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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33화 <유희>
작성일 : 20-08-26 00:13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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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잘 셈이냐?”

 

 성혁의 장난기 어린 핀잔에 유진이 부스스 잠에서 깼다.

 

 “핸드폰도 꺼놓고 말야. 말해 봐. 오늘 대체 몇 시간을 잔 거냐?”

 “할 게 없어서요...”

 “오피스텔에서 검정고시 책이라도 가져다주랴?”

 

 비몽사몽한 가운데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유진의 모습을 보며 성혁이 끌끌 혀를 차댔다.

 

 사건 이후 유진은 쭉 Bz호텔 35층의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었다. 스위트룸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까지 꺼 버린 유진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잠자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어제오늘은 잠자는 것도 쉽지 않았다. 피 흘리며 쓰러지던 지원의 모습이 계속 뇌리에 남은 탓이었다. 사건 직후에야 바로 기절을 한 데다, 깬 다음에도 머릿속에는 그저 무섭다는 생각뿐이었으니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라도 잠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기억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사건의 인과관계까지 명확하게 이해되어 버렸다. 그 탓에 이제는 꿈에서도 지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악몽을 꾸다, 가위에 눌리다, 다시 악몽을 꾸는 걸 반복하기를 몇 번, 몸은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고, 신경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지고 말았다.

 

 “빈손이시네요?”

 

 멍한 눈으로 성혁의 손을 살피는 유진에 괜히 민망해진 성혁이 유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뭐 과일바구니라도 사왔어야 한다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뭐 물어볼 거 있으셨던 거 아녜요?”

 

 순간, 성혁이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유진의 말이 묘하게 퉁명스럽게 들리는 건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너 내가 와서 귀찮구나? 별 용건 없으면 꼰대는 가라는 거지?”

 “많이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오셨길래요. 중요한 일이 있으신 줄 알았죠.”

 

 성혁이 피식 웃으며 침대 옆의 소파에 앉았다.

 

 “사실 물어볼 게 없지는 않지.”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성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지금 니 꼬라지를 보니 안 될 것 같다. 눈꼽도 안 땐 정신으로 뭘 생각하겠니, 인석아.”

 

 성혁의 타박 아닌 타박에 유진이 입을 삐죽거리며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은 성혁의 귀에도 들어왔다. 확실히 뭔가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번 살인사건 목격이 꽤나 여파가 컸던 걸까?

 

 “젊은 놈이 무슨 한숨이야?”

 “그냥 이것저것 생각이 복잡해서요.”

 “뭐가?”

 “아저씨는... 저 재수없다는 생각 안하세요?”

 

 생뚱맞은 질문에 성혁이 유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사람 죽음을 예언하는 아이라니, 불길하잖아요.”

 

 유진의 말에 성혁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원래 점쟁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그래도 보는 사람마다 다 죽지는 않을 거잖아요.”

 

 어쩐지 오늘따라 심기 불편해 보이더라니, 내내 저런 생각에 빠져있었나 보다.

 성혁이 유진의 이마를 주먹으로 콩 쥐어 박았다.

 

 “니 신기가 뛰어난 걸 어쩌겠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가서 세수나 하고 와. 잠 깨게.”

 

 결국 유진이 발을 질질 끌며 욕실에 들어가는 걸로 우울한 대화가 일단락 지어졌다. 욕실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이참에 아예 샤워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성혁의 입꼬리가 삐죽 올라갔다. 알 수 없는 미소였다.

 유진이 꽤나 신통한 신기를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가끔 유진이 내뱉는 말들을 들어보면 성혁도 혹 할 정도로 엄청난 적중률을 보였다. 그래서 성혁도 재미 삼아 유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반면, 경자는 유진을 아주 유용하게 써 먹고 있었다. 신변잡기나 심심풀이를만 던져댔던 성혁과 달리 사업에 있어서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유진에게 물어봤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엄청난 이득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죽음을 예언한다라...”

 

 유진의 입장에선 그렇게 착각할 만도 했다. 실제로 자신이 점을 보는 사람마다 모두 죽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과관계가 틀렸다. 유진이 점을 봐서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 경자가 이미 죽이기로 마음 먹인 사람을 유진에게 보여줬을 뿐이다.

 

 자신의 어머니이긴 하지만 경자는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차 없이 제거하는 주제에, 그런 자신을 스스로 연민하는 감성파였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글썽이는 드라마퀸의 경지까지 오르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나타나나 유진은 경자의 가차 없는 결심을 운명으로 합리화시켜주는 소중한 인재였다. 거기다 경자 앞에서 싸가지 없는 냉혈한 자식임을 마음껏 증명했던 성혁과 달리, 세상물정 모르고 어른이 마냥 무서울 뿐인 어린 유진은 경자의 눈물 하나하나에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 하는 것까지 경자의 구미에 쏙 들 수밖에 없었다.

 

 “노친네가 악취미를 슬슬 그만 둘 때도 되었는데...”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쓴 유진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유진은 물기가 다 가시지 않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나 복잡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아저씨.”

 “응?”

 “만약에요, 저한테 신기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뭐가 어떻게 돼?”

 “할머니랑 아저씨요. 만약 저한테 신기가 없었어도 계속 키워주셨을까요?”

 “너 오늘따라 막 나간다?”

 

 단호한 성혁의 말에 유진이 입을 다물었다.

 

 “아들래미 사춘기가 겨우 지나가나 했더니, 그 사춘기가 너한테 갔나보구나.”

 “... 죄송해요. 요즘 너무 많은 일들이 있다보니.”

 “아니야. 뭐, 네 말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사춘기티도 낼 수 있는 거지. 좋은 현상이야.”

 “네에...”

 

 갑자기 풀이 확 죽은 유진의 모습에 성혁이 자신이 너무했나 싶어 머리를 긁적였다.

 

 “물어볼 거 있으시다면서요. 주세요. 봐 드릴게요.”

 “그래.”

 

 성혁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단추를 하나 내밀었다. 무심코 단추를 받아든 유진의 눈이 커졌다.

 

 “이거... 할머니 거잖아요.”

 

 유진의 맑은 눈동자가 성혁을 향했다. 어찌나 맑았는지, 눈동자 안의 동공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던 성혁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단추를 거둬들였다.

 

 “이런. 내가 잘못 가져왔나보다.”

 

 그러나 유진의 눈에 가득 찬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진짜야. 오늘 사무실에서 정체불명의 단추를 주웠거든. 그래서 누가 몰래 침입했었나 해서 너한테 물어보려고 재킷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여기 오기 전에 갈아입은 걸 깜빡했어. 이건 예전에 어머니 옷 수선 맡길 때 떨어졌던 단추야. 여기 잠깐 넣어두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

 

 대수롭지 않은 척 설명을 마친 성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가 보마. 몸조리 잘 하고.”

 

 성혁은 유진의 어깨를 톡톡 다독인 뒤 문으로 향했다.

 그때, 성혁의 등 뒤로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2년 전에 아저씨가 죽인 사람... 할머닌 아직 모르시죠?”

 

 순간, 성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심하세요. 올해 망신살 있으시거든요.”

 

 성혁은 천천히 유진을 돌아봤다. 그리고는 한 발 한 발, 유진에게 다가갔다.

 성혁이 다가올 때마다 유진의 심장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이대로 가다간 성혁에게 들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그 때, 성혁이 입을 열었다.

 

 “걱정 마. 너만 입 다물고 있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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