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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갖고 싶어, 너를
작가 : 해달막
작품등록일 : 2020.8.28

라일락 꽃향기 진하게 퍼지던,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 어느 날, 사춘기 소년 이든에게 귀여운 친구같았던 여동생, 유진이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도무지 떨쳐버릴 수 없는 남자로서의 본능에 스파크가 튄 이든은 세상에 이유있는 반항을 시작한다. 하지만, 도망쳐 온 서울에서 유진을 오히려 찾는다.
감정은 상대적인 법. 같은 날, 유진의 마음에 이든이 파고들었다. 보스턴까지 멀리 거리를 두고서도 이든을 잊으려 그와 닮은 남자에게 끌리는 아이러니...사랑은 본능일까? 아님, 운명일까?

 
8화.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작성일 : 20-08-29 02:02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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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 *

 서울

 

 

 

 서윤은 악보파일첩을 들고 음악실에서 나온다. 영아와 화연이도 함께.

 

 “협연도 괜찮구, 이번 축제 공연 너희 셋한테 달렸어. 모 아니면 도!”

 

 영아가 저음의 남자 목소리로 방금 동아리장에게 들은 말을 빈정대면서 모사한다.

 

 “미친 거 아냐? 왜 우리한테 축제 공연을 다 맡겨? 선배들 갑질이 우리 ‘아클라우스’가 최고라더만, 진짜인가 봐. 무슨 해병대인 줄.”

 

 화연도 더 거들고.

 

 “어리니까 실수해도 귀엽게 보이겠지. 기획 이런 거 좋아하는데 재밌잖아.”

 “서윤이 너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게 너무 투머치야.”

 “화연아, 그 정도가 아니지. 얘는 공격적이지 않냐? 뭐든 돌격 앞으로잖아. 불도저야 아주. 좋아하는 거랑 잘 하는 거랑 같애? 아까 우리가 열심히 하겠다 했더니만, 선배가 뭐라 했어? 열심히는 누구나 한다. 잘 해야지. 이랬잖아. 가르쳐 준 건 하나도 없으면서.”

 “내 말이. 편곡은 어쩌구?”

 

 걱정이 한 가득인 영아와 화연의 얼굴과 달리 서윤은 이미 머리 속에서 뭔가 차근차근 그려내고 정리하는 표정이다. 미간에 힘이 들어갔는데 입가에 미소를 띤다.

 그때 세 소녀의 곁을 지나치는 이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반짝인다.

 영아와 화연의 얼굴이 화사한 얼굴빛으로 바뀐다.

 창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속으로 성큼성큼 사라지듯 이든은 계단 모퉁이를 돌아선다.

 갑자기 서윤의 심장이 쿵쿵 요동친다. 영아와 화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릴만큼.

 

 ‘미친 게 분명해. 어쩌지.’

 

 “영아야, 봤니? 윤이든 선배 윙크하는 거? 나한테 한 거 맞지?”

 “아니거든. 나야, 나. 농구하고 오나 봐. 이제 김영아 원픽은 윤이든인 걸로.”

 “아,참. 저 선배 첼로 연주한다던데, 수준급이래. 수업시간에 막 자랑하셨대. 이든 선배가 조카인데 첼로 능력자라고. 그 사투리 능력자 국어쌤이.”

 

 화연이 축제로 화제를 돌렸다.

 

 “삼중주로 하자. 색다르게 첼로 듀엣에 피아노 하나. 어때? 짱일 것 같은데. ”

 “강시욱 선배 피아노 치는 것도 진짜 멋있는데. 우리 섭외하자. 협연도 괜찮다 그랬으니까.”

 

 영아도 들뜬 마음이다.

 

 “강시욱? 누군데?”

 

 서윤은 강시욱에 대해 묻는 척 이든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슬쩍 돌린다.

 

 “이든 선배 베프. 요즘 맨날 붙어다니잖아.”

 

 

 * * *

 

 

 겨우 찾아냈다. 이든을 그리고 덤으로 시욱도. 그렇게 피해다닐 때는 홍길동처럼 눈 앞에서 무시로 번쩍거리더니.

 벤치에 걸쳐 누은 이든의 끈 풀린 운동화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따로? 아님 같이? 시욱이랑 나, 둘이서? ”

 “아뇨. 저도 끼여서 셋이서. ”

 “삼각 관계 싫은데.”

 

 시욱이가 심드렁하게 끼여든다.

 

 “네?그게 아니고...트리오.”

 “푸하하하, 리액션이 엄청나다야.”

 “못 하겠다면?”

 “해주자. 나도 피아노 치면서 멋있는 척 해보게. 어, 근데 이든이 너도 악기 연주해? 금시초문인데.”

 “두 분 베프시라고 하던데. 모르세요? 첼로 하신다고.”

 “언제 소문이 난거냐? 베프인 나는 등잔 밑이었구만.”

 “우리 집안이 음악가 집안이야.”

 “잉? 뭐래? 다 갖다 붙이지.”

 “도와주세요. 선배님들. 아클라우스 동아리 1학년이 기획하고 준비하는 연주 무대거든요.”

 

 서윤은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정성을 들인다.

 

 “너도 첼로지? 니 소문은 알아. 그럼 피아노 하나에 첼로 둘. 쌈박한 구성이네. 이든아, 재밌겠다. 졸업전 마지막 추억을 심하게 쌓아보자. 친구여.”

 

 시욱은 이든에게 가까이 다가 앉는다. 채근하는 모양새다.

 

 “조건은 뭐야? 뭐 해 줄건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내 시간 써, 내 손가락 닳아, 내 첼로도 서 있느라 힘들어, 뭐로 보상해 줄 거냐고.”

 “치킨 사드릴게요.”

 “뭐? 내 첼로 영혼을 치킨 한 마리 따위에 팔 것 같냐?”

 “뭐, 어때. 후배님이 쏘는 치킨도 좋구만. 짜식이 괜히 몽니 부리고 난리야.”

 “흠… 내가 너를 궁휼히 여기는 측은지심으로 함 봐준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너 나한테 부탁하면서 얼굴을 제대로 못 보냐? 찔리는 거 있냐? 귀도 발갛고.”

 

 실은 서윤은 내내 이든과 눈을 마주치질 못한다. 눈의 초점을 30도 정도 어슷하게 비껴서 말하는 것도 버겁다. 서윤은 열적게 귓불을 만진다. 그 뜨거움에 스스로 마음이 데일 것 같다.

 

 “어제 잠을 못 자서 피곤해서요. 죄송합니다.”

 “공부한다고 또 밤샜어? 너답다.”

 “넌 전교 1등한테 잔소리냐? 울 학교 보배구만. 이든이 말 신경 쓰지마. 이 자식은 걱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이상한 캐릭터일 뿐이지 나쁜 놈은 아냐. 안심해. 근데, 연주회는 방학하는 전 날이고, 3주 정도 남았는데, 연습 시간은?”

 “각자 연습하다가 1주일에 2번 정도 맞춰 보면 될 것 같아요.”

 “연주곡은 정했어?”

 “아뇨. 선배님들과 상의해서 정하려구요.”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 ”

 “이든아, 뭐?”

 “있어.”

 

 이든은 눈을 찡긋 하며 웃는다. 서윤에게 기대하라는 눈치다.

 

 

 * * *

 

 

 방음벽을 설치한 음악실은 보통 교실의 반의 반만큼 되질 않는다. 피아노 하나만 있어도 꽉 들어차고 음악실 공간의 절반이 더 줄어든다. 바깥 소리도 들어오질 않고, 안의 소리도 새어나가질 않아서 아무리 작은 소리라 해도 좁은 음악실에서는 독특한 생명력을 가졌다. 음파를 가진 음악이 벽면을 부딪히고 그 탄성으로 불규칙한 각도로 다른 면에 부딪히고, 그렇게 또다시 반복하면 소리가 풍부해져 음악실 전체를 울림통으로 만든다.

 그 울림통 안에서 이든과 서윤은 첼로, 그리고 시욱은 피아노로 공명하고 있다.

 

 첼로를 안고 있을 때의 이든은 빛나는 미소년같다.

 그런 이든의 모습에 가끔 서윤은 시간을 놓쳤다. 정지모드로.

 그리고 이든에게서 되돌아오는 말은,

 

 “집중 안하지? 잠은 잘만큼 자라고 했잖아. 졸면 어떡하냐?”

 

 넋놓고 바라보는 것도 눈치 못채고, 오히려 졸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감정은 상대적이라는데, 내 감정만 내내 그린라이트, 일방통행이야.

 

 “살살하자, 이든아. 우리 후배님이 직접 편곡까지 해왔는데, 그게 보통 일이냐? 밤 새고도 남을 중노동이야. 오늘은 분위기만 느끼는 걸로.”

 

 시욱은 털털하게 웃는다.

 

 “제목이 첫사랑이라서 오글거리긴 하지만, 연주만 하는 거니까, 좀 낫다야. 이든이 너는 이 노래 어디에 꽂힌 거야? 두고 온 첫사… 쏘리.”

 

 시욱은 예전 샤워실의 한 방이 생각나서 말을 맺는다.

 

 이든이 한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탔을 때, 라디오에서 들은 첫 K-팝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 같았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울었다. 택시 안에서. 기사 아줌마가 볼륨을 키워주는 바람에 소리내어 울기까지.

 한국에 잘 돌아왔다고 마중나온 노래였다.

 

 벌컥 음악실 문이 열린다.

 

 “시욱 오빠.”

 “네 눈엔 시욱이밖에 안 보이지? 나도 있어. 그리고 시욱이의 후배까지.”

 

 이윤 희다. 이든의 고종사촌 동생, 이강준의 외동딸. 서윤과 다른 학교, 같은 학년이다.

 

 “성질도 급하셔, 난 한 마디 밖에 안 했거든.”

 “그 한 마디가 시욱 오빠가 전부란 게 팩트지.”

 “자꾸 딴지 걸면 오빠 꺼는 없어.”

 

 들고 온 작은 에코백에서 샌드위치를 꺼낸다.

 

 “이야, 노란 달걀에 초록 양상추까지. 색감도 이쁘다. 니가 직접 만든 거야?”

 

 피아노 앞에 앉은 시욱은 희가 건네주는 샌드위치를 받아들며 감동한다.

 

 “물론. 내가 빵까지 다 만들었어.”

 

 희는 수줍게 웃는다.

 

 “시욱아, 고맙다. 니 덕분에 샌드위치도 얻어 먹고.”

 “이든 오빠,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아니지, 시욱이가 없었으면, 니가 여기 근처에 오긴 했겠냐?”

 

 솔직 담백하게 시욱은 희에게 첫사랑이자 완벽한 짝사랑이다.

 다스운 바람이 살랑거리는 봄에서 여름 언저리의 작년 어느 날, 열 여섯의 소녀 희는 첫사랑 성공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봉숭아 꽃잎을 백반과 함께 짓이겨 열 손가락 손톱 위에 조물조물 얹고 초록 이파리로 감싸고 무명실로 칭칭 동여맨 다음 양 손가락을 좌악 펴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 기다림과 설렘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계절이 바뀌고 날이 서늘해지면서 손톱의 꽃잎도 반달, 초승달로. 그렇게 손톱이 다시 하얗게 되기 전에 첫 눈이 내리면 첫사랑을 이룰 수 있으리라 풋풋한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그 해 나풀나풀 싸래기 눈이 희에겐 함박눈 첫눈으로 명명되었다.

 길게 자란 손톱 끝자락에 보일락말락 연분홍빛은 희에겐 너무도 이뻤다.

 

 물론 시욱이가 모를 리 없다. 다만 귀여운 여동생의 사랑 놀이에 유쾌하게 상대방이 되어주는 느낌이랄까. 장난인 듯 아닌 듯.

 하지만 희는 진심이다. 다만 무겁게 심각하진 않을 뿐.

 

 “시욱아, 곧 호칭을 바꿔야겠다. 매제~”

 “이든 오빠! 자꾸 놀리기야?”

 

 서윤은 이렇게 투닥거리는 사촌들의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다. 그리고 부럽다.

 그들 속의 이든이 더 좋아진다.

 

 

 * * *

 

 

 7월 한 낮의 열기는 단호하다. 한 여름 빛의 절정을 막 넘어서는 진초록 산빛에, 휘황한 하늘빛에 매미 울음 소리 더 따갑게 들린다.

 강준, 앞문을 드르륵 열고 교실로 들어선다.

 

 “저 봐라! 아침부터 졸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잔다. 잠이 잠을 부르는 거 모리나?”

 

 교탁 위에 교재 두 어 권을 쾅 올려놓는다.

 

 “내 문 여는 소리에 깜짝 깨는 얼라들, 이래 책 내려놓는 소리에 입가에 흘린 침 닦는 얼라들. 깨울라고 내가 다 생각하고 계산해가 하나하나 행동하는,이래 내가 주도면밀한 사람이다. 빠릿하이 정신들 차맀나?”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대답한다.

 

 ‘시란 과연 무엇으로 쓰여지는가?’

 

 강준이 의미심장하게 궁서체로 칠판에 쓴다.

 왼 팔을 교탁에 짚고 삐닥하게 각 잡고 선다.

 

 “시는 뭐꼬? 뭐 같은데?”

 

 학생들을 쭉 먹잇감 고르듯이 둘러본다. 아니 훑어본다.

 

 “너거는 끝말이 올라가거나, 물음표 달린 것 매치로 애매한 말을 들으면, 우짜든동 내 눈을 피하대? 생존 본능이가?”

 

 교실 창가 맨 뒤에 앉아 아래만 보고 있는 영민을 턱짓으로 가리킨다.

 

 “어이~거어! 그래가 책상을 뚤피겠나? 애꿎은 책상에 레이저 발사 고만해라. 어이~내 쳐다도 안 보제?”

 

 영민은 눈을 슬며시 들다가 강준의 시선과 부딪히자 얼른 시선을 아래로 내리꽂는다.

 

 “시가 니보고 뭐라 카더나? 겁은 와 내노? 니 이름이 뭐꼬?”

 

 영민의 곁으로 다가가는 강준은 이름표를 유심히 본다.

 

 “손영민이~! 니가 당첨이다. 영민 왈, 해 봐라.”

 

 영민은 머뭇거린다.

 

 “시가 뭐냐고? 물었느니.”

 “음…말장난이요.”

 

 반 학생들의 폭소가 터진다.

 

 “너거들, 와 웃노? 틀린 말이다 싶나? 영민 왈, 시는 말장난이다. 날카로운 정의다.”

 “오~~~”

 

 학생들의 탄성과 함께 짐짓 으시대는 표정을 짓는 영민.

 

 “시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특권이거든. 시의 엔진이 가난한 맘이다. 그 허허로운 빈곤을 채울라꼬 말로 장난이라도 쳐보는 거거든. 안 그카면, 곧 죽을 것 같으이까. 너거 그 텅 빈 머리 속을 채우고 싶어가, 수업 시간에 참새 새끼 맨치로 헛소리 짹짹하는 너거들 맘하고 닮은 거지. 그케가 내가 저번에 숙제 냈었제? 첫사랑에 대한 모방시 적어 오라고. 능력자들 여럿 있지 싶은데. 어놈아가 그 가난한 맘을 부자로 만들었는지 들어보까? 오늘이 며칠이고?”

 

 실망하는 표정의 몇몇 학생들의 탄식 소리 들린다.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듣는 맛이 있는기라. 15번 오른편 짝 일나라.”

 

 운명의 장난이던가. 영민이다.

 쭈뼛거리며 일어난다. 공책을 보면서 읽는다.

 

 “ 사랑 2 손영민

 잠들 때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하늘 올려다 볼 때

 마음으로 그릴 사람이 있다는 것

 

 누군가 그리울 때

 니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 ”

 

 아이들이 환호하며 박수도 친다.

 

 “나태주 시인의 행복 2, 맞제? 잘 했다. 사랑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로 잠, 하늘, 이름 흠 잡을 데가 없네. 시적 허용도 적당하고.”

 

 창가에 앉아있는 이든을 찾아낸다.

 

 “아 맞다,저 있네! 일등공신. 인자 쟈가 맘 잡았는갑따.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에 버금가는 충신이다. 쟈가 지 모평 점수를 두 배로 튀가뿟따. 그래가 저번 모의고사 울 반이 일등이다. 울반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기다. 그라고 이든이, 니, 이제 대학은 가겠따.마. 그런 의미에서 니도 시 한 수 읊어봐라.”

 

 이든은 순순히 일어난다. 시선을 창 밖으로 향한다.

 

 “미안하다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이 시를 외우는갑지?”

 

 이든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다. 곧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니 어데 가노? 정확한 장소를 말해라. 화장실이가? 자슥, 저래 나가면, 지가 영화배우처럼 보인다고 착각하는갑따. 제임스 딘이가 누고? 롤 모델이?”

 

 

 * * *

 

 

 텅텅. 강당에 농구공 튀는 소리가 에코우처럼 여기저기 반사되어 울려서 공간을 꽉 채운다. 이든의 면 티셔츠는 땀범벅이다. 덩크슛에 버금가는 점프슛을 성공하고 바닥에 그대로 큰 대자로 뻗는다. 숨을 몰아쉰다. 아무 생각 없이 숨 쉬는 것에만 몰입하고 싶다.

 늘 이든의 마음 속에 꽂혀 있는 노트 한 권. 그 책갈피 한 장 씩 들추어 밤낮을 넘길 때마다 쏟아져 내리던 생각의 사금파리들로, 거기에 담겨진 자신의 마음이 베여 그저 아리기만 했다. 이미 그 마음이 건조되고 풍화되어 바람결에 사라져 버린 지 오래라고, 자신의 운명 지층에서 화석이 된 터라고 여기고 싶었다. 그냥 그대로 그 노트가 너덜해지고 희미해지길 바랐다.

 젠장. 여전히 새 노트다. 그것도 빳빳한 종이에 베일만큼.

 우왁! 포효하듯 외치는 외마디 고함이 쩌렁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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