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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7화. 새로운 룸메이트.
작성일 : 20-09-11 00:41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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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이 이내 고개를 돌린다.

 “아니에요.”

 “말씀하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물어볼게요.”

 “하고 싶은 말 다 하시던 분이 갑자기 왜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서요.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뭐... 그럼 그러세요.”

 

 정민이 말하려는 찰나 신호가 다시 바뀐다. 윤서가 창밖을 보며 조금 다정하게 말한다.

 “며칠만 신세 질게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정민은 다정한 윤서의 말투에 적잖아 놀랐지만 모른 척 운전한다.

 

 

 ****

 

 

 정민의 차가 집 앞에 도착한다. 윤서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 정민은 윤서의 어깨를 톡 친다.

 “괜찮아요?”

 “아니요. 안 괜찮아요.”

 “회의할 때 다 본 사람들이잖아요. 괜찮아.”

 “그 때는 회사 일로 만난거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일 때문에 만나는 것도 아닌데 편하게 생각해요.”

 "사적으로 만나는게 더 어렵거든요."

 

 정민이 정문을 가리킨다.

 “성훈이 나오네요.”

 

 정민과 윤서가 차에서 내린다. 성훈이 웃으며 정민과 윤서에게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윤서가 어색하게 웃는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민이 트렁크에서 윤서의 가방을 들고 온다.

 “애들은?”

 “석훈이랑 준우는 완전 달려오고 있고 희주는 방 청소 하고 있어.”

 “다들 신났구만.”

 

 정민이 윤서를 보며 웃는다.

 “들어가요, 작가님.”

 

 윤서가 어색하게 정민을 뒤를 따라 들어간다. 정민의 집은 파란색 지붕에 큰 창문이 있는 2층집이다. 정문부터 현관까지 양쪽으로 정원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 여름 풀잎 냄새가 좋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큰 통유리로 된 거실이 바로 보인다. 한 여름의 오후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은 집주인과 비슷했다. 윤서가 현관 앞에서 두리번거리자 정민이 피식 웃는다.

 

 “들어와요. 들어와서 구경해.”

 

 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네. 집이 엄청 좋네요.”

 

 2층에서 희주가 뛰어 내려온다,

 “오빠!”

 “어. 정리 다 됐어?”

 “응!”

 “고생했다.”

 

 희주가 윤서를 보고 활짝 웃는다.

 “안녕하세요!”

 

 윤서보다 키가 작고 마치 한여름과 닮은 희주를 보니 윤서도 웃게 된다.

 “안녕하세요. 정윤서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환영합니다!”

 

 정민이 윤서에게 희주를 소개한다.

 “이 쪽이 제가 말했던 쉐어메이트 한희주에요.”

 

 그 때, 석훈과 준우가 뒤에서 들어온다.

 “어? 뭐야? 지금 왔어?”

 “뉴페이스는 어디 있어?”

 

 윤서가 자기도 모르게 정민의 뒤에 숨는다. 정민이 피식 웃는다.

 “우리 현관 앞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자.”

 

 

 ****

 

 

 거실 소파에 모두가 둘러앉는다. 정민이 한 명씩 소개시켜준다.

 “자. 정식으로 인사합시다. 이 쪽은 우리 회사랑 같이 일하고 있는 정윤서 작가님. 사정이 있어서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됐어.”

 

 정민이 성훈을 가리킨다.

 “왼쪽부터 우리 회사 팀장이면서 이 집에서 웬만한 건 다 맡고 있는 안성훈. 그 옆은 회사에서는 엔지니어이고 성훈이 친동생, 안석훈. 그 옆은 저랑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친구인 한희주. 아까도 얘기했지만 플로리스트에요. 이 녀석은 저랑 이종사촌 강준우. 대학원생인데 그냥 백수에요.”

 

 윤서가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며칠만 신세지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희주는 신이 났다.

 “반가워요!”

 

 준우가 오른손을 들며 질문 한다.

 “몇 살이에요?”

 

 희주가 준우의 어깨를 친다.

 “예의라고는 그냥 없이 태어난 거지?”

 

 윤서가 어색하게 웃는다.

 “서른하나입니다.”

 

 희주가 반가워하며 소파에서 들썩인다.

 “어?! 동갑이네요! 더 어릴 줄 알았는데! 동안이시네요~”.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성훈도 반가워한다.

 “작가님 저랑 동갑이었어요? 몰랐네요.”

 

 희주가 성훈에게 묻는다.

 “진짜? 몰랐어? 너네 회사라며.”

 “이력서는 못 봤어. (윤서를 보며) 동갑인데 우리 다 말 놓을까요?”

 

 윤서가 살짝 당황해서 정민을 바라본다. 정민은 그저 웃기만 한다.

 “네? 아....”

 석훈이 끼어든다.

 “형은 솔직히 나이에 비해 좀 삭아 보이긴 해. (윤서를 보며) 누나도 우리 형이 훨씬 나이 많은 줄 알았죠?”

 “네? 네... 아.... 아니요.”

 “하하하하하. 괜찮아요. 다 아는 사실이에요.”

 

 윤서가 어색하게 웃는다. 정민은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다. 윤서가 누군가가 말만 걸면 계속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은 왜? 라는 눈빛으로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윤서는 정민이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작게 한숨을 쉰다.

 

 웃기만 하던 정민이 드디어 입을 연다.

 “배 안 고파? 밥 먹자 얘들아.”

 

 준우가 소파에 반쯤 기대 눕는다.

 “배고파. 석훈이랑 PC방에서 게임하다 밥 먹을라고 했는데 달려왔어. 그런데 달려오길 잘했다.”

 “왜?”

 “작가님이 예쁘네.”

 

 윤서가 눈이 동그래져서 급히 정민을 다시 쳐다본다. 윤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정민이 피식 웃는다.

 “정신 차려, 강준우. 그렇게 가면 안 돼. 희주가 작가님 집 안내 좀 해드리고 나머지는 따라와. 장 보러 가게.”

 

 성훈이 오른손을 든다.

 “오늘 외식하자! 새로운 사람도 왔는데 환영회 해야지!”

 “그럴까? 작가님, 괜찮아요?”

 “아. 네. 저는 다 좋아요.”

 “그럼 희주가 작가님 방 안내만 해드려. 짐만 내려놓고 와요. 밥 먹으러 갑시다!”

 

 희주가 윤서의 팔짱을 낀다.

 “응! 가요!”

 “아. 네.”

 

 희주가 윤서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간다.

 “우리는 다 1층을 쓰고 있고요. 2층은 정민 오빠 공간인데 남은 방이 2층 방 하나여서 오빠가 방 정리 하라고 하더라고요.”

 “아. 네. 집이 정말 예쁘네요.”

 “그쵸~ 원래 이렇게까지 예쁜 집은 아니었는데 오빠가 사서 리모델링했어요.”

 “들어올 때보니 정원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어요.”

 “맞아요!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다 같이 정리해요. 밥 먹고 와서 투어 한번 시켜줄게요!”

 “아. 감사합니다.”

 

 희주가 윤서의 눈치를 본다.

 “음.... 우리 동갑인데 말 놓을까요? 아직은 좀 그럴까요?”

 “아. 아니에요. 좋아요!”

 “하하하하하. 어색해?”

 

 윤서가 희주를 따라 어색하게 웃는다.

 “하하하하하. 네. 아니. 응.”

 

 희주가 윤서의 방문을 연다.

 “일단 대충 치웠어. 밥 먹고 와서 마저 정리하자! 살 것도 좀 있는 것 같고.”

 “아. 별로 정리 할게 없어. 짐이 없어서.”

 

 희주가 윤서의 가방을 가리킨다.

 “짐이 이게 다야?”

 “응.”

 “좋네! 금방 정리하겠다! 일단 밥 먹으러 가자. 배고파!”

 “응. 가자.”

 

 희주와 윤서가 1층으로 내려온다. 소파에 앉아있던 정민이 내려오는 희주와 윤서를 보고 다른 메이트들을 부른다.

 “애들 내려왔다. 가자!”

 

 소파에 기대어 게임을 하던 석훈이 말한다.

 “오늘 메뉴가 뭐야?”

 

 석훈의 옆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준수가 대답한다.

 “고기지! 이런 날에는 무조건 고기야!”

 

 정민이 석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고기 먹자.”

 

 성훈이 인원수를 센다.

 “그런데 차 한 대에는 못 갈 것 같은데.”

 “두 대로 가. 작가님이랑 나랑 갈게.”

 

 갑자기 석훈이 끼어든다.

 “저 형 진짜 너무 티내는 거 아니야?”

 

 순간 모두가 석훈을 쳐다본다.

 “몰랐어? 정민이 형이....”

 

 성훈이 석훈의 입을 틀어막는다.

 “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발 그냥 뱉지 좀 마. 넌 그냥 컴퓨터 앞에서만 살자. (석훈의 입을 막은 채로) 가자, 형제님. 우리가 먼저 갈게.”

 

 정민과 윤서가 한 차에 타고 성훈과 석훈, 희주, 준우가 다른 차에 타고 이동한다.

 

 

 ****

 

 

 정민이 운전을 하며 윤서를 힐끔 쳐다본다.

 “괜찮아요?”

 

 윤서가 정민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요.”

 “하하하하하하. 엄청 긴장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난 게 너무 오랜만이라 서요.”

 “에? 진짜?”

 

 윤서가 깊은 한숨을 쉰다.

 “네. 하아...”

 “하하하하하. 오디션 보는 줄 알았어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다들 굉장히 좋으신 분들이네요.”

 “그쵸. 다들 참 예쁜 애들이에요.”

 “진짜요.”

 “작가님 와서 다들 굉장히 신나하는 거 같아요.”

 “제가 같이 텐션을 맞춰줘야 하는데 못 그러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죠.”

 “그냥 둬도 되요. 텐션을 유지해주는 사람도 필요해요.”

 

 윤서가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조금 내민다. 한 여름의 저녁 바람이 시원하다.

 “하아.”

 “힘들어요?”

 “아니에요. 힘들진 않아요.”

 “애들이 혹시나 이상한 질문을 하거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면 저를 쳐다봐요.”

 “제가 아까부터 계~속 대표님 쳐다봤는데 대표님은 계속 웃고만 계셨어요.”

 

 정민이 키득거린다.

 “미안해요. 재밌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 진짜 보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중재할게요.”

 

 윤서가 창밖을 보며 의자에 기댄다.

 “괜찮아요. 다들 좋은 사람들인 것 같고. 그냥 저만 덜 어색해하면 될 것 같아요.”

 

 정민이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윤서가 놀라서 돌아본다.

 “진짜로 보고있을테니 걱정 마요.”

 

 윤서가 조금 민망해한다.

 “걱정 안 해요.”

 

 

 ****

 

 

 고기집 앞에 차가 도착한다. 정민과 윤서가 들어가니 다른 메이트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빠르게 세팅중이다.

 석훈이 손을 흔든다.

 “여기야, 형!”

 

 정민과 윤서가 나란히 자리에 앉는다.

 “시켰어?”

 “응. 앉자마자 시켰어. 너무 배고파.”

 “오늘 진짜 많이 먹을 거야.”

 “그래. 많이 먹어.”

 

 희주가 윤서를 보며 웃는다.

 “술 마셔?”

 

 정민이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 아직 환자야.”

 

 윤서가 희주를 보며 웃는다.

 “많이는 못 마셔. 그래도 마실 수 있어.”

 

 성훈이 대화에 끼어든다.

 “뭐야. 그새 둘이 말 놨어?”

 “응. 우린 아까~아까 말 놨지.”

 “나도! 나도 놀래. 우리도 친구 하자, 윤서야!”

 

 윤서가 당황한다.

 “아.... 어..... 그래.”

 

 석훈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윤서 누나 완전 당황했다.”

 

 윤서가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이 말을 하려던 찰나 준우가 끼어든다.

 “정민 형도 말 놔. 아까부터 계속 작가님 거리는데 회사에서 작가님이지 집에서도 작가님이라고 부를 거야?”

 

 윤서가 눈이 동그래진다. 정민이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그럴까? 윤서야?”

 

 윤서가 입을 벌린 채로 정민을 쳐다본다.

 “윤서야?”

 “아.... 그러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완전 당황했다.”

 

 모두가 유쾌하게 웃는다.

 “눈 동그래진 거 봐. 눈 튀어 나올 것 같아.”

 

 윤서가 어색하게 웃는다. 정민이 윤서의 등을 살며시 토닥인다.

 “윤서 그만 놀려.”

 “대표.... 아니 음.... 어째뜬 제일 많이 놀리고 계시거든요.”

 

 정민이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집에서도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겠다, 그치? 아무래도 오빠가 제일 무난하지?”

 

 윤서가 벙찐 표정으로 정민을 쳐다본다. 다들 윤서의 표정에 다시 크게 웃는다.

 “윤서 생각보다 표정이 많네.”

 “누나 표정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정민이 피식 웃는다.

 “윤서 마음대로 해.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 훨씬 좋네. 얼른 구워라! 배고파!”

 석훈과 준우가 집게를 든다.

 “고기 먹자! 먹자 먹어!”

 

 

 ****

 

 

 윤서는 2층 소파에 앉아서 노을이 지는 창밖을 보고 있다. 정민이 올라오다 윤서가 혼자 앉아있는 것을 본다.

 “뭐해?”

 “아... 갑자기 첫 날 이 집 들어오던 게 생각나서요.”

 

 정민이 윤서 옆에 앉는다.

 “이제 한... 1년 됐나.”

 “1년 넘었죠. 시간 참 잘 가요.”

 “그러게. (피식 웃으며) 처음 너 본 날 생각난다.”

 “처음 본 날? 왜요?”

 “처음에 너 너무 불편했어. 알아?”

 “에? 왜요?”

 “표정도 없고, 말투도 무뚝뚝하고.”

 

 윤서가 피식 웃는다.

 “그랬나.”

 “엄청.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까 좋더라.”

 “좋긴. 답답해하는 거 다 봤는데.”

 “아니거든. 진짜야. 얘기하다보니까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그래서 만날 놀렸잖아요.”

 

 정민이 윤서 쪽으로 몸을 돌려 앉는다.

 “나만 놀려? 애들도 다 놀려.”

 “그래도 그게 고마웠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원래 이 집에 있었던 사람처럼 대해준 거. 그래서 진짜 좋았어요.”

 “뭐야. 갑자기 지난 일을 회상하지를 않나. 왜 떠날 사람처럼 말해.”

 “여기서 나가면 갈 데도 없어요.”

 

 정민이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얼마나 다행이야.”

 “왜요? 떠날 것 같아요?”

 “응.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없이.”

 “처음에 이 집 올 때는 정말 며칠만 있어야지 생각했는데....”

 

 정민이 회상하며 웃는다.

 “그러고 네가 진짜 나간다고 했을 때 희주가 난리 쳤지.”

 

 윤서도 회상하며 같이 웃는다.

 “생각나요. 희주가 너 따라 나갈 거라고 해서 결국 못 나갔죠.”

 “다행이지 뭐.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혹시나 그렇게 되도 놀라지 마요. 찾지도 말고.”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다.

 “웃기고 있네. 지구 끝까지 따라가서 찾을 거야. 내가 안 찾아도 한희주가 찾아 나설 거야.”

 

 윤서가 피식 웃는다.

 “그건 그러네요. 희주가 끝까지 찾아오겠네요.”

 “나도. 나도 끝까지 찾으러 갈 거야.”

 “뭘 끝까지 찾아요.”

 “진짜야. 나 돈 많아. 가진 돈 다 써서라도 너 찾을거야.”

 

 윤서가 잠시 머뭇거리다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덕분이에요, 오빠. 고마워요.”

 “새삼스럽기는.”

 “생각해보면 고마운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표현을 못한 것 같아서요.”

 “말 안해도 알아.”

 “말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아요.”

 

 정민이 윤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난 알아.”

 

 윤서가 말없이 창밖을 본다.

 지난 1년동안 윤서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보다 많이 밝아졌고 말도 많이 하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더 많이 감정을 표현하게 되었다. 1년 사이 정민의 회사 게임이 출시되고 열심히 준비한만큼 대박이 났으며 업계에서 게임이 상위권에 정착하기까지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다. 윤서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딱 지금만큼만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윤서의 침묵에 정민이 아주 다정하게 말한다.

 “고마워.”

 “뭐가요?”

 “그냥. 윤서가 오고 나서 애들도 좀 더 활기찬 것 같고 서로 더 친해진 것 같아서.”

 “그런가. 원래 친했잖아요.”

 “그렇긴 한데 네가 오고 더 가까워 진 것 같아.”

 “다행이네요.”

 "나도 좋고."

 "어련하시겠어요."

 

 정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밥이나 먹자. 애들 올 때 됐다.”

 “그러네요. 저녁 뭐먹죠?”

 “회 파티 할까?”

 “좋죠.”

 “회 사러 가자. 단톡방에 얘기해놔.”

 “네!”

 

 윤서가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휴대폰을 가지러 들어간다. 그런 윤서의 뒷모습을 보던 정민은 윤서가 지금처럼 아주 오래오래 이 집에서, 정민의 옆에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윤서가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한 손에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며 걷는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윤서는 옆에 서는 사람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고개를 든 윤서는 깜짝 놀란다. 윤서는 너무 놀라 얼어붙은 채로 서있는데 재하가 말을 건다.

 “윤서야.”

 

 윤서는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한다.

 “아....”

 “어떻게 여기서 봐?”

 “그....그러네.”

 “이 동네 살아?”

 “응....”

 

 재하의 여자친구가 윤서와 재하를 번갈아보며 쳐다보다 재하를 더 꽉 잡는다.

 “아. 여기는 내 여자친구. 유은정.”

 “아... 안녕하세요.”

 

 재하가 어색하게 윤서를 소개한다.

 “친구야. 정윤서.”

 “안녕하세요. 예전에 한번 만났었죠?”

 “네? 아....”

 

 재하가 대답하려는데 뒤에서 성훈이 부른다.

 “윤서야! 정윤서!”

 

 윤서가 뒤돌아보니 성훈이 웃으며 뛰어온다.

 “야. 같이 가자니까 또 혼자 나왔지.”

 

 윤서가 애써 태연한 척 한다.

 “뭘 같이 가. 그냥 혼자 다녀오면 되는데.”

 “넌 만날 그러더라.”

 

 성훈이 재하와 눈이 마주친다. 성훈도 키가 크지만 성훈보다 더 키가 크고 미남형이지만 조금 차가운 인상의 재하를 보고 성훈은 윤서에게 눈짓을 한다.

 “누구?”

 “아... 친구.”

 “친구? (살짝 눈치를 보며) 안녕하세요!”

 

 재하가 조금 어색하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성훈이 멍한 윤서의 표정을 살핀다.

 “그럼 가세요! 가자 윤서야!”

 “아. 어.... 가자. 잘 가.”

 “어... 그래 잘가.”

 

 윤서와 성훈이 뒤돌아 걸어간다.

 “누구야?”

 “친구.”

 “무슨 친구?”

 “옛날 친구.”

 “흠. 너 친구 없는 줄 알았는데.”

 

 윤서가 순간 발끈한다.

 “뭐?”

 “너 알고 우리 집사람들이나 회사 말고는 다른 사람이랑 연락하는 거 본 적 없는데.”

 

 윤서가 넋이 나가있다.

 "정윤서!"

 "......"

 "정신차려! 윤서야!"

 

 성훈이 윤서를 흔들자 윤서가 정신을 차린다.

 “어....어?”

 “정민이 형이 파스타 만들 것도 사오래.”

 “아....전화 하면 되지 뭘 따라왔어.”

 “혼자 어떻게 다 들고 올라고.”

 “아이고. 됐네요.”

 

 그 때, 윤서 휴대폰이 울린다. 정민이다.

 “윤서야. 어디야?”

 “슈퍼 가는 중이에요.”

 “성훈이 보냈는데 만났어?”

 “네. 그냥 전화하지 뭐 하러 얘까지 보내요.”

 “짐 많을 거 같아서.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목소리요? 왜요?”

 “기운이 없는데.”

 “아닌데...”

 

 정민이 잠시 고민하는 듯 대답이 없다가 큰소리친다.

 “윤서 먹고 싶은 거 다 사와! 오빠가 오늘 다 만들어 줄게!!”

 “진짜요? 완전 다 사갑니다.”

 “그래. 빨리 와. 배고프다.”

 “네.”

 

 윤서가 전화를 끊자마자 성훈이 옆에서 조잘댄다.

 “형이 뭐래? 뭐 사오래? 근데 아까 그 사람은 진짜 친구야? 완전 어색하던데?”

 “하나씩만 물어봐. 먹고 싶은 거 다 사오래. 너 짐꾼 시키고.”

 “오예! 가자!!!!”

 

 

 ****

 

 

 재하는 카페에 멍하니 앉아있다. 은정이 재하를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재하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오빠.”

 

 재하는 대답이 없다.

 “.....”

 “오빠!”

 “아. 응? 미안. 뭐라고 했어?

 

 은정이 입이 나와서 툴툴댄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아니야. 무슨 말 했어?”

 “뭐야. 아까부터. 그 사람 만나서 그래?”

 “아니야. 그냥 생각 좀 하느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까 그 언니 만나고 나서부터 계속 이런데.”

 

 재하가 정색한다.

 “아니라고.”

 “근데 왜 정색해?”

 “하아... 아니야. 저녁 먹으러 가자.”

 “왜 한숨을 쉬어.”

 “미안해.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그래. 밥 먹으러 가자. 뭐먹을래?”

 “아직도 그 언니 얘기만 나오면 예민해지네.”

 

 재하는 말이 없다. 은정이 그런 재하를 쏘아 붙인다.

 “이제 좀 괜찮아 질 때도 되지 않았어? 2년 넘었어, 오빠. 아직도 못 잊은 거야?”

 “........”

 “말을 해봐.”

 “할 말 없어. 계속 이 얘기 할 거야? 그럼 나 그냥 가고.”

 

 은정이 발끈한다.

 “오빠!”

 “은정아. 내가 몇 번 얘기 했었지. 윤서 얘기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마.”

 

 은정이 말없이 재하를 노려본다.

 “오늘은 안 되겠다. 너도 밥 먹을 기분 아니지? 집에 데려다 줄게. 가자.”

 

 재하와 은정이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윤서와 성훈이 웃으면서 양 손 가득 장 본 것들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재하는 어딘가 마음이 이상하다.

 

 

 
작가의 말
 

 재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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