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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당신은 왜 품절남이 아닌가요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20.8.13

우연이 세번이라면 필연이란다.
내 눈앞에서 사고를 당했던 그 남자.
그날은 그 남자의 결혼식 날!
반년 뒤 다시 재회한 그 남자는 왜 아직도 품절남이 아닌거지?

 
6화. 설마 지금 당신?
작성일 : 20-08-28 02:07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5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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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가용에서 내리던 수남이 멈칫 섰다.

 사임이 택시에서 다급하게 뛰어내려 달려가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강남서에는 뭐 하러 온 거지? 설마 또 날??'

 

  - 어이 정수남!

 

 수남이 고개를 돌렸다.

 김 형사가 반갑게 부르며 다가왔다.

 

 “수남이 넘마. 아쉬울 때만 연락 한다 그지?”

 

 수남이 능글맞게 웃으며 김 형사 품에 쏙 안겼다.

 

 “에이 왜 그러세요. 제가 형님을 얼마나 사랑하는 데요.”

 “그래서 네가 직접 농사지은 썩은 수박이랑 파삭파삭 부서지는 블루베리를 택배로 보낸 거냐?”

 “에헤이. 그래도 그놈들이 제일 상등품예요.”

 “그러게 왜 맞지도 않은 옷을 입으려고 해. 농부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복귀 축하해.

 “저 없으면 우리팀이 잘 안 돌아가더라구요.”

 “여전하네. 다행이다.”

 

 김 형사가 애잔하게 수남을 봤다.

 6개월 전 끔찍한 사고를 겪고도 복귀한 수남이 일견 대견했다.

 

 “아참. 네가 말했던 신사동 룸사롱 말야. 거기 보도방 출신 맞아.”

 “역시 그렇군요.”

 “근데 윤숙자라는 여자는 왜 찾냐? 담당사건이랑 관계가 있어?”

 

 수남은 잠시 망설였다.

 공적인 일이 아니라 사라진 약혼녀 해을을 찾는 일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 형님. 죄송하지만 윤숙자 관련 자료, 더 볼 수 있을까요?”

 “응. 근데 지금 사무실 안이 난장판이다. 도망간 계주를 채권자들이 끌고 왔거든.”

 

 

 * * *

 

 

 김 형사 말대로 안은 난장이었다.

 중년의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채권자들이 난리였다.

 형사들도 만류를 포기한 듯, 짜증나는 상황을 관조하고 있었다.

 

 “저 아줌마예요? 잡혀온 계주가?”

 “응. 근데 청각장애인이야. 말을 못해.”

 

 윽 윽 윽- 에 에 에- 윽.

 수남이 여자가 손짓하는 수화를 유심히 봤다.

 

 - 내 딸이 왔어. 우리 딸 경찰이야. 당신들 날 우습게보지 마.

 

 수남의 눈썹 한쪽이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중년 여자가 구석에 우두커니 선 사임의 손을 끌어다 채권자들 앞에 세웠다.

 그러자 채권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봐 아가씨. 어쩔 거야! 어떻게 책임 질 거냐구!”

 “내 돈 내놔 내 돈! 우리 남편 수술비 당장 내놔!”

 

 사임을 달달 볶이는 사이, 사임의 엄마는 뒤로 빠졌다.

 김 형사가 혀를 끌끌 차며 수남에게 말했다.

 

 “저 아줌마 저저 먹잇감으로 자기 딸 던져놓고 꽁무니 뺀다.”

 "초범 아니죠?"

 

 김 형사가 엄지를 척 올리며 말했다.

 

 "오오. 정 수남. 감각은 죽지 않았어. 맞아. 저 아줌마 되게 순진해 보이지만 저래 뵈도 사기전과 3범이야. 곗돈 들고 날랐다가 잡혀왔는데 저거 합의 못 보면 가중처벌 되잖아. 그럼 쉽게 못나오지 이번엔. 그나저나 참 독하게들 구네. 딸이 뭔 죄야.”

 

 그런데 사임을 지켜보던 수남의 눈빛이 일렁였다.

 사임이 이상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꺽꺽 헐떡이며 숨을 못 쉬고 있다.

 쇼크다!

 수남이 다급하게 사임 쪽으로 다가섰다.

 그때였다.

 삐익-----------------------!

 

 경찰서 안에 일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두 눈을 꼭 감은 사임이 한 손으로 호루라기를 높이 들고 있었다.

 

 

 * * *

 

 

 툭. 툭. 툭.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하늘을 보며 수남은 인상을 찌푸렸다.

 

 ‘게다가 비까지 오는 군.’

 

 수남은 팔짱을 낀 채 주차장을 응시했다.

 채권자들에게 둘러싸인 사임이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쫌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그 돈, 꼭 다 갚을게요.”

 “그게 어디 한두 푼이야? 사천이야 사천! 그리고 한두 번도 아니고 사기전과 3범이라며! 뭘 믿고 봐줘!”

 “절 믿고 며칠만 기다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려요.”

 “필요 없고 당장 내 돈 내놔! 아 빨리 내놓으라고!”

 

 수남은 확 짜증이 치밀었다.

 

 '차를 왜 저기 세워뒀을까 젠장.'

 

 이런 상황은 딱 질색이었다.

 저 여자의 에피소드에는 관심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사임이 채권자들 앞에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제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다 갚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꼭 좀 합의해주세요!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허. 기가 막히군.

 수남은 양볼을 씰룩였다.

 죄인도 아니면서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사임이 한심해서 봐줄 수가 없었다.

 

 

 * * *

 

 사임은 봉투에 든 수표 열 장을 확인했다.

 천만 원.

 조금 전 집주인에게 통사정을 해서 돌려받은 보증금이다.

 

 ‘지난 1년 간 죽어라 번 돈인데, 이렇게 한 순간에 날리는 구나.’

 

 RRR RRR

 

 사임이 요동치는 핸드폰을 봤다.

 성달환 실장이었다.

 받아도 죽고 안 받아도 죽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동 시각.

 청사 복도에 선 달환은 핸드폰을 보며 기함을 토했다.

 

 “뭐야 얘! 이젠 아예 전원을 꺼버려? 우와 꼭지 돌겠네 증말!!"

 - 성 실장님.”

 “아, 예. 은정씨.”

 

 신은정 경감이 다가오자 달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세요?”

 “아 내가 증말 환장하겠어요. 어제부터 정식 직원이 되신 너구리, 아니 그 폭탄, 아니아니 천사임... 얘는 이름도 괴상해!”

 “아 네. 천사임 행정관이요?”

 “아무튼 그 폭탄이 무단결근을 했습니다요! 지금까지 연락 두절에 아무 기별이 없다구요!”

 “어디 아픈 거 아닐까요?”

 “아파요? 그 팔팔하고 음흉한 너구리가? 천만의 만만의 콩떡이죠. 이건 분명히 특혜예요 특혜!”

 “특... 혜요? 무슨 말씀이신지?”

 “청장님과 수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사로잡혀 제 멋대로 무단결근을 감행하는 거다 이거죠!”

 “청장님과... 수남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고요?"

 "어후. 열받아. 수남인 도대체 이 정신나간 애를 왜 추천한 거야!!"

 

 은정이 매우 신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성 실장님, 우리 수남이가 천사임 씨를 청장님께 추천했다고요? 채용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요?"

 "그렇다네요! 정신 빠진 놈 같으니라구. 대체 둘이 무슨 관계인지 영 수상쩍다니까요!"

 

 

 * * *

 

 오후 3시. 비는 멎었다.

 진이 다 빠진 사임이 타달타달 청사 입구에 들어섰다.

 

 ‘아. 차라리 그냥 이대로 내뺄까? 아니 아니야! 직업이라도 있어야 월급 받고 단칸방이라도 구하지. 어떻게든 여기서 버텨야 해. 일단 들어가서 실장님께 무조건 빌자. 무릎 꿇고 두 손 바짝 들고 벌서자. 그래 할 수 있다 천사임!’

 

 “여기서 뭐하세요?”

 “어마야.”

 

 사임은 놀라 제 등뒤에 선 사무보조원을 봤다.

 

 “저어기. 성 실장님, 지금 엄청 화나셨죠?”

 “지금은 몽타주 작업 중이세요.”

 

 사임이 반색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아 그래요? 그럼 지금 사무실에는 안계시겠네요?”

 “그렇게 좋아하실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왜요?”

 “아까부터 2번방에서 다른 목격자가 대기 중이시거든요.”

 “다른 목격자요?”

 “네. 폭탄 출두하면 즉시 2번 방 작업 마무리 하라고 해!, 라고 성 실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포...폭탄요?”

 “네. 정직원 첫날부터 무단결근 한 음흉한 너구리, 라고도 하셨구요.”

 

 사임이 사무보조원을 뚫어지게 봤다.

 지은 죄가 있어 할 말은 없지만 은근히 저를 까는 분위기다.

 

 “뭘 그렇게 봐요? 빨리 들어가서 일하세요.”

 “알겠어요. 그런데 저 혼자요?”

 “그럼 제가 같이 손 붙잡고 들어갈까요?”

 “... 아뇨. 알겠습니다.”

 

 사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2번 몽타주실 앞에 섰다.

 그리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일이라도 잘 하자. 내 몽타주 첫 작업이야. 잘 마무리하면 실장님도 용서해주실 거야.’

 

 사임이 다시 한 번 후- 심호흡을 하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천사임 행정관입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임이 몽타주 행정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크로키 북과 연필 5개, 지우개를 꺼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뭐지? 쾌쾌한 이 냄새는?”

 

 순간 사임은 깜짝 놀라 소리 나는 곳을 봤다.

 뱅그르르 의자가 돌아가자 사임은 기함을 토했다.

 정수남이다!

 수남이 상체를 일으켜고 손목시계를 봤다.

 

 “오후 3시라. 퇴근 직전에 출근이신가?"

 "네? 아... 네 그게...저기..."

 "하루 종일 비 맞고 어딜 돌아다니다 이제 오는 겁니까?”

 "일이 좀 있어서요. 사정이... 아무튼 죄송해요. 미안합니다.”

 

 수남이 한 손으로 제 목덜미를 쓸었다.

 그리고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

 

 “시작부터 엉망이군. 그런 식으로 행정관 생활 제대로 하겠습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수남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사임도 안다.

 단순히 말로 사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오늘은 자신에게 너무 힘든 날이었고, 수남이 시시콜콜 따지지 않기를 바랐다.

 

 "근데 정 경위님이 왜 여기에 계신 거죠?”

 “목격자 진술 유도 질문을 그렇게 시작합니까?”

 “... 에?”

 “몽타주 작성 기초기법 몰라요?”

 “아!”

 “아??”

 “그, 그렇죠. 제가 목격자에게 질문을 하는... 거죠?”

 “허.”

 

 수남은 실소했다.

 이런 정신머리로 몽타주를 하겠다?

 정말이지 아주 딱 질색인 스타일이었다.

 

 입술을 꾹 다문 사임이 크로키 북을 펼쳤다.

 순간 옆에 있던 연필더미가 바닥에 와르르 떨어졌다.

 

 "아! 이게 왜."

 

 사임이 허둥지둥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수남의 살벌한 눈빛이 고스란히 제 뒤통수에 꽂히고 있었다.

 수남이 얼음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관이군.”

 “죄송해요.”

 

 바닥에서 일어나던 사임이 이번에는 뒤통수를 책상머리에 콩, 박았다.

 

 "아얏."

 “얼씨구. 지금 그 연필로 몽타주를 그리려는 겁니까?”

 “아오. 네. 일단 저는 손으로 스케치하는 게 익숙해서요.”

 “손으로? 어느 세월에?”

 

 이죽거리는 수남의 말투에 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역시나 지은 죄가 있으니 참는다.

 

 “나 빨라요. 그러니까 걱정 마요. 그러면 우선... 얼굴 윤곽부터 시작을”

 “그건 실장님이랑 1차 때 했습니다. 오늘 2차 보정 작업인 몰라요? 1차 시안은 어딨습니까?”

 “1차 시안... 이요? 아... 그게 어딨더라? 어. 잠시만요.”

 

 사임이 다시 허둥지둥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폴더에서 시안을 찾기 시작했다.

 

 RRR RRR

 사임이 화들짝 놀랐다.

 제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아 어떡하지. 급한 전화인가?'

 

 사임이 조심스레 폰을 확인했다.

 채무자였다.

 사임이 눈짓으로 수남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천사임입니다.”

 -아가씨 장난해. 천만 원이 뭐야. 이거 먹고 떨어져라 이거야? 당장 나머지 돈 내놔!

 “저기요, 제가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요.”

 -이런 식이면 우리 다 그 경찰서로 쳐들어갈 거야!

 “네!? 그, 그러시면 안 되죠! 여긴 제가 일하는 곳인데”

 

 갑자기 수남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놀란 사임이 고개를 들었다.

 수남이 순식간에 다가와 핸드폰을 확 낚아챘다.

 

 "어어! 왜 이래욧!”

 

 사임이 놀라든말든 수남은 보란듯이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매섭게 사임을 쏘아봤다.

 

 “뭐야 당신.”

 “예?”

 “뭐하는 사람이냐구!”

 “... ...”

 “당신 공사구분 똑바로 못하나? 대체 일을 어떻게 수습하길래 하루 종일 끌려 다녀!”

 

 낮은 목소리지만 고압적이고 힐난 가득한 음성.

 한심하게 보는 그 눈초리는 너무 차갑고 싸늘해서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다.

 

 “이 따위로 일할 거면 당장...?"

 

 갑자기 수남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몹시 당황한 채 사임을 봤다.

 

 "설마, 지금 당신...?"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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