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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상아탑 : 신의 인형
작가 : 린비
작품등록일 : 2020.8.28

현대 주술사가 변방 지대에 세운 초인력자 교육 기관 '상아탑'. 소속 간 경쟁이 치열한 상아탑에 초인류의 존재조차 모른 한 아이가 중도 입학을 하는데, 이 아이가 세계의 유일 능력자임이 밝혀지며 마주하는 세계의 비밀과 감춰진 역사, 그리고 그와 함께 등장하는 베일에 쌓인 도적. xlxl0103@naver.com 미계약작입니다.

 
열린 교문
작성일 : 20-08-29 22:37     조회 : 94     추천 : 4     분량 : 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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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열린 교문

 

 

 

 

 

 단풍 내음이 나는 교정 쉼터에서 온조는 어김없이 책을 펼쳤다.

 

 이 소년 학도는 밥이나 잠보다도 독서 거리를 좋아한 나머지 피부는 창백하고 체격은 왜소했다.

 

 콧잔등엔 늘 안경이 자리했는데, 지나친 독서로 이미 어릴 적 시력을 버린 탓이라는 말이 있었다.

 

 

 할 줄 아는 것보단 아는 것이 많았고, 놀이보다는 공상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길었다.

 

 그런 자질은 힘겨루기가 예삿일인 사내아이들 틈에서 쉽게 비아냥을 받곤 했다.

 

 

 백면서생, 화초 도령.

 

 

 벤더는 무시를 정당화해선 안 되지만, 온조 본인이 놀림을 자초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지대한 관심사인 외설조차 이 자식은 책으로 접하는 지경이었으니까.

 

 

 뭐 문자 도착증이야?

 

 

 죽마고우인 자신도 그럴 땐 이해심이 바닥을 치는데 약한 표적 찾기에 혈안이 된 또래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 싶었다.

 

 

 읽는 것의 반만이라도 움직이라는 벤더에게 온조는 말했다.

 

 

 글은 숨이 안 차잖아.

 

 

 천식. 잊을만 하면 나오는 그 병명에 타박은 쏙, 들어가곤 했다.

 

 

 무엇도 온조의 지대한 독서 욕구를 잠재우진 못했다. 특히 오늘 읽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는 오감이 중력처럼 쏠리게 만들었다.

 

 

 [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지 않은 반대 세계의 인류는 우리와 다른 행성 체계 속에서 살아간다. 사뭇 다른 의식주가 발달해 있으며, 동일한 학문에 대한 해석 역시 다르고… ]

 

 

 집중력이 고조될수록 온조의 손은 주변의 풀들을 꼬았다.

 

 그건 오랜 습관이었다. 잡을 것을 찾아 만지작대다 보면 책을 덮을 시간이 왔고 무심코 쥔 것을 뜯어 책갈피로 쓰곤 했다.

 

 

 그것은 때론 풀이 되기도, 꽃이 되기도, 한 줌의 흙이 되기도, 카펫에 비져 나온 실밥이 되기도 했다. 무엇이든 끼워놓고 보는 탓에 고의치 않게 책을 버린 것도 여러 차례였다.

 

 벤더는 ‘망가진 책의 원혼이 붙어 네가 책벌레가 된 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했다.

 

 

 그렇다면 벤더에겐 라일락 꽃들의 혼령이 붙었을 것이라고, 온조는 생각했다.

 

 벤더는 정반대인 활동 형의 소년으로 배울 것은 외부에 더 많다고 여겼다. 세상을 머리보다 몸으로 부딪혀 익히는 탓에 늘 크고 작은 상흔을 달고 다녔다.

 

 바다를 가장 좋아했으나 육지가 된다고 해서 제약을 받진 않았다.

 

 공, 사람, 건물 등 어디에나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넘쳐났고, 그건 고립된 산기슭의 학교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벤더에겐 유난히 집착하는 놀이감이 있었으니, 바로 ‘라일락’.

 

 녀석은 그 자줏빛 꽃들이 보이면 모조리 뽑고 봤다.

 

 같은 라씨면서 냉혹하게도 꺾어대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천적인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 잔인한 놀이는 교정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녀석은 공공 기물 파손으로 징계를 받은 전만 수차례였다.

 

 당최 왜 그러느냐는 은사들의 추궁에 벤더는 그저 씨익, 거리는 웃음으로 일관했다.

 

 

 녀석의 관할자인 민은 벤더의 활력이 ‘지나치게 지나쳐서’ 라고 이해했다.

 

 홀로 생기를 감당할 수 없다면 적어도 평온이 필요한 밤에는 묶어 둬야 한다고도.

 

 주기적으로 룸메이트를 기절해 눕혔으니 말이었다.

 

 덕분에 ‘관심 학도(감시가 붙는다)’ 처분을 받을 위기가 있었으나 수면 장애가 참작돼 벗어났다.

 

 

 여하간 벤더는 놀거리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여겼다. 그것이 현재 가죽 가방을 말아 공처럼 차고 있는 이유였다.

 

 벤더의 곱슬머리가 현란한 발재간을 따라 갈색 빛을 발하며 흔들렸다.

 

 

 가방이 그저 오르내리기만 했다면 여느 날과 같았을 터. 순간 각도를 잘못 조절한 바람에 가방은 쉼터를 가로질러 가버렸다.

 

 뜨악한 벤더에게 설상가상 담을 넘어가는 가방이 보였다.

 

 돌돌 말린 그것은 경사를 타고 마을이 있는 분지 쪽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렸다.

 

 

 헐. 레비아단 가죽이라 탄력도 세계 정벌급이네. 아.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온조는 책 사이로 단풍을 끼웠다. 벤더가 달음박질하는 기척을 들은 까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벤더는 담으로 당도해 무작정 그곳을 오르려 했다. 뒤따라온 온조가 놀라 붙들었다.

 

 

 “ 교칙 잊었어? ”

 

 

 공식 학과 시간에 교정을 벗어나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관심 학도 처분은 물론 부가적인 벌들이 내려질 것이었다.

 

 벤더가 담을 덮은 넝쿨에 매달리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저거 공이 아니라 가방이야. 마련한지 한 달도 안 됐고. ”

 

 “ 나가면 그게 한 달 치 구박이 돼. ”

 

 “ 구박 받고 말지 저걸 그냥 버리냐? ”

 

 “ 누군가는 주울 거야. 끝나고 찾으러 가면 되잖아. ”

 

 “ 그걸 주우면 곱게 주인을 기다리겠냐? 갖겠지. 원석까지 박혀있는데. 사람들이 다 너처럼 양심적이진 않다고. ”

 

 “ 이대로 나가면 민이 누나 꾸중으로 안 끝날 거야. ”

 

 “ 꾸중이든 구박이든 나 혼자 들을 테니까 놔봐. 얼른 다녀온다니까? ”

 

 “ 기면증 도지면 어쩌게. ”

 

 

 사실상 온조의 걱정은 그것이었다. 벤더의 기면발작증.

 

 녀석이 가진 수면 장애 중 하나로 별안간 사람을 기절하듯 재우는 졸음증이었다.

 

 앞서 말한 벤더의 죽을 위기 중 상당수는 그로부터 기인한 터라 온조는 녀석을 마음 놓고 보낼 수가 없었다.

 

 

 벤더는 그를 알고도 큰소리였다.

 

 

 “ 뭔 걱정이 그렇게 많냐. 사람이 쓰러지면 누군가는 도와주겠지. ”

 

 “ 사람들이 모두 양심적이진 않다며. 그 도움은 어떻게 확신하는데. ”

 

 

 벤더는 말문이 막혔다.

 

 

 이 자식은 반박불가일 거면 백 소속을 가지 왜 우리 소속으로 왔지?

 

 

 그리고 미처 말하지 않은 사실을 고백했다.

 

 

 “ 저거 니 가방이야, 백온조. ”

 

 “ …… ”

 

 “ 어때, 그래도 학교 파하고 다녀올까? ”

 

 “ …어. ”

 

 “ 환장하겠네. ”

 

 

 됐다며 가겠다는 벤더와 그럴 순 없다는 온조가 담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씨름했다.

 

 그 사이 가방은 아랫마을 초입을 향했다. 경사 길이라곤 하나 굴곡 없이 올곧아 길 끝이 훤히 보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사람이 있었다.

 

 

 헐. 저 사람이 양심적인 구세주일지도 모른다!

 

 

 벤더가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청을 외치려는 찰나,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공이 그이의 발치에 맞고는 언덕을 다시 굴러 오르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반동을 입었다 해도 공이 떨어질 때와 같은 속도로 비탈길을 거스르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벤더는 기이한 현상에 주의를 빼앗겼다. 저를 붙든 힘이 약해진 걸 보니 온조 역시 그것을 본 모양이었다.

 

 

 곧 멈추겠지?

 

 

 허나 공은 두 소년의 예상을 기만하듯 담장까지 굴러와 다시 안쪽으로 튕겨져 들고는 정확히 벤더가 공을 빗겨 찼던 그 지점에 안착했다.

 

 

 그걸 무엇으로 이해해야 할까. 듣도 보도 못한 무언가였다.

 

 

 둘은 언덕 아래의 이에게 눈길을 되돌렸다.

 

 그이는 충격을 선사한 것치곤 외모가 매우 예사로웠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 두 소년과의 차이라곤 옷차림뿐인 소녀였다.

 

 

 저 평범한데 비범한 건 뭘까.

 

 

 소녀는 조금 전의 일을 봤는지도 모를 만큼 마냥 땅을 보고 있었다.

 

 

 돌연 인근의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교장을 포함한 은사 무리가 그곳을 나서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기색으로 보나 타이밍으로 보나 낯선 소녀를 맞이하러 가는 모습이었다.

 

 환대에 주의가 팔려 교정을 이탈하려 했던 벤더를 보지도 못한 듯 했다.

 

 

 툭. 별안간 넝쿨이 끊어지는 것으로 벤더가 담에서 떨어졌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온조가 억, 소리를 내며 함께 널부러졌다.

 

 

 꼭 새벽녘처럼 나란히 자빠진 둘은 놀람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서로를 보았다.

 

 은사들이 외출 금지란 교칙을 뒤로 하고 또래 아이를 맞이하러 갈 이유는 하나였다.

 

 전학생이 왔다. 원칙상 편입이 허용되지 않는 상아탑에.

 
작가의 말
 

 린비의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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