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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멸망하는 세계에 히어로는 없었다.
작가 : 제이라잇
작품등록일 : 2020.7.14
멸망하는 세계에 히어로는 없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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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세상이 뒤집혔다.
사탄의 공격. 인류의 존망. 구원을 위한 천사와 악마의 등장.
인류는 과연 멸망의 기로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46. 현신하는 헌신
작성일 : 20-08-20 12:26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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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이남 지역의 땅이 검게 물들었다.

 검은 빛 물든 칼날이 사탄들을 무참히 베어나갔다.

 사신의 낫, 망나니의 칼, 뾰족한 돌기가 박힌 철퇴, 기다란 창, 짤막한 쌍 도끼.

 제각각의 무기를 든 악마들의 광기어린 공격이었다. 그들은 어린애 같은 천진한 미소로 사탄들을 무참히 소멸시켜갔다.

 팔라딘들은 그에 힘입어 중간 방어선으로부터 사탄들을 서서히 떨어뜨려나갔다.

 

 “무적 팔라딘! 가즈아!! 파이팅!!”

 

 힘찬 구호와 함께 영진은 자신의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었다. 민규와 태림도 힘을 내어 눈앞의 사탄들을 무찔렀다.

 수세에 몰리던 팔라딘의 역전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북의 방어선은 상황이 달랐다.

 한층 고무된 강남 방어선의 팔라딘들과는 달리 강북의 팔라딘들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중간 방어선을 겨우 막아내고 있는 정도였다.

 

 “아… 괜히 형님 따라왔다 이게 뭐에요! 힘들어 죽겠th어요!”

 

 전 가디언즈 서울3팀 박재민 팀장이었다. 추위를 망각한 민소매 티만을 입은 채. 근육을 뽐내며 전장의 한 복판에서 불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임마! 말할 기운 있으면 하나라도 더 죽여! 사내노무 자슥이 말이 많아.”

 

 붉은 비니, 해골 문양의 코걸이, 멋드러진 턱수염. 태식이었다.

 태식은 날이 선 사시미 두 자루를 두고 달려드는 사탄들을 무참히 찔러대며 맞섰다.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도 둘의 호흡은 마치 한 몸과 같았다.

 재민의 흑색 빛과 태식의 백색 빛이 춤을 추듯 일렁이며 주변의 사탄을 베어나갔다.

 후방에서 공격당할 뻔한 재민을 태식이 구해주었다. 태식에게 몰려드는 사탄 서너 마리에게 재민이 달려들어 단번에 베어냈다.

 

 “끄아아악!”

 “사… 살려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의 근원을 찾아 재민과 태식이 사방의 사탄들을 베어내며 나아갔다.

 팔라딘 몇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그 잔인함에 둘은 잊었던 공포감이 몰려왔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잊고 살았던 둘에게 들이닥친 시련이었다.

 

 “형님…”

 “정신 번뜩 차려라!! 우리 안 죽는다!!”

 

 [크르르르…]

 

 재민과 태식을 포위한 사탄들. 도그 급, 레빗 급 사탄들이 선제공격을 퍼부었다. 수십마리가 달려들었다.

 

 “이런 잔챙이들이 우릴 뭘로 보고!”

 

 태식이 사시미에 백색 빛을 뿜어내며 빠르고 정확하게 찌르고 베어냈다.

 재민은 사각의 칼날에 흑색 빛을 뿜어내며 달려오는 사탄들을 향해 가로 베었다.

 흑색의 검기가 전방으로 뿜어져 나가며 달려오는 사탄들을 소멸시켰다.

 

 “아악!!”

 “재민아!”

 

 반 토막 난 도그 급 사탄이 재민의 아킬레스건을 베어 물곤 마지막 발악을 하였다. 재민이 자신을 문 사탄에게 다시 공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이내 소멸되었다. 사탄들은 재민에게 생긴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베어 급 사탄과 임팔라 급 사탄들이 일제히 재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 드루와 이 개 shake it 들아! ”

 “재민아! 안 돼!!!”

 

 재민을 도우기 위해 돌아선 태식. 그런 태식의 발목을 잡기라도 하듯 사탄들은 맹렬히 태식을 공격했다.

 모든 팔라딘의 상황이 재민과 태식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디하나 도움 받을 곧 없는 상황.

 죽음이 그들을 점점 옥죄었다.

 

 “계약자 이태식!! 이 한 몸 기꺼이 너에게 바친다. 사탄이 개 쌍 노무 shake it들 좀 죽여 다오!”

 

 태식은 사탄과 사투를 버리고 있는 재민을 바라보며 손에 든 사시미를 자신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푸욱…]

 

 그 찰나의 순간이 재민의 눈에 들어왔다.

 

 “형!!!!”

 

 재민의 울부짖음.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태식은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 감기지 못한 그의 눈에 초점이 없다. 그런 태식에게 사탄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키에에에엑!!]

 

 태식을 덮쳤던 사탄들이 갑작스레 뿜어져 나온 빛에 소멸되었다. 태식의 눈빛은 이미 태식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들고 있던 사시미는 백색 빛의 아우라가 감싸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간절함.

 그 간절함이 사시미에 깃든 천사와 현신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나타남에 강북 방어선을 공격하던 사탄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그리고 사탄들은 일제히 태식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죽기 일보직전의 재민은 기사회생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퍼엉!!]

 

 태식에게 달려든 사탄이 사시미에 찔리는 순간 빛이 폭발하며 그 주변의 사탄들까지 소멸시켰다.

 태식은 까마득한 사탄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펑!!, 퍼엉!! 펑!!]

 

 태식은 사탄이 우글거리는 한 복판으로 달려 나가며 달려드는 사탄들을 소멸시켜갔다.

 

 “형님…”

 

 재민은 멀어져가는 태식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이 선 듯 들고 있던 사각의 칼에 검은 빛을 실었다.

 

 “내 모든 걸. 너에게 바친다… 다 죽여 버려!!”

 

 칼날에서 뻗어 나온 검은 빛이 휘몰아치며 순식간에 재민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빛은 다시 재민의 몸속을 파고들었다. 우두커니 선 채로 눈을 감고 있던 재민이 눈을 뜨니 그 눈빛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재민은 태식이 지나간 길을 따라 빠르게 달려 나갔다.

 

 [슈우우우웅!!]

 

 재민의 앞길을 막는 사탄을 벨 때마다 검기가 세어나가 전방의 사탄들까지 소멸시켰다. 그의 짤막한 사각의 칼이 검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그 길이가 1m는 족히 돼 보였다.

 검은 빛과 백색의 빛이 폭발을 일으키며 강북 방어선의 사탄들을 무참히 소멸시켰다. 그 모습에 침체되어 있던 강북의 팔라딘들이 활력을 되찾았다.

 공중을 날아다니며 촬영하던 드론 몇몇이 재민과 태식을 비추었다.

 

 “현신이라… 참으로 오랜만이군. 이 시대에 현신하는 팔라딘을 보게 될 줄이야…”

 

 사령부의 모니터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김 신이 감탄했다. 희생의 마음가짐과 확고한 신념 없이는 계약된 천사나 악마를 불러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신이었다.

 재민과 태식의 희생으로 위태로웠던 강북 방어선이 안정을 되찾아갔다.

 

 ***

 

 에스그룹 본사 정문 앞은 전투가 한 창이었다. 로비를 가득 메운 천사들이 정문 을 가로막고 있는 사탄들을 소멸시켜가며 바깥으로 나가보려 하지만 쉽사리 뚫리지 않았다.

 

 “이거 우리가 되레 갇힌 꼴이 됐잖아?”

 

 하림이 비꼬듯 말을 툭 내뱉었다. 이수는 문혁과 시선을 교환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인호가 정문을 사이에 두고 사탄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에 시선을 두며 말을 던졌다.

 

 “정면 돌파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렇다고 우리가 서포트 하기엔 너무 좁고, 방법이 없을까?”

 

 [삐빅]

 

 “누가 좀! 올라와 주세요! 사탄들이 건물 내부에 침입했어요!”

 

 김유미 팀장의 송신이었다. 인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사색이 되었다.

 

 “아차! 옥상…”

 “내가 갈게!”

 

 하림이 자원했다. 그 뒤를 대한이 따랐다. 하림은 인 이어를 통해 사탄의 위치를 파악했다.

 

 “아… 눈앞의 상황에 도취되어 전체를 못보고 있었네…”

 “아무도 신경 못 쓴건데요 뭘… 자책하지 마세요 형.‘

 

 인호는 자책했다. 문혁이 그런 인호를 위로했다.

 

 “그나저나 회장님은 괜찮으려나?”

 

 이수는 로비 꼭대기에 시선을 한 번 두더니 다시 전방의 전쟁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게. 경호 한 명 붙여야 되는거 아닌가 몰라.”

 

 문혁이 이수의 말에 동조했다.

 

 “내가 한 번 가볼게.”

 “걱정 마세요 형. 여기는 아무 일 없을 것 같아요.”

 “그래요 형 가보세요. 무슨 일 있음 바로 연락 주시고요.”

 

 인호가 자원하며 나섰다. 이수는 와 문혁은 인호의 의견에 긍정을 표했다. 로비에 단 둘이 남은 이수와 문혁이었다.

 문혁은 정문의 방벽을 뚫은 천사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지원해 주었다. 이수는 다시 애꿎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천사들이 정문을 비집고 나가며 사탄들을 공격했다. 사탄들은 여전히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문혁은 용접면을 뒤집어 쓴 채 빛의 반 원구를 번뜩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사탄이 떨어지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엇!! 저게 뭐야?!”

 

 문혁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이수는 인 이어 버튼을 눌렀다.

 

 “뭔데요 형?”

 “돈… 돈이야!!”

 “무슨 소리에요 형.”

 

 이수는 문혁의 말이 장난처럼 들렸다. 이런 상황에도 장난을 치는 문혁에게 짜증이 밀려왔지만 짜증을 표현할 순 없었다.

 

 “진짜… 돈이야! 돈에서 사탄으로 변해.”

 

 이수는 문혁의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깥으로 달려 나가 문혁의 반 원구 안으로 재빨리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게 뭐야…”

 

 푸른 하늘에 흩날리는 종이, 초록 색과 노란 색, 푸르스름한 색이 하늘에 휘날리고 있었다.

 휘날리는 돈은 이내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하늘거리던 종이는 육중한 과일 떨어지듯 땅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종잇장은 사탄의 형상으로 변모하며 땅 아래로 떨어졌다.

 

 “내말 맞지! 내가 이런 상황에 농담할 줄 알았냐?! 이수 너무하다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형!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처음 보는 광경이잖아요.”

 “그건… 그래.”

 

 수많은 종이가 흩뿌려진 하늘. 여전히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었다.

 이수는 흩뿌려진 지폐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슈우우우웅! 퍽!]

 

 종종 떨어지는 사탄이 문혁의 반 원구에 부딪히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천사가 날아와 거미줄에 붙은 먹잇감을 떼어내듯 사탄을 베어내며 소멸시켰다.

 

 “찾았다!”

 

 이수는 하늘을 가리켰다. 문혁이 손가락을 따라갔다. 지폐의 근원지는 에스그룹 본사 옥상이었다.

 

 “야… 수야… 이거 뭔가 문제 있다.”

 “그러게요. 올라가 봐요.”

 

 문혁과 이수는 서둘러 본사 건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선 엘리베이터.

 작동이 되질 않았다.

 

 “아… 안 돼! 어떻게 올라가 저길!!!”

 

 이수는 머리를 쥐어짜며 좌절했다. 문혁은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인 이어.

 

 “오… 오지 마.”

 

 인호의 목소리였다.

 “형?! 인호 형! 무슨 일이에요?!”

 

 인 이어의 수신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삐빅]

 

 “이수 씨. 문혁 씨. 가디언즈 전략실로 빨리 와주세요! 강하림 팀장과 원대한 씨가 위험해요!!”

 

 인 이어의 수신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이수와 문혁은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문혁은 결심한 듯 비상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올라가야지! 한 번 가보자.”

 “형… 40층을 언제 올라가요… 싫다 진짜.”

 

 이수는 하는 수 없이 문혁의 뒤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 순간.

 무언가 떠올랐는지 다급히 올라가려던 문혁의 팔목을 황급히 붙잡았다.

 

 “형! 잠시 만요!! 저쪽 후문 쪽에 비상용 엘리베이터 있잖아요!! 거기 한 번 가 봐요.”

 “역시. 넌 천재야.”

 

 문혁은 엄지를 치켜 올리며 이수를 칭찬했다.

 그들은 서둘러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달렸고, 그것이 작동하길 바라는 마음을 발걸음 하나하나에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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