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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른 사람의 세상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전쟁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멸망을 앞둔 대륙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던 헌터 하나가 떨어졌다.

 
1. 상호확정위반조약(8)完
작성일 : 20-09-10 16:40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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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호확정위반조약(8)完

 

 정일은 아쉴예까지는 상대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아쉴예는 노아가 죽은 뒤로는 더 이상 정일을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뭡니까?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너를 죽이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제 나는 내 말에 책임을 다하면서 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없군. 이 아이가 말해주면 좋겠지만……”

 

 정일은 밀리를 바라보았다. 밀리 역시 이제 생명이 다한 듯 더 이상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살아남으려 노력한 겁니다.”

 “이 땅의 모두가 같은 이유로 노력하고 있다.”

 “어쩌라는 겁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저에게 면죄의 기회가 붙겠군요. 다 똑같은데 내가 더 잘 했을 뿐이니까요.”

 

 안개는 노아와 밀리의 시체를 맴돌았다. 정일은 빡친 신이 약속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죽이려 드는 모습까지 상상해 봤지만, 아쉴예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에 아쉴예는 부드러운 웃음으로 말했다.

 

 “인간은 언제나 비슷하구나.”

 “무슨 말이죠?”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군요.”

 “이 땅의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쾅!

 

 지진이 일어나듯 굉음과 함께 땅이 무너졌다.

 바닥을 구른 정일은 부러진 손목으로 땅을 짚으려다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

 아쉴예는 허공에 떠서 여유롭게 말했다.

 

 “그리고 너보다 잘 한 녀석이 있었다.”

 “정일!”

 

 얼굴이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져 밀리와 비슷한 몰골이 된 알스트가 비명을 지르며 정일의 목을 움켜쥐었다.

 

 “얼굴과 주먹 사이에 보호막을 만들 틈이 없으니 얼굴 틈새에 보호막을 끼워서 막아낸 건가? 순간적으로 미친 짓을 떠올리고 실행하기까지 했으니 인정해야 마땅하겠군.”

 

 아쉴예의 말대로 일부만이라도 살리려고 보호막을 몸 안쪽에 넣고 주먹에 맞았는지, 알스트의 상처는 절단된 듯 일직선이면서도, 터뜨린 듯 너저분했다.

 

 “닥쳐!”

 

 입술까지 문드러져 새는 발음으로 알스트가 외쳤다.

 아쉴예는 불쾌한 기색도 없이 그저 허공을 흐르며 대답했다.

 

 “물에 빠진 개는 아무리 짖어봐야 공포가 아니라 연민밖에 주지 못한다.”

 “닥치라고 했다!”

 

 알스트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밀리의 시체가 폭발해 비산했다.

 

 아쉴예가 입을 다물자 알스트가 정일을 노려보았다.

 

 “그래, 약속을 했는데도 기회가 오자마자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이지?”

 

 알스트가 정일의 목을 움켜쥐고 힘을 줬다. 정일은 양 손으로 알스트의 팔을 풀어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사람화도 사용할 수 없었다. 하디로 변하면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신체가 급격히 약해지는데, 자칫 사람화를 사용했다가는 알스트가 의도하기도 전에 목이 잘려 죽어버릴수도 있었다.

 

 “다, 당신도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도 없었잖아!”“그래서 먼저 약속을 어겼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망상에 피해의식을 품고 먼저 죄를 저지른다니. 너무 인간적이라서 달리 할 말도 떠오르지 않는군.”

 

 알스트는 인간적이라는 말에 강력한 경멸을 담았다.

 

 “애초에 계약 자체가 불합리했어! 거절하면 죽일 생각이었잖아!”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 근거 없는 망상에 피해의식을 품는 게 인간적이라는 의미는 그게 인간들의 바람직한 생활상이라는 뜻이 아니다.”

 

 정일은 이를 아득거리며 기침했다.

 당연한 소리다. 알스트 입장에서는 그게 맞는 말이다. 기회가 하나뿐인 정일은 부족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추측하고, 예상해야 한다.

 그 중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도 있고, 그저 감일 뿐인 것도 있었다.

 

 “아무튼 네가 먼저 약속을 어겼으니 죽어도 할 말이 없겠지.”

 

 알스트가 정일의 이마에 뜨거워진 손을 짚었다. 정일은 뇌가 녹아내리는 느낌에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으어어아아아악!”

 

 알스트가 손을 떼자 고통은 튀어나올 때처럼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정일은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의 잔향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나는 인간적이지 않지. 그리고 네가 필요하기도 하고.”

 

 알스트가 손가락을 휘젓자 정일의 몸이 떠올라 알스트와 시선을 맞췄다.

 

 “시간을 주겠다. 광신증의 원인을 가져와라. 네가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광신증의 원인뿐이니, 해결책까지 가져오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다.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 누구 때문에 일어나는지 확실히 알아내 가져와라.”

 

 알스트는 정일의 대답을 듣지 않았다. 아직 시스템을 믿지 않는 알스트는 정일이 유일한 해답임을 믿지 않고 있었다.

 

 “네 몸에 3년 뒤에 활성화될 저주와 축복을 심었다. 3년 뒤 오늘, 너는 방금 느낀 고통을 다시 느낄 것이고, 축복은 그 상황 속에서 네가 절대로 죽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야.”

 

 정일은 바닥에 떨어졌다.

 

 “답을 가져오고, 그 답이 나를 만족시키면 축복을 풀어주지. 그동안 너를 내 기억에서 지워 두겠다.”

 

 알스트는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다. 끔찍한 몰골과, 더 큰 고통이 남은 얼굴이었지만, 알스트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히 통제했다.

 

 “됐다. 어차피 넌 내게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을 주거나, 나보다 비참한 끝을 맞을 테니 지금 화풀이를 할 필요는 없겠지.”

 

 알스트는 자신이 머물렀던 마을을 바라보았다. 알스트, 노아, 아쉴예의 여파로 주막 주변의 결계가 깨져 마을 사람들이 알스트를 보고 있었다.

 

 알스트가 말했다.

 

 “너희는 운이 좋았다. 너희를 사용하기 전에 신이 먼저 임했고, 더 이상 제물을 바치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전했다. 마을을 떠날 테니 알아서 살아라. 여기서 살든, 떠나든.”

 

 그리고 정일을 내려다보았다. 미소와 함께 뒤틀린 입술 틈새로 물러버린 잇몸이 드러났다.

 

 “하지만, 너는 떠나야겠구나.”

 

 그 말을 끝으로 알스트는 사라졌다.

 

 *****

 

 다섯 사람 중에서 누가 가장 인간과 거리가 먼 존재냐고 묻는다면 인간들은 제각각의 대답을 할 것이다.

 

 외형적 특징을 중요시하는 존재라면, 웅퉁몸과, 박회를 떠올릴 것이다.

 하디의 압도적인 기량을 본 인간이라면 하디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철학과 정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장이를 떠올릴 것이다.

 

 장이는 다섯 사람 종족 중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멸종한 종족이다.

 빛의 신봉자라는 이명과 달리 장이는 빛을 다루는 능력도 없고, 몸에서 빛이 나지도 않으며, 대머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빛이라는 것은 일종의 관용어로, 장이가 일생동안 추구하는 목적이다. 모든 장이는 각자의 삶에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리고 장이의 정신은 자신의 몸을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

 최고의 전사가 되고 싶다는 빛을 품은 장이는 웅퉁몸의 몸을 맨손으로 부술 정도로 강한 힘을 얻게 되고, 절대로 훔칠 수 없는 보물을 훔치고 싶다는 빛을 품은 장이는 몸이 작아지고 피부가 어두워질 수도 있다.

 심지어 역사학자를 꿈꾸는 장이라면 스스로가 역사가 되도록 늙지 않는 몸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날개가 달리거나, 불을 뿜는 등의 ‘마법적인’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마법적인 기적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한 장이가 멸종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장이의 빛을 향한 열망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한 장이가 동족에게 물었다.

 

 “우리가 결혼해 자식을 낳으면, 육아와 가정생활로 빛을 쫓는 것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그럼 그냥 결혼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다른 어떤 사람이라 해도 코웃음을 칠 만한 망언이었지만, 놀랍게도 장이들은 그 의견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모든 장이가.

 

 그날로 모든 장이는 대가 끊어졌다.

 

 사실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기는 했다. 마치 신이 최후의 기회를 준 것처럼 대륙의 단 둘 남은 장이가 남자와 여자였기에, 두 장이가 서로를 안았다면 장이는 번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두 장이가 추구하는 빛의 방향은 그야말로 정반대였고, 결국 120년 전 제국의 마지막 전쟁에서 한 장이가 다른 장이의 목을 자르는 것으로 장이의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니, 그렇게 되었어야 했다.

 

 노아는 장이화가 발동되어 온전한 장이의 힘을 거의 전부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장이라 해도 변화의 한계점은 존재하기에, 죽음에서 부활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변화는 일으킬 수 없었다.

 

 하지만 정일이 이 세계에 떨어지고 시스템이 대륙에 스며들었다.

 

 +

 

 [조건이 충족되어 기술이 해금되었습니다.]

 

 기술명: 무덤을 거부한 망자(패시브)

 

 죽음에 닿는 피해를 입었을 때, 부활할 수 있습니다. 부활에 걸리는 시간은 7일이며, 부활 후,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를 무작위로 획득합니다.

 

 +

 

 그리고 시스템에는 한계가 없다.

 

 +

 

 [조건이 충족되어 기술이 해금되었습니다.]

 

 기술명: 마법차단 두개골(패시브)

 

 머리에 해당하는 부위는 모든 마법에 면역이 됩니다.

 

 +

 

 “일어났나?”

 

 노아가 고개를 들자 아쉴예가 노아 주변을 휘감았다.

 

 “역시 신이라……”

 “죽은 뒤를 담당하는 건 내가 아니다. 너는 살아났다.”

 

 노아는 아쉴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자신의 손을 보다가 고개를 번뜩 들었다.

 

 “밀리, 밀리는?”

 

 아쉴예는 어떤 사람이라 해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신음소리를 낸 뒤에 말했다.

 

 “구할 수 없었다. 내가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지.”

 

 노아는 바닥에 쓰러졌다.

 

 아쉴예는 바닥에 오열하는 노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슬픔을 보았다. 그리고 그걸 해결할 수 없는 네 절망을 보았다.”

 “닥쳐! 당신도 똑같아. 애초에 당신이 제물을 그따위로 원하지 않았으면 저 미친 하디가 당신을 소환하기 위해 이 짓을 벌였을 것 같아?”

 

 아쉴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아가 울음을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노아는 동틀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다시 입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진정할 수 있었다.

 

 “딸이 죽었는데 왜 사라지지 않았지?”

 “네 딸이 네 행복을 빌었다. 그 아이는 이 세대에서 유일한 내 신도였다.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틀렸어. 당신은 그 기도를 들어줄 수 없어. 이제 꺼져라.”

 “두고 봐야 할 일이지.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지?”

 

 눈을 뜬 노아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땅을 바라보았다.

 

 “방해할 건가?”

 “도와줘야지.”

 “돕지도 방해하지도 마라. 백 번 싸우고 맞아 죽더라도 천 번 더 싸워서 반드시 그 두 놈들을 죽일 테니까.”

 “그러지.”

 

 노아는 마을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 같은 것은 묻지 않았다. 노아는 장이의 본능으로 노아가 사라진 방향을 찾아내 천천히 걸을 뿐이었다.

 

 아쉴예는 노아의 주위를 맴돌며 노아의 모든 것을 보았다. 눈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에 아쉴예는 한 눈에 노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노아를 파악하기 끝낸 아쉴예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틀렸군.’

 

 노아는 아쉴예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아쉴예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아를 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쉴예는 노아가 ‘아니’라는 사실이 후에 둘에게 끔찍한 결말이 닥치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끔찍해봐야 지금보다 끔찍할까?

 

 동이 터오르는 아침에 각자의 악의를 품은 세 사람중 마지막 하나가 세상에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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