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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잔상
작가 : 화홍박스
작품등록일 : 2020.8.2

연쇄살인마 권철-사랑하는 내 동생이 시체로 발견됐다. 나의 모든 능력을 다하여서 사랑하는 동생의 원수를 갚아주리라.
강력계 반장 마필승-연쇄살인마가 탈옥했다. 그를 쫓을수록 내게 남겨지는 미스터리한 잔상들...
연쇄살인마, 권철을 막아야 한다.

 
제17화 타락 (권철의 일기)
작성일 : 20-08-22 23:36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7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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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편의점에 들이닥쳤던 녀석들을 처리한 이후로, 또다시 나 자신도 통제되지 않는 일들이 생길까 너무도 두려웠다. 그동안은 몰랐던 내 안에 녀석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때론 거울로 보이는 내 얼굴이 진짜 나인지 스스로도 의심이 들어 유심히 보기도 하였다.

 혹시나 나를 본 목격자가 나타날까, 보복하는 자가 나를 뒤쫓아 올까 너무 두려워 집 밖을 다니는 것조차 너무 무서웠다.

 결국 난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편의점 사장님도 안 계신 이상 더 이곳은 따뜻한 집도, 고향도 아니었다. 나를 전혀 아는 사람이 없는 곳, 가능한 제일 먼 곳으로 가야지 마음먹었지만 예현이와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도 불안하였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다. 물론 당분간은 동생이 사는 근처에는 얼씬하지 않기로 하였다.

 

 신촌, 언덕진 주택가 구석에 지하 단칸방을 얻고 운 좋게 규모가 있는 유통센터에 일자리를 얻었다. 집에서 꽤 거리가 있고 일용직이었지만 언제든 그만둘 수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서울에 올라온 지 1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바쁜 일상 가운데 매일매일을 살아가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났다. 이전 시골에서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바쁘게 살다 보니 잠시 잊힐 때도 있었다.

 이젠 동생도 만나고, 마트에서 또래 친구들도 사귀어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일상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따금 예전 기억으로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즐거웠다.

 

 "야, 권철." 마트에서 짐을 올리던 중 잠시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동료인 선희가 말을 건넸다. 단발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나보다 석 달 정도 빠르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생인데 학비 보탠다고 잠시 휴학하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했다. 동갑내기에 밝고 친절해서 처음 일을 배울 때 그녀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선희는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 역시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잠시의 평범한 일상이 계속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내 안에는 냉혹한 살인마들이 살고 있으니깐…

 

 그런데 며칠 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유통센터에서 일할 때나, 귀갓길에서도 누군가 감시하거나 미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도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분명 누군가 쫓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계속 흘깃흘깃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쇼윈도를 통해 뒤쪽을 보아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음… 아무래도 이상한데. 아, 한번 숨어볼까? ’

 큰길에서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모퉁이가 나오자 잽싸게 꺾어 들어갔고, 우뚝 서 있던 전봇대에 있는 대못을 밟고 담장을 가볍게 넘었다. 얼핏 보기에는 담이 높아 보였지만 전봇대 뒤에 박혀져 있는 철심을 밟으면 금세 넘을 수 있는 담이었다. 오며 가며 꼬박꼬박 인사를 드린 덕에 집주인인 할아버지와 안면을 튼 사이라 들켜도 어찌어찌 핑계를 대면 큰 오해 없이 넘어갈 수 있을 테니… 할아버지는 매일 밤 9시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하셨으니 역시나 창문을 보니 모두 불이 꺼져 있다.

 

  잠시 후, 담벼락 너머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는 골목길에서 당황한 듯 이리저리로 왔다 갔다 했다. 가끔 ‘아… 이런’ 한숨 섞인 탄식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내가 담장을 뛰어넘었을 것이라 생각을 못 한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긴장이 되는 듯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잠시 후, 나를 찾는 듯한 낯선 발자국의 주인은 어디에 전화를 건 듯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 선녀님. 놓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목소리를 조그맣게 내었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들렸다.

 ‘수호 선녀?’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기억의 끝에서 자꾸 맴돌았다. 분명 어머니는 무당이셨기 때문에 주변에 아는 분들도 무당이 많았다. 수많은 이름이 스쳐 지나갔지만 권철의 기억에는 명확히 남아있질 않았다.

 

 다음 날, 출근길에도 역시나 누군가가 나를 쫓는 것 같았다.

 버스 안에서도 계속해서 나는 지난밤 그 남자가 말한 수호 선녀라는 이름을 떠올리려 하였다.

 

 그때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하며 사람들이 휘청였다.

 “운전 좀 조심해요! 어휴.. 허리야.”

 앞에 앉아있던 백발의 여성이 큰소리로 짜증을 내며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 백발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드디어 뭔가가 떠올랐다.

 

 ‘어머니의 원수’

 물론 어머니는 그날 뒤로 실종이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는 그들이 이미 엄마를 죽여서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그때 그 편의점에 강도들이 나타났을 때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난 나 자신을 그러한 악령에게 또 맡길 수는 없었다. 분명 그 결과는 살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권철아! 괜찮아?”

 “으응..”

 난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깊은 두 눈을 깜빡이며 정말 괜찮은지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에이 진짜 괜찮다니깐.” 난 수줍음을 감추며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 잔뜩 미소를 지어 보이며 짐을 마저 올렸다.

 

 

 “띡”

 퇴근길 버스에 올라탔다. 주위를 둘러보다 뒷좌석에 앉았다. 앞쪽에 앉다 보면 나를 계속해서 응시하는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아 불안해서 그러하였다. 그때, “오! 권철 아니야?” 말하며 선희가 내 앞으로 왔다.

 “응? 너 이쪽 방향 아니잖아?”

 “아.. 나 친구들이랑 오늘 약속이 있어서. 오늘 불금이잖냐? 흐흐흐”

 그녀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 보이며 해맑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네가 신촌 쪽에 산다고 했지?”

 “응.. 아무래도 대학가라 집 구하기가 괜찮았어.”

 “맞아. 요즘 월셋집 구하기도 너무 힘들어.. 내가 처음에 서울 왔을 때는 말이야!...”

 그녀는 끊임없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녀의 넘치는 에너지는 대체 끝이 날 줄 모른다. 사실 그녀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이 내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것과 그녀의 머릿결에서 전해지는 아직 남아있는 샴푸 향이 내 코를 뚫고 들어가 심장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나는 뭔가가 느껴졌다.

 ‘그래.. 이 버스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살포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밤 9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지만 사람들은 버스 전 좌석을 다 꿰차고 앉아 있었고 몇 명은 더러 서 있었다.

 ‘누구지?’

 맨 앞쪽 운전석 바로 뒤쪽에 서 있는 후드티를 뒤집어쓴 남자가 처음에는 의심스러웠다. 분명 전날 들었던 것은 남자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앞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내리는 출입구 쪽에 앉아 있는 남성의 뒷모습이었다. 잘 정돈된 머리카락과 갈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씩 뒤쪽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 의심스러웠다.

 

 “권철? 내 말 듣고 있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선희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 미안.”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이대로 버스를 타고 계속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를 미행하는 그 누군가가 있는 이 버스 안에 내가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선희도 같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선희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 선희야. 내가 깜빡하고 마트에 지갑을 놔두고 온 것 같다.”

 “그럼 버스를 어떻게 탔어?”

 둘러댄다는 것이 하필 지갑이라니.. 마침 차가 정차를 위해 속도가 줄고 있다.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 인사를 하며 버스 출입구 쪽으로 가며 말하였다.

 “아.. 버스카드는 따로 들고 다녀서.. 나 먼저 내릴게.”

 “철아!! 야! 권철!”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도 나는 못 들은 척 내리며 황급히 빠른 걸음걸이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분명 나를 미행하는 놈도 따라 내렸겠지?

 아닌가? 선희가 내 친구인 것을 알고 납치를 할 수도 있나? 그냥 선희가 먼저 내릴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나는 괴로움에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갔다.

 그때 다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선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헉헉.. 야! 권철!! 걸음걸이 진짜 빠르네.”

 “아.. 아니 네가 왜 여기서 내려?”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굉장히 설레고 좋았겠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나를 미행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설렘보다 불안감이 더 커졌다.

 “휴대폰을 놓고 내렸잖아. 이 바보 멍충아!”

 그녀는 숨을 고르며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 미안.”

 “너 오늘 좀 이상해. 암튼 얼른 들어가고 내일은 정상이 되어 보자!”

 얼떨결에 그녀가 내민 휴대폰을 받아 든 나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이 중요한 순간에 휴대폰을 빠뜨리고 내린 나 자신이 너무도 한심스럽고 짜증이 났을 뿐이다. 그녀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은 웃음을 보이더니 돌아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 하였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그녀와 나란히 걸었다.

 “왜? 아.. 미안해서.. 버스 정류소까지만이라도 같이 가주게!”

 

 주위를 돌아보니 인적이 드물었다. 큰 차도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지만, 인도와 그 옆에는 커다란 외벽만이 길을 내주고 있었다. 선희는 역시나 그녀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그 짧은 거리를 걷는 순간에도 말을 걸었다. 그때 난 우리의 뒤로 기다랗게 뻗은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아니 그림자 둘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자 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 둘이 다가오고 있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자 앞에서도 마스크를 쓴 덩치 큰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수상하다.’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때 큰 길가로 검은색 스타렉스 차 한 대가 급하게 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남자들이 달려 나와 그녀를 차에 태웠다.

 

 “꺄아아악”

 “여자는 데려오란 말은 없었잖아?”

 “아이씨.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구분해서 데려오냐?”

 사내들의 다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각각 우리를 차 바닥에 엎드려놓고 무릎으로 누르고 있었다. 차 내부는 애당초 납치를 염두에 둔 듯 뒷좌석 의자 없이 널찍하게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니 뒷좌석에는 나와 선희를 각각 맡은 남자 둘과 앞에는 두 명이 타고 있는 듯하였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하아… 어떡하지? 선희가 위험한데?’

 

 캄캄한 차 안에서 무릎에 짓눌려 있다 보니 그녀가 괜찮은지 볼 수가 없었다. 다만 가냘픈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살려주세요..”

 “닥쳐!!"

 앞 좌석에 타고 있던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네 선녀님! 지금 그리로 가고 있습니다. 권철은 잡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여자친구도 같이 데리고 있습니다.”

 “예예..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는 명확히 들리지 않았지만 선희를 곱게 놓아주라는 명령은 아닌 것만은 분명하였다.

 

 ‘두근두근'

 심장은 더욱 요동쳤고, 내 안에서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마다 자기가 나서야 할 때라고 다투는 듯 보였다. 그러한 그들의 목소리를 짓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심장은 더욱 두근거렸고, 선희의 흐느낌이 그러한 나의 가슴을 더욱 요동치게 하였다. 결국 난 결단을 내려야만 하였다.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였고, 온전히 나의 힘만으로는 저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후우우"

 나의 눈이 잠시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내가 아닌 뭔가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때처럼 난 또다시 뭔가에 갇힌 듯 몸이 내 뜻대로 제어가 안 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에게 엎어져 있던 나는 순식간에 번쩍 나를 짓누르던 사내를 들어 올렸다.

 “어어어랏?”

 갑작스러운 나의 힘에 그와 옆 동료들은 놀란 듯 소리를 내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정신을 차리고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강타하였다. 하지만 난 그의 주먹에 맞고도 간지럽다는 듯 ‘씨익'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그에게 날렸다.

 “퍼억" “쨍그랑"

 그는 나의 주먹의 일격에 휘청이며 고개가 돌아가 옆 창문에 부딪혔고 유리가 깨졌다. 내가 힘으로 일어나며 뒤로 넘어뜨린 또 다른 남자에게 팔꿈치로 그의 관자놀이를 가격하였다. 그 역시 뒤로 나동그라졌다.

 ‘대체 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앞 조수석에 앉았던 여자는 황급히 지갑을 뒤져 눈에 뿌리는 가스 분사기를 꺼내었다. 나는 그녀가 손을 내밀 때 분사기에 얹은 손가락 반대편을 세게 눌러 누르지 못 하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녀에게 한번 윙크하고 분사기의 꼭지를 부숴버렸다. 그녀는 팔로 나의 얼굴을 때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난 바로 그녀의 팔을 잡아 거꾸로 꺾어 부러뜨려 버렸다.

 “아아아악"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이번엔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가슴팍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듯 보였다. 기다랗게 반짝이는 것이 보이며 그것이 칼인 것을 알았다. 난 그것을 막기 위해 몸을 앞으로 내민 짧은 순간, 백미러를 통해 겁에 질려있는 선희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이제 선희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 짧고 긴박한 순간에도 그러한 생각을 한 내가 놀라웠다.

 난 그가 칼을 휘두르지 못하게 팔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옆에 여자가 나의 머리를 때리며 나를 떼어놓으려 하였다. 난 칼을 쥔 그의 손목을 힘으로 꺾어 느슨해진 틈을 타 그대로 칼을 그녀의 가슴에 꽂아버렸다.

 “꺄아아악"

 뒤에서 선희의 비명이 들렸다. 조수석의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못 낸 채 죽었다. 난 뒤에서 운전사의 얼굴을 양팔로 잡고 순간 꺾어버렸다. 그가 힘이 빠지며 놓은 핸들이 순식간에 꺾이며 차가 뒤집어지기 시작하였다. 자동차는 뒤집힌 채로 아래로 구르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산 비탈길 쪽 국도를 이용 중이었나 보다.

 

 “콰광 쾅"

 자동차 안의 나와 그녀 그리고 나머지 그들은 무중력에 놓인 듯 차량의 회전 속에서 순식간에 몸들이 붕 떴다 부딪히기를 반복하였다. 자동차 안쪽에서 바라본 바깥세상은 빠르게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난 그 와중에도 나 자신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선희를 지켜줘!’

 하지만 내 안의 다른 누군가는 그럴 맘이 전혀 없는 듯하였다. 그저 팔로 내 몸을 감싸며 자신을 보호하려 할 뿐이었다.

 “쾅"

 

 자동차는 구르다 마침내 커다란 나무에 부딪히며 멈췄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계속해서 구르던 강한 힘으로 자동차는 반파가 되어 뒤쪽은 아예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머릿속에서는 “삐"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뿌옇게 느껴졌다.

 

 나는 일어나려 하였지만, 역부족이었는지 비틀거리며 걷다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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