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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종결] 범죄 은행 (이상 가면)
작가 : 셀폽티콘
작품등록일 : 2020.7.31

당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범죄를 저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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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혹은 또 다른 범죄로...

 
28. 5분간
작성일 : 20-09-09 13:14     조회 : 396     추천 : 3     분량 : 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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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는 그들 가까이 있는 듯했다.

  조 법관은 이미 집을 떠나 제 3의 장소에 있었고, 그의 똘마니였던 103호 남자는 봉우의 손에 제거된 상황이었다.

  이 지하의 비밀 기지에서 조 법관의 범죄행위를 증명할 만한 자료만 찾아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혹여 이곳에서 의외의 폭력을 맞이한다고 해도 그들을 엄호하고 있는 김 반장님과 빡쌤이 있었다.

  그들 역시 이곳으로 들어오는 암호를 알고 있었고, 경찰 병력도 1대대쯤은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터널과 같던 길을 50미터 쯤 들어오자, 꽤 넓은 주차장이 나타났다.

  김 검사는 그 곳에서 나중에 들어온 두 사람과 합류했다.

  하지만 이미 걸을 수 없을 만큼 상처를 입은 김 검사가 차를 떠나서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건 문제가 있었다.

 

  “이제 건물 안에서 증거만 찾으면 그만인 거니까. 무리할 필요 없어요.”

  물론 윤선과 동현이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말렸지만 김 검사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비상한 머리가 있어야…….”

  “나를 데이트 안 할 거예요?”

  윤선의 한 마디에 김 검사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차에 남아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건강을 회복해야죠. 나 없어도 두 사람 잘 할 수 있죠?”

  다시 봐도 어린애처럼 순수한 데가 있는 사람이라고 동현은 생각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간 건물의 내부는 몇 개의 구역들로 나뉘어 있었다.

  사이키 조명이 달린 커다란 홀. 온갖 술병들이 정돈된 바. 그리고 안쪽 복도로 이어진 공간엔 샤워실이 딸린 내실 따위가 보였다. 고급 룸싸롱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였다.

  그리고 모든 방에는 익숙하게 보아왔던 쇠목줄과 걸이가 보였다. 윤선의 목에 걸었던 것과 같은 것들이었다.

 

  주변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불을 켜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위협을 대비한 행동이었다. 그들은 행동은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어딘가에 분명 보안실이 있을 거예요.”

  이미 공개된 조 법관의 성접대 영상은 분명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 틀림없었다.

  조 법관은 윤선에게 자신의 성적 일탈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습관이었음을 드러냈었다.

  누군가 그의 일탈을 고의적으로 기록했었다면, 그 기록물은 드러난 하나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게 그들의 추정이었다.

  우연히 나타난 성접대 영상은 고작 하나였을 뿐이므로 증거로서 효력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관련 영상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동시에 범행 장소까지 낱낱이 드러난다면 조 법관이 더 이상 이 숨을 수 있는 세상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대로였다. 수많은 모니터들이 벽면을 감싸고 있는 방송실. 건물의 가장 안쪽을 기웃거리다가 그들의 그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그곳으로 들어갔고 각각 양쪽으로 흩어져 사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컴퓨터 본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모니터가 박힌 벽의 뒤쪽으로 돌아간다면?

  그 작은 문을 동현이 열었던 것은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안녕.”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비좁은 방의 한쪽에는 좌변기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좌변기 옆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가 동현을 보자 별안간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였다.

  벽면의 불을 딸깍 올린 건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아, 301호 묶여 있던 아이.

  그 아이가 그때의 모습 그대로 벽에 묶여 있었다.

  아이의 앞에 놓인 빈 밥그릇에 동현의 시선이 닿았다.

  윤선과 경찰들이 구출했던 그 아이가 왜 여기 다시 이런 곳에 묶여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다시 이런 곳에 있을 수가 있지?”

  동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경찰에서는 그런 애들을 아동보호센터로 넘기거든. 거기에 우리가 보호하겠다고 신청한 거지. 본래 그런 애들 받아주는 게 우리 일이니까.”

  동현의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동현은 목소리를 향해 돌아서다 말고 깜짝 놀랐다.

  분명히 봉우의 칼에 목 베임을 당했다던 남자. 301호의 베란다에 올라서서 복수를 이야기하면 뛰어내렸던, 그 남자였다. 어느새 그가 윤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목에 칼을 드리운 채 서 있었다.

 

  “왜 놀랐나?”

  동현보다 놀란 건 윤선이었다.

  동현은 봉우와 자신에게 이야기로만 들었지만 자신의 직접 눈앞에서 그의 죽음을 목격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 애기 데려가고 싶으면 목줄 끝에 있는 파란 버튼 누르면 돼. 쟤들은 자기 손으론 절대 안 눌러. 누르면 그게 지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충분히 알거든. 어차피 탈출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어, 어떻게 된 거지?”

 

  “누구? 엘사? 아니면 나?”

  엘사는 지금 변기 옆에 묶여 있는 여자아이를 부르는 명칭인 것 같았다. 동현이 턱으로 그를 가리켰다.

 

  “아아, 나? 우린 쌍둥이야. 어릴 때부터 성향도 비슷하고 해서 마음이 잘 맞았지. 하지만 뭐 이런 일을 하는 우리 모두는 본래 쌍둥이 같은 존재들이거든. 딱히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만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누구든 나와 비슷한 존재가 되는 것 아니겠어? 더구나 법을 주무르는 분들이 우리 뒤에 계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 하긴 그래도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은 좀 가슴 아팠다.”

  그가 자신의 어깨를 힐끔 들어 보였다. 윤선에게 다친 어깨인 모양이었다.

 

  “니들 눈썰미가 생각보다 꽝이었던 거겠지. 난 전날 저녁에 저년한테 어깨를 찢겼거든. 그런데 그 자식의 어깨는 어땠던 것 같아? 생생했거든. 내 복수를 해 주겠다고 어찌나 방정을 떨던지……. 만만한 년이 아니라고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그가 윤선을 끌고 끼우뚱끼우뚱 걷더니 왼쪽 가장 아래 있는 모니터를 힘껏 밀었다.

  그러자 그의 등 쪽으로 드리워 있던 벽면의 일부가 스스륵 열렸다. 작은 책꽂이처럼 진열된 금고였다.

  수많은 USB와 보조 하드들이 가지런해 채워져 있었다.

 

  “너희가 찾는 게 아마 이걸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찾는 게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죽게된다면 대개 억울해 하실 것 같아서……. 전에 박 사장도 여기에서 자료 하나를 삼키고 나갔지. 미련한 놈. 법원에서 이 집 아래 이런 비밀 시설이 있다고 어찌나 떠들어 대든지……. 하지만 현장 조사에서 놈은 이곳의 입구를 찾지 못했어. 이곳 주차장은 여러 곳으로 연결돼 있거든. 하나가 발각되면 그걸 막아버리는 거야. 당연히 다른 곳의 입구를 열지. 그걸 모르는 놈들은 온갖 잡소리를 해대거든.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그가 금고 속의 USB를 하나 꺼내서 동현에게 휙 던졌다. 얼떨결에 동현이 받았다.

 

  “조 법관은 절대 한 사람이 아니거든. 그들은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 하나지. 법관이면서 국회의원이고, 국회의원인가 싶으면 대기업의 회장님이기도 하지. 아마도 니들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분들. 그런 분들이 모두 섬기는 분이지. 그들은 완전한 팀이거든. 난 오랜 세월 그들을 섬겨왔지. 법은…… 그들의 생각과 입을 통해 실행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야.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냐 따위는 아무 상관없어. 검사? 변호사? 증거? 그딴 건 다 허상이야. 그들이 채택하지 않는 증거는 증거가 아니고, 그들이 허락하지 않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없거든. …… 나 말이야. 난 내가 생각해도 아주 나쁜 놈이거든. 사람들 꽤나 죽였을 걸. 하지만 지금까지 감옥? 그딴 게 뭔지 아직 구경도 못해 봤어. 반면에 그 박 사장은 어찌됐을까? 회사는 문 닫았지. 아내는 이혼에, 친구들은 다 떠나고, 지금은 정신과 약에 매달려 살고 있거든……. 조만가 스스로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어느 산속에서 목이 매게 되겠지. 이 자본주의에서의 삶이란 말이야. 그런 거거든.”

 

  “그걸 지금 자랑이하고 하는 거냐? 그런 못된 자들을 섬기고 있어서 자랑스럽다는 거냐?”

  분노한 동현이, 재갈이 물린 윤선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너나 나나 우린 모두 자랑스러울 수 없다는 거지. 이를 테면 내 뒤에 있는 고위층들이나, 너의 뒤에 있는 이상가면이나 모두 못된 놈들이야. 그래도 이분들은 사회 정의를 위해 좋은 일을 할 때가 많거든. 그런데 이상가면이라는 놈은 뭐야? 아예 대놓고 범죄를 팔겠다는 돌팔이 약장수잖아? 도대체 누가 누구더러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지?”

  “사회 지도층? 좋아. 그자들과 직접 만나서 단판 짓겠어. 넌 빠져. 넌・빠・져 주시지.”

  동현이 최대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약속된 구호를 외쳤다.

 

  사내가 픽 웃음을 웃어 보였다.

  갑자기 그가 윤선의 옷에 달린 단추에 대고 다시 말했다.

 

  “형사님들, 들으셨죠? ‘넌 빠져, 넌 빠져’이랍니다. 지금쯤 비상 출동하시렵니까?”

  그가 지속적으로 낄낄거렸다.

 

  아마도 통신이 두절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이들의 암호를 알 수 있었을까?

  아마도 분명 그들의 팀 중에 배신자가 있다는 의미라고 동현은 생각했다. 제발 그가 미리 생각했던 추리대로여야 한다고 그는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은 정말 똑똑하신 분들이지. 항상 몇 수 앞을 보시거든. 하지만 머리만 있는 게 아냐. 그 생각을 실현한 팔과 다리 역시 완벽하게 갖추었지. 가끔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거든.”

  그가 붙잡고 있던 윤선을 동현을 향해 휙 밀었다. 그 바람에 입에 물리고 있던 재갈을 윤선이 풀 수 있었다.

 

  윤선은 바로 싸울 태세였지만 상대가 바로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그녀를 겨누었다.

  “네 년 오른쪽 목을 좀 만져 봐. 뭔가 만져질 걸. 그건 우리가 심은 도청장치야. 영감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신 건 너희 같은 한두 마리 피라미 따위가 아니야. 고작 너희 따위를 죽이려 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복잡할 필요가 없었지. 우리 영감님이 진정으로 원하신 건, 가면을 쓰고 까부는 어릿광대야.”

 

  따앙

  사내가 한 쪽 벽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두 사람의 눈이 총알이 박힌 벽을 향했다.

  기자 회견장에 동현이 놓아두었던 이상가면이 벽에 걸려 있었고, 아래는 함께 놓아두었던 카메라가 보였다. 모두 경찰의 증거 보존실에 있어야할 것들이었다. 이상가면의 이마에서 얕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기 정말 좋지 않아? 여기선 대포를 쏴도 밖에선 안 들려. 전쟁이 일어나도 끄떡없지. 대통령이 사용하는 지하 벙커는 들어 보셨나? 같은 원리로 만든 곳이야. 대한민국 어디에서 쓸 수 없는 총이지만 여기선 상관없어. 깔끔하니까? 하지만 니들의 그 얄팍한 아지트는 어떨까?”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내가 말하고 있는 ‘얄팍한 아지트’는 아무래도 봉우의 지하실을 가리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들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이용 경로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놀랄 것 없어. 거기 그 열쇠 가게 아래를 가리키는 거니까. 설마 너희가 이 집을 벗어난 게 너희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거든. 잘 생각해 봐. 너희 앞에서 영감님이 차고를 통해야 이곳으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왜 하셨을까? 메모지로 대신해도 되는 지령을 왜 굳이 핸드폰으로 했을까? 그 양초는 또 어때? 너희가 베어버린 그 친구도 영감님의 허락이 없었으면 절대 너희가 할 수 없었던 일들이거든.”

 

  놈은 지금까지의 일들이 자신들의 계획 속에 있었다는 걸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는 자동차 안에서 동현이 윤선에게 했던 추리들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빡쌤이나 김 반장 등에게 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하려는 이야기는 뭐지?”

  “이제야 좀 대화가 될 모양이지?”

 

  “우릴 죽이려 했다면 진작 할 수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더러운 입으로 주저리주저리 쓸모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너희가, 아니, 너의 그 영감이란 작자가 바라는 게 뭐지?”

  동현의 질문이 맘에 들었는지 놈이 총구로 자신의 이마를 뻑뻑 긁어댔다.

 

  “우리가 여기서 이러는 건 정말 우스운 일이야. 우린 그냥 장기판의 말들일 뿐이잖아. 우리를 움직이고 있는 건 우리가 아냐. 나는 영감님을 위해, 그리고 너희는 이상가면을 위해…….”

 

  “우린 이상가면을 위해 이러는 게 아냐!”

  윤선이 외쳤다.

 

  “바로 그거야. 너희가 왜 이상가면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냐는 거지. 영감님이 원하시는 것도 그거야. 그 이상가면, 그놈을 잡아야 한다는 거지. 그걸 위해 잠시라도 좋으니 서로 손을 잡자는 거야. 정말 너희는 궁금하지 않나? 그 어릿광대가 어떤 인간인지 말이야.”

 

  “근데 참 이상한 게 있어. 아까 초저녁 무렵만 해도 너희는 윤선 씨를 이상 가면의 연인이라고 불렀었거든.”

  “…….”

  동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놈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내가 이상 가면이라고 생각했었단 뜻이거든.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왜 더 이상 내게 이상 가면인지를 추궁하지 않는 거지?”

  “그건…….”

  방의 문이 열린 건 그 순간이었다.

 

  “동현이라고 했나? 도무지 방심할 수 없는 인간이라더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윤 실장이었다.

 

  “너희들에 대한 자료나 대화는 모두 내 손 안에 있었거든. 그만 나가 봐.”

  윤 실장의 등장에 놀란 사내가 깍듯하게 고개를 수그렸다. 윤 실장이 이제부터의 일은 자신이 맡겠다는 듯 사내를 손가락 하나로 내보냈다.

 

  “너희가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려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래야 신뢰를 가지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겠어?”

  사내가 방을 나서자 윤 실장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위협의 강도도 높여보겠다는 계산이겠지.”

  동현이 윤 실장의 말을 받았다.

 

  “우리는 절대 너희같은 인간쓰레기들과는 손을 잡지 않아.”

  다시 윤선이 소리쳤다.

 

  “아냐. 꼭 그렇게만 생각할 건 아니야. 저런 자라면 우리가 상대하기엔 너무 벅차. 우리도 생각해 볼 가치는 있어.”

  윤선의 놀란 눈빛이 동현을 쳐다보았다. 동현의 표정은 골똘해져 있었다.

 

  “이제 좀 대화가 되는 건가?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아. 어린 아이처럼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 구분되리라는 생각 따윈 좀 버리라구. 우리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어. 너희가 원하는 선의 범위만 조금 줄인다면 그 선은 얼마든지 성취되게 도와 줄 수 있다는 거지.”

  윤선과 동현의 갈라진 틈을 파고 들 듯 사내가 말했다. 그의 말에는 분명 타당한 구석이 있었다.

 

  “좋아. 너희가 분명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 건 뭐지?”

  동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희 원하는 게 뭐냐를 말하는 게 더 좋을 걸.”

  “내가 원하는 건 모두 세 가지야. 첫째는 우리 모두의 안전이야. 그리고 둘째는 윤선 씨를 비롯한 수사팀이 당신들을 직접 겨냥하지만 않는다면, 그 조사권을 인정하라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은 저 아이야. 아이를 괴롭힌 놈들은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해. 동시에 저 아이를 내게 보내줘. 내가 기를 거야. 더 이상 고통 받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난 싫어. 저들은 또 다른 아이들을 찾아낼 거고. 또 다른 놈들을 내세워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 할 거야.”

  윤선이 동현에 반대했다.

 

  “그래서 수사권을 보장하라고 한 거야. 저들을 잡지는 않는 거야. 하지만 저들에게 아이를 제공하고 악행을 일삼는 놈들을 끊임없이 잡아들이는 거야. 놈들이 도저히 사람들을 모을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노력하면 돼.”

  윤 실장이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피식 웃음을 웃었다.

 

  “이상 가면이라는 악당을 잡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전제만 확실히 한다면 세 가지 의견은 모두 수용한다. 적어도 우리를 직접 겨냥하지만 않는다면 너희들의 수사권도 보호해 주지. 그것을 위해서 말이야. 적어도 지금 여기 있는 모든 건 여기 놓고 나와야 해. 너희가 이것들을 보았다는 기억까지도 모두 말이야. 지금부터 5분 주겠어. 저걸 하나라도 들고 나온다면 우리 계약은 여기서 깨진 걸로 간주된다. 물론 반대라면 너희와의 계약은 즉시 성립하는 거겠지. 두 사람 의견 잘 조율하는 게 좋을 거야. 특히 거기 아가씨 우리가 누구인지 한 번 천천히 생각해 보시라고…….”

  윤 실장이 돌아서고 있었다.

  그가 열어젖힌 문 밖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상당히 많은 수의 남자들이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작가의 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 어제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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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9-09 20:38
 
죽은 자의 쌍둥이.  국정원 윤 실장 위로 이어지는 영감님.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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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9-10 00:1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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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바다라 20-09-09 21:40
 
이 글에서 아이의 역할이 뭔지 궁금해지네요. 그들이 버리는  패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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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9-10 00:16
 
아이의 역할 -
일단,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애들이 일시적으로 보호기관에 보내지더라도 결국은 다시 폭력 가정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 정책적 한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둘째, 제 소설의 전체 이야기는 조 법관을 잡고 끝이 아닙니다. 제 스타일 상 소설 속에 무의미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이름이 제시되었다면요. 하다못해 기자 회견장에 잠깐 나타났던 남 기자도 2부에서 다시 쓰입니다. 이 아이... 다시 쓰입니다. 하지만 1편만 보신다면... 왜 이 장면에 이 아이가 다시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의구심을 가지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먼 뒷 이야기를 위해서 이 아이를 윤선과 연관시켜야 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읽으실 때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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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바다라 20-09-10 07:11
 
궁금해서 물었는데 죄송하다니요....그러면 물을 수가 없잖아요ㅎㅎ조법관 똘마니들이 저기까지 데리고 왔으면서  쉽게 내어준다고 해서 물은 겁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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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9-10 11:26
 
아, 쉽게 내준다가 아니고요...
이 장소는 소위 권력자들의 성접대 장소입니다.
성 접대에 이용되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길러지겠죠?
33번지도 그런 곳 중의 하나였고요. 그런데 33번지 여자는 죽었고, 남자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현재 이곳에 있으니까요. 여기 데려다 놓은 상태인데...
윤선 일행이 들어와서 만난 거죠.
그들의 생각에 이곳에 있는 것은 뭣 하나도 절대로 가져갈 수 없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안전하게 보관해 둔 것이다. 생각하시면 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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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별 20-09-10 00:22
 
암호로 사람을 죽일 만큼 치밀한 악당이라
집에 어떤 덫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아이를 이용하다니 정말 치졸하고 비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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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9-10 11:28
 
아이는...
설정 상, 고위급을 접대하기 위해 길러지는 성상품들입니다.
그렇게 이용되는 건 맞고요.
윤선 일행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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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습격 2 (4) 2020 / 8 / 18 412 2 6876   
12 12. 습격 1 (8) 2020 / 8 / 17 379 3 6256   
11 11. 엎어치기 (4) 2020 / 8 / 14 395 3 7754   
10 10. 공개 수배 (9) 2020 / 8 / 13 354 4 7267   
9 9. 죽은 아이, 산 아이 (4) 2020 / 8 / 12 361 4 5865   
8 8. 맥거핀과 살인 사건 (4) 2020 / 8 / 11 381 4 7408   
7 7. ∴nPn = n(n-1)(n-2)……(n-n+1) (4) 2020 / 8 / 10 354 4 6795   
6 6.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5) 2020 / 8 / 7 363 4 7214   
5 5. 33번지 (6) 2020 / 8 / 6 364 4 6138   
4 4. 체포 (6) 2020 / 8 / 5 371 4 5597   
3 3. 빅뱅 (4) 2020 / 8 / 4 361 3 7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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