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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2화. 끝이난 인연과 시작하는 인연 사이
작성일 : 20-09-06 22:11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8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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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은 서둘러 응급실로 걸어 들어간다.

 “혹시 여기... 정윤서 씨 있습니까? 응급실로 들어온 것 같은데....”

 바쁜 간호사는 정민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잠시만요. 아, 네. 이 줄 끝에서 두번째 베드입니다.”

 

 정민은 빠른 걸음으로 윤서의 베드 쪽으로 다가간다. 윤서가 베드에 누워있고 베드 옆에 간호사가 무언가를 적고 있다. 간호사가 정민과 눈이 마주친다.

 “정윤서 씨 보호자 되시나요?”

 

 잠시 머뭇거리던 정민이 대답한다.

 “네. 제가 보호자입니다.”

 “다행히 횡단보도여서 속도가 나진 않았는데 넘어지면서 가벼운 뇌진탕이랑 몸이 놀란 것 같아요. 혹시 몰라서 X-ray랑 CT 찍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설명해주실 거예요.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민은 윤서의 침대 옆에 앉는다. 잠든 윤서의 얼굴을 보니 문득 첫 만남이 생각난다. 낮고 중저음의 목소리. 동글동글한 얼굴과는 다른 추운 겨울 같은 느낌의 여자.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가 꼭 이 여자의 웃음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그 때, 키가 작고 깐깐하게 생긴 의사선생님이 윤서의 베드로 다가온다.

 “정윤서 환자 보호자 분이시죠?”

 “네. 어떤가요? 많이 안 좋은가요?”

 “일시적 쇼크입니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팔꿈치와 팔목부분에 골절이 있긴 한데 그 외에는 크게 문제없습니다.”

 “그럼....”

 “깨어나면 검사들을 좀 더 해보아야 할 것 같은데 골절 외에 크게 다른 이상은 없을 듯합니다. 3-4주정도 깁스는 해야 할 것 같고요.”

 

 정민이 잠든 윤서를 바라본다.

 “아. 그런데 왜 깨어나지 않는 거죠?”

 “곧 깨어날 겁니다. 깨어나면 간호사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입원은 며칠이나 해야 할까요?”

 “일단 이번 주는 입원해야하고 그 뒤로는 경과 지켜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민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잠시 멍하게 앉아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성훈에게 전화를 건다.

 “네. 대표님.”

 “정 작가님 골절 있어서 깁스하는 거 말고는 크게 문제는 없대.”

 “깁스요?”

 “응. 일단 오늘 미팅은 어렵겠다.”

 “알겠습니다. 대표님은요?”

 “보호자 오면 가야지.”

 “알겠습니다.”

 

 정민은 전화를 끊고 다시 잠든 윤서를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다.

 ‘그러게. 보호자한테 전화해줘야 할 것 같은데.’

 

 베드 옆에 놓인 탁자 위에 윤서의 휴대폰을 잡으려다 이내 윤서에게 시선을 돌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서가 눈을 떴다,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나 보여요?”

 

 윤서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 시끌시끌한 주변 소음과 소독약 냄새에 머리가 굉장히 아프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에 앉아있던 정민과 눈이 마주친다.

 “아.. 네. 대표님은 어떻게 여기?"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 났어요. 기억나요?”

 “아... 그런 것 같아요. 갑자기 차가 와서 박았어요. 대표님은 왜 여기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잠시 만요. 의사 선생님 모셔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정민을 보며 윤서는 문득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생각한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던 윤서는 다시 눈을 감는다.

 

 

 

 ***

 

 

 윤서가 다시 눈을 떴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천장과 아까와는 다르게 조용하다는 것을 깨달은 윤서는 그제야 오른쪽 팔에는 깁스가 감겨있다는 것을 알았고 병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옆에는 정민이 앉아 잠들어있다.

 “저기....저기요.”

 

 정민은 대답이 없다.

 “저기요.... 대표님...”

 

 순간 정민이 잠에서 깬다. 정민은 조금 잠긴 목소리로 눈을 비비며 윤서에게 묻는다.

 “깼어요? 괜찮아요?”

 “왜... 여기서 자고 계세요?”

 

 정민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핀다.

 “앉다 있다 보니 잠들었네요.”

 

 윤서는 온 몸이 욱신거리고 두통으로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러니까.... 왜 여기 앉아계세요?”

 “누가 전화 오면 알려주고 가려고 했는데....”

 휴대폰을 가리키며 정민이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 번을 안 울리네요.”

 

 윤서가 말없이 정민을 쳐다보자 정민은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머리가 좀 아프긴 한데 괜찮아요. 깁스는 왜 한 거예요?”

 “골절이래요. 3-4주는 해야 한다는데.”

 

 3-4주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더 아픈 것 같다. 정민이 안쓰럽다는 듯 묻는다.

 “많이 아파요?”

 “괜찮습니다. 이제 가셔도 되요.”

 “보호자가 와야 가죠.”

 

 보호자라... 윤서는 잠시 멍하니 정민을 본다.

 “보호자 없어요.”

 “보호자가 왜 없어요? 가족이나 친구, 애인 뭐 그런 거 없어요?”

 “없어요. 뭐 상관없어요. 가셔도 되요.”

 “며칠은 조심해야 한댔어요. 누구한테든 전화해요.”

 

 윤서는 살짝 짜증이 난다. 없다는데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인가. 머리가 너무 아프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셔도 되요.”

 

 정민은 순간 말을 하려다 삼킨다. 윤서를 잠시 쳐다보다 이내 체념한 듯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이 와중에도 윤서는 마치 대본을 읽듯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네. 가세요.”

 

 이런 윤서의 모습을 보며 정민은 속으로 그렇지. 당신이 그런 사람이지. 라고 생각하고 나가려는데 윤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그런데... 오늘 하려던 회의는 어떻게 하죠? 첫 미팅인데 이렇게 돼서 죄송합니다.”

 

 순간 정민은 필요이상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뭐 그런 걸 신경 써요. 괜찮아요. 일단 보내주신 자료로 저희 팀에서 검토하고 시작했습니다. 회복 되고 나면 다시 날짜 잡죠.”

 

 윤서가 조금 풀이죽은 목소리로 사과한다.

 “민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런 윤서를 보자 정민이 방금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한다.

 “사고잖아요. 누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나요. 걱정말고 쉬어요.”

 “감사합니다.”

 

 윤서의 병실 문을 닫고 나온 정민은 조금 넋이 나간 채로 차에 탄다. 핸들에 손을 올린채로 멍하니 앉아있는데 성훈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응.”

 “어디야?”

 “병원.”

 “아직?”

 “이제 막 나왔어.”

 “작가님은? 깨어났고?”

 “응. 깨어나는 거 보고 나왔어.”

 

 평소의 정민과는 다른, 필요이상으로 기운 없는 목소리에 성훈은 걱정이 된다.

 “그래도 다행이네. 근데 형,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아닌데. 괜찮아."

 “집에 와?”

 “가야지. 회의는?”

 “급한 거 아니잖아. 내일 얘기해. 일단 집에 와. 저녁은?”

 “아직.”

 “희주한테 뭐 좀 해두라고 할까?”

 

 정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한다.

 “아니야. 알아서 먹을게. 걱정 말어. 내가 애냐.”

 “목소리가 지쳤어.”

 “그냥. 생각이 좀 많아서. 걱정 마, 임마. 오늘 고생했다. 곧 들어갈게.”

 “응. 조심히 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정민은 앉아 있다가 문득 윤서가 다시 생각났다. 사실, 병실을 나온 순간부터 계속 윤서를 생각하고 있었다.

 “배 안고프려나.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텐데....”

 잠시 고민을 하던 정민은 이내 시동을 걸고 병원 주차장을 벗어난다.

 

 

 ***

 

 

 윤서는 혼자 병실에 누워있다. 오른쪽 팔이 욱신거리고 머리가 울리는 것 같다. 윤서의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하지만 팔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다.

 “하아. 이게 뭐냐.”

 

 윤서는 창밖을 바라본다. 1인실에 조용하고 야경이 보이는 병실이라니. 정민이 꽤나 신경을 썼나보다. 그러고보니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을 깜빡했다. 머리가 쿡쿡 쑤셔온다. 그러다 문득 정민이 한 말이 떠올랐다.

 “보호자라....”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왔다. 재하와 이별 한 순간부터 매일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10년의 연애. 두 번의 헤어짐. 두 번 다 윤서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별이었다. 가장 예뻤던 20대를 함께 보낸 남자였다. 그 때는 세상이 다 예뻐 보였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고 누가 보아도 윤서는 사랑받고 있는 여자였다. 주변 친구들도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다. 우리 사랑은 특별하다고 굳게 믿었다.

 

 

 ***

 

 

 윤서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있고 재하는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다. 재하가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윤서에게 묻는다.

 “무슨 일 있어? 오늘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응? 아닌데.”

 “무슨 일이야. 말해봐.”

 “좀 피곤해서 그래.”

 

 갑자기 재하가 노트북을 덮더니 윤서 쪽으로 몸을 돌리며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왜 그래. 말해봐.”

 “나 그냥 회사 그만 둘까.”

 “응? 갑자기?”

 “힘들어서. 요즘 부쩍 힘들어.”

 

 재하가 윤서와 더 가까이 눈을 마주치며 윤서의 손을 잡는다.

 “힘들 때 됐지 그럼.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하고 집에 와서 또 일하고.”

 “일도 일인데 사람이 힘들어. 이 부장 진짜. 미친놈인 것 같아.”

 “왜? 지난번처럼 또 지가 잘못해놓고 너한테 덮어씌워?”

 “응. 내가 지 뒤치닥거리까지 다하는데 지가 지 화를 못 이겨서 사람들 다 있는데서 나한테 이년 저년 하면서 욕하는데 진짜...”

 

 윤서가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한다. 재하가 한 손으로 윤서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나쁜 새끼네. 이렇게 예쁜 우리 윤서한테 왜 그러는 거야. 우리 애인이 얼마나 능력 있는데. 그따위 눈으로 부장까지 어떻게 됐냐.”

 “짜증나. 너무 싫어. 한 두 번이어야지.”

 

 재하가 윤서를 끌어당긴다.

 “이리 와봐.”

 “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야.”

 

 평소보다 훨씬 다정한 말투로 재하가 윤서를 가까이 끌어당긴다.

 “그러지 말고 일루 와봐.”

 “하지 마.”

 

 재하가 윤서를 끌어 당겨서 무릎에 앉히고 한 손으로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예쁜 윤서. 기운내자.”

 “뭐야. 어색해. 이러지 말어.”

 

 재하가 말없이 윤서를 꼬옥 안고는 등을 쓰다듬어 준다. 윤서가 재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묻는다.

 “나 회사 그만두면 네가 먹여 살릴 수 있어?”

 “당연하지. 그런 게 뭐 일이라고.”

 “진짜?”

 “아. 근데 너 많이 먹잖아. 쉽진 않겠는데.”

 

 윤서가 재하에게서 몸을 뗀다.

 “뭐야! 내가 얼마나 먹는다고!”

 

 재하가 크게 웃으면서 다시 윤서를 안아준다.

 “하하하하하하. 너 무지하게 먹잖아. 나 가끔 깜짝 놀라. 이 쬐끄만한 입에 계속 들어가.”

 “우쒸. 됐어. 걱정 마. 너한테 빌붙지 않을 거거든.”

 

 재하는 윤서의 볼에 뽀뽀하더니 다시 안아준다.

 “농담이야. 우리 윤서 먹여 살리는 게 뭐 어려운 거라고. 그만 두고 싶을 때 그만 둬.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러다 너랑 헤어지면 어떻게 해?”

 “뭐? 뭔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

 “혹시 모르잖아.”

 

 재하가 윤서의 이마에 본인의 이마를 콩 찧는다.

 “혹시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랑 절대 안 헤어질 거야?”

 

 재하가 윤서와 눈을 마주치며 묻는다.

 “너 나랑 헤어지고 살 수 있어?”

 “아니.”

 “그러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너는? 너는 살 수 있어?”

 “응. 난 살 수 있지.”

 

 윤서가 다시 언성을 높인다.

 “뭐라고? 살 수 있다고?”

 

 재하는 다시 윤서를 품에 안는다.

 “죽진 않겠지.”

 “난 죽을 건데.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살아. 왜 못 살아.”

 

 윤서는 재하에게 안긴 채로 재하의 귀 옆에서 소리를 지른다.

 “난 못산다니까! 난 너 없이는 절대 못 살아!”

 “밥 해줄 사람이 없어서 굶어 죽는 거겠지.”

 “하하하하하하. 맞아. 난 너 없으면 굶어 죽을 거 같아.”

 

 윤서를 더 꼭 끌어안은 재하는 윤서의 어깨의 자신의 얼굴을 묻는다.

 “너 안 굶겨. 내가 굶으면 굶었지 넌 안 굶길 거야.”

 “역시 우리 애인이다. 세상에서 제일 듬직해.”

 “나 같은 남자가 어디 있어. 그치?”

 “응.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재하가 윤서에게서 떨어져 마주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저녁 뭐먹을지 생각해 봐. 오늘 오빠가 사줄게.”

 “하하하하하하하하. 오빠가 다 사줘?”

 “우리 고생하는 윤서 맛있는 거라도 사 먹여야 기분이 풀리지.”

 

 윤서가 신이나서 몸을 들썩인다.

 “그럼..... 고기!!!”

 “그럴 줄 알았어. 그저 고기뿐이지.”

 “하하하하하하. 오늘은 돼지다! 삼겹살에 쏘주다!”

 “그래! 가자!”

 

 

 ***

 

 

 재하는 항상 그랬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가끔 윤서가 너무 기운이 없거나 힘이 들 때면 윤서보다 더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치고 더 많이 안아주고 다정했다. 그럴 때마다 윤서는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화가 났던 것들이, 속상했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졌다. 윤서에게 강재하는 그냥 남자친구가 아니였다. 어렸을 때부터 홀로 지내며 버텨야했던 윤서에게 강재하는 세상이었다. 그 세상 안에서 윤서는 너무 행복했고 사랑하고 사랑 받았다. 그래서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최선을 다한 연애였다.

 그런 세상이 무너진 후, 윤서는 한참을 방황했다.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이별 후에 겪는 절차를 윤서 역시 겪었다. 이별 후 한동안은 그리움에, 한동안은 배신감에, 또 한동안은 자책을 하며 보냈다.

 

 무엇보다 한동안 윤서는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참을 주저앉아서 울었다. 10년의 연애를 실패해서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본인을 이렇게까지 방치해둔 윤서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이 지경이 되도록 모른 척 해버린 윤서의 마음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마음을 치유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또 미안했다. 그 때, 윤서는 깨달았다. 이렇게 버려진 채로 있어봐야 강재하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돌아오더라도 예전처럼 다시 받아주는 일도 없다는 것을.

 

 결국 윤서는 부모님과의 추억부터 학창시절을 보낸 서울에서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떠나게 되었다. 나름 잘 견뎌낸 1년이었다. 분명 외로운 날이 많았지만 바쁘게, 열심히 살다보니 잊고 사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이렇게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잊고 있었던 외로움이 한꺼번에 다시 밀려왔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는데 세상 참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게 없구나 싶어서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나는데 팔이 아파서 눈물도 닦을 수가 없었다.

 “하아. 짜증나게 정말.”

 

 그때, 정민이 불쑥 말을 건다.

 “배고파서요?”

 

 윤서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정민이 병실 문을 열고 서있었다.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정민은 순간 놀랐지만 이내 아닌 척 했다. 윤서는 당황했다.

 “가신 거 아니었어요?”

 “가려고 했는데. 배가 고프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작가님도 아무것도 안 드신 것 같아서.”

 “그래서요?”

 

 정민은 손에 든 종이봉투를 흔든다.

 “초밥 드세요?”

 “네?”

 “초밥 사왔는데. 드실래요?”

 “아...”

 

 초밥이라는 말에 윤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정민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드시겠다는 거죠?”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윤서는 대답을 얼버무린다.

 “저는 괜찮은데....”

 “어차피 사온 건데 같이 드시죠.”

 “이렇게까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요.”

 

 정민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일부러 작가님 생각해서 사왔는데 안 먹으면 그게 진짜 민폐에요. 알죠?”

 

 윤서가 정민의 손에 들린 초밥과 정민을 번갈아보며 말을 잇지 못한다.

 “아...”

 “못이기는 척 그냥 먹어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정민이 테이블 위에 초밥을 세팅한다. 함께 세팅을 하려다 오른팔의 깁스를 보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민이 윤서 쪽으로 젓가락을 놔준다. 그러다 정민 역시 윤서의 팔에 깁스를 바라본다.

 “아.... 제가 이걸 생각을 못했네요.”

 “괜찮아요. 왼손으로 먹을게요.”

 

 윤서가 왼손으로 먹으려 하는데 왼팔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깁스할 정도가 아니어서 그렇지 왼팔도 아직은 아플 텐데.”

 “그러게요. 아프네요.”

 

 정민이 잠시 윤서를 보더니 젓가락으로 초밥을 하나 집어서 윤서의 입 앞으로 가져다 준다.

 “아 ~ 해요.”

 

 윤서가 화들짝 놀란다.

 “네?”

 “혼자서는 못 먹잖아요. 아 ~해요.”

 

 윤서는 정색하며 몸을 뒤로 젖힌다.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정민은 윤서의 입 앞으로 초밥을 더 가까이 가져가며 단호하게 말한다.

 “얼른요.”

 

 윤서가 망설이다 작게 입을 벌린다. 그러자 정민이 더 큰소리로 말한다.

 “더 크게!”

 

 윤서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더 크게 벌린다. 정민이 윤서에게 초밥을 먹여준다. 왠지 모르지만 정민은 자꾸 웃음이 난다. 애써 웃지 않으려고 하지만 계속 웃음이 난다. 그런 정민을 본 윤서가 입안에 초밥을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정민에게 묻는다.

 “왜 웃으세요?”

 

 순간 정민이 다시 정색한다.

 “제가요?”

 “네.”

 “아닌데요.”

 “웃으셨는데요.”

 “기분 탓이에요.”

 

 윤서가 정민을 째려본다.

 “지금 저 째려봤죠?”

 “아닌데요.”

 “내가 봤는데. 나랑 눈 마주쳤는데.”

 “기분 탓이에요.”

 

 초밥이 입에 든 채로 우물거리며 말하는 윤서가 정민은 그저 재미있다. 정민이 다시 초밥 하나를 집어서 윤서의 입 앞에 가져간다.

 “아 ~해요.”

 윤서는 체념한 듯 한숨을 쉬더니 입을 벌린다.

 

 정민이 젓가락으로 초밥을 가리키며 윤서에게 묻는다.

 “먹고 싶은 초밥 골라 봐요.”

 “상관없어요. 아무거나 주세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뭐가요?”

 “혹시 초밥 못 먹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그래서....

 “그래서요?”

 

 갑자기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 밖으로 나간다. 잠시 후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들어온다.

 “이것저것 사와 봤어요.”

 “네? 이걸 다요?”

 

 정민이 유부초밥, 샌드위치, 김밥, 떡볶이, 죽을 꺼낸다.

 “헐. 이걸 다 사 오신 거예요?”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문자 보냈었는데 생각해보니 팔이 아파서 답장을 못할 것 같더라고요.”

 “아... 아까 그 문자가 대표님이셨구나.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어쩔 줄 몰라하는 윤서의 표정을 읽은 정민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부담 갖지 마요. 그냥 제 성격이에요.”

 

 윤서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특이하시네요.”

 “저랑 일하시려면 익숙해지셔야죠.”

 “그렇네요.”

 “뭐 좋아해요?”

 “딱히 가리는 건 없어요. 그런데 다 먹진 못할 것 같은데...”

 “남으면 집에 가서 애들 주면 되요.”

 

 윤서가 순간 놀란다.

 “애들이요? 자녀가 있으세요?”

 
작가의 말
 

 이별후유증.

 잔인하지만 꼭 거쳐가야하는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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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남겨진 마음. 2020 / 9 / 30 265 0 6576   
17 17화. 피할 수 없는 사람. 2020 / 9 / 30 267 0 6700   
16 16화. 위로받는 마음. 고백하는 마음. 2020 / 9 / 30 269 0 9213   
15 15화. 부탁하지 마세요. 2020 / 9 / 30 272 0 10409   
14 14화.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 2020 / 9 / 30 267 0 8606   
13 13화. 예상하지 못한 만남. 2020 / 9 / 29 257 0 8552   
12 12화. 익숙해지지않는. 2020 / 9 / 29 267 0 8752   
11 11화. 후유증. 2020 / 9 / 24 246 0 6088   
10 10화. 숨길 수 없는 마음. 2020 / 9 / 24 267 0 6756   
9 9화. 가장 슬픈 생일. 2020 / 9 / 24 279 0 8124   
8 8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2020 / 9 / 24 269 0 12144   
7 7화. 새로운 룸메이트. 2020 / 9 / 11 280 0 8899   
6 6화. 조금씩 익숙해지는. 2020 / 9 / 11 278 0 7013   
5 5화. 일상이 되어가는 사이. 2020 / 9 / 9 270 0 7560   
4 4화. 눈치 2020 / 9 / 9 269 0 6015   
3 3화. 특이한 남자 2020 / 9 / 7 277 0 7738   
2 2화. 끝이난 인연과 시작하는 인연 사이 2020 / 9 / 6 278 0 8680   
1 1화. 이상한 여자 2020 / 9 / 6 460 0 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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