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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3
작성일 : 16-10-23 03:42     조회 : 340     추천 : 3     분량 : 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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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의 성벽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멀리까지 이어졌다. 엘라는 그토록 거대한 벽을 마주한 일이 없었다. 압도적인 광경에 그녀는 넋을 잃었다.

  루더가 하얀 성벽 위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며 말했다.

 

  “흰 사자! 저놈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이곳에 찾아왔군. 물론 사자 밥으로 불려 온 거겠지만.”

  “쉿! 그런 소리 마!” 하이젤이 다급히 말했다.

  “뭐 어때, 누가 본다고…….”

 

  그 순간, 마차가 멈췄다. 말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경비병이 창을 통해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루더 칸 남작이오. 알 코른 지방의 트루소에서 왔소.” 루더가 품에서 통행증과 서찰을 꺼내 경비병에게 건넸다. “다리아 솔헤임 공작의 부름을 받고 찾아왔소.”

 

  경비병은 통행증과 서찰을 확인하곤 루더에게 돌려줬다. 그리곤 하이젤과 엘라를 힐끔 쳐다봤다.

 

  “짐 좀 확인하겠습니다.”

 

  경비병이 떠나자 루더가 엘라를 보며 말했다.

 

  “자식인 줄 알았나 보군.”

  “예쁘니까 의심 안 한 거야. 그 옷 잘 어울려.” 하이젤이 엘라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엘라는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문득 이엘 생각이 났다.

 

  “동생은 괜찮을까요?” 엘라가 걱정하며 물었다.

  “괜찮을 거야. 손을 써뒀으니까.” 루더가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잠시 후, 경비병이 돌아왔다.

 

  “지나가셔도 됩니다. 남작님.”

  “고맙네.”

 

  루더의 대답과 함께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다리를 건너 해자를 지나자 성문과 그 앞에 진을 친 경비병들이 보였다. 엘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동생이 어떻게 들키지 않은 거죠?”

  “속옷함이야.” 하이젤이 대답했다.

  “예?”

  “내 속옷함에 옮겨 놨어. 숙녀의 속옷까지 들추진 않겠지. 공작님의 소집 명단에도 우리 이름이 있으니 그리 의심하지도 않겠고.”

  “……괜찮으세요?” 엘라가 염려하며 물었다.

  “뭐가?”

  “시체잖아요……. 남작님 도움으로 부패를 늦추긴 했지만 그래도 시체인데…….”

  “엘라.”

 

  하이젤이 엘라와 눈을 마주쳤다.

 

  “속옷은 옷일 뿐이야. 죽은 사람도 사람이고. 옷보다 사람이 귀한 법이야. 내 걱정은 할 필요 없단다.”

  “아내 말이 맞아.” 루더가 말했다. “버린 옷은 금세 잊히지만 떠난 사람을 잊는 건 쉽지 않지. 그나저나…….” 루더가 창밖을 바라봤다. “경비병이 늘었군. 위기는 위기인가.”

  “피난민들이 줄지어 오잖아. 저기 봐.”

 

  하이젤의 말 대로였다. 경비병들이 든 창 사이로 피난민들의 행렬이 보였다. 모두 초췌한 행색이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노인들이 시체와 함께 길 바깥에 누워있었다. 파리가 콧잔등에 앉았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까마귀들이 피난민 위를 위협적으로 날아다녔다. 몇몇 아이들은 입고 있던 옷자락을 질겅질겅 씹었다. 한 경비병이 어느 아낙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분노한 남자들이 경비병을 밀쳤고, 분노한 경비병들이 분노한 남자들의 턱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분노한 여자들의 고함과 아이들의 울음이 뒤섞여 성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성문을 열리지 않았다. 엘라는 생각했다. 칸 남작님과 마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도 저 무리에 껴 있었겠지. 아니, 아예 와보지도 못했을 수도.

  성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피난민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왜 문을 열지 않는 거요!”

  “밀지 좀 마요!”

  “몇 번을 말합니까! 성안에 당신네 같은 난민들이 빽빽해요. 당분간은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입니다.”

  “애가 곯고 있어요. 먹을 것 좀 주세요.”

  “보급은 오전에 끝났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

  “보급 같은 소리 집어 치워! 어린 애들 한 끼로도 부족한 게 무슨 보급이야!”

  “저 귀족 놈들 봐! 저놈들은 들어가잖아! 우린 왜 안 보내 주는 거야!”

 

  바깥을 바라보던 엘라는 황급히 얼굴을 숨겼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의 마차를 향하고 있었다. 마차는 성문 옆의 쪽문으로 향했다. 난민들의 외침이 멀어지자 엘라는 참고 있던 숨을 토했다. 루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빌어먹을.”

  “너무 신경 쓰지 마, 여보.” 하이젤이 루더의 다리를 토닥였다.

  “절박한 사람들이야, 절박한 사람들.”

  “난민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잖아.”

  “그것 때문이 아니야.” 루더가 이를 갈았다. “귀족들은 늘 이랬어. 역사가 증명하는 겁쟁이 중의 겁쟁이라고. 하지만…… 마법사들은 아니야.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어.”

  “여보…….”

  “저 중에, 우리 영지 사람이 있었어.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똑똑히 기억한다고. 난 기억력이 좋고 트루소는 엄청나게 작으니까 그 정돈 알아볼 수 있어.”

  “착각일 거야.”

  “아니야. 확실해……. 난 나름 열심히 지켜왔다고 생각했어. 그 작은 트루소 만큼은 지킬 역량이 된다고 여겼지. 근데 다들 불안해하고 있었어.”

  “여보, 알고 있었잖아. 영지민이 달아나는 것쯤은.”

 

  루더는 힘없이 벽에 몸을 기댔다.

 

  “알고 있었지. 그래, 알고 있었어.”

 

  루더가 고개를 숙였다.

 

  “그저 알고만 있었어.”

 

 ***

 

  말락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곤 필립을 저주하는 욕지기들을 내뱉었다. 그는 방금 필립의 명령을 전달받은 차였다. 마법사들과 접촉하기 위해 수도로 가라는 명령. 그건 괜찮았다. 마침 수도와 가까운 곳에 머물고 있었다. 감시자가 붙은 것도 알았다. 그 정도 수준의 감시자 정도는 언제든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그는 마법사의 눈도 피한 감시자였다. 그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말락이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필립이 언제든, 어떻게든 자신을 찾아낼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필립 상단의 무서움은 말락도 잘 알고 있었다. 대륙과 대륙을 잇는 몇 안 되는 상단 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상단이었다. 그런 필립의 눈과 손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목숨을 끊으면 모를까.

 

  그런 필립이 자신에게 마법사들과 접촉하라 명했다. 마법사들과 만나는 건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말을 들어도 죽고 말을 듣지 않아도 죽을 운명이었다. 말락은 그 전언을 듣곤 길길이 날뛰었다.

 

  “그건 나보고 죽으라는 거잖소!”

 

  명령을 전달하러 온 감시자가 대답했다.

 

  “죽으라곤 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농담하는 거요?”

 

  감시자는 대답 대신 어딘가로 사라졌다. 남은 말락은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지금 막 채비를 마친 차였다.

 

  말락은 여관을 나서 지도를 확인했다. 남쪽으로 이틀 정도면 도착할 거리였다. 말에 오르며, 말락은 고민했다. 도망쳐야 하는지, 수도로 가야 하는지. 그러나 곧 생각을 그만뒀다. 죽는다면 수도에서 단번에 죽는 게 나았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나서 죽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겠지. 거기서 밤새 여자나 안아야겠어. 그러면 분명 덜 억울할 거야.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말락은 수도로 향했다.

 

 ***

 

 

  엘라는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도는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적어도 외곽 지역은 들끓는 피난민들과 지독한 냄새, 그리고 구더기들의 천국이었다. 성벽 밑에 진 그림자에선 신음이 가득했다. 마치 검고 긴 뱀과 같았다. 뱀은 성안에 똬리를 틀고선 쉿쉿 거리며 벽 밖과 안, 모두를 위협하고 있었다.

 

  “피난민들이 꽉 찼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군.” 루더가 말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게 통할 정도의 사태는 아니라는 거겠지.” 하이젤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작이 허튼일로 날 부른 건 아닌 모양이야.”

  “허튼일이었으면 당신을 부르지 않았을 거야.”

 

  하이젤의 우스갯소리에 루더가 피식 웃었다.

 

  “당신이 나보다 나아.”

  “이제 알았어?”

 

  엘라는 둘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나 금세 얼굴에 상심이 드리웠다. 엘라는 고민하고 있었다. 갈 곳을 알지 못해 수도에 찾아왔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동생을 죽인 마법사와 자신을 강간하고 영혼을 가둔 마법사. 둘의 행방을 어떻게 추적해나가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우선은 동생을 죽인 마법사가 먼저였다. 용뿔 사슴의 몸 안에 갇혀있던 엘라는 집으로 달려오며 똑똑히 확인했다. 마법사가 북서쪽으로 향하는 것을.

 

  “알 지역 쪽에서 이 정도의 피난민이 온 거라면 바 지역 쪽은 더 하겠군.”

 

  루더가 말했다.

 

  “아무래도 마법사들의 본거지가 북쪽에 있다고 하니까.”

 

  하이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엘라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였다. 엘라가 루더를 급히 불렀다.

 

  “남작님!”

  “응?” 갑작스러운 부름에 루더가 놀라며 대답했다.

  “바 지역이 북쪽이죠?”

  “응, 맞아.”

  “제가 살던 곳은 알 미아인데, 알이니까 동쪽 맞죠?”

  “그렇지. 수도를 중심으로 알이 동쪽, 바가 북쪽, 힐이 서쪽, 엘이 남쪽이니까.”

  “그럼 혹시 알 미아에서 북서쪽으로 쭉 가면 어디가 나오나요?”

 

  그러자 루더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내 영지가 나오지.”

  “트루소요?”

  “그래, 정확하게는 알 코른 안에 위치한 거지만.”

  “그보다 더 가면요?”

  “더 가면…… 황무지가 나오지.”

  “황무지요?”

  “그래. 무진장 큰 데다 아무것도 없는 죽음의 땅이지. 고맙게도 그 덕분에 인접한 우리 지역 농작물도 변변찮고. 죽음의 땅 옆의 가까스로 살아남은 땅이라고 해야 하나.”

  “꼭 황무지를 거쳐야만 바 지역으로 갈 수 있나요?”

  “꼭 그렇진 않지만, 알 미아에서 북서쪽으로 간다고?”

  “네.”

  “그럼, 황무지를 거쳐야 해. 보통 큰 게 아니거든.”

  “거기 중심에 유령 도시가 있다던데.” 하이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헛소문이야. 그런 걸 누가 믿어.” 루터가 털어내는 듯한 손짓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유령 도시라고요?” 엘라가 물었다.

  “응. 유령들만 사는 도시가 있대. 영원히 도시 안에 갇히는 저주를 받았다지.” 하이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난 그런 얘기가 재밌더라.”

  “내 아내는 내가 말하는 실용적인 이야기들은 헛소리로 치부하면서 정작 진짜 헛소리는 귀담아듣는 버릇이 있지. 엘라. 넌 부디 배우지 말아라. 그렇지 않아도 넌 단점이 많은 아이야.”

  “지금 말 다 했어?”

 

  루더와 하이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엘라는 자신의 앞길을 가늠했다. 바 지역에 마법사의 본거지가 있어. 그곳으로 가는 길엔 황무지가 있고. 그리고 황무지엔 유령 도시가 있다는 소문이 있지. 이게 과연 우연일까. 엘라는 마법사가 황무지에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흔적이 없더라도 가 볼 이유는 충분했다. 유령 도시. 엘라는 그곳을 소문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이 유령으로서, 짐승의 몸과 결계 속에 갇혀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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