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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이샤 - 사디스트 왕에게 복수하는 법
작가 : 재원이
작품등록일 : 2020.7.31

저주받은 왕녀를 대신해, 침략자 유목민의 볼모가 된 시녀 '아이샤'.
유목민의 군주이자 전쟁광인 '게세르'에게 청혼을 받는다.
게세르는 감시를 위해 근위대장 '무카'를 호위로 붙여놓는데, 아이샤는 사디스트인 왕보다 다정한 호위무사에게 더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한편, 친구인 아이샤를 구하기 위해 하렘을 뛰쳐나온 왕녀 '카야'는 저주받은 힘을 이용해 게세르를 박날낼 계획을 세우는데......!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하는 소녀.
그 소녀를 구하고자하는 왕녀의 고군분투기.

둘의 운명은?

#성장여주, #대형견남주, #순정판타지, #역하렘

seojw1111111@naver.com

 
23화 - 카라툰(7)
작성일 : 20-09-09 11:47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6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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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분이라도 발라야 알아보려나?”

 

 목을 한껏 가다듬고는 여인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는 자객.

 잊어가려던 때에 그에 대한 기억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남부의 영애랍시고 찾아와 감시병들을 도륙하고 사라졌던 암살자.

 

 “……메르겐……베키.”

 

 무카가 조심스레 되뇌자, 시키르는 눈을 치뜨며 날카롭게 웃었다.

 

 “호오.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

 

 이빨을 드러내며 칼날을 좌우로 빙빙 돌리는 시키르.

 두 무사를 앞에 두고도 자객은 태연하게 웃었다.

 

 “내 부하를 네 명 죽였으니까, 딱 네 번만 죽자.”

 “어머? 부하였어요? 저는 맥없이 당하길래 보초 서는 애완견인 줄 알았어요.”

 

 노골적인 도발에 시키르는 참지 않고 덤벼들었다.

 옆으로 쇄도해오는 칼날을 피해 메르겐은 등줄기를 유연하게 뒤로 젖혔다.

 칼끝이 그의 눈앞에 치닫더니 아슬아슬하게 앞머리만을 베어 넘겼다.

 메르겐은 뒤쪽으로 발돋움을 해 한 바퀴 재주넘기를 하여 시키르와의 거리를 벌렸다.

 돌진하는 황소를 코앞에서 따돌리듯 공격을 피한 메르겐은 여유로운 기색으로 비아냥댔다.

 

 “아저씨 굼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네요?”

 “그래, 하지만 저놈보단 아니지.”

 

 시키르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메르겐.

 그러는 사이 그의 오른쪽 뺨에 피가 튀었다.

 뒤쪽에서 들이닥친 곡도 날이 어깨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자객은 흠칫하며 곁눈질을 했다.

 가면의 남자, 무카가 피 묻은 곡도를 쥔 채로 등 뒤에 있었다.

 절름발이여서 굳이 나서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한 역습에 메르겐은 다급히 우는 화살의 촉을 꺼냈다.

 ‘피이이이잉’ 소리와 함께 부엉이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들었다.

 발목에 손날만 한 낫을 단 그것은 사냥을 하듯 하강해왔다.

 부엉이의 낫이 무카에게 닿기 직전, 시키르의 곡도가 이를 저지했다.

 

 “괜찮아, 무카?”

 

 무카는 곡도를 내려 들고는 조용히 끄덕였다.

 

 “아아, 죽이러 온 게 아니라고 했는데 두 분 모두 성질이 급하시네요.”

 

 메르겐은 두 무사를 나긋나긋하게 얼렀다.

 무카에게 덤비던 부엉이가 그의 왼 어깨에 앉았다.

 반대쪽 어깨에는 방금 전 무카의 일격 탓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넌 아니더라도 난 널 찢어발길 거거든?”

 

 시키르의 칼끝이 향해오자 메르겐은 파악 한숨을 쉬었다.

 

 “박력 있는 건 맘에 들지만, 말 안 통하는 남자는 딱 질색이에요.”

 “어차피 임자 있는 몸이어서 알 바 아니야.”

 

 구제 불능의 상대를 마주해 곤란한 듯 메르겐은 난색을 보였다.

 

 “저도 무의미한 살육을 즐길 만큼 변태는 아니에요. 딱 필요 없다 싶은 사람만 처리하죠.”

 

 죽은 사람 얼굴에 분칠을 하고, 예술작품 다루듯 시체를 손질하는 자가 하는 말이어서 신빙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두 무장님은 북부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실 거기 때문에 죽이면 저희 남부에서도 손해죠. 진짜 필요 없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아이샤……베키인가?”

 

 무카의 나직한 물음에 메르겐은 빙긋 웃었다.

 

 “그분도 손봐주는 맛이 있겠네요. 그 순진한 얼굴로 어떤 비명을 지를지 기대되거든요. 하지만 당장은 아니에요.”

 

 즐겁게 입맛을 다시면서도 가볍게 선을 그었다.

 오늘 못 먹은 건 내일 먹으면 된다는 듯한 가벼운 투였다.

 

 “전쟁을 일으키는데 걸리적거리는 상대랄까요? 그런 사람들은 살아있으면 곤란해요.”

 

 짚이는 바가 많은 한마디였다.

 카라가나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카라툰을 중심으로 한 동쪽 지역의 부족민들.

 그들을 일일이 지목하기에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었지만,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사람을 고르라 하면 선택지는 단 한 명으로 좁혀진다.

 

 “아민 샤먼인가.”

 

 너무나도 간단한 추리였기에 시키르는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즐거움을 머금은 메르겐의 입고리가 귀에 걸릴 듯 솟았다.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저는 어디까지나 전쟁에 방해되는 사람이라 했으니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샤먼께서 갑자기 적극적으로 찬성하실지.”

 

 반전파인 샤먼을 설득하란 말을 익살스럽게 에두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에는 저희 카간과 카톤께서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으셔서 말이죠. 기한을 정하면 어떨까 싶어요.”

 

 일방적으로 이어지는 대화에 시키르는 부아가 치밀었다.

 

 “지금 누구 마음대로……!”

 

 “……언제까지……인가?”

 

 무카가 중간에 끼어들어 시키르를 가로막았다.

 메르겐이 하는 말은 사실상 남부의 공식적인 뜻을 전하는 것이었기에 이 이상의 말다툼은 의미가 없었다.

 

 “한 3주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으신 거 아시죠?”

 “저게 끝까지……!”

 

 시키르가 다시금 곡도를 치켜들려 하는데, 부엉이가 위협하듯 날개를 펼쳤다.

 

 “이 모든 게 남동서부의 결집을 위해서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게세르 카간께서도 이정도는 헤아려 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형님. 이건 외교 문제입니다.’

 

 순간 게세르의 말이 떠올라 시키르는 주춤했다.

 그 사이 자객은 들바람처럼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분에 못이긴 시키르는 바드득 이를 갈며 곡도를 땅바닥에 꽂았다.

 

 ‘3주 뒤.’

 

 무카는 우두커니 서서 남부의 자객이 남기고 간 말을 되뇌었다.

 

 ***

 

 맘이 내려앉은 빈터에는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와 간간히 울어대는 까마귀의 지저귐만이 맴돌고 있었다.

 이불을 반쯤 덮은 채 아이샤는 타오르는 모닥불을 내려다보았다.

 불길 너머에는 사키그치가 아민의 무릎을 벤 채로 색색 옅은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이샤 베키가 모셨던 왕녀께서는 진정 루크족이었습니까?”

 

 가부좌를 튼 해 아들을 재우던 아민이 물었다.

 

 “사키그치와 같은 머리색과 눈동자색을 가졌어요.”

 

 아이샤도 확신은 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저 아는 것만을 말했다.

 사키그치를 토닥이며 사색에 잠긴 아민.

 이내 손길을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아마 그분은 서쪽으로 떠난 일족이실 겁니다.”

 “역시 맞는 건가요?”

 “본래 초원에는 루크족이 세운 제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붕괴되고 나선 일족 또한 갈라져 뿔뿔이 흩어졌죠. 지금은 누추하게나마 시르위족의 나라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샤먼께서는 카간국의 정신적 지주 아니신가요?”

 

 카간만큼이나 중요한 직책을 시르위가 아닌 다른 민족이 맡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시르위는 루크를 멸했지만, 텡그리에 대한 믿음만큼은 없애지 않았습니다. 대대로 루크족 내에서 샤먼을 선출해 이곳 소도의 관리를 맡겼죠.”

 

 연맹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초원세계의 신앙이었던 샤머니즘.

 시르위는 카간국들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인 통합 체계로써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유수프 재상이 말한 적이 있었다.

 아민은 사키그치의 적갈색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지금은 이 아이가 제 눈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장차 샤먼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이기도 하지요.”

 “샤먼께서는 어쩌다가 두 눈이…….”

 

 묻던 것을 중간에 끊었다.

 함부로 묻기에는 실례되는 질문이었기에.

 하지만 아민은 개의치 않았다.

 

 “방금 전에 말씀 드렸지요. 텡그리께서는 재능과 책임을 함께 내려주신다고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아민은 피로가 쌓인 듯 미약한 한숨을 흘렸다.

 

 “한 때 저에게도 사키그치처럼 진실과 거짓을 꿰뚫는 눈이 있었습니다. 이를 지표 삼아서 사람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었죠.”

 

 사키그치를 어루만지던 손길이 잦아들었다.

 불을 앞에 둔 아민의 얼굴이 연상에 젖어 들었다.

 

 “하지만 때로는 출중한 재능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일이벌어진 뒤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죠. 결국, 책임지지 못하는 눈은 없애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강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사람일수록 에둘러 구슬리는 것보다, 직접 진심을 전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었다.

 

 “……샤먼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민의 고개가 불길 너머로 향하자, 아이샤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저는 카톤이 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어요.”

 “…….”

 

 의식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계속 말해보라는 뜻인 듯 했다.

 

 “사실 대의 같은 건 없어요. 하미드의 왕녀님을 지키기 위해선 카간의 말을 들어야 하고, 카간은 지금 제가 카톤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만일 지금 하는 말이 설득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분명 수준 낮고 볼품없는 것이리라.

 

 “저로선 그의 뜻대로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아무 힘없는 볼모일 뿐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아이샤는 반쯤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고는 아민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무릎을 꿇었고 고개를 조아렸다.

 

 “부탁드려요. 제가 카톤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를 지키고 싶어요.”

 

 한껏 자세를 낮추었지만 비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묵혀왔던 불안감마저 전부 털어놓은 것만 같아 후련했다.

 여기까지가 아이샤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인 것이었다.

 

 “한가지 짚어드릴 게 있군요.”

 

 기나긴 간청 끝에 돌아온 대답.

 아민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아이샤 쪽으로 걸어왔다.

 

 “아이샤 베키께서는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명심하십시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탓에 슬쩍 고개를 들었다.

 

 “거듭 말하지만 텡그리는 재능과 더불어 책임도 딸려 보내주시죠. 역으로 말하면 큰 책임을 떠안은 사람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됩니다.”

 “말도 안 돼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고향에서도 그저 평범한 시녀일 뿐이었던 자신.

 더욱이 끌려온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민은 지팡이를 내려놓고는 아이샤의 두 뺨을 보듬듯 감쌌다.

 주름지고 푸석푸석한 손.

 하지만 무엇보다도 따뜻한 손길이었다.

 

 “아이샤 베키께서는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까마귀 떼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카톤이 되겠다고 제 앞에 나섰습니다.”

 

 뭘까?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고 있으면서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건……어쩌다가…….”

 “‘어쩌다가’가 아닙니다.”

 

 아민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태양은 태양이기에 떠오르고, 강은 강이기에 흐릅니다.”

 

 뜨지 못하는 눈을 가진 샤먼.

 하지만 그의 목소리, 온기는 아이샤에게로 스며들었다.

 

 “아이샤도 아이샤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서쪽 나라에서 온 볼모도, 카라가나의 귀족영애도 아닌 인간 아이샤를 앞에 두고 아민은 말하고 있었다.

 

 -투둑

 

 긴장이 지나치게 빠져버린 탓일까?

 굳건히 닫혀 있던 눈물샘마저 덩달아 풀려버렸다.

 눈가에 차올랐던 것이 방울지더니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저는……저는……게세르 카간이 너무 무서워요.”

 

 목구멍까지 울음이 차오르는 바람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꼴사나워 보일 새라 입을 막으니 그것의 반동으로 흐르던 눈물이 둑이 터지듯 불어났다.

 

 “하지만……거짓말이 들통 나서……왕녀님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건 더 두려워요. 절대로……그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예요.”

 

 올라오는 딸꾹질 탓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부들부들 어깨만을 들썩였다.

 아민은 우는 자식을 달래는 것 마냥 아이샤를 부둥켜안고는 등줄기를 토닥여주었다.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어리광을 부린 게 언제적일까?

 하렘에 시녀로 들어간 이후부터는 그럴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다.

  잠시 동안이었지만……어렸을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

 

 카라툰 부족 전사들은 노얀이었던 차간의 지휘에 따라 숲의 정문 앞에 집결했다.

 그들이 말뚝에 묶어놓은 말들은 밤을 지새우며 대기한 것에 답답했는지 연거푸 투레질을 했다.

 암살자의 습격이 거쳐 간 직후, 시키르는 곧장 천막촌으로 가 긴급 사태임을 알렸다.

 차간은 이에 부족 전사들의 절반을 이끌고 왔다.

 살해당한 근위병의 시신을 수습하고, 자객이 남기고 간 흔적과 무기들을 조사하니, 어느덧 동틀 무렵까지 이르렀다.

 

 “체르비 씩이나 돼서 살수하나 잡지 못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나였기의 망정이지, 노얀이었으면 아작났소.”

 

 차간의 으름장에 시키르는 적당히 넘겼다.

 무카를 놔두고 자기한테만 따지는 것을 보면, 맘에 안 들어서 갈구려는 의도가 다분했기에.

 끌끌 한심하다는 듯 흘겨보던 차간은 무카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샤먼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서 다행이오. 무카 체르비께서 쫓아주신 덕분이오.”

 “……이번에는……경고의 의미……같습니다.”

 

 나직하게 의견을 내는 무카.

 차간도 앞서 들은 내용을 떠올렸다.

 

 “유예기간을 3주 주겠다고 했다지? 건방진 놈!”

 

 차간은 치를 떨며 눈에 불을 켰다.

 

 “3주 동안 이곳 숲을 우리 전사들이 지키도록 하겠소! 무카 체르비께서도 근위 병단으로 지원을 해주실 수 있겠소?”

 

 차간의 결단 어린 질문에 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의 끝에 전열을 정비하려 하는데, 어두운 숲길 너머로 새벽공기처럼 낮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럴 필요 없네.”

 

 각이 잡혀있던 부족 전사들도 그 음성을 듣고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분주한 정문 앞으로 인기척이 가까워져 왔다.

 한번 발걸음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방울 소리도 그에 맞추어 함께 울렸다.

 이윽고 청동 방울을 허리춤에 단 아민이 사키그치의 손길에 이끌려 나타났다.

 샤먼이 몸소 모습을 드러내는 진풍경을 본 부족 전사들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아이샤는 아민을 뒤따르며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아이샤 베키의 카톤 서임을 지지하겠습니다.

 

 군중들을 이끄는 차간 노얀, 그리고 두 체르비가 보는 앞으로 나서며, 아민이 어젯밤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힘을 실어드릴 테니, 아이샤 베키께서도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를 따라서 함께 전쟁을 막는 겁니다.

 

 이민족이란 불리함을 제치고 샤먼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서쪽 나라의 왕녀.

 그 덕에 모든 군중이 아이샤를 주목했다.

 

 “……축하드립니다……성공하신 것.”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고 온 아이샤를 향해 무카는 왼 무릎을 땅에 대고 자세를 낮추었다.

 

 “고마워요, 무카.”

 

 줄곧 기다렸을 호위무사를 반기듯 아이샤는 허심탄회하게 미소 지었다.

 
작가의 말
 

 카라툰 에피소드도 이걸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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