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Ⅰ 마지막 꿈. & Ⅱ 광기의 첫인상
작성일 : 20-08-29 23:04     조회 : 534     추천 : 1     분량 : 419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Ⅰ

  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게 될지 감히 예상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제정신으로 남길 수 있는 마지막 단말마를 우연히 발견하게 될 당신에게 간청한다. 제발 이 글을 그저 미치광이의 망상 속 헛소리로 치부해 버리지는 말아 달라고…. 한편으로는 마지막 순간을 눈앞에 두고서도 내 기억 속에 날카롭게 파묻힌 그간의 모든 괴이한 광기의 상처들이, 실상 어린 시절부터 찐득하게 낙인처럼 따라다닌 정신병 약물의 부작용에 의한 환각이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미치도록 진절머리가 난다. 그래, 조금만 더 솔직해지자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를 갉아먹고 있는 이 기억들이 한낱 꿈이었기를, 미쳐 버릴 듯한 진실을 목도한 순간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내심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아직도 낡아빠진 책상에 버젓이 누워있는 저 사진! 빌어먹을 저 사진 한장이 한 달 전 그 날이, 그간의 모든 기괴한 사건들이 명백한 현실임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매 순간 나에게 지옥 같은 기억들을 형형히 상기시켜 주고 만다.

  오늘 밤 이 아득한 진실의 무게를 내려놓을 것이다. 혼자서 모든 진실을 감당하기에 내 정신은 턱없이 나약하고 인간의 한낱 이성은 어두운 광기에 비견해 미치도록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 누구라도 좋으니 이 칠흑 같은 악몽을 함께 짊어져 주고 밤마다 절망과 비탄에 울부짖는 내 영혼을 달래 주기를 매 순간 바라오지 않았던가. 애초에 태고의 광기를 간직한 끔찍한 비밀을 혼자서 이해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진실로 우매한 인간만이 범할 수 있는 오만임을…. 나는 여기까지다. 수없이 많은 나날을 홀로 죽어가며 고뇌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최후에는 혼자서 이 모든 광기를 감내하기로 한 맹세마저 어기고 도망치듯 이 글을 남기고 마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를. 혹여 내가 수집한 그간의 증거들과 쳐다도 보기 싫은 끔찍한 사진을 당신이 조작된 것이라 여겨도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오늘 밤 내 오랜 악우였던 정신병 알약들과 영원토록 한 몸이 될 것이다. 한 움큼 집어삼키면 최소한 지독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더는 광기와 진리에 짓눌려 홀로 고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혹여 모든 것이 잘못되어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하게 될 지라도 오히려 내겐 축복과도 같은 안식이리라.

 

 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코 `치킨`이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서 좋아하는 음식을 꼽아보라 시키면 치킨을 빼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킨은 단순한 조리과정과 간단한 재료로는 설명할 수 없는 폭발적인 향미를 품고 있다. 지글거리는 소리, 바삭한 껍질, 하얗게 찰랑이는 살결과 육즙의 촉촉함 하나까지, 존재 자체만으로 완벽하게 사람을 광적으로 유혹할 수 있는 유일한 마물. 음식의 범주를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에까지 비견될 수 있는 압도적으로 완벽한 단 하나의 음식이 바로 치킨이다. 이리도 만들기 간단하고 초월적으로 맛있는 음식인 치킨이 다른 나라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심지어는 치킨이 개발되지 못한 나라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치킨은 신이 이 나라에 내려준 축복이라고 한 달 전 그날이 있기까지만 해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들어 봤음 직한 이야기 중에, 늙고 병들어 스러져가는 부모에게 자신의 허벅다리 살덩이를 도려내어 짐승의 육신이라 속여 공양하는 효자 설화가 있다. 인간의 피와 살을 이루는 성분을 가장 잘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인간의 살점을 집어 삼키는 것이며, 자연스레 사람은 인육을 먹을 때 가장 황홀경에 빠지도록 진화했다는 망상에 빠진 적이 있다. 기억의 시발점은 중학생 때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돌팔이 약장수가 정신 사납게 지껄인 헛소리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약한 건강기능식품을 생면부지 관광객들에게 팔아치우려는 늙은 약장수의 약팔이 쇼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로 시작되는 진부한 헛소리 중에서 퍽 귀를 잡아끄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말뼉다구 가루로 치자면 말이여, 진시황도 먹었다는 만병통치약이다, 이말이요. 원래 사람 뼛가루가 몸에 최고로 좋은디, 사람 뼈 갈아서 팔면 나도 잡혀가잖여. 안그랴? 그래에에 서, 사람 뼉다구 하고 가장 유사한 이, 이 말 뼛가루를 추천한다 이말이여. 한 숟갈만 먹어도 키가 쑥쑥 온몸 튼튼 그냥….' 뭐 이런 투의 여러 지방 사투리가 괴상망측하게 뒤섞인 수상쩍은 약장수 개소리였으나, 귀 얇은 내 부모님이 헐레벌떡 가루를 몽땅 사재끼신 덕분에 한동안 강제로 정체불명의 가루를 퍼먹게 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당시 우걱부걱 퍼먹은 가루가 절대로 말 뼈다귀 가루일 리는 없겠으나, 이날의 기억이 이리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까닭은 비단 말 뼈다귀 따위 때문만은 아니다. 그날 저녁으로 먹은 치킨, 제주산 치킨에 얽힌 생경한 기억이 아직까지도 눈꺼풀에 붙어 잠시만 멍하니 있어도 그 자리로 돌아간 착각이 들 만큼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잠시 딴 길로 새자면, 우리 가족 모두 중증의 치킨 중독 환자다. 두 분 모두 한날한시에 성인병으로 요절하는 그날까지 번들번들 치킨 기름이 빛나는 볼썽사나운 손가락을 짐짓 자랑스럽게 펴 보이고 다니셨다. 나이에 비해 툭 튀어나온 축 처진 아래 뱃살, 군데군데 빠진 자국이 성성한 머릿가죽, 산 중턱 흙바닥에 패대기쳤다 주워왔다고 해도 믿을 고약하고 냄새나는 피부 결이 우리 가족 모두의 아이덴티티라고 지껄여 대며 반쯤 기름때에 절어 썩어가는 이빨을 찢어지게 아가리를 벌리며 빛내는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셨다. 여하튼 그날도 여지없이 제주도에 왔으면 응당 제주산 치킨을 먹어봐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저녁 메뉴는 너무도 당연하게 치킨으로 정해졌다. 구수한 기름 내음과 닭 지방이 익어가며 지글 피워내는 천상의 화음은 이내 모두의 이성을 집어 삼켜버렸고, 우리 가족은 쿵쿵 식탁을 두드리고 난잡한 괴성을 내지르며 아름드리 치킨 한 마리를 영접했다. 원시인이나 다름없는 야만스러운 만찬을 즐기는 그 순간, 이변을 느낀 것은 한입 가득 치킨을 베어 물은 직후였다.

  부모님을 포함한 주위의 다른 손님들은 알아차리지 못한 기색이었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나만이 지금 입에 넣은 제주 치킨과 서울에서 먹던 치킨 간의 미묘한 괴리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 거칠거칠한 식감, 죽죽 찢어지지 못하고 입안에서 산산이 구겨지는 살결, 구역질이 올라오는 쿰쿰한 육향과 입안에 찐득하게 달라붙는 지방의 끈적함은 분명히 평소에 먹어왔던 치킨의 맛이 아니었다. 치킨이 이럴 리가 없다. 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살아 움직여 꿈틀거리는 애벌레 한 마리 입안에 넣고 씹는 느낌이 이러할까. 황망하게 접시 위에서 꿈틀대려 애쓰고 있는 치킨 쪼가리들을 훑어보았다. 불규칙하게 뒤틀린 뼈마디, 축 늘어져 흐물거리는 살점과 힘줄, 어색하게 조류를 따라 하다 실패한 날갯죽지의 모양새, 닭 몸뚱이에 달려있기엔 생소한 부위. 단언컨대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가 튀겨져 눈앞에 축 늘어져 치킨의 형상을 서툴게 연기하고 있었다.

  이건 닭이 아니야 라고 욕지기처럼 치밀어 오르는 비명을 가까스로 씹어 삼켰다. 더는 이 튀김 쪼가리에 손을 대고 싶은 마음조차 말끔히 사라져 버렸기에 치킨을 숨도 못 쉬고 격렬하게 우물거리는 다른 손님들을 망연히 관망했다. 치킨을 물어뜯는 저놈들의 눈탱이는 분명 짐승의 눈깔이다. 이렇게 광적인 굶주림을 숨길 생각도 없이 닥치는 대로 튀김 쪼가리에 아가리를 처박는 저들이 정녕 사람의 자식이란 말인가. 날짐승의 뼈마디를 비틀어 뽑아내어 애태우듯 찰랑거리는 살점을 탐욕스럽게 핥는다. 순백의 눅진눅진한 살덩이를 결결이 찢어버린다. 한입 크기로 조각난 고깃덩어리를 게걸스럽게 목구멍에 처박는다. 그 와중에 맛있는 부위를 처먹겠다고 서로 눈깔을 부라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짐승. 마치 가축이 야만스럽게 사료를 집어삼키는 듯한 짓거리를 바라보니 돌연 헛구역질이 차올랐다. 단순히 다른 손님들이 치킨을 찢고 아가리에 처박는 모습이 역겹게도 짐승과 닮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 귀기 어린 표정, 행동, 소름 끼치는 광기가 바로 평소에 치킨을 먹던 나의 모습과 똑같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망치듯 치킨집을 빠져나와 제주도를 떠나는 그 날까지 손발을 떨어대며 두 눈을 까뒤집고 발광하던 어린 나에게, 어째서 그날 나만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굶주림이 얼룩진 광기에 빠지지 않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지금 와서야 추측해 보니 그날 제주도에서 먹은 치킨이 진짜 `닭`으로 만든 치킨이고, 그동안 서울에서 먹던 치킨이 닭이 아닌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작가의 말
 

 잠 못 이루는 주말 밤, 한적하게 읽기 좋은 공포소설 입니다.

 치킨, 좋아하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공지같은 공지아닌 공지같은 너 2020 / 9 / 19 490 0 -
18 完. 에필로그 2020 / 9 / 28 309 0 3242   
17 XVIII 이제 모든게 끝이다 2020 / 9 / 27 272 0 5818   
16 XVII 광기의 끝무렵 2020 / 9 / 27 245 0 7232   
15 XVI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2020 / 9 / 26 278 0 7213   
14 XV나는, 어디로... 2020 / 9 / 25 278 0 7248   
13 XIV 지옥을 탈출하려 지옥을 방황하다 2020 / 9 / 23 286 0 6649   
12 XIII 호기심은 인간을 짐승으로 만든다 2020 / 9 / 22 273 0 6455   
11 XII 천국과 지옥은 눈꺼풀 하나 차이 2020 / 9 / 21 292 0 7411   
10 XI 지옥을 목격하다 2020 / 9 / 20 273 0 7335   
9 Ⅹ 한걸음 더, 광기로 2020 / 9 / 18 272 0 5359   
8 Ⅸ 광기의 북한산 2020 / 9 / 16 269 0 6544   
7 Ⅷ 내 기억이 배신한다면 나는 누구인가 2020 / 9 / 14 276 0 6826   
6 Ⅶ 얼어붙어 잠든 광기를 향해 2020 / 9 / 9 278 0 5588   
5 Ⅵ 봤니? 다 봤어? 2020 / 9 / 7 275 0 6041   
4 Ⅴ 잊혀진 광기와의 조우 2020 / 9 / 4 287 0 4445   
3 Ⅳ 꿈꾸는 광기 2020 / 9 / 2 287 1 4083   
2 Ⅲ 첫 번째 의심 2020 / 8 / 31 339 2 4580   
1 Ⅰ 마지막 꿈. & Ⅱ 광기의 첫인상 2020 / 8 / 29 535 1 419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