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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섀도 햇
작가 : 다온하람
작품등록일 : 2020.9.11

학교 사람들의 뇌가 해킹당했다!


한 해커의 소행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학교.

매일 접속기를 통해 가상현실 학교 서버로 등교하던 학생도,

전자뇌를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가는 교사도,

뒤틀린 기계를 몸에 달고 비명을 질러대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안.

구조대도, 구세주도 없는, 오직 놈들만이 존재하는 학교에서 그들은 아직 숨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저 살아남아 일상을 지키는 것.

 
2화
작성일 : 20-09-13 13:04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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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똑똑똑. 나래가 책상 위의 공구를 정리하고 있을 때쯤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는 뻔했다. 그녀는 밖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기름 냄새.”

 

  “보자마자 하는 말이 그따위냐, 이 새끼가.”

 

  해늘은 인상을 팍 찡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악기나 책 등이 있던 그의 방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책상마다 이상한 회로와 전선, 섬유나 금속 조각이 널브러져 있었다.

 

  “돼지우리에 살고 계신지?”

 

  “그거 그대로 룸메한테 전달해 줄게.”

 

  “인간 룸메분들께 돼지 키우느라 수고 많으시다고 전해 줘.”

 

  여학생의 방에 들어왔다는 것에 긴장할 법도 한데, 해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방을 한 번 쓱 둘러보더니 한 침대에 풀썩 앉았다. 이상한 개 무늬가 들어간 담요를 보니 나래의 침대가 분명했다.

 

  “누가 침대에 앉으랬냐.”

 

  맞췄군. 해늘은 말을 흘려듣고 드러눕기까지 했다. 그만큼 오래된 친구였고 익숙한 상대였다. 하지만 익숙함과 불쾌함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나래는 인상을 팍 찡그리고 으르렁거렸다.

 

  “야, 야. 바닥에 앉아. 적어도 의자에.”

 

  “싫은데.”

 

  “의수를 떼서 발에다가 달아 줄까? 드릴 꺼내기 전에 일어나라.”

 

  해늘은 일부러 곡소리를 내면서 의자로 자리를 옮겼다. 빈 침대에 나래가 몸을 던졌다. 이제야 살겠다는 듯 편안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해늘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1교시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는 아무렴 됐다는 생각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원래라면 교실에서 학교 서버에 접속해야 했지만, 땡땡이를 치는 자에게 그런 걸 물어서 무슨 대답을 바라겠어. 해늘은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렸다.

 

  땡땡이의 이유인즉슨, 한참을 과제에 시달려 온 나래의 불만과 옛 피아니스트를 원망하는 해늘의 마음이 꼬이고 꼬인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리 벌점이 주어진다 해도 끝까지 방에 버티고 있을 생각이었다.

 

  “근데 이러고 있다가 이상한 걸로 잡혀가는 거 아니겠지?”

 

  “규정상으로는 자유연애인데, 씨발. 너랑 엮이는 상상을 하려니까 토 쏠린다.”

 

  “누군 아니겠니. 자유연애랑 여기서 나올 오해랑은 좀 다른 문제기도 하고.”

 

  나래가 토하는 시늉을 하자 해늘은 책상에서 드라이버 하나를 집으면서 대꾸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드라이버에 끈적하게 눌어붙은 기름 찌꺼기가 그의 의수에 달라붙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면서 해늘이 소리쳤다.

 

  “넌 애가 어떻게 된 게 깔끔하게 쓰지를 못해?”

 

  “시끄러, 결벽증도 아니고.”

 

  해늘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나래는 보란 듯이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물론 장갑에는 기름이 잔뜩 묻어 있었다. 장갑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에 그는 눈살을 팍 찌푸렸다.

 

  “그거 치우고 제발 좀 빨아 써. 유전(油田)도 아니고 무슨.”

 

  의수에 묻어 있던 얼룩이 사라진 걸 확인한 그는 한숨을 푹 쉬고 의자에 도로 앉으려고 했다. 한 발짝을 떼는 그때.

 

  등 뒤에서 파직,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니 호수를 표시하는 홀로그램이 찌그러져 있었다.

 

  ‘이게 갑자기 왜?’

 

  “야. 너 홀로그램 고장 났는데?”

 

  “갑자기?”

 

  나래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홀로그램 기기를 톡톡 건드렸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팔짱을 낄 뿐이었다.

 

  “대충 의안으로 투시해 봐도 문제가 없는데.”

 

  “소프트웨어 문제려나.”

 

  그렇다면 그들은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해늘은 피아노 전공이었고, 그나마 나래는 기계를 다루지만 홀로그램 쪽이 아닌 신체 개조용 기계 쪽이었다. 소프트웨어를 조금 다루긴 해도 홀로그램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해늘은 한참 일그러진 홀로그램을 바라보다가 현관문을 열었다. 안쪽 홀로그램이 꺼졌다면 바깥쪽 홀로그램은 어떨까. 예상대로. 홀로그램이 일그러져 있다.

 

  해늘은 헛웃음을 터뜨리면서 홀로그램 기기를 톡톡 건드려 보았다. 하지만 나래처럼 의안을 달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기계에 정통하지도 않은 그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때 눈에 복도의 풍경이 비쳤다.

 

  하나같이 일그러진 홀로그램. 숫자를 표시해야 할 그것은 가로로 길게 찢어진 노이즈로 덮여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나래를 불러 홀로그램을 가리켰다.

 

  “왜 저런 것 같아?”

 

  “어떤 멍청이가 해킹이라도 했나 보지. 어지간히도 할 게 없었으면 수업 중에 저런 짓을 했을까.”

 

  “그런가? 하긴. 방학 때도 저런 게 있었지.”

 

  아무래도 땡땡이를 친 동지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았다. 해늘은 문을 닫으려다가 멈칫했다. 나래는 해늘의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다가갔다.

 

  “겨우 이걸로 끝났을라나?”

 

  해늘은 신발을 챙겨 신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글쎄.”

 

  해늘이 말을 마치자마자 탕, 소리가 나면서 전등이 꺼졌다. 침침한 그림자가 내려앉은 가운데, 일그러진 홀로그램만이 빛을 내렸다.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흠칫 놀라는 한편, 잠시 뒤 서로를 바라보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

 

  “미친. 설마 40층 걘가?”

 

  “몰라. 야, CCTV는?”

 

  나래가 의안을 돌리면서 CCTV를 살폈다. 꺼져 있다.

 

  “자유다. 어떤 미친놈 하나 덕분에.”

 

  나래가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해늘이 알겠다는 듯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경쾌한 소리가 복도를 타고 달린다.

 

  그들은 이왕 이렇게 된 겸, 그 미친 해커가 어디까지 일을 벌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엘리베이터, 홀로그램, 전등에 CCTV. 문화재에서나 보던 불 꺼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긴 복도에 이어진 엘리베이터와 방문, 흐릿해진 홀로그램. 남은 것은 빛이 사라지고 남은 검은 그림자였다.

 

  그들은 계속 두리번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16층 한 바퀴를 빙 돌아본 뒤에는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15층의 기숙사도, 14층의 식당도, 13층의 편의 시설도 모조리 그림자만 남은 거대한 고철 빌딩이 되어 있었다.

 

  “누가 해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하게도 했네. 기술쌤이 아직도 복구 못 한 걸 보면.”

 

  “오히려 기술쌤이 한 거 아니냐, 이건?”

 

  “악성 바이러스라도 심지 않는 이상 그 쌤이 이럴 것 같지는 않은데.”

 

  “술 대신 바이러스를 드신 건가.”

 

  나래는 고개를 앞으로 쑥 내밀고 대답했다. 해늘은 쿡 웃으면서 기술쌤의 모습을 떠올렸다.

 

  최고급 전자두뇌에, 보조 기능이 달린 기계를 머리에 가져다 붙인 그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거북목 외계인 같았다.

 

  “헬멧 쓰고 전광판에다가 표정 띄우는 거 진짜 웃겼는데.”

 

  “그니까. 구식 로봇 따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얼굴이 없는 걸로 개조한 거지?”

 

  12층. 학교 건물 안에서 해늘이 제일 좋아하는 층이었다. 편의 시설이 들어선 곳이라는 점에서는 13층과 마찬가지였지만, 12층에는 학교의 유일한 정원이 있었다.

 

  학교 건물의 구조는 대강 이랬다. 정사각형 모양의 도넛을 차곡차곡 쌓으면 비슷할 것 같은, 안쪽에 구멍이 뚫린 40층짜리 건물.

 

  안쪽 구멍으로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유일하게 그 구멍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 곳이 12층의 정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정원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무리 구멍이 넓다지만 높은 벽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림자가 졌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 태양 조명을 설치해 두었지만 해킹으로 꺼진 모양이었다.

 

  결국 남은 건 그림자와 희미한 하늘의 빛. 실내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해늘과 나래는 들뜬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원이 저렇게 된 건 별로긴 한데, 나머지는 꽤 괜찮네.”

 

  “진짜 유적지 돌아다니는 기분인데, 이거. 63빌딩에다 불 전부 꺼 놓으면 이런 모양이려나?”

 

  “그럴지도 모르지. 조금 다르겠지만.”

 

  그들은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지만 결제 시스템마저 꺼진 상태라 그대로 복도로 나와야 했다. 지폐가 있다면 걱정도 없겠지만, 누가 요즘 시대에 지폐나 동전을 가지고 다닐까. 홍채 인식 내지는 의수의 바코드로 다 해결할 수 있는데.

 

  11층부터는 교실이었다. 그 아래로는 CCTV가 꺼져 있어도 순찰을 도는 선생님들이 몇 명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올라가자. 교실은 내려가면 걸리니까.”

 

  “그래.”

 

  둘은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복구되지 않은 걸 보니 해커의 실력이 꽤 괜찮은 모양이었다.

 

  여전히 전등은 꺼진 채 그림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긴 복도를 걸어 마침내 도착한 계단 속으로 발을 들였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던 도중, 해늘이 멈칫했다.

 

  “왜?”

 

  해늘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대답했다.

 

  “무슨 소리 안 들려? 저쪽인 것 같은데.”

 

  “난 너처럼 귀가 좋지 않아서.”

 

  “가 보자.”

 

  “야, 잠깐, 야!”

 

  해늘은 나래를 무시하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불이 꺼진 14층, 식당. 빙 둘러 세워진 배식대 앞으로 수많은 탁자와 의자가 세워져 있었다. 그림자는 어둠 속에 한층 더 어두운 형상을 드리웠다. 홀로그램만이 을씨년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해늘은 귀를 기울였다. 금속음……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끼긱대는 소리……. 오른쪽이다. 나래가 그를 쫓아왔을 때 그는 이미 소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그 이상한 소리는 나래의 귀에도 들릴 만큼 커져 있었다. 동굴에서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소리 자체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짜네? 뭔 소리가 나긴 하네.”

 

  “그거 봐.”

 

  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계단 아래인가? 둘은 아래로 길게 이어진 난간 앞에서 멈췄다. 그들은 계단 난간에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상한 소리. 해커가 3D 홀로그램이라도 펼쳐 놓은 건지 이상하고 거대한 형체가 꿈틀꿈틀 올라오고 있다.

 

  지네일까? 아니, 그것보다 더 불규칙적이고 불분명한 모습이었다. 마치 기름 찌꺼기에 볼트나 나사를 박아 넣으면 저럴 것 같았다.

 

  “야…… 이거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그제야 나래가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해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눈앞의 계단을 피해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제야 해늘의 귀에 들려오던 소리가 분명해졌다.

 

  비틀리는 듯한 끼긱거림, 서로 부딪쳐 나오는 금속음. 끊임없이 연속해서 들려오는 소리. 그중, 해늘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소리를 구분해 냈다.

 

  성대가 찢어질 듯한 거친 목소리. 비명이다! 그는 위기를 직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범죄가 일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둘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해늘의 눈동자 속으로 박혀 들어오는 형상. 그는 비틀대면서 난간에서 떨어졌다.

 

  착각이었다. 범죄라기보다는 재앙이다. 기괴한 자세의 수많은 그림자가 뒤엉킨 채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기어서든, 뛰어서든, 놈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광기에 삼켜져 위를 향하고 있다.

 

  옆에서 같이 내려다보던 나래도 흠칫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계단을 뛰어 올라온 한 남학생이 그들을 보곤 소리쳤다.

 

  “도망쳐!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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