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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관계자 외 접근금지
작가 : 풀링
작품등록일 : 2020.7.31

술만 마시면 구구단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윤은 우연히 만난 「클럽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와 징글징글하게 엮이기 시작한다.
파격적인 막말과 각종 못 볼 꼴, 그리고 조울증 비스무리한 다중인격까지 3단 콤보를 펼치며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는데...

"저 남자가 새로 오신 대표님이라고?!"

 
18화 방으로 따라오세요
작성일 : 20-08-27 10:34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5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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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 손목. 당장 놔!!!”

 

 애리와 하윤은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최명이 전투적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조애리. 그 손 놔!”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는 애리는 악녀 같은 조소를 짓더니, 팔찌의 다이아몬드 부분을 잡아 쥐고는 힘껏 당겨 끊어버렸다.

 

 “악!!!”

 

 아픔과 놀라움으로 하윤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끊긴 팔찌는 애리의 손에 쥐어진 채 달랑거렸다.

 

 애리의 다음 계획은 손에 있는 팔찌를 하윤의 얼굴로 던질 예정이었으나, 최명에게 팔을 잡히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조애리! 그만해!! 회사에서 뭐 하는 짓이야?!”

 

 “아직 할 얘기 남았어!”

 

 “방으로 가서 해!”

 

 최명은 애리의 팔을 잡아서 억지로 끌고 갔다.

 

 “이 팔 놔!!! 저 기집애한테 할 말이 있다니깐!!!”

 

 “방에 가서 나랑 얘기해.”

 

 “여기서 얘기해. 여기서 셋이서 얘기하자고! 삼자대면하자고!!!”

 

 애리는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쳤지만. 결국 최명 손이 이끌려 방으로 가는 듯 보였다.

 

 이렇게 해서 삼자대면인지 사자대면인지는 성사되지 않았다.

 

 “왜 자꾸… 왜 모두가 하윤이만 감싸고 도는 건데? 쟤가 뭐라도 돼? 왜 다들 쟤만 좋아하고 걱정하는 건데?!!!”

 

 복도 끝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하윤이한테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게다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어느새 옆에 서 있는 라연.

 

 “하윤야 괜찮아? 어디 맞은 건 아니지?”

 

 다친 데가 없는지 몸과 얼굴을 살피다가 손목에 긁힌 상처를 발견한다.

 

 “헉! 피나!”

 

 “호들갑 떨지 마, 살짝 긁힌 거야.”

 

 “애리 선배는 왜 저렇게 서럽게 울어? 혹시 니가 때렸니?”

 

 혼자 도망갈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걱정하고 난리인 라연이가 얄밉다.

 

 “넌 어디로 도망갔다가 상황 종료되니깐 나타난 거야?”

 

 “도망가긴. 전무님 데리러 갔지. 애리 선배는 전무님 말이라면 순순히 들었다며?”

 

 대학 때부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다가도 명이 선배만 나타나면 얌전해져서 ‘조애리의 진정제’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였다.

 

 “지금 계약 날려 먹은 거 땜에 정신도 없을 텐데..”

 

 “그래도 전무님 덕분에 상황은 깔끔하게 마무리됐잖아.”

 

 하지만, 여전히 복도 끝에서는 애리의 악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명이 선배 카드도 안 먹히나 보다.’

 

 “왜 사람들은 다 하윤만 좋아하는 건데?! 내가 쟤보다 못한 게 뭐냐고!!!”

 

 “애리야. 진정해.”

 

 “쟤 때문에 나 거절한 거야?!”

 

 하다 하다 이제 궤변까지 늘어놓기 시작하는 애리.

 

 ‘거절? 혹시 애리 선배가 명이 선배를 좋아하는 거야?!!’

 

 뜻밖의 수확이다.

 

 라연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둘은 마주 보며 특종을 잡은 기자처럼 입가에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애리! 제발 조용히 좀 해!”

 

 “결국 너도 아직까지 하윤이 좋아하는 거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숨죽여 열심히 엿듣고 있는 하윤과 라연은 처음 듣는 놀라운 사실에 둘 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다.

 

 “헉!! 전무님이 널 좋아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돼. 지금까지 저렇게 오해하고 애리 선배가 날 싫어했던 거야?”

 

 오해가 이렇게 무서운 거다.

 

 오해만으로 한 사람을 평생 미워할 수 있으니…

 

 계속 엿듣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지성인으로서 그러면 안 되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리며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씨ㅂ…붕.”

 

 하마터면 온전한 욕을 할 뻔했다.

 

 ‘요즘 시련 성수기인가? 이렇게 시련을 동시다발로 주시기 있나요?!’

 

 엘리베이터 안에는 어제 빅엿을 선사해 준 전남친 기현이 서 있다.

 

 ‘왜 우리 회사에 이 새끼가 있는지’ 상황 판단을 하기도 전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어머! 우리 회사엔 웬일이야? 이런 데서 보니깐 또 반갑고 그러네.”

 

 어제의 이별 통보 사건을 모르는 라연은 천진난만하게 평소처럼 기현이를 반겼다.

 

 ‘맙.소.사…’

 

 비죽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기현은,

 

 “하윤이가 우리 헤어졌다고 말 안 했나 보네.”라고 시건방진 말투를 내뱉었다.

 

 “헉! 너희 둘. 헤어졌어? 왜? 뭐 땜에?”

 

 세상 처음 듣는 얘기에 라연은 큰물음표 띄운 얼굴로 하윤을 바라봤다.

 

 출근하면 라연이한테 제일 먼저 말햐주려고 했는데 깜빡 한 것이다.

 

 아침부터 워낙 대하드라마 마지막 회 같은 웅장함을 겪은 하윤이에게는 어제의 이별 통보가 너튜브의 광고처럼 가볍고 짜증 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양다리 걸쳐서 까였다는 말은…”

 

 “야! 닥쳐. 누가 양다리를 걸쳐?!! 허위 사실 유포 하지 마!”

 

 말도 안 되는 기현의 말을 차단하듯 말을 끊었다.

 

 “부끄러운 건 알고 있나 보네.”

 

 “꺼질래? 닥칠래?”

 

 하윤의 입은 점점 더 험해지며 날카롭게 올라갔다.

 

 “애리 선배는 어디 있어?”

 

 “맡겨놨어?! 왜 여기 와서 찾고 난리야?!”

 

 “같이 왔으니까.”

 

 “뭐?!”

 

 “아~ 내가 말 안 했나? 애리 선배 회사에 스카웃 됐다고.”

 

 비틀린 웃음을 머금고 미리 준비한 것 같은 대사를 내뱉는데 진짜 쪼잔한 조연같이 보였다.

 

 “뭐?!”

 

 “그럼, 이번 계약도 내가 성사시킨 건 줄 모르겠네?”

 

 “뭐!!!!”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 대화는 ‘뭐?!’만 하다가 끝날 판이다.

 

 놀라서 방심한 사이, 어느새 기현의 명함이 손에 쥐어져 있다.

 

 「MMT 주식회사

 국제 협업팀

 대리 키무라 탁쿠」

 

 “키무라…탁쿠? 피식~”

 

 하마터면 현웃이 터질 뻔한 걸 겨우 실소로 마무리했지만, 기현은 아주 흡족해하는 눈치다.

 

 “내 일본 이름이야.”

 

 저 회사는 창시개명에 재미를 붙였나 보다.

 

 “아주 지랄을 하세요. 무슨 떠오르는 친일파 꿈나무냐?!”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친일파라니.. 너무 시대착오적 하다.”

 

 “너무 시대착오적 해서 우리 연구자료 훔쳐서 크레온 그룹에 넘겨주고, 기술 계약까지 한 거야?!

 

 “훔치다니.. 표현이 너무 저렴하잖아.”

 

 “그럼 쎄볐냐?!”

 

 하윤이 신경을 긁기로 작정하고 비아냥거리는 기현이지만, 여기에 절대 굴하지 않고 받아치는 하윤도 보통이 아니다.

 

 “우리 이제 남인데, 말 좀 가려서 하자. 하윤아.”

 

 “남이라고 생각되면 말부터 높여 새끼야!!!”

 

 “와우~ 나 어제 너랑 헤어진 거 너무 잘한 거 같아.”

 

 그의 조롱은 최고점을 찍었고, 하윤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도달했다.

 

 “야! 안기현! 처맞고 싶지?!”

 

 이 정도 살벌한 분위기면 멈출 법도 한데, 놀랍도록 교묘하게 계속 이어지는 대화.

 

 사실 대화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이미 전쟁 중이다.

 

 일본에 아무것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지만, 나라를 빼앗겼고, 연구 자료와 계약도 빼앗겼다.

 

 이 정도 대화라면 ‘남’이 아니라, ‘원수’ 그 언저리의 어디쯤 되겠다.

 

 “더 이상 엮이기 싫으니까 우연히 만나더라도 아는 척도 하지 마! 말도 걸지 마!! 반말도 하지 마!!!”

 

 씩씩대며 한 번의 호흡으로 쉬지 않고 내뱉고는

 

 “라연아. 가자.”하고 하며 옆을 봤는데 라연이가 없다.

 

 복도를 크게 훑어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얘는 어디 간 거야? 언제부터 없었던 거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타려는 순간 뒤에서 애리가 팔을 잡아 세운다.

 

 “어딜가?!!”

 

 또 엘리베이터 탑승 실패.

 

 벌써 네 번째다.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최명이 재빠르게 허리를 감아 부축해줬다.

 

 “선배…”

 

 “여태 여기 있었던 거야?”

 

 그때 기현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명이 선배. 안녕하세요.”

 

 “어?! 기..현…아.”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난 듯 어리둥절하며 당황했다.

 

 우린 그렇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삼자대면’이 아닌 ‘사자대면’을 하게 된다.

 

 아니, 곧 ‘오자대면’이 될 예정이다.

 

 “딩동~”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이 턱 막히는 수려한 외모로 최찬이 걸어 나왔다.

 

 뜻밖의 불길한 조합인 ‘오자대면’.

 

 하윤은 의미 모를 간절한 표정으로 최찬을 바라봤고, 그는 관심도 없는 듯 그 눈빛을 무시한 채, 지나간다.

 

 “어머!!! 찬이 아니니? 나 애리야. 누나 기억 안 나?”

 

 굳이 아는 척을 하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최찬을 잡아 세우는 애리는 뭔가를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회사 일로 왔으면 일만 하시고, 대학 동창회는 회사 밖에서 하시죠.”

 

 눈도 안 마주치고, 매정할 정도로 냉담하게 말하고는 ‘사자대면’의 무리를 비켜 유유히 대표실로 향하는 최찬.

 

 “어?! 으..응. 그래. 우린 다음에 따로 조용히 얘기하자.”

 

 공개적으로 까여서 민망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도 이만.”이라고 말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했던 하윤의 계획은

 

 “어딜 자꾸 도망가?!”라고 표독스럽게 붙잡는 애리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다.

 

 분명 방금 까인 짜증까지 전부 하윤이에게 분풀이할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넌 어제 차인 애치고는 얼굴이 멀쩡하다?!”

 

 불쾌할 정도로 자존심이 했고, 최찬이 들었을까 봐 수치스러웠다.

 

 처음 듣는 놀라운 정보에 잠시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지만, 감정적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티를 팍팍 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가던 길을 잘 가던 최찬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섰다.

 

 “진하윤 대리님. 잠시 방으로 따라오세요.”

 

 무심하게 툭 던지는 한마디가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네?! 네. 대표님.”

 

 ‘사자대면’의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하윤은 재빨리 그의 뒤를 쪼로록 따라갔다.

 

 조금 전까지 최찬에게 배신감과 두려움에 이를 갈며, 속였느니, 되갚아주니마니 했던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하윤.

 

 “착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사과를 받아들인 건 아니니깐. 진하윤 씨가 그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해 보여서 데려온 거뿐이에요.”

 

 “그 자리가 불편한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나한테 눈으로 SOS 친 거 아닌가요?”

 

 “맞..맞아요. 감사합니다.”

 

 저 말이 뭐라고 순간 심장이 떨려서 눈동자를 돌려가며 겨우 대답했다.

 

 “다들 돌아갈 때까지 소파에 좀 앉아 있어요.”

 

 최찬은 적성에 안 맞는 넥타이가 갑갑했던지 쭉 잡아 빼서는 맨 밑에 서랍에 처넣듯이 던져다.

 

 본격적으로 일할 준비를 마친 듯한 최찬은 책상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서류를 한 뭉탱이씩 들고 빠르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서류를 파고드는 모습에 은빛 머리칼을 더하니 더 냉철하고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술술 넘기며 읽다가도, 이따금 막히는 부분에서는 버릇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것 조차도 치명적으로 섹시해 보였다.

 

 “그렇게 목 빠지게 볼일인가?”

 

 정수리에도 눈이 달렸나? 목 빠지게 바라보다가 들켰다.

 

 금세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리며,

 

 “방…방 구경하고 있었어요. 방이 되게 넓고 좋네요.”라고 얼버무렸지만, 이미 늦은 거 같다.

 

 최찬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보고 있던 서류를 탁 하고 덮으며, 하윤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남자친구와 정말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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