통신을 차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전화를 몇 번이고 걸어 봤지만 연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만 들려왔다.

 

  그 외에도 해커는 수많은 방법으로 외부와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지 않는 구조대를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하지?”

 

  받아 놓은 물을 다 쓴 데다 식량도 떨어졌다. 전기는 꺼졌고 바깥으로 통하는 전파는 역장이 차단하고 있다. 남은 건 몸뚱이와 개조된 팔다리, 그것도 그중 하나는 고장이 난 상태.

 

  “…….”

 

  전기가 끊어진 뒤부터 그들의 방에는 빛 한 줄기 밝게 들어오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밤이 되어 있었으니 빛이 더 들어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단지 저 멀리 도시에서 퍼져 나온 푸른빛이 창문에 부딪혀 그 그림자를 방에 드리울 뿐.

 

  해늘은 그 방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없고, 살아날 구멍은 점점 좁아져 가고.

 

  이대로 죽는 건 어떨까. 천천히 굶는 과정을 음미하면서, 적어도 나는 바깥의 놈들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죽어가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단숨에 떨어져 죽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16층 높이의 방에서 떨어지는 순간은 무섭겠지만, 지면에 도달하는 순간 그들은 기계 껍질 속 산산이 으깨진 고깃덩어리가 될 뿐이다.

 

  해늘은 현관문 렌즈에 다가가 바깥을 살폈다. 놈들은 쉼 없이 문 앞을 지나다녔다. 하나같이 이상하게 뒤틀린 기계 부품을 이끌고 걷거나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무언가로 일그러져 있었다. 무엇일까. 단지 해킹당한 뇌가 보내는 정보일까? 아니면 해킹의 영향권 바깥의 감정이 바깥으로 표출되기라도 한 걸까? 알 수 없었다.

 

  나래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며칠 동안 기계팔에 매달리다시피 했으니 기력이 없을 만도 했다.

 

  해늘도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처럼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함이 몸을 감싸안았다. 어쩌면 여기서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야. 해늘.”

 

  한참 정적이 이어지던 중 나래가 입을 열었다. 나는 물론 하랑의 시선까지 그녀에게 쏠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너 왔을 때 뭐 하려고 했더라?”

 

  “……언셰파?”

 

  옛날부터 해오던 게임이었다. 네 명이 팀을 이뤄서 방사능이 퍼진 도시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였다. 이상한 괴물들이 목숨을 노리기도 하고, 다른 팀을 만나 약탈을 하거나 당하기도 하고.

 

  핵심은 생존이었다.

 

  게임의 정식 명칭은 ‘디 언셰이커블 파이어(The Unshakable Fire).’ 꺼지지 않는 불.

 

  “지금 약간 그거 하는 거 같지 않냐? 존나 위험하고 무서워 뒤질 만큼 난이도 올려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둘은 픽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방사능도 다른 팀도 없지만, 괴물과 이상해진 학교가 있었으니까.

 

  한 번 손이 삐끗하면 그대로 죽음을 마주할 테고, 그것이 팀원의 전멸을 부를지도 모르는 최악의 난이도.

 

  “너도 했어?”

 

  나래가 묻자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잔잔한 미소가 깃든 그의 눈동자는 회상에 젖어 있었다.

 

  “많이 했지. 실력은 밑바닥이었지만.”

 

  “설마 찌꺼기? 아하하!”

 

  나래는 이불 속에 얼굴을 처박고 웃었다. 그 웃음을 듣자니 나머지 둘도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얼굴을 이불 속에 처박았다.

 

  게임성과는 별개로 괴상한 번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게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플레이하면서 번역가를 욕할 만큼. 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번역가 진짜 때려주고 싶었는데.”

 

  “진지하게 룸메이트끼리 모여서 번역가가 누구일지 생각해 본 적도 있었어.”

 

  “너네 방은 죄다 체육 쪽 아니냐? 넌 경호학과였고, 나머지는 뭐. 볼 것도 없네.”

 

  “무술 쪽 한 명, 사격 한 명, 체육 치료 쪽 한 명.”

 

  “그거 파티 구성 완벽하네.”

 

  “근딜, 원딜, 힐러에 넌 탱커겠네, 그럼?”

 

  하랑이 피식 웃었다. 그걸 시작으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그게 뭐야! 서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찡그린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그들은 오랜만에 자유롭게 웃었다. 막지도 않고 가리지도 않는 단지 주체할 수 없는 웃음으로.

 

  쾅쾅쾅쾅쾅! 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웃음이 그쳤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흔들리는 문을 보는 눈에는 여유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래. 어차피 저 문은 뚫을 수 없었지.

 

  곧 침묵이 찾아오고, 그제야 그들은 참았던 웃음기를 실실 흘려보냈다. 마침내 웃음이 완전히 그쳤을 때, 하랑이 먼저 말을 꺼냈다.

 

  “살고 싶다.”

 

  “살고 싶어지네, 진짜.”

 

  “그러게. 너랑 한동안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게 좀 불만이지만.”

 

  해늘이 장난스레 손가락질하자 나래가 베개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화난 얼굴이 아닌 웃는 얼굴이었다. 해늘도 헤실헤실 웃으며 베개를 도로 던져 주었다.

 

  하랑이 가볍게 물었다.

 

  “물은 오늘 아침에 다 떨어졌지?”

 

  “그렇지.”

 

  “식량은 어제였나?”

 

  “다 먹었어.”

 

  “남은 건 장비 정도려나. 공구랑, 뭐. 기타 등등.”

 

  “그건 쓸모가 없겠지만.”

 

  하랑은 문 바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앞에 지옥이 펼쳐져 있다. 게임 속 방사능이 퍼진 도시처럼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 저곳에 있다.

 

  “역시 그래도 살아야겠지. 좋아. 계획을 세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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