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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Ⅲ 첫 번째 의심
작성일 : 20-08-31 18:03     조회 : 336     추천 : 2     분량 : 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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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Ⅲ

  성인병으로 일찍 양친을 여의고 가까운 가족 친지도 몸담을 곳도 없이 표류하던 나는 이십 대 초반이라는 나이부터 쾨쾨한 단칸방에 홀로 침잠하고 있다. 서울 최후의 달동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빌어먹을 동네는 실패와 몰락에 내몰려 하나둘 모인 패배자들이 미처 꺼지지 않은 생을 붙잡고 스러져갈 뿐인 인간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다. 폭삭 내려앉은 슬레이트 지붕 언저리를 지나치면 허옇고 푸르딩딩한 벌레때가 들끓는 쓰레기더미가 언제부터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 채 구역질 나는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쓰레기더미를 지나치면 언제나처럼 간밤에 술 취한 영감탱이가 그려놓은 토사물이 진득하게 번져있는 좁달막한 골목길이 나타난다. 까치발로 간신히 오물을 피해 한참을 걸어 빠져나오면 무덤가의 악취와 불결함을 풍기는 자그마한 단칸방이 눈에 들어온다. 흙먼지 진득하니 눌러앉은 회색빛 현관은 사람이 드나든 흔적 따위 없다. 녹슨 경첩에 애처롭게 매달려있는 낡은 쇠문을 힘주어 열어내면 사람 몸 하나 뉠 공간을 제외하고 빼곡하게 일회용품 쓰레기에 점령당한 방 한 칸이 나를 맞이한다. 방 한편에는 손때묻고 음식 얼룩이 눌어붙어 원래 색을 가늠하기 힘든 싸구려 책상이 자리하고 있다. 책상 위에 오롯이 놓여있는 허옇게 먼지 쌓인 고물 컴퓨터에서 나는 털털거리는 소리만이 이 집에 개미와 바퀴벌레, 곰팡이 말고도 생명체가 산다는 유일한 흔적이다.

 

  내가 죽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널리고 널린 죽음 방법 중에서 아사 만큼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양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돌아와 부모가 남겨준 새끝만한 유산을 축내며, 닳디 닳은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게임으로 기어이 버리지 못하고 남아있는 하루를 마저 낭비하는 게 나의 일상이다. 가끔 충충하게 고여 썩어갈 뿐인 내 인생에 부아가 치밀어오를 때면 남들이 조잘거리며 올려놓은 시시콜콜한 SNS를 훔쳐보며 들리지도 않을 혼잣말로 악담을 퍼붓는다. 그 와중에 직접 욕설 댓글을 달 배짱도 없는 스스로를 향해 쓸모없는 돼지 새끼 심보 하나마저 참 가관이라 자조한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눈에 비치는 볼품없이 비대하고 여기저기 흉하게 축축 늘어진 몸뚱이, 여드름투성이 짐승 거죽으로 뒤덮인 잔뜩 찌그러진 면상, 덜룩덜룩 허옇게 머리털 빠진 성인병 말기가 찾아온 남자와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마지막 한 줌의 자존심으로 이렇게 볼품없이 썩어가는 건 내 잘못이 아닌 빌어먹을 사회 때문이라 자위하는 애처로운 나날이 영겁과도 같은 시간 동안 반복되어왔다.

 

  나만의 자그마한 영지에서 탈출해 바깥세상에 내동댕이쳐질 때마다 보도블록 하나하나마다 날카로운 공포가 맴돌고 있고 끝모르게 깊이 파인 하수구 속에 사악한 어둠이 잠들어 나를 노리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만다. 눈앞에 쏘다니는 인파가 언제나 나에게 지독한 악의를 품고 있으며, 선의로 포장된 껍데기 속 내재한 포악함과 광기를 약간의 빈틈만 보여도 나에게 표출하고 말 것이라는 편집증에 시달리길 수년, 알고 지내던 모든 이들과의 연락을 끊고 냄새나는 골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었다. 하기사 골목 구석마다 미치광이 살인마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고, 식사라도 하면 손을 달달 떨어대며 독이 있다고 확신에 차 집에서 직접 가져온 젓가락을 꺼내 조심스레 온갖 음식물을 물에 담가 씻어 먹고, 심지어는 만남의 당사자조차 자기를 죽이러 온 거 아니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미치광이와 가깝게 지내줄 만큼 아량이 넓은 사람 따위 없을 테니 말이다. 허나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모든 인간을 멀리하고 골방에 처박혀 있게 된 것에 지독한 안도감을 느낀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 원초적인 광기와 폭력성이 깃들어 언제든지 나를 찢어버릴 거라는 망상은 반쯤 사실이니 말이다.

  찌끄레기나 다름없는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생산적인 활동 하나를 꼽자면, 달동네를 내려오면 보이는 외곽순환도로로 이어진 주유소 사거리 어귀에 널찍하니 자리 잡은 치킨집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이다. 자글자글한 이맛살에 반쯤 회색빛에 감싸인 텁수룩한 머리카락이 후덕하게 자라난 사장이 운영하는 치킨집은 유명 프랜차이즈는 아니었으나, 이 조막만하고 냄새나는 것 빼고는 장점이라곤 단 하나도 없는 몰락한 동네에서 눈부신 호황을 이루는 유일한 가게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뜯어 보아도 볼품없게 생겼다고 확신에 찰 만큼 더럽고 쓸모없게 생긴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고, 어린 시절부터 치킨을 좋아해 온 자네를 환영한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호들갑 떨며 반가워 해 주고는 단박에 치킨 튀기는 아르바이트에 뽑아준 사장. 그러고는 날마다 팔고 남은 치킨은 얼마든지 챙겨가도 좋다 허락해 주면서 심지어는 월급도 제법 섭섭지 않게 챙겨주는 사장을 내색하지 않아도 퍽 기껍게 여기고 있었다. 나름대로 주민들에게 평판도 좋고 정치계에 묘한 인맥도 있는 사장은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사다. 간혹가다 손님이 한입 가득 게걸스레 치킨을 물어뜯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띨 때 남몰래 은근히 내비치는 음험한 비웃음만 제외한다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양반이다.

  묵묵히 주방에서 기름 냄새 파묻힌 시간을 보내다가 유유히 남은 치킨 한 봉지 손에 들고는, 깊은 한숨이 상접한 골방에 틀어박혀 식어 빠진 살덩이를 냄새 맡고 붕붕 날아드는 굶주린 파리 때와 한입씩 나눠 먹는 삶에 지독히 만족했기에, 음습한 사장의 눈빛이나 은근하게 사람 온몸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입맛을 다시는 행위 따위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신경 써 봤자 해결될 일도 아니고, 가끔 주위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사장의 눈빛이 이상하다 따위의 험담을 꺼내봤자, 돌아오는 반응은 벌레 보는 표정과 함께 날아오는 미친 소리 그만하고 치킨이나 튀기시라는 핀잔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이 정도로 칙칙하고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이면 적당히 모든 게 만족스럽다. 진실로 나에게, 사장에게 감사하는 평온한 나날이었다. 그날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유난히도 손님이 뜸한 날이었다. 사뭇 심심하기도 했고, 어스름한 냉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적막한 가게 분위기가 몸서리치도록 소름이 돋았기에, 치킨이라도 튀기지 않고 멍하니 있으니 불길한 제주도에서의 환영이 떠오를 것 같아 뭐라도 하면서 주의를 돌려야 했다. 퍼뜩 떠오른 그간의 궁금증을 해결할 겸 치킨 튀기기 놀이에 착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소문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치킨 한 마리를 튀길 때 다리나 날개처럼 빼먹으면 확 티가 나는 부위 말고, 몸통 쪽에 붙어있는 살코기는 따로 떼어내어 적당히 순살 치킨으로 만들어 파는 악덕 치킨 업자들이 있다는 소문. 집에서 배달받은 치킨을 모아 봤더니 앙상하게 다이어트 당해 온몸 구석구석 뜯겨있는 닭 쪼가리만이 애처롭게 누워있을 뿐이고, 치킨 크기와 모양새가 생닭에 비교하면 기이하게 작다는 불평. 과연 이 가게 사장은 양심적으로 닭 한 마리 온전히 튀겨 팔아내는 업자일지, 소문의 진상도 확인하고 겸사겸사 튀겨 놓았다가 팔리지 않고 남은 치킨은 몽땅 내 차지가 될 것이기에 끈적하게 늘어지는 반죽 물 입힌 치킨 조각조각 줄 맞춰서 늘어놓고는 하나 하나 뜯어보며 들끓는 기름 속에 던져넣었다가 꺼내고는, 따끈한 튀김 조각을 퍼즐처럼 재조립하는 행위 예술에 심취했다.

  기이하게 뒤틀린 뼛조각, 펴질 듯 말 듯 어색하게 굽어있는 척추, 미묘하게 퇴행한 관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두 다리, 어거지로 붙여 놓은 듯 처량하기 짝이 없는 날갯죽지, 날개 조각은 떼어서 펼쳐 놓고 보니 영락없는 앞다리의 형상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이미 예감한 듯 식은땀이 턱선을 따라 뚜욱 뚜욱 떨어지고 있었다. 한 조각 두 조각. 천천히 닭이 아닌 기괴한 형상이 제 모습을 갖추어간다. 차마 진실에 다가서기 싫어 본능적으로 머뭇거리는 두 손.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눈동자와 날뛰듯 발악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거칠게 주위를 채워간다. 썩어가는 일상에 절여진 무료함과 부질없는 호기심이, 본능적인 이성의 경고와 혐오감을 억누르고 마지막 가슴뼈 한 조각을 집어 들어 제자리에 맞추기를 종용한다. 마침내 완성돼 눈 앞에 펼쳐진 동물의 형상은 조류라기보다는 차라리 영장류를 닮았다. 지금까지 내 손에서 튀겨지고 목구멍에 처박힌 고깃덩어리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 목구멍에서는 차라리 짐승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광기에 찬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연히 잘못 잘린 닭 다리가 이상한 모양으로 굽어 무릎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날 과하게 먹은 편집증약의 부작용으로 헛것을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온몸이 심하게 여기저기 비틀린 닭 한 마리쯤 있는 것이 큰 대수랴. 허나 그날 밤새도록 나를 뒤척이게 했던 것은 지금도 핸드폰 사진으로 남겨놓은 영장류를 닮은 치킨의 형상은 아니오, 불쾌하게 익숙한 살덩이의 느낌이 나는 튀겨진 닭고기의 향취, 혹은 죽음이 무겁게 퍼져 올라오는 듯 음산하게 고요했던 그 날의 치킨집 공기 따위는 더욱이 아니었다. 다만 공포와 광기에 빠져 이성의 끝자락을 붙잡고 비명을 내지르는 것을 억누르지 못한 채 애처롭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를, 몰래 구석에 숨어서 특유의 음험한 조소를 띄며 아이가 장난감을 보는듯한 발랄한 표정으로 즐거워 못 참겠다는 듯 끅끅대며 쳐다보는 사장의 역겨운 눈빛이 꿈에 나올 것 같았기에, 그날 밤 쉬이 잠들 수 없었다.

 
작가의 말
 

 메인 빌런 사장 등장;;; 사장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공간적 배경은 대충 사는 동네 가까이에 있는 달동네를 참고해서 썼습니다.

 아 물론 이야기는 백퍼센트 픽션이니 괜시리 근처 치킨집 쑤셔다니시는 말아주세요 히히.

 아! 사실은 픽션 아닐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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