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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18. 하얀 거짓말
작성일 : 16-10-23 01:47     조회 : 571     추천 : 0     분량 : 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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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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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이랑 같이 집 근처에 왔던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자식 얘긴, 꺼내지 마요”

 

 “무슨… 일, 있었어요?”

 

 “그 자식…”

 

 심각한 표정을 짓는 주환에게 나라가 조곤조곤 물었다.

 

 “이상해요, 꼭 악몽을 꾸었던 것 같이 기억이 희미해요. 분명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생각은 안 나… 혹시, 어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서 편집장님은 알고 계시는게 있으세요? 있으시다면 저한테 말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라의 물음을 끝으로 주환의 뇌리로 7년전의 기억이 번뜩이며 스쳐 지나갔다.

 

 7년 전에도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때도 제가 구해주었던 여자가 자신이 당했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 해내지 못했다.

 

 그녀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그녀의 주치의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해리성 장애, 즉 ‘심인성 기억상실증’이라고.

 

 그것은 드라마에서만 보던 부분 기억 상실증이라는 것이고, 즉 심하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그와 관련된 기억을 제 스스로가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그랬다.

 

 7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던 주환이 곧 사시나무가 떨듯 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쩌면, 이 여자가 그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또다시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그 때, 그 여자를 꼭 지키겠다고 다짐해놓고, 그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오다니…

 

 그는 이번엔 꼭 어떻게든 그녀를 지켜내겠다고 속으로 마음을 다 잡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있었던 건가?”

 

 어느새 토끼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라에게 주환이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밥 먹죠 우리? 찌개 식겠네”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라의 손에 주환이 숟가락을 꼭 쥐어주었다.

 

 “이거 먹고, 약 먹읍시다.”

 

 “약이요…? 무슨 약이요…?”

 

 “어제 나라 씨가 또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나라 씨 친구라는 사람한테서 제가 또 나라 씨를 부탁 받았습니다.”

 

 “네에…?”

 

 나라가 '사이도 별로 안 좋은 사람한테, 대체 왜?' 라는 눈초리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라 씨 데리고 병원에 가봤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며칠간 약 잘 챙겨먹으면 조금 나을 거라고…”

 

 주환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는 지금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라는 그런 그의 눈빛을 제대로 캐치해내지 못한 것 같았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녀는 대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아 그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진정제… 같은 거라면 어제 먹은 것도 같은데…”

 

 “머리 아프지 않습니까? 머리가 조금 아플 거라고, 약을 꼭 잘 챙겨먹으라고…”

 

 “아, 아아… 그렇구나, 맞아요. 지금 머리가 좀 아파요… 지끈지끈… 그래서 그랬구나…”

 

 그가 그녀에게 대충 둘러댔지만, 사실 그가 받아온 약은 린이 그녀에게 먹였던 독극물을 조금 해독해주는 약이었다.

 

 .

 .

 .

 

 주환은 사건이 있던 날, 나라를 해하려는 남자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죽은 것처럼 잠든 그녀를 안고 서둘러 병원에 들렀었다.

 

 그 때 초조해하는 주환에게 내과의사는 안심하라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전해왔었다.

 

 ‘다량의 수면유도 물질이 들어있는 약을 복용하긴 했지만, 인체에 딱히 해를 일으키는 물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환자가 잠에서 깨어나면 두통을 호소할 수 있으니, 처방해드리는 해독약을 먹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로도 모자라 허리까지 꾸벅 숙여 감사를 표하는 주환에게 의사는 그저 어깨를 토닥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었다.

 

 .

 .

 .

 

 전 날의 기억을 떠올린 주환이 이내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자, 그러니까 밥 먹어요. 이왕이면 맛있게”

 

 주환이 나라에게 슬쩍 미소를 건넸다. 바로 젓가락을 든 그는 이윽고 계란말이를 하나 집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수수한 잡곡밥 위에 계란말이를 하나 올려놓은 뒤에 옆에 놓인 케첩을 들어 계란말이 위에 곱게 뿌려주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라가 그저 동그란 눈으로 밥상과 주환의 얼굴만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자 별안간 주환이 그녀의 손에 쥐어져있던 숟가락을 뺏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밥을 맛있게 한 술 떠서 다시 나라의 손에 손수 쥐어주었다.

 

 “………”

 

 그런 그의 행동을 그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결국 그가 더 참지 못하고 이내 비죽거렸다.

 

 “떠먹여주길 기다리는 겁니까?”

 

 따뜻하게 군지 얼마나 됐다고 또 툴툴거리는 주환에게 나라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거든요”

 

 그에게 샐쭉거려보인 그녀가 이내 제 손에 쥐어진 숟가락으로 밥을 맛있게 한 입 떠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밥이 꽤 맛있었다. 남자가 한 요리 솜씨라고는 안 느껴질 정도로 꽤 맛있는 밥상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조금 감탄해버렸다.

 

 “맛있죠? 맛있을 겁니다”

 

 그녀가 감탄하는 모습을 보았는지, 자신하는 주환에게 나라가 말없이 입만을 삐죽거려보였다.

 

 확실히 맛은 있었지만, 티를 내기는 싫었다. 티를 내보인다면 분명히 자만할 남자였으니까,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그렇게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요새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긴 한데, 그만큼 요리하는 남자가 많다는 거니까, 개중에 하나라면 그렇게 멋진 것도 아니지.

 

 한참을 속시원히 주환을 욕하던 나라가 곧 씨익 웃어보이더니 주환이 차려준 밥을 제법 맛있게 비워냈다.

 

 실컷 주환을 욕했더니 왠지 밥맛이 더 좋아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라 본인은 주환이 만든 밥이 맛있다는 걸 애써 부정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그를 인정하는 게 그녀에겐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이후, 맛있게 차진 잡곡밥에 부드러운 계란말이, 팔팔 끓는 시원한 된장찌개까지 놓인 주환표 밥상을 깨끗하게 싹싹 비워낸 나라가 곧 주환에게 밥 먹기 전부터 여태까지 내내 궁금했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저 왜 집에 안 데려다 놓으셨어요?”

 

 그 말 한 마디에 주환이 그만 울컥, 그녀에게 따질 뻔 했다.

 

 이 단순한 여자가.

 

 울컥, 차오른 말을 꾹꾹 눌러 삼킨 그가 곧 그녀에게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 쪽 집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네에? 왜요?”

 

 가장 중요한 걸 모르니까.

 

 “그 쪽 집 비밀번호를 내가 어떻게 압니까”

 

 아…

 

 나라가 탄성을 자아내고는 머쓱한 듯 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 이 남자인들 뭐 내가 좋아서 데리고 있었겠어?

 

 “그러면, 저희 집 비밀번호 알려드릴게요. 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주환은 그 순간 그녀가 단순한 걸 넘어서 무식해보였다. 멍청해보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더 듣지도 않은 채로 무작정 끊어버렸다.

 

 “나 믿습니까?”

 

 “네?”

 

 “언제부터 절 그렇게 믿었다고 그렇게 그 쪽 집 비밀번호를 함부로 알려주고 그럽니까?”

 

 “그거야, 신세지는 게 싫…”

 

 “아무리 신세지는 게 싫다고 해도, 엄연한 남이고 남자인데, 제가 언제 어떻게 나라 씨 집에 들어갈지, 나라 씨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두렵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러네요…”

 

 “제가 나라 씨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나라 씨를 어떻게 하면, 그 땐 나라 씨 어떡할 겁니까? 나라 씨 집에 있는 귀중한 물건이라도 탐하면?”

 

 “……”

 

 나라가 말없이 주환의 눈치를 보았다.

 

 이런, 대책없는 여자 같으니, 이 여자가 원래 이렇게 무방비한 여자였나?

 

 심기 불편한 태도로 주환이 마저 말을 이었다.

 

 “그 쪽, 아무한테나 그렇게 소중한 거 알려주고 다닙니까? 비밀번호도 알려주고, 몸도 막 함부로…”

 

 아차.

 

 주환이 말을 하다말고 뚝 끊었다. 슬쩍 나라의 눈치를 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그가 예상한 대로, 그의 말이 기분 나빴다는 듯이, 그녀에게서 바로 반격이 들어왔다.

 

 “그 쪽이니까, 그 쪽이니까 이런 말 하는 거에요. 무뚝뚝하고 여자한테 관심없고, 딱딱하고 통나무 같으니까, 그러니까 말하는 거에요. 당신이란 사람,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반격이 들어올 거라는 건 알고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분명 저도 그녀에게 심한 말을 했었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저보다 그녀가 한 말이 더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 쪽이 뭔데, 날 함부로 판단하는 겁니까.

 

 주환은 자신이 무뚝뚝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자한테 관심이 없다기보단 자기 여자한테만 헌신하는 스타일이었고, 마음에 없는 여자는 눈에도 들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여자들이 자신을 딱딱하게, 통나무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는 것이겠지만,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게 그였다.

 

 그런 자신을 모독하는 것만 같아서 그는 그녀로 인해서 속이 매우 상했다. 하지만 주환은 이 상황에서까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애써 크게 드러나지 않게끔 유유하게 말을 돌려버렸다.

 

 “…체하겠습니다, 그만하죠”

 

 그런 주환을 보며 나라가 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시작도 그 쪽 마음대로, 끝도 그 쪽 마음대로,

 

 “좋아요, 그만해요. 근데 한 가지만 제대로 짚고 넘어가죠. 제가 몸을 함부로 굴린다는 말의 근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요? 그런 모습,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것 같은데”

 

 분명한 실언이었다. 그런 말은 절대 꺼내선 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기를 깨듯 그 말을 그녀의 앞에 내어놨으니, 그는 어떻게든 그 값을 치뤄야만 했다.

 

 실언입니다, 그 한 마디 말로 넘어가지 않을 거란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대꾸할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곧 머뭇거리며 입을 뗐다.

 

 “선우린, 그 남자랑…”

 

 “좋아하니까, 좋아하게 돼버렸으니까, 자연스러운 스킨십 정도는 오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편집장님이 말하는 그런 짓은 안했어요, 맹세코. 저 혼전순결 주의자거든요”

 

 똑부러지게 말하는 나라를 보며, 주환이 풉,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렇게 똑똑하게 제 할 말을 다해놓고 마지막으로 한다는 말이 혼전 순결 주의자라니, 모태 솔로가 아니고?

 

 그가 짓궂게 그녀를 약올릴 뻔한 걸 겨우 참아내고는 미안하다는 듯 애써 그녀를 달랬다.

 

 “미안합니다. 내가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네요”

 

 “한 가지 더”

 

 “또 한 가지? 한 가지는 또 어디서 더 늘어난 겁니까”

 

 한 가지가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 성가시다는 듯, 꽤 불퉁하게 말하는 주환을 무시한 채로 나라가 제 할 말을 이었다.

 

 “그 쪽이, 제가 린이랑 어떤 사이인지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하죠? 당신 스토커에요?”

 

 ‘그렇게 안 봤는데,’ 하는 눈빛으로 나라가 그를 째려보자 주환이 ‘보자보자 하니까, 이 여자가.’ 라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맞섰다.

 

 “아직,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만? 그 쪽이 나한테 다 말한거지, 난 한 마디도 안했습니다”

 

 그녀의 강렬한 눈빛에 주환이 시치미를 떼버리자 주환을 노려보던 그녀의 눈빛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그녀가 별안간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됐어요, 그만해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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