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21화 천 년의 대회 (3)
작성일 : 20-09-06 20:15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500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회를 시작하라! 대회를 시작해!"

 "왕님! 제발 정신 차리십쇼!"

  이젠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는 미친 왕.

  그 뒤를 힘겹게 따르는 신하들.

  벌써 이게 몇 바퀴 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계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왕 때문에 여러 골머리가 썩었지만, 그들은 왕이 그들에게 선사해주었던 은혜를 잊지 않았기에, 그를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는 비교적 멀쩡했다.

  여전히 그 때도 대회를 시작해야한다고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통제가 되는 수준.

  하지만 점심을 넘어서면서부터 점차 그 중얼거림이 커지더니, 오후에 들어선 거의 날뛰는 수준으로 뒤바뀌었다.

 "지금 몇 시야? 몇 시쯤 되었어?"

 "이제 막 7시를 지나간다!"

 "좋아, 조금만 더 힘내!"

  7시 10분.

  그 시간이 되면, 왕은 기계처럼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한동안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왕궁으로 걸어들어갔다.

  왜 그 시간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으나, 그렇게 들어간 왕은 다음 날 새벽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하루를 마감했다.

  물론, 아침이 되면, 똑같은 시간에 벌떡 일어나 중얼거림이 시작되긴 하지만.

  뚜욱.

  무언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멈추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를 들은 왕을 따르는 모든 신하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멈춰섰다.

 "돌아간다. 왕궁으로. 돌아간다. 왕궁으로. 돌아가서 잔다. 그래야 대회를 시작해. 시작할 수 있어. 대회를 진행해. 진행할 수 있어."

  왕이 허공에다가 시선을 둔 채, 그 자리에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후우..! 중얼거림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시작됐군!"

 "자자, 최소인원 세 명만 남기고 다들 업무 마무리하러가자!"

 "고생했다!"

  신하들은 그제야 한숨돌리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들이 하는 업무 마무리는, 왕이 벌려놓은 것들을 치우는 일.

  왕을 왕궁으로 보필하는 세 명이 제일 아무것도 안하는 좋은 자리였으나, 다시 왕이 날뛰기라도 하면 그 세 명으로 충분하게 제압을 해야해서 제일 위태로운 자리이기도 했다.

  수백 명이 그를 따라다녀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왕을 고작 세 명이서 제압해야 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왕 홀로 돌아가서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고, 그렇다고 많은 인원을 붙이기에는 왕이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는 신하들의 수가 너무 적어졌다.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 이제는 다들 군말없이 각자 할 일을 시작했다.

  신하 세 명의 보필을 받아, 왕궁으로 도착한 왕.

  그는 여전히 중얼거리며, 신하들의 손짓을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갔고, 신하들은 고개를 바짝 숙였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쇼!"

  그 말과 함께 왕궁으로 출입하는 문을 닫고, 그 주변을 걸쇠로 강하게 걸어잠궜다.

  왕이 마음만 먹으면 다 부숴버릴 수 있는 수준의 걸쇠였으나, 미쳐버린 왕으로서는 절대 부술 수 없는 걸쇠이기도 했으니.

  그 모든 것을 마무리한 신하들 셋의 이마에는 뿌듯함이라는 땀방울이 가득 맺혀있었다.

 "이제야 퇴근할 수 있겠어."

 "다들 고생했네 진짜."

 "휴우.. 오늘도 별 일없이 지나가서 참 다행이야."

  원래 신하들에겐 퇴근이란 개념은 없었다.

  현왕이 만들어낸 최고의 법.

  괜히 신하들이 안간힘을 써가며 그를 보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왕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그를 따르는 충실한 신하들.

  그런 마음을 왕이 알기나 할까 싶었지만, 괜찮았다.

  이미 자신들은 받은 것이 많았으니까.

  앞으로 평생을 왕에게 봉사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으니, 상관없었다.

  그저 평생토록 만수무강하기를 바랄뿐이었다.

  그렇게 왕을 보필했던 세 명의 신하들마저 물러가고, 다른 신하들도 왕이 어지럽힌 것들을 얼추 정리 했는지, 하나 둘 왕궁에서 다들 멀어져갔다.

  모든 이들이 완벽하게 멀어지고 홀로 이곳에 남은 미친 왕.

  그는 멍하니 침대 바로 앞에 서있었다.

 "대회를 시작해야해..대회를....."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휙휙 둘러본다.

  그리고는 가볍게 하얀 기력을 뿜어내더니, 사방으로 펼쳐냈다.

  겹겹이. 틈새따위는 없게 아주 세밀하게.

  그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왕의 눈에서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하며, 원래의 총명한 시선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침대에 엎어졌다.

 "아휴..언제까지 이짓을 해야하나.."

  정신을 놓은 것처럼 미쳤던 왕은 지금 이 순간 사라졌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왕은 없었다.

  지금의 왕은, 그 미쳐버리는 과정을 피해갔으니까.

 "그래도..다들 속아넘어가니까 다행이기는 하네. 덕분에,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도 하고."

  시은이네에게도 말했던 것.

  왕의 목적.

 '우선 미치지 않는 것. 그것에 제일 큰 전제조건이었어.'

  왕으로 즉위한 후, 천 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부터 왕들은 하나 둘 미쳐갔다.

  어떻게든 천 년의 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눈이 완전 혈안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하고, 대회가 시작하면, 그 미친 상태로 대회를 진행하게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그의 모습은 왕궁에서만 나타나며, 대회를 진행하며 백성들 앞에 나서야할 땐, 언제 그랬냐는듯 멀쩡한 상태로 되돌아간다.

  물론, 정신은 이미 대회로 잠식된 상태지만 말이다.

  지금의 왕은 해야 될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렇게 미쳐선 안됐다.

  그래서 수를 하나 썼다.

 '..대회 앞당기기.'

  그 누구도 왕이 된 이후, 대회를 앞당기지 않았다.

  엄청난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왕이 찾아봤을 때는 그런 기록이 없었다.

  그럴만했다.

  왕이 되어 느끼는 전능감과,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천 년이란 기간동안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들을 짧은 시간내에 놓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애초에 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왕은 무척이나 특이한 케이스.

  애초에 민주적인 왕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으니까.

  뭐, 그렇다고 권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아래에 속한 장관들이나 부관들이 아무런 말도 못했지만.

 '어쨌든 정신을 지켜냈다.'

  도박수나 다름없는 방법이었으나, 다행히도 좋은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이미 해야 될 일은 다 해두었다.

  천계의 모든 이들에게 미친것처럼 인식시키는 것. 김시은을 만나서 같은 편을 먹는 것.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어이쿠."

  왕이 갑작스레 침대에서 일어났다.

 "수련을 빼먹을 뻔 했군.. 아까 시은이를 만나서 깜빡하고 있었구만."

  오전과 오후가 넘어가기 직전의 시간 때에는, 가벼운 미친척 연기를 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분신을 보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시간 때에 필요한 일을 진행시키고 수련도 겸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시은이네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으으.. 연기하는 것도 꽤나 힘들구만."

  몸이 조금 찌뿌등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는 참을만했다.

  왕은 곧바로 일어나, 이미 틈없이 겹겹이 쌓아둔 하얀 기력에 더욱더 촘촘하게 몇 겹의 방어막을 더 쌓아두었다.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세밀하고도 조용하게.

  방비를 마친 왕이, 오늘 분량의 수련을 곧바로 시작했다.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보이지 않는 적을 부숴낸다.

  이미지 트레이닝 실전편.

  머릿속으로 가상의 전투를 떠올리며, 직접 몸으로 움직인다.

  자신의 몸과 생각이 완전히 일치할 때까지 한 동작을 반복하고, 그 동작이 완성이 되면, 바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그것의 반복으로, 두 차례 이상의 전투를 마무리하는 것.

  왕으로 즉위하기 전부터 끊임없이 해오던 왕만의 수련법이었다.

 '고리온 드가 시은이를 불러올 수 있다면, 상황은 크게 역전된다.'

  전혀 생각치 못한 아군이 생긴다면야, 무조건 반가운 법이다.

  그리고 지금 기다려지는 아군은, 그냥 아군이 아닌, 왕의 시대에서 거의 최고로 손꼽히던 인물.

 '지금이면, 널 꺾을 수 있겠지.'

  왕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상의 적.

  그건 바로 시은이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재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왕.

  그도 진그와 같은 이유로 말을 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좋아.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널 꺾는다.'

  과거의 김시은의 무위를 떠올리며,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재현해낸 난공불락의 적.

  머릿속의 이미지로 만들어낸 적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후우.. 시작도 전에 이러다니..'

  파앙!

  가볍게 두 주먹을 부딪치며, 두려움을 이겨내본다.

 '간다. 김시은!'

  앞으로 더욱더 성장하기 위한, 왕의 부단한 노력이, 오늘도 계속되었다.

 

 

  한편, 고리온 드의 작업실이자 집.

  그는 김시은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거만 제대로 들어가면 끝이다."

  준비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완성을 바라보고 있는 고리온 드.

  세월을 헛산 것이 아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또옥.

  마지막 붉은 한 방울이 정확히 바닥에 그려진 하얀 기력진에 스며 들어갔다.

  이곳에 넘어온 시은이의 피를 담아낸 핏방울.

  그가 정말로 김시은이의 힘을 이어받고 있었고, 그녀의 힘이 조금이라도 옮겨졌기에 그런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왕조차 해석할 수 없는 기력진의 정수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그그그그극.

  천천히 반응을 하기 시작한 하얀 기력진.

  점차 연붉은빛으로 물들어가며 환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좋아, 일단 성공이다!'

  김시은이라는 개체에 접속은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세계를 가르는 그 지점에서 그녀를 불러오기만 하면 됐다.

  손을 허공에 여러 번 휘저으니, 그 손끝의 움직임을 따라 하얀 기력이 넘실넘실 춤을 추었다.

  그러다 한 순간 경직되듯 멈춰서더니, 그대로 기력진을 향해 강하게 쏟아져 내렸다.

  쿠구구구구구궁!

  땅 전체가 울리며, 그의 작업실이 거세게 뒤흔들렸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이 정도의 진동 정도는 막아낼 수 있게 만들어진 집이니까.

  화아아악!

  진동이 일순 멈추며, 기력진 위에 거센 빛이 환하게 비춰졌다.

  그리고 몇 초 뒤, 빛이 사라지며, 붉게 물들었던 기력진이 다시 하얀색으로 되돌아왔다.

 "..없다고!?"

  없었다. 아무것도.

  그곳엔 고리온 드의 아연실색한 표정만이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공지가 많아지면 안되는데.. 2020 / 5 / 12 861 0 -
공지 잠시 2주일만 정비하고 오겠습니다 ㅠ… 2020 / 3 / 8 906 0 -
공지 일주일간의 준비 기간을 더 가지고 돌… 2020 / 1 / 11 943 0 -
144 후기 2020 / 11 / 1 351 0 2398   
143 143화 오리진 (完) 2020 / 11 / 1 333 0 9228   
142 142화 천 년의 대회 (24) 2020 / 10 / 26 320 0 5550   
141 141화 천 년의 대회 (23) 2020 / 10 / 23 315 0 4954   
140 140화 천 년의 대회 (22) 2020 / 10 / 22 314 0 5761   
139 139화 천 년의 대회 (21) 2020 / 10 / 18 326 0 4036   
138 138화 천 년의 대회 (20) 2020 / 10 / 17 311 0 5543   
137 137화 천 년의 대회 (19) 2020 / 10 / 16 298 0 5356   
136 136화 천 년의 대회 (18) 2020 / 10 / 11 322 0 4705   
135 135화 천 년의 대회 (17) 2020 / 10 / 11 313 0 5576   
134 134화 천 년의 대회 (16) 2020 / 10 / 9 292 0 5275   
133 133화 천 년의 대회 (15) 2020 / 10 / 4 335 0 6236   
132 132화 천 년의 대회 (14) 2020 / 10 / 4 311 0 5205   
131 131화 천 년의 대회 (13) 2020 / 10 / 3 327 0 4925   
130 130화 천 년의 대회 (12) 2020 / 9 / 28 313 0 6501   
129 129화 천 년의 대회 (11) 2020 / 9 / 26 305 0 5255   
128 128화 천 년의 대회 (10) 2020 / 9 / 25 314 0 4731   
127 127화 천 년의 대회 (9) 2020 / 9 / 20 317 0 6194   
126 126화 천 년의 대회 (8) 2020 / 9 / 19 299 0 4745   
125 125화 천 년의 대회 (7) 2020 / 9 / 18 318 0 5394   
124 124화 천 년의 대회 (6) 2020 / 9 / 13 326 0 5184   
123 123화 천 년의 대회 (5) 2020 / 9 / 12 299 0 4430   
122 122화 천 년의 대회 (4) 2020 / 9 / 12 304 0 5148   
121 121화 천 년의 대회 (3) 2020 / 9 / 6 318 0 5003   
120 120화 천 년의 대회 (2) 2020 / 9 / 6 290 0 4750   
119 119화 천 년의 대회 (1) 2020 / 9 / 6 311 0 6386   
118 118화 왕과 함께 (3) 2020 / 8 / 30 310 0 4127   
117 117화 왕과 함께 (2) 2020 / 8 / 30 314 0 4839   
116 116화 왕과 함께 (1) 2020 / 8 / 29 306 0 4686   
115 115화 참가자들 (11) 2020 / 8 / 23 301 0 6751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