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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른 시간 속의 우리
작가 : PB8888
작품등록일 : 2020.8.1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떠난 여자와 과거사랑의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

"나 보고싶었지?"
"......어이가 없네."
또 다시 미래를 위해 남자를 찿아온 여자, 그리고

"과거에 빠지면 후회만 남고, 미래만 갈망하면 불안만 생긴대요. 그러니 지금 이 현재에 집중해요."
현재에 충실한 여자.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각기 다른 시간만을 바라보며 사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1화. 7년을 만났죠, 아무도 우리가 (4)
작성일 : 20-08-25 14:10     조회 : 271     추천 : 1     분량 : 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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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랑도, 연애도 모두 처음이라서 뭘 어떻게 해야 맞는 건지 잘 몰랐던 내가, 정수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선택한 방법. 놀이공원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탈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범퍼카, 회전목마, 관람차, 바이킹 정도가 다 였지만, 그런 나에게 이것저것 타보자며 끌고 다니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던 탓이었다.

 

 “역시 첫시작은 고스트 하우스지! 가자!”

 

 “아......”

 

 급격히 느려진 나를 팔짱을 끼면서까지 이끌고 정문을 지나서 가장 먼저 보이는 고스트 하우스로 이끌었다. 심장이 급격히 두근거리는 게 팔짱을 낀 탓인지, 고스트 하우스가 가까워지는 탓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았었다.

 

 어쩜 이렇게 놀이공원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저런 걸 즐기는 건지. 심장은 쪼그라들 것만 같고 생명의 위협마저도 슬쩍 들기까지 하는데. 그건 그때도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원래는 그다지 텐션이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놀이공원에만 오면 평소보다 한 텐션 정도 더 높아졌다. 평소보다 애교도 많아지고 스킨십도 많아져서 놀이공원은 끔찍이 싫었어도 그런 정수아를 보는 것이 행복했었다.

 

 “꺄아아악!”

 

 “끄읍...!”

 

 정수아는 안그래도 높은 키의 목소리를 무려 두 키나 더 올려서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렇게 소리도 지르지 못했는데. 원래 진짜 무서우면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에서 먹힌다. 나처럼.

 

 “끼야야악!”

 

 정수아는 놀이기구를 즐기는 편이긴 했어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보통 즐기는 사람은 잘 무서워하지도 않던데, 하여간 특이한 사람이었다.

 

 정수아는 비명을 지를 때마다 나에게 더 붙었다. 팔짱은 낀 팔의 압력은 더욱 강해지고 다소 미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공황상태나 다름없던 나에게 그런 스킨십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고 즐길 수도 없었다. 그저 빨리 나가고 싶었지.

 

 “끅!”

 

 드라마나 만화 같은 걸 보면 이럴 때 남자가 여자를 확 감싸준다거나 낮고 좋은 목소리로 안심시켜주곤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남자가 여자를 감싸주려면 일단 자기가 안 무서워야 할텐데. 나는 너무 무서웠다.

 

 ***

 

 “이거 끼자.”

 

 “아, 나 이런 건 못하는 거 알잖아.”

 

 “왜애...내가 그래도 고스트 하우스부터 바이킹까지 아무 말 안 하고 다 탔잖아. 이거 한 번만 껴주면 안 될까? 봐봐, 얼마나 이뻐. 진짜 잘 어울리겠다, 그치?”

 

 정수아는 이런 걸 싫어했다. 머리핀이나 리본이라던가 귀걸이 같은 악세서리는 아주 좋아했지만, 막상 또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만 파는 캐릭터 가면이나 캐릭터 머리띠는 아주 싫어했다. 오글거린다는 모양이었다. 그래, 오글거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잘 하는 성격은 아니었긴 했다.

 

 “아 진짜 싫어...모양이 이게 뭐야.”

 

 “그, 그래도 제일 무난하지 않아? 그냥 하트잖아. 내, 내가 사줄게. 응?”

 

 “이, 이번 한 번만이다?”

 

 “사진도 찍어도 돼?”

 

 “대신에 내 소원도 하나 들어줘.”

 

 “어? 소원...?”

 

 “내가 하트 머리띠 껴주고 사진도 찍으니까 소원 하나 정돈 들어줄 순 있잖아?”

 

 “아...그, 그렇지. 물론이지.”

 

 그제서야 눈썹이 팔 자가 되도록 찡그렸던 얼굴을 풀고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화질도 안 좋았던 당시의 폴더폰으로 수십 번을 찍고 찍고 또 찍어서 겨우 건진 2장.

 

 앞머리는 빈틈없이 잘라 이마를 덮었고, 학교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칼같이 자른 단발머리는 어깨에 닿지도 않았다. 지금보면 적잖게 촌스럽고 답답한 스타일이겠지만 학교에 묶여있던 당시에는 최선이었다.

 

 “잘나왔네, 이왕 찍은 건데 이거 핸드폰 배경으로 해.”

 

 “으응...”

 

 하트 머리띠를 한 정수아라는 보기 힘든 모습을 찍어는 두고 싶었지만, 핸드폰 배경으로까지 할 마음은 없었는데. 묘하게 위압적인 정수아의 말에 반박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배경설정을 해버렸었다. 그것이 기본 화면에서 벗어나, 무려 군대 이후까지 쓴 나의 첫 배경화면이었다.

 

 “자, 가자. 시간 많이 없어.”

 

 정수아가 걸을 때마다 머리띠에 달린 하트가 달랑달랑거렸다. 그 뒷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줄이 너무 긴데...다른 거부터 타면 안될까?”

 

 “너 이거 타기 싫어서 그러지.”

 

 “아, 아니야. 어차피 타야할 것 같은데 뭐하러...그냥 되게 오래 걸릴 거 같아서 그러지.”

 

 “어차피 다른 데 가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기다린 시간 아깝잖아.”

 

 줄이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빌고 있었다. 하늘 위로 퍼지는 비명소리와 덜컥-거리는 소리,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 때문에 덥지도 않은 날씨에 식은 땀을 흘리기도 했다.

 

 고스트 하우스는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어차피 귀신 분장 알바도 없고, 대부분이 조형이었으니까.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말이 달랐다. 진지하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응......”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데, 아까 받은 소원 쓸까?”

 

 “소원?”

 

 “아까 이거 머리띠 하는 대신에 쓰기로 했던 소원 있잖아.”

 

 “어...뭐, 뭐에 쓸 건데?”

 

 “있잖아, 성연아 나 좋아해?”

 

 “어? 당연하지. 뭘 그런 걸 물어.”

 

 “그래? 그럼 여기서 나 좋아한다고 소리쳐 줘.”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은 마치 몇 분 전 일처럼 생생하다. 그저 당혹스러웠다. 저게 지금 무슨 소리인가, 마치 버퍼링에 걸린 것처럼 사고가 잠깐 정지되기도 했다.

 

 “어? 어? 뭐라고?”

 

 “좋아한다고 소리쳐 달라고.”

 

 “아, 아니. 수아야 여기서 그건 좀...사람들도 많은데...”

 

 “좋아한다며? 소원도 들어주겠다면서? 이거 못해줘?”

 

 당연히 못하지. 그런건 지금도 못한다. 가끔씩, 아주 가끔 공원이나 전망대 같은 곳에서 애인 이름을 부르면서 크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

 

 “수...수아야...좋아...해...”

 

 살아오면서 가장 작은 목소리였다. 이렇게 작은 목소리는 그 이후,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시해줘.”

 

 하지만 정수아는 뭐가 단단히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하기야 나라도 불만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정수아는 굳은 얼굴로 ‘다시’를 외치지, 주변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지. 특히나 날씨 좋은 봄날 주말이라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았었다.

 

 “다, 다른 거 하면 안될까? 응? 이거만 빼고 다 할게.”

 

 “다른 거? 정말?”

 

 “응, 이건 좀 너무 그러니까. 내가 다른 건 다 들어줄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웃는 정수아의 모습이 썩 불안했다. 하지만 뭔들 이것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이었다.

 

 “그럼-”

 

 ***

 

 “재밌겠지?”

 

 “......”

 

 내 소원은 이거야-라는 말과 함께 정수아는 나를 롤러코스터의 맨 뒷자리로 이끌었다. 맨 뒷자리, 원리 같은 건 다 까먹었지만 맨 뒷자리가 제일 무섭다는 사실 하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놀이공원의 많고 많은 놀이기구 중에서 싫어하기로는 손 꼽는 롤러코스터에, 그것도 맨 뒷자리는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실수였다. 소원같은 거 들어준단 말을 안 했어야 했는데, 그깟 하트 머리띠가 뭐라고-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냥 내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에이~어차피 탈 거였잖아. 너무 그러지 마. 별로 차이도 안 나. 어, 이제 간다! 출발한다!”

 

 롤러코스터가 슬슬슬 움직이는 걸 느끼면서 두 눈을 꼭 감고 안전바를 쥐었다. 정말 세게, 온 힘을 다해서 안전바가 터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잠깐 될 만큼.

 

 “끄으으으으으으으...!”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

 

 “와, 예쁘다.”

 

 창백해진 나를 달랜다며 정수아가 사준 햄버거를 먹고, 또 다시 놀이기구를 서너개 타고 나니 벌써 하늘은 파스텔톤의 붉은 색을 머금어서 낮에서 저녁으로 가는 분기점을 지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놀이공원 데이트의 마지막 코스도 관람차였다.

 

 “그래, 정말 예쁘네.”

 

 가만히 서서 봐도 아름다울 것을, 그것도 관람차 안에서 보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태양이 내려보낸 주황빛이 우리가 탄 칸을 똑바로 비추었다.

 

 그렇게 빛이 비추는 순간동안 관람차 안은 신성한 공간이었다. 하늘의 색을 층층이 나눠놓은 구름 띠를 두 줄 지나고, 어느새 우리는 좀 더 주홍빛 하늘에 가까워지고, 어느새 우리는 말이 없어졌다.

 

 “성연아.”

 

 “수아야.”

 

 서로의 작은 이름만 관람차 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수아의 이름을 부르고, 수아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우리는 서로의 꽃이 되고 존재가 되고 곧 모든 것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마주닿고 숨결이 섞이는 순간의 우리는 누가 정수아이고 누가 이성연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곧 우리였다.

 

 성인의 농밀함도, 오래된 연인의 노련함도 없는 서툴고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그전에도 앞으로도 그날만큼 순수하고 완성된 순간은 다시 경험하지 못했다.

 

 “뭔가...부끄럽네.”

 

 수줍게 웃는 정수아를 가볍게 안았다. 힘있게 끌어안기에는 나 역시 부끄러웠다.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그녀의 온기가 몸에서 몸으로 전해지고, 우리가 사랑을 하고 있음을,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분명히 느꼈다. 완전하고 온전하게 충족된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오늘은 좀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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